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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저널리즘의 '블루 보틀에 다녀 왔습니다'를 읽었다. 외식 브랜드 전문가가 쓴 따끈따끈한 신작으로, 블루 보틀의 성공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이 궁금한 이유는 대부분 독자와 비슷하다. 블루 보틀이라는 브랜드가 궁금하니까. 내가 생각하는 블루 보틀은 아름다운 테이크아웃 컵이다. 갈색 종이에 터키 볼루 색상의 물병 디자인은 단순미의 극치를 달리며, 뭇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여러 굿즈를 판매하는 트리거가 되어 준다. 내가 아는 블루 보틀은 딱 여기 까지다. 커피 맛도 모르고, 매장 인테리어도 모르고 창업자도 몰랐다. 북 저널리즘의 '블루 보틀에 다녀 왔습니다'를 읽기 전까지.
이 책에서 '블루 보틀'의 성공 비결은 크게 2가지로 꼽는다. 커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브랜드 철학 그리고 단순한 디자인이다. 그리고 커피 맛을 최고로 중요시 여기는 브랜드 철학 아래, 속도보다 품질을. 매장 내 바리스타를 커피 전문가이자 엔터테이너로, 그리고 커피 윈두 Subscription 사업이 있다. 단순함이 오히려 궁극의 경지일 덕인 것일까. 블루 보틀의 수많은 성공 비결은 단 하나 '우리는 최고의 커피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라는 비전에 귀결된다. 마치 애플의 수많은 성공 요소들이 'Think different'란 문구로 귀결 되듯이.
또한 블루 보틀이 투자를 받고 더욱 각광받는 브랜드인 이유는 커피 산업의 물결이 변한 덕이다. 이 책을 통해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이 블루 보틀이라는 브랜드의 이야기였다면, 흥미로웠던 부분은 커피 산업에 대한 설명이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블루 보틀이 네슬레에 인수된 줄 몰랐으며, 믹스 커피가 커피 산업의 첫 번째 물결, 두 번째 물결은 스타 벅스와 같은 압축해서 뽑은 에스프레소 스타일, 그리고 현재의 세 번째 물결은 스페셜티라는 것을 몰랐다. 산업의 변화가 개인의 경험과 일치한다는 짐이 신기했다.
여기서 잠깐 내 커피 경험을 꺼내 보자면, 믹스 커피 - 에스프레소 머신 기반의 원두 커피 - 핸드 드립의 스페셜티 순이다. 어릴 때는 이딴 쓴 액체 덩어리를 왜 마시냐고 했던 내가 지금은 매일 커피 2잔은 기본값으로 설정되어 있다. 책에서 말한 커피 산업의 발전 흐름도 내 커피 경험과 동일하다. 맥심, 네슬레의 믹스 커피 시장에서 스타벅스의 에스프레소 기반 그리고 블루 보틀의 핸드 드립 커피.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도 이러한 커피 소비의 변화에 따라 블루 보틀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보았을 것이다. 시장에서는 소비자 경험이 최강이니까.
다시 블루 보틀 브랜드 이야기로 돌아 오자. 블루 보틀은 '로스팅 48시간 이내의 윈두로 여덟 가지 메뉴만 판매 합니다'라는 짧은 문구를 통해 시작되었다. 그만큼 맛을 위한 정확한 공정을 거친다는 자부심 그리고 커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이 묻어 나온다. 블루 보틀의 행보는 복잡하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커피 맛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창업자들에 비해 뒤떨어지는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번창할 수 있던 이유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이를 그대로 반영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완벽한 커피 맛이라는 단순한 철학이 사업을 이끄는 엔진이었다. 그에 반해 사업을 실패하는 대다수 유형이 문어발식 확장 혹은 개성없이 유행만 따라한 경우가 많은 점을 알 수 있다. 창업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자기 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필요하다는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by 박성현님의 글을 그대로 발췌해 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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