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를 아십니까?
일본이 자랑하는 나무가 삼나무라고 합니다.
“삼나무는 늘푸른 바늘잎 큰 나무로 키 40미터, 지름이 두세 아름은 보통인 거목이다. 잎은 약간 모가 나고 길이는 손가락 한 마디 정도로 송곳처럼 차츰 가늘어져 끝이 예리하다. 암수 한 나무이고 꽃은 초봄에 피고 열매는 가을에 익는다. 솔방울은 적갈색으로 직경 2센티미터 정도로 둥글며, 씨는 각각의 솔방울 비늘 조각 안에 3~6개씩 들어 있다. 편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나무 중 하나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국민 나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삼나무 꽃가루는 심한 알레르기를 일으켜 일본 국민의 20~25퍼센트가 해마다 고생한다.”
우리 나무의 세계, 박상진
<제주사람들은 삼나무를 ‘쑥대낭’이라고 부른다. 쑥쑥 크는 나무, 즉 ‘속성수’라는 뜻이다. 쑥대낭은 감귤과수원 방풍림으로 제격이었다. 돌로 담을 쌓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고 방풍 효과도 뛰어났기 때문이다. 목장 경계수로 심어졌고 가로수로도 한때 각광을 받았다.
제주지역 인공 조림의 시초는 1922년 한라산 10ha에 심어진 곰솔로 알려졌다. 삼나무는 1924년 제주시 월평동 27ha에 심어진 것이 처음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나무가 제주지역에 들어온 것은 일제강점기이다. 일본인들이 한라산에서 표고버섯 등 임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대규모 벌채와 수탈이 이뤄졌다. 이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일본에서 들여온 삼나무로 조림사업이 이뤄졌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관리하는 서귀포시 한남시험림에 어른 3명이 안아야 손끝이 닿을 정도로 큰 삼나무들이 현재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효자 수종이었던 삼나무는 한순간에 ‘애물단지’로 변했다. 제주대 환경보건센터 연구 결과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 피부염, 천식 등을 유발하는 인자가 봄철 삼나무 꽃가루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주도에서는 지금은 삼나무를 심지 않고 있으며 베어낸 뒤에는 황칠, 동백, 상수리나무 등을 식재한다. 베어진 삼나무는 목재 계단이나 건축외장, 인테리어, 톱밥 등으로 쓰이면서 여전히 제주지역 목재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동아일보,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우리나라의 《삼국사기》에 해당하는 일본 역사책 《일본서기》1) 의 〈신대(神代)〉에 보면 ‘스사노오노미코토(素戔鳴尊)’라는 신이 나오는데, “‘내 아들이 다스리는 나라에 배가 없어서는 안 될 일이다’라고 하여 자신의 수염을 뽑아 흩어지게 하니 삼나무가 되었으며, 가슴의 털을 뽑아 흩으니 편백이 되었다. 이에 ‘삼나무는 배를 만드는 데 쓰고 편백은 서궁(瑞宮)을 짓는 재료로 하라’”고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삼나무는 아득한 옛날부터 일본의 개국신화에 나올 만큼 그들이 자랑해 마지않는 일본 나무다. 이처럼 그들의 시조 신(神) 이야기는 물론 하이쿠(俳句)를 비롯한 문학작품에까지 삼나무는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일본에서는 흔한 나무이면서 동시에 나무로서의 좋은 점은 다 가지고 있다. 줄기는 곧바르게 집단으로 모여서 아름드리로 잘 자라며, 없어서 못쓸 만큼 쓰임새가 넓다.
삼나무는 섬나라인 일본에서 꼭 필요한 배 만들기를 비롯하여 집을 짓고 각종 생활도구를 만드는 데 제몫을 톡톡히 했다. 특히 삼나무로 만든 술통은 나무속의 성분이 녹아 나와 술의 향기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한마디로 일본인들에게는 신이 내린 축복의 나무다. 삼나무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련만 불공평하게도 하느님은 편백, 화백, 금송 등 좋은 나무를 또 보태어 일본열도에만 심어주었다.
바로 바다 건너의 이런 좋은 나무에 대하여 우리의 선조들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2) 에 그 이름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개화 이전의 조선왕조 때는 일본의 삼나무를 남부지방에 따로 심었다는 기록은 보이지 않는다. 공주의 무열왕릉에서 나온 목질유물의 일부, 부여 궁남지의 목간(木簡) 등 우리의 문화유적에 가끔 삼나무로 만든 유물이 나온다. 그러나 옛날 한반도에서는 삼나무를 심지 않았으니 모두 일본에서 직접 만들어 가져온 것으로 추정된다.>우리 나무의 세계, 박상진.
우리나라 선조들께서 왜 삼나무를 가져다 심지 않았는지는 알 수가 없지만 임진왜란 때의 기록에 보면, 소나무로 만든 조선 수군의 배는 배가 튼튼하여 천자포나 지자포를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지만 삼나무로 만든 왜 수군의 배는 선체가 약해서 큰 대포를 쓸 수가 없었다고 나옵니다. 삼나무가 결점이 없는 좋은 나무였다면 우리 조상들께서 모른 척 했을 리가 없을 겁니다.
오늘이 식목일입니다.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되고는 누구도 식목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식목일이어서 그런지 어제 우리나라의 자랑인 금강소나무에 관한 얘기가 뉴스에 나왔습니다.
근래에 울진 지방의 금강송들이 기후 변화로 죽어간다고 해서 걱정인데 지금 서울 여러 도로에 소나무 가로수를 심고 있어서 황당합니다. 소나무는 단연코 가로수로 심을 나무가 아닙니다.
소나무는 정원이나 공원에 멋들어지게 휘어지고 자란 줄기가 제 1의 모습이고 제 2는 곧게 자란 재목입니다. 낙락장송도 아니고 재목도 아닌 가로수로 소나무를 심고 있으니 이게 누구의 발상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소나무는 그 소나무가 자랄만한 환경에 심어져야 비로소 소나무의 자태를 제대로 보여줍니다. 그렇지 않은 곳에 심어진 소나무는 소나무의 자태를 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도심 가로수에 소나무를 심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0년 뒤면 기후 변화로 인해 우리나라에서 소나무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그렇지 않아도 가격이 높은 소나무를 도심 가로수로 심고 있으니 그 혈세 낭비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지제체마다 다 남들 따라서 벚나무만 심으니 봄 한 철 지나면 벚나무의 역할은 다 끝나고 맙니다. 살구나무나 매실나무를 심으면 그래도 열매라도 따지 않겠습니까?
지자체 장들은 제발 머리를 가진 사람들이 당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