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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국가(國歌)가 있고 국화(國花)가 있듯이,
시마다 그 시를 상징하는 시화(市花)나 시조(市鳥), 시목(市木) 등이 있죠.
울산시의 시화는 배꽃, 시조는 백로, 시목은 은행나무라고 하는데요.
이처럼 공식적으로 천명된 것은 아니지만,
울산의 상징적인 동물을 꼽으라면 바로 '고래'일 것입니다.
울산 시내 곳곳에서 고래의 이미지를 차용한 디자인을 많이 볼 수 있고,
고래가 많이 잡혔던 곳이고,
고래 그림이 새겨진 반구대 암각화가 있는 곳이고,
국내 유일의 고래박물관이 있는 곳이니까요.
보세요!
박물관 외관도 고래의 이미지를 차용한 듯 보이죠?
여러분들은 '고래'라고 하면 어떤 생각을 먼저 하게 되시나요?
전....
고래는 실존하는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용이나 봉황, 유니콘 같은 전설 속의 동물 같은 느낌이 들어요.
거대한 바닷속에서 사는 거대한 동물이기 때문일까요?
물속에 살고 물고기 모양이면서 어류가 아니라 포유류로 분류되는 특이성 때문이기도 할 것 같고요.
(비교적 크기가 작은 돌고래를 제외하고는) 실제 그 모습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자연 상태의 모습은 더더욱 보기 어렵기 때문일 것 같기도 해요.
그리고 반항적인 소년과 수족관에 갇힌 고래의 우정을 그린 영화 '프리윌리'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생각나는 건, 바로 영화 '고래사냥'입니다.
어린 시절 TV를 통해 보았던 영화 '고래사냥'
방황하는 젊은이와 거침없고 호탕한 성격의 거렁뱅이가
윤락가에 잡혀온 벙어리 처녀를 고향에 데려다주며 겪는 우여곡절을 그린 로드무비.
'파랑새'를 찾아 헤매던 찌르찌르와 미찌르가 결국엔 자신들 바로 곁에 있는 파랑새를 발견하고서
'희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 주변에 있는 것을 깨닫듯이
영화 '고래 사냥'의 주인공 병태는 인생의 좌절을 경험하고
고래를 잡겠다고 길을 나서지만 벙어리 처녀 춘자의 고향을 찾아준 후
고래는 먼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랑의 실천임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고래 사냥이란 정말로 고래를 잡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젊은이의 이상과 꿈,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 때문에 제게 '고래'가 바로 '환상'의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 환상의 고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장생포고래박물관'입니다.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부분으로 디자인했네요.
고래 모양으로 만들어진 안내판도 마음에 듭니다.
고래 박물관 입구 천장에는 역시 반구대 암각화의 동물 그림을 이용하여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고래의 뼈를 보고 놀랐습니다.
크다크다 말만 들었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으니까요.
이것은 브라이드 고래라고 합니다.
장생포 고래 박물관은 어린이체험관, 포경역사관, 귀신고래관으로 구성되어
고래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밍크고래 수염인데요...
고래한테 수염이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이것은 브라이드 고래의 수염인데, 거의 사람 키만 합니다.
옆에서 보면 얇은 깃텃이 촘촘히 박힌 모양인데요.
저 빗살을 통해 물과 먹이를 걸러낸다고 합니다.
이건 조금 무서운데....
고래를 잡을 때 쓰이던 도구들입니다.
저도 육식을 즐기는 인간인지라... 고기를 먹긴 하면서도.....
이런 걸 보면 많이 회의를 느끼곤 해요.
인간의 신체와 자연을 위해서는 채식이 더 좋다는 데에는 동의하면서도
개인의 즐거움을 위해서 육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기도 해요.....
고래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따로 귀신고래관이 마련되어 있는 이유는,
울산에서(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고래이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거의 울산을 대표하는 고래이기도 하고요.
이 귀신고래의 이동경로를 보면 크게 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왔다갔다하는 귀신고래.
그리고 러시아부터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귀신고래가 있어요.
귀신고래를 연구한 학자는 후자의 귀신고래를 '한국계 귀신고래'로 명명하여
국제학술대회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였기 때문에
그 뒤로 그 귀신고래의 정식 학명은 '한국계 귀신고래'라고 해요.
일본에서는 그걸 못마땅하게 여겨서 '아시아계 귀신고래'로 바꾸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는데.
이미 정해진 이름을 어떻게 바꾸나요?
언어의 사회성도 모르나요? 흥! ^^
하지만 최근엔 귀신고래의 모습을 우리나라 연안에서 볼 수가 없는데요.
울산에서는 귀신고래 발견자에겐 거액의 포상금도 주겠다고 하며 귀신고래를 기다리고 있지만.
이미 한국에서 그 모습을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요.
귀신고래가 오가던 길목에서 석유 시추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경로가 바뀌었다네요.
역시 인간 문명은 자연과 공존할 수 없는 것인지....
너무 안타까워요.
귀신고래 모형입니다.
아이참~ 너무 귀엽죠?
지금은 고래 보기가 드물지만,
한땐 이곳 울산에서는 고래잡이가 성업을 이루었다고 해요.
그래서 고래 해체장 바로 앞 바다는 늘 고래의 피로 물들어 붉은 빛이었다고......
고래 해체 모습이에요.
그렇게도 많이 잡히던 고래는 이제 국제적으로 보호받아야할 동물이 되었어요.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재앙이란 정말 무시무시해요.
멸종 위기에 놓인 고래를 보호하기 위해 고래 잡이는 금지되었는데.
아이러니한 건 지금도 울산 곳곳의 무수한 고래고기 식당은 늘 영업중이라는 거죠.
고래 잡이가 금지되었는데 어떻게 고래 고기를 먹을 수 있을까요?
우연히 죽은 채로 발견되는 고래가 많은 것도 아닌데요.
고래를 보호하고 고래를 알리려는 고래박물관 앞에 고래고기 집이라니.
뭔가 좀.....이상해요.
하긴 예전에 강원도 양떼목장 갔더니, 양떼목장 안에 양고기 음식점이 있더라고요.
아래 사진은 고래의 새끼 표본이에요.
커다란 고래가 잡혔는데 뱃속에 새끼고래가 있었답니다.
출산이 얼마 남지 않은 고래였다는데, 태어나지도 못하고 이렇게 생을 마감했습니다.
고래박물관 설명을 해주시던 문화해설사 님도 저 고래를 보면 마음이 좀 그렇다고...
옮겼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장생포 고래 박물관 바로 앞에는 고래바다여행선 선착장이 있습니다.
원래 계획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 고래를 직접 보는 것이었는데요.
환상의 고래를 직접 볼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 일입니다.
너무너무 기대하고 흥분했는데.....
아쉽게도 날씨가 안 좋아서 취소되었습니다.
대신 배만 살짝 구경했어요.
이런 의자에 앉아서 고래를 구경할 수 있어요.
우리 같은 서민 말고 높으신 분들을 위한 귀빈실...(?)
그냥 귀빈인 척 앉아보았습니다. (이것은 콴 님의 사진이에요.)
잠깐만 올라와 있었는데도 흔들리는 배 때문에 속이 울렁울렁~
얼마 견디지 못하고 육지로 올라왔습니다.
선착장에서 바라본 고래박물관 모습인데요.
가로등 역시도 고래모양이네요. ^^
온통 고래의 애교로 넘실거리는 도시, 울산입니다.
모두들 꿈과 희망의 고래 잡으러 울산으로 오세요~
아참, 울산 여행을 다녀온 후 문화 해설사 님과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요.
최근에 돌고래가 백 마리 가량 무리지어 다니는 길목을 발견했다고 해요.
(정확히 백 마리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하여간 무지 많이요...)
그러니까 고래바다여행선을 타면 돌고래를 직접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말씀!
저도 고래 보러 또다시 울산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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