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급류협회(American Whitewater Association)가 自國의 패들러 익사 사고를 예방하고 조금이라나 더 줄이고자 협회가 2000년부터 최근까지 수집된 사고 리포트들을 바탕으로 분석한 익사 사고의 원인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뭐든지 많이 알면 좋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類의 가슴 아픈 사고들에 대해서는 애써 거론하기를 꺼리고 심지어는 말을 꺼내는 것 조차 반감을 보이기도 해서, 그 결과 관련 자료 자체가 거의 작성되거나 수집, 분석하지 않다보니 사고 예방 캠페인이나 교육이 매우 빈약한 수준입니다.
AWA의 분석 자료를 보는 것만으로도 급류가 흐르는 강에서 스포츠 활동을 하는데 무엇을 유의해야 하고 절대적으로 회피해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자료는 AWA가 급류 익사자를 초급(1-2급), 중급(3-4급), 상급(4-5급) 등의 그룹으로 분류하여 사고 원인별 희생자수를 집계한 것인데, AWA의 급류 안전 분야에서의 역할과 수준도 대단하지만, 정말 희생자가 많네요.
아마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로 희생자가 많다면 정부에서 아예 못하게 법으로 규제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미국은 대한민국보다는 인구가 6.5배나 많기는 하지만 개인의 자유 의지에 의한 활동이 완벽하게 보장되는데다 급류 활동자는 물론 그 희생자 역시 카우보이的 기질이 다분한 백인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은 것에 기인하지 않나 생각해봅나다.
여러분도 위 데이터를 보시면서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텐데, 뭣도 모르면서 구명조끼도 입지 않고 급류에 뛰어드는 초보는 그렇다치더라도 중급 수준의 희생자들 중에도 구명조끼 미착용자가 있다는 것은 미국이란 나라, 미국 백인들의 기질과 관념은 진짜 못 말리지 않나요?
그건 그렇다치고 이번 이야기가 익사에 대한 것이니 원인 항목 中 Flush Drown, 즉 '보트가 바위 사이에 피닝이 되거나 스트레이너에 붙잡혀 장시간 물 속에 갇힘으로 인한 것이 아닌 빅 워터, 끝없이 이어지는 급류, 냉수(저체온증에 의한 쇼크) 등으로 인한 익사'는 패들러 수준 전반에서 발생하고 있고 수준이 높아질수록 다른 원인 항목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는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패들러의 수준과 급류의 난이도를 보면서 익사에 이르는 정황들을 상상해보면 '저런 수준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2000년에는 Flush Drown 항목의 비율이 10%미만이었던 것에 반해 점점 증가하여 현재는 거의 30%를 차지할 정도가 되었으며, 미국 동부보다는 수온이 낮은 서부의 로키산맥 지역에서 더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고연령층 희생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대한민국의 카약커들도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으니 이런 데이터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라는...ㅠㅠ
거기에다 빅 워터와 더 많은 급류를 타고 싶어하는 중급 레벨의 카약커들이라면 한번쯤은 더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있는데, 바로 빅 워터 러닝이나 끝없이 이어지는 급류, 냉수 같은 요소들은 그 특성상 실제 구조 활동을 신속하게 수행하기도 어렵고 자칫 복잡한 요소들이 중첩되기라도 한다면 구조 활동을 수행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급류 속에서 장시간 떠내려 가다가 익사에 이를 가능성을 높게 만든다는 것이죠.
끝으로 하나 더!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희생자가 사용한 보트는 서부 록키산맥 지역에서는 hardshell boat에 비해 Inflatable boat 사용자의 비율이 1.9배 더 높았고, 동부 애팔라치아산맥 지역에서는 1.1배 더 높았다는데, 역시 인플래터블 보트는 여러모로 편리한 점이 있을지 몰라도 그 대신 안전적 측면에서는 취약하다고 볼 수 있네요.
최근 팩 보트같은 초소형 초경량 인플래터블 보트 사용자들의 급류 활동이 증가하고 있고 그런 보트가 급류에서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데 반해 그 사용자들 중에 급류 패들링 교육을 제대로 받고 타는 패들러가 극히 드물다는 특징을 생각한다면 이걸 가볍게 넘기기가 힘드네요.
익사는 뭐니뭐니해도 그런 상황에 처하기 전에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며 그것 외에는 딱히 다른 대안이나 대처도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므로 아래 내용을 읽으면서 '내용은 보나마나 뻔하겠지?' '그러려면 재미난 걸 못하는데?'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선택은 여러분 각자의 몫이지만 여러분 대다수가 급류를 타고 노는 것이 직업이나 누가 강제하는 것도 아닌 그저 여유가 있어 즐기면서 운동도 하고 사교도 하는 취미 활동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좀 다르게 읽혀질까 모르겠습니다.
익사 예방을 위해 필요한 노력들
1. 판단/계획
사실 익사에 이를 정도의 사고를 당하게 되는데는 그 어떤 문제보다도 근본적으로 이것에서부터 'miss'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강의 난이도 수준, 기상, 수온, 유량, 잠재적 위험 등을 바탕으로 작성된 출정 계획(번개/정모)에 '신청 단계에서부터 제한'을 두어야 하고, 설사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섰더라도 출발 전에 '컷 오프'하는 결단을 내리는 편이 낫습니다. 당하는 입장에서 기분이 나쁘건 말건!
2. 냉수 노출 최소화하기
차갑디 차가운 물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력 구조 의지조차 산산조각 내버릴 정도로 기력을 빼앗습니다. 아무리 전투 Roll에 자신이 있다해도 냉수에서는 전신 슈트와 보온 내의로 몸을 완벽히 방호해야 합니다.
3. 상황인식
동료가 익사에 이르게 되었을 때 그걸 곁에서 목격하게 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익사 사고 상황을 정말 냉정하게 재구성한다면 '필요한 때' 적시에 '익사할 수도 있다'라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그저 '에이 설마' 또는 '웃으며 구경하기까지'하는 경우를 충분히 막을 수도 있었다는 후회를 나중에 가서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구조 훈련에 시나리오 훈련을 하는 것이죠.
4. 컨디션
나이는 점점 들어가고, 맨날 책상머리에만 앉아있으니 평소에 운동은 뭐 말할 것도 없으니, 폐활량은 점점 줄고, 수영이라곤 젬병이니, 알고 보면 다 그렇게 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것만이 최소한의 자기가 살 길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평소에 깊고 빠른 급류에서 공격적으로 헤엄치는 훈련을 해야만 합니다. 적어도 급류를 타겠다고 나선다면 말입니다.
5. 자력구조를 위한 급류수영훈련
동료를 구하고 카약을 견인하고 수습하는 훈련에 참가한다고 해서 실전에서 똑같이 수행하기란 전문가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맞을겁니다. 그러니 그런 훈련보다 더 현실적이고 적어도 익사에 더 효과적인 예방 대책은 앞서 언급한 '급류자력구조수영훈련'입니다.
6. 안전장비 제대로 사용하기
아무리 성능 좋고 멋드러진 구명조끼, 헬멧이라도 제대로 입고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합니다. '에이!'하실지 모르지만 명심하십시오. 이 두 가지 장비는 몸에 완전히 붙여져야 오롯이 제 성능을 발휘한다는 것을 절대 우습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