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간은 맘이 먼저 지친 듯 하다.
지난 석병산 구간에서 쌓인 눈을 헤치느라
예상시간보다 훨씬 늦게 삽당령에 도착하였기에
삽당령서 닭목재까지 5시간 내 돌파하지 못하면
닭목재까지만 끊어 운행한다고 회장님이 말씀하셨다.
이번 구간은 대략 30km의 거리로
지체하여 일몰 이후까지의 위험한 산행을 하게 될까 봐
걱정되어 안전을 우선한 말씀이란 걸 알지만
이 먼 데까지 잠도 못자고 와서 닭목재까지만 걷기에는
너무 아쉽기에 부지런히 걸어 늦지 않게 하산하려고
맘을 동당였기에 그리되었나 싶다.
삽당령서 아이젠없이 출발하였고
걱정보다는 잘 러셀되고 적당히 글루밍된 등로에서
한동안 아이젠없이도 제법 속도가 붙는다.
삽당령서 걷는 석두봉까지의 등로는
대체로 좁고 나뭇가지들이 성가셨지만
무난하고 편안하다.
이름답게 석두봉은 바윗덩이 위에 정상석이 있다.
3시간 여 소요된 석두봉은 아직 컴컴하다.
서로의 렌턴 불빛을 쏘아주며
인증사진을 찍느라 살짝 분주한 시간을 보낸다.
화란봉은 석두봉 상석 뒤 오른쪽으로 꺾어 진행해야는데
길을 잘 보지 못해 직진하는 바람에 알바를 할 뻔 했다.
화란봉까지는 산죽이 매우 많다.
6시가 조금 넘으니 오른쪽으로 동이 트기 시작한다.
잡목들 뒤로 붉은 띠를 두른 여명의 색채감이 곱다.
동쪽 하늘엔 그믐달이 편안하게 누웠다.
해는 뜨고
달은 지는,
그 공존의 경계 시간의 틈에 내가 깨어 함께 한다.
가슴 벅차도록 기분좋은 시간이 아닌가.
화란봉~닭목재 갈림길로 들어서기 전부터의
오르내리막에서는 제법 미끄럽다.
아이젠을 신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귀찮기도 춥기도 하여 화란봉까지 위태하게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제대로 '나이스 자빠링'을 하였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갈림길까지 내려 와서야 아이젠을 신는데
제대로 신지 못하여 한참을 낑낑댔다.
아이젠 아이템 득템하니 능력치가 훅 오른다ㅋ
한결 편안하고 빠른 걸음이다.
미리 아이젠 장착하여
화란봉 전망대까지 다녀왔으면 좋았으련만.
제법 경사진 내리막을 40여분 걸어 닭목재에 도착한다.
회장님과 우리 버스가 기다리고 있으니 맘이 푸근하다.
기사님이 주신 따끈한 믹스커피 한잔에 기운을 얻어
고루포기산으로 향한다.
주변은 훤한데도
눈에 들어오는 것 없는 지루한 구간이 이어진다.
1시간 여 걸어 ‘화재를 이겨낸 낙락장송’ 군락을 만난다.
산불에
줄기 속이 까맣게 타 숯이 된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지를 쭉쭉 뻗어올리고
건강하고 찬란한 잎을 돋운 모습은
마치 ‘나 금강송이야’라고 우렁차게 말하는 듯 하다.
고난을 이겨낸 고목의 강인한 생명을 칭송하는
글귀도 있다.
짝짝짝~~~~물개박수로 칭송을 바친다.
닭목재서 거의 3시간여 걸어 고루포기산에 도착한다.
등로의 왼쪽에 넓게 조성된
횡계 일대의 고랭지채소밭이 잘 보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쉽게도 조망이 툭 트이지 않는다.
갑갑하지만 잡목 사이로 훑어보고는
가야할 능경봉 구간을 돌아본다.
멀리,
저멀리,
훤히 보이는 봉우리가 능경봉이 아니길 빌어본다.
그러나 기도는 기도일 뿐
저멀리 저 봉이 능경봉인 걸 이미 알고 있다.
아~~ 멀고도 멀구나 싶으니 배가 고프다.
고루포기산 조금 내려서서 바람에 떨며 간식을 먹고
더 추워지기 전에 일어선다.
대관령서 오르는 많은 산꾼을 만난다.
오는 그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잠시 뒤 전망대에 올라 선자령쪽을 훤히 본다.
평창(?) 시내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걸어도 걸어도 능경봉까지의 거리는 줄지가 않는다.
그러함에도 멈추지 않으면 닿는 걸 알기에
연리지를 보고
샘터를 지나고
행운의 돌탑 기원을 듣고
계단 오르막을 힘겹게 오른다.
젖먹던 힘까지 떨어질 때 즈음에야 능경봉에 이른다.
능경봉 정상에 올라서서
대관령의 광활한 대지와
강릉의 동해바다,
백두대간의 웅장한 산세를 마주한다.
비로소 숨이 트인다.
물 한모금 마시고
대관령까지 1.7km란 이정표를 보고
이번 구간 날머리인
대관령 휴게소로 발걸음 가볍게 내려간다.
동해 영동 고속도로준공기념비를 보니 안도감이 퍼진다.
다 왔다.
대장정의 팡파레가 울려퍼진다.
여명에 밀려나는 그믐달의 빛나는 모습
잠시 배고픔을 속인다.
닭목재서 가야할 이정표
산불을 이겨낸 금강송들~👍👍👍💕
지난 겨울,
견디지 못한 눈에 꺾이고 부러진 가지들.
저어기 뒤가 고루포기산.
앞의 가지들로 인해 잘 보지 못한 고랭지 배추밭.
지도에는 '안반덕'이라 표기되어 있다.
직전의 오르막을 힘들게 올라왔다고 승리의 ✌️^^
기원은 늘 애잔하게 다가든다
전망대서 바라보는 선자령과 강릉시내
저기 능경봉ㅠ
행운의 돌탑.
대관령까지 1.7km
드디어 왔노라, 능경봉.
멀리 동해바다가~~~
능경봉서는 대관령까지가 1.7km라 표기되었는데
이 거리는 뭐지??
2.4km라는 거잖아~~ㅠ
꼬북이가 늠름해요~^^
* 사진이 몇 없고 별 볼거리가 없다.
첫댓글
매화향을 전해드립니다.
대간길에도 따뜻한 봄기온 물씬하길 바래보면서~🥰
정성스런 산행기 감동입니다
란선님의 걸음 걸음이 물결처럼 출렁 입니다
고단하고 고달픈 대간길 였기에 더 아름답고 멋집니다
묵직한 무적의 여장부시길래 앞으로의 대간길도 빛이 나실거예요
수고하셨습니다 ~~♡
홍님의 자상하고 따뜻한 응원에
오늘의 피로가 화악 달아납니다~🥰
온 몸의 근육이 아우성치던 다음날인
월요일이 힘들었어요.
대간 이후 첫경험이었네요ㅋㅋ
퇴근후 동네 온천탕을 다녀오고 나서야
한결 수월하였답니다.
홍님은 별 탈 없으셨죠?
며칠 새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좋은 날, 잘 쉬셨다가 담주에 봐요^^
용감하기도 했지. 미끄러운 눈길에 사갈도 신지 않고 내달렸다니...
발걸음 한 자국마다 시(詩)를 수놓아 감흥을 불러 일으킵니다.
란선 님의 글은 한 편의 훌륭한 서사시입니다.
지난 몇 번 구간보다는 기온이 조금 올랐다고 하나 역시 추운 날씨에도
중요한 길목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사진에 담은 노력이 돋보입니다.
품격 높은 글과 사진이 낙동산악회 백두대간 역사에 귀중한 사료가 되고
대원들에게 힘들게(?) 걸은 길을 되돌아보게 하고, 동시에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눈이 발걸음을 붙잡는 길고도 긴 길 걷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긴 거리를 젊은이 마냥 사뿐 걸어 완주하시고
후기와 더불어 후덕한 댓글까지 달아주시는
배려심에 감복합니다.
멋진 풍광이라 할만한 구간이 많이 없어
지루하게 느껴졌던 걸음이지만
다녀오면 또 한 페이지의 추억으로 저장됩니다.
추억은 이렇게 가슴에 쌓여
훗날 하나씩 하나씩 꺼내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게 하겠지요.
구간 구간 동행했던 소중한 인연들과
함께 엮었던 귀한 시간들이
아주 고마울 것 같습니다.
평안한 휴식하시고
담 구간서 뵙겠습니다 🥰
란선 대장님 산행기를 읽노라며, 생각의 영역과
공감하는 바가 어찌 그리 비슷한지요.
눈걱정 추위걱정 많이 했더랬는데, 눈은 적당히 얼어서
걷기가 편했고, 바람은 봄바람 같아서 외피가 한동안 필요없었네요.
비브람 메가그립 아웃솔 믿고, 아이젠 없이 화란봉 까지 가서는
하산길에, 국화님이 아이젠 왜 안신냐고 야단을 하는데,
이제까지 온 것이 억울해서 닭목령까지 그냥 완주했네요.
초보자가 네오 대장님 흉내냈네요. ㅋㅋ
앞으로는 안그럴 랍니다. ㅎㅎ
화마에 살아남은 금강송 장송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네요.
능경봉을 바라보면서, 어찌그리 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ㅋㅋ
역으로 오시는 산객들에게 능경산이 아니길 바라면서 물어봤지요.
혹시나 아니길 바라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요.
저멀리 태산이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그래도, 능경봉은 멋있더군요. 동해 바다와 주변 조망으로
모든 보상을 받은듯 했지요.
산행을 하면서 란선 대장님을 조금씩 더 알게 되어
산행의 즐거움이 더한 것 같습니다.
언제나 멋진 사진과 산행기를 읽는것은 산행후의 기분 좋은
추억을 불러오며,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음 산행때 뵙겠습니다.
지금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늘 풍성한 댓글로 기분좋은 모니터링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오늘 20기 출정의 첫날,
하늘의 축하사절단으로 비님이 오시네요^^
많이 오시지는 않길 바래봅니다 🙏🙏🙏
ㅍㅎㅎ~~
'나이스 자빠링' 봤어야 하는데
화란봉에서 비슷하게 도착했는데~ㅋ
아이젠 참으로 필요한데~ 발목을 힘들게하는
어쩌면 내 육신 같은 녀석입니다
목욕하고 뜨끈하게 소고기곰탕 먹고
집으로 가는 버스 안~
조용합니다.
한사람의 부재를 절실히 알게 됩니다😅
담 구간서 더 반갑게 뵈어요🥰
牛生馬死
어쩌면 저를 두고
표현하는 느낌이랍니다.
초조한 마음으로 걷다가
낙동회원이 보이면 느긋해지는
마음.
느릿느릿 걸어도 우리의 웃음소리와 함성을 들으며
열심히 따라가고 있답니다.
수고많았습니다.
다음 구간에서 뵙겠습니다.
절대 느릿하지 않은 승승장구님의 발걸음입니다.~^^
이번 20기에 님도 무소꿈님도 아니 계셔서
제가 힘이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