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리
민근홍 언어마을
[현대어 풀이]
[1] 가시겠습니까 가시겠습니까 / (나를) 버리고 가시겠습니까.
[2] 나더러는 어떻게 살라하고 / 버리고 가시렵니까 ?
[3] 붙잡아 두고 싶지만 / 서운하게 생각하시어 아니 오실까 두렵습니다.
[4] 서럽지만 님을 보내오니 / 가시자마자 돌아 오십시오.
[어휘풀이]
가시리 → '가시리잇고'의 생략형(음수율이 고려된 표현)
나난 → 악곡상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삽입된 뜻없는 조음구.
위 → 감탄사. 아!
증즐가 → 의미 없는 여음구. 악기의 소리를 흉내낸 의성어로 보기도 함.
잡사와 → 붙잡아. (기본형:잡다)
선하면 → 문헌상 용례가 없어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음
(①선뜻 ②서운하면 ③시틋하면, 귀찮아 마음이 거칠어지면 ④두렵고 겁나면)
올셰라 → 올까 두렵구나. (ㄹ셰라 : 의구형어미)
셜온 → 서러운 (기본형:셟다)
이 말의 주체가 표현상으로는 '님'으로 되어 있지만, 의미상으로는 시적 화자가 주체임.
[이해와 감상]
작자와 연대 미상의 고려 속요로, 간결한 형식과 소박하고 함축성 있는 시어로 애절한 이별의 정을 노래한 작품으로, <서경별곡>과 더불어 이별의 한을 노래한 대표적 작품이다.
이 노래의 이별의 심정은 국문학의 여성적 정조의 원류(源流)를 이루어 왔다. 고구려의 <황조가>로부터 <서경별곡>을 비롯한 고려속요, 황진이의 시조, 민요 <아리랑>, 현대시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많은 문학작품 속에 한국 여인의 보편적 정서로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시리>는 한 여성의 갸냘픈 애소와 이별의 아쉬움이 평이한 시어를 통하여 잘 형상화되어 있는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내보이며 숨겨진 의미의 층이 별로 없는 직서적 진술과 호소를 노래하고 있어 간결, 소박하면서도 가슴을 에는 듯한 감동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별을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도 자기 희생과 감정의 절제를 통해서 재회를 기약하고 있어 은근하고 내면적인 면모를 드러내 주기도 한다.
[1] : 기(起) - 애원
시적화자를 버리고 떠나려 하는 임에게 그 의사의 진위를 확인하면서, 떠나지 않으면
안되겠느냐는 화자의 간절한 마음이 숨어 있다.
[2] : 승(承) - 원망의 고조
임이 떠나는 사실이 구체화되고, 시적 화자의 고독한 삶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3] : 전(轉) - 어쩔 수 없이 보내는 마음(시적 반전)
떠나려는 임과의 갈등과 대립을 피해 시적 화자가 체념하고 양보를 함으로써 갈등의
고조를 차단시키고 있다.
[4] : 결(結) - 간절한 기원
화자가 양보를 했듯이 임도 떠났다가 곧 돌아오기를 간청하면서 화자는 스스로 갈등을
정리하고 있다.
[요점정리]
□ 성격 : 고려속요, 서정시, 이별가
□ 형식 : 3,3,2조의 3음보의 운율
1연이 2구로 이루어진 전4연의 분절체 형식
각 연에 후렴구 삽입
기승전결의 완결된 구조
□ 표현 : 소박하고 간결한 시어 및 시형
반복법 사용
□ 시적 자아 : 떠나는 님에 대해 양보하고 순종하며, 기다림의 고매한 자세를 보여주는 소극적이고 인종적인 한국적 여인상
※'서경별곡'의 여인은 가는 임에 대해서 하소연, 다짐, 원망(怨望) 등의 심리적 갈등을 보이고 또 질투심까지 나타내지만, '가시리'는 그런 감정을 억제하고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는 고매한 인격의 면모를 보여 준다.
'진달래꽃'의 여인은 언제까지나 이별의 슬픔을 인내하겠다는 태도인데 비해 '가시리'의 여인은, 임이 돌아오기를 끝까지 기다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임으로써, 결코 절망하지 않는 다는 긍정적(肯定的)인 자세를 나타낸다.
□ 주제 : 이별의 정한
□ 의의 : 국문학사에서 이별시의 맥을 잇는 작품
이별시의 절조
□ 별칭 : <시용향악보>에는 "귀호곡"이라는 제목으로 제1연만 수록됨.
□ 출전 : <악장가사>, <악학편고>, <시용향악보>
[참고]
< 예성강곡 전편>과 공통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성강곡 전편>도 <가시리>와 마찬가지로 이별의 노래이지만, 남자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것이 여자의 작품으로 볼 수 있는 <가시리>와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성강곡 전편>은 고려시대의 작자, 연대 미상의 가요로 전후 2편으로 된 듯하나, 가사의 내용은 전하지 않고,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그 유래만 전한다.
옛날 중국 당(唐)나라의 상인인 하두강(賀頭綱)이라는 자가 바둑을 잘 두었는데, 하루는 그들의 왕래가 빈번한 예성강가에서 한 아름다운 부인을 발견하고 그 남편과 내기 바둑을 두었다. 하두강은 부인을 빼앗을 생각으로 처음에는 짐짓 지는 체하다가 나중에는 자기가 또 지면 많은 물건을 주고 이기면 그 아내를 받기로 내기를 걸었다. 상인이 한판 승부에 이겨 그 아내를 배에 싣고 떠나자 남편이 비로소 뉘우치고 한탄하여 지은 노래가 전편이다.
또한 상인이 범하고자 하나, 그 아내는 정절을 굳게 지켜 뜻을 이루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배가 바다 가운데에서 움직이지 않아 할 수 없이 배를 돌려 여인을 되돌려 보내니 그 기쁜 심정을 아내가 노래로 부른 것이 후편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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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리, 어이 못 오던가~.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