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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
애비가일 마시
「조지타운 대학교 심리학과 부교수.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립정신보건원에서 인지신경과학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저자는 인간이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법, 우리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신경 쓰는 이유, 폭력적인 공격성부터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이타주의까지 우리 안에 잠재된 최악 및 최선의 충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10년 넘게 인간의 행동과 뇌를 연구했다. <타임>,<슬레이트>, <허핑턴 포스트>, <NPR>, <이코노미스트>, <뉴욕메거진> 등 다양한 매체에서 그녀의 연구 결과를 다룬바 있다.」
[서문]
자식에게는 동정심 많고 자애로우며 동료에게는 더없이 충실한 부모가 이기적이고 기만적인 부모보다 더 많은 자식을 낳아 양육하는 것은 아니다. 동료를 배신하느니 차라리 내 목숨을 바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고귀한 본성을 이어받을 자손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유래와 성 선택<찰스 다윈>
1934년 프랑스 곤충학자 앙투안 마냥은 곤충들의 비행에 관한 글을 쓰던 중 심각한 문제에 부딪혔다. 앙드레 생라그라는 공학자와 함께 계산해 본 결과, 공기역학 법칙에 따르면 곤충들은 전혀 날 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의에 찬 그는 이렇게 적었다. 곤충들에게 공기저항 법칙을 적용한 결과, 곤충의 비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곤충들은 날아다닌다.
어떤 종교 신자들은 이것이야말로 고차원적인 힘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몇 십 년이 흐른 뒤 고속사진이 발명되면서 수수께끼가 풀렸다. 꿀벌을 비롯한 곤충들은 날개를 매우 빠르게 퍼덕이면서(꿀벌의 날개는 초당 230번이나 물결치듯 짧게 파닥인다)허공에 ‘8’자를 그리듯 중심점 주위를 회전하는 방법으로 나는 것이다. 이렇게 회전하면 날개크기의 소용돌이가 생겨나 통통한 곤충의 몸체를 떠받친다. 로봇 날개도 이와 똑같이 작동하도록 프로그래밍 할 수가 있기 때문에, 곤충의 비행이 물리법칙에 근거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그런데 자연법칙 중에는 곤충의 비행보다 더 이해할 수 없는 명백한 모순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이타주의자다.
1년에 100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한다.
최근까지는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 비해 나중에 보답을 할 의향이나 능력이 더 많은 관계에서 서로의 이익을 안겨줌으로 일종의 보상 지연인 셈이다.
다양한 기술들이 인간의 이타주의에 대해 새로운 해답을 내놨다.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낮선 사람에게 구조된 이후 나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이타주의의 기원을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이타심은 타인의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식과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겁먹은 얼굴 사진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사람은 통제된 실험 조건하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하거나 그들을 돕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알아채는 능력은 성별이나 기분, 연민보다 이타심을 예측하는 데 더 뛰어난 성과를 발휘했다.
MRI 으로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의 뇌를 스캔한 결과 편도체의 기능 장애가 발견되었다. 뇌 안쪽 깊숙이 파묻혀 있는 편도체는 인간에게 필수적인 사회적, 정서적 기능을 담당한다. 이 청소년들은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연민을 거의 느끼지 않았고 겁먹은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편도체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이런 기능 장애로 인해 타인의 겁먹은 표정을 식별하지 못하는 듯했다. 편도체의 기능장애로 인해 공감과 두려움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편도체에 기반을 둔 공포심이 모든 이타주의의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가 되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한 19명을 모집했다. 어떤 사람은 신장 기증자를 찾는 광고를 보고 연락했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 지역의 이식 센터에 전화를 걸어 아무 조건 없이 필요한 사람에게 익명으로 신장을 기증하겠다고 했다.
기증하게 된 동기도 제각기 달랐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확실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겁먹은 사람들의 사진을 봤을 때 편도체가 유달리 강한 반응을 보였고, 그런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던 것이다.
착한 사람들은 인간의 뇌 깊숙한 곳을 탐구해서 타인의 두려움을 예민하게 알아차리는 능력이 이타심과 사이코패스 성향을 판가름하는 강력한 표지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1장 구조]
1999년에 나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윌리엄 제임스는 하버드 대학교의 유명 심리학자들 가운데 첫손가락에 꼽히는 인물이다.
[2장 영웅과 반영웅]
영웅주의와 반 영웅주의 모두 결국은 고통이 따른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막는 것 말고 영웅주의는 무엇이 남는가? 악행은 타인의 고통을 야기하는 것 외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 안타깝게도 선과 악, 연민과 냉혹함의 바탕에는 누군가의 고통이 있다.
뱃슨은 사람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낯선 이가 계속 고통당하는 상황을 방치하기보다 차라리 자기가 대신 고통 받는 쪽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민은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개인차도 있다.
인간의 경우 눈동자의 색이 유전될 가능성이 98%다. 환경적 요인은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키는 유전 가능성이 80% 정도다.
체중의 유전 가능성은 50% 정도다. ~~~식생활의 생활 방식을 결정짓는 부모님의 선택이나 다른 환경적 요인들은 키보다 체성분에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
유명한 행동유전학자 에릭 터크 헤이머에 따르면 행동유전학의 제1법칙은 인간의 모든 행동특성이 유전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심리적 특성도 체성분과 마찬가지로 50% 정도 유전될 수 있다. 50년 동안 수십만 쌍의 쌍둥이를 조사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네이처>에 발표되었다. 그에 따르면 유전자는 평균적으로 지능이나 기억력 같은 인지적 특성의 47%, 공격성 같은 정신적 특성의 46%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란 동정심을 느끼는 뇌 기능이 상실된 정신질환을 말한다.
미국인 중에서 진짜 사이코패스는 1~2%이지만, 폭력범 중에서는 그 비율이 최대 50%까지 올라간다. 사이코패스는 선행적 공격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즉, 욱하는 성격에 충동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영향이 큰데, 유전 가능 인자가 최대 70%나 된다. ~~~ 폭력적이고 냉혹한 사람은 어릴 때 부모에게 학대받았거나 무관심 속에서 자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이코패스도 겉으로는 놀라울 만큼 평범해 보인다. 그냥 평범한 것이 아니라 으스스할 정도로 정말 평범하다. 출근길에 이웃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줄 정도로 말이다.
사이코패스와 정신병적 살인자들을 구분하는 것이 바로 겉모습이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다. 정신병은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조현병과 양극성 장애의 일반적인 증상이며 대개의 경우 망상적 믿음이나 환각에 빠진다. 정신병을 앓는 사람들은 CIA가 자기를 미행한다거나 게시판과 텔레비전을 통해 비밀메시지를 보낸다고 믿기도 한다. 폭력 행위를 비롯해 여러 가지 끔찍한 일을 저지르라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린다고도 한다.
연쇄살인범이 모두 사이코패스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가 그렇다.
[3장 사이코패스의 뇌]
첫 번째 목표는 논문을 발표하는 것이었다. 다섯 차례에 걸친 연구를 통해 두려운 표정을 민감하게 알아채는 능력은 곧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적 관심을 예측하는 확실한 지표임을 알아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두려운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가장 뛰어난 실험 지원자들이 케이터 밴크스에게 더 많은 시간과 돈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다른 연구에서는 두려운 표정을 가장 잘 알아본 지원자들은 상대가 평가 결과를 알게 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낯선 사람의 외모를 더 좋게 평가했다. 그리고 짤막한 글로 알게 된 곤경에 처한 낯선 사람을 도우려는 욕구가 훨씬 강했다.
제임스 블레어의 연구는 이러한 실험 결과를 이해하는 열쇠가 되었다. 1995년 제임스는 사이코패스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발표했다. 사이코패스의 특징은 어떤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선행적 공격성 -냉혹하고 목적이 있는 신체적, 언어적, 사회적 공격-을 드러내는 범죄를 자주 저지른다는 것이다. 물건을 훔치고는 나중에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도록 그 사람을 죽이거나 돈을 갈취하기 위해 폭력적으로 위협하는 범죄자들은 사이코패스인 경우가 많다. 제임스는 대부분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사이코패스에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것이 바로 폭력 억제 메커니즘Violence inhibition mechanism.VIM(나중에 통합 감정 시스템integrated Emotion Syastem모델로 바뀌었다)이라고 주장했다.
제임스는 콘라드 로렌츠와 이레노이스 아이볼 같은 동물 행동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VIM 개념을 발전시켰다. 이들은 야생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서로를 공격하기 전에 어떤 자세를 취하거나 소리로 특정한 신호를 전달해서 자원이나 지위에 대한 갈등을 마무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늑대를 예로 들어보자. 늑대는 2가지 이유로 인간의 습성을 비유하기 좋은 동물이다. 첫째, 늑대 무리는 선사시대 인간이나 현대의 수렵 채집 무리와 다르지 않다. 둘 다 소규모로 모여 살고 상호 의존적이며, 어른과 젊은이가 영토를 지키고, 아이들을 보호하고 먹여 살리기 위해 서로 협력하면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둘째, 우리는 늑대들이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여러 가지 행동을 익히 알고 있다. 인간이 길들인 늑대의 후손, 즉 개들에게 여전히 그런 습성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숲을 걷고 있는데 늑대가 나타나 털을 온통 곤두세우고 몸을 뻣뻣하게 굳힌 채 꼬리와 머리를 높이 쳐들고 낮은 소리로 으르렁 거리면서 다가온다면 자신이 얼마나 큰 곤경에 빠졌는지 익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늑대는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늑대가 당신을 먹잇감으로 본 게 아니다. 늑대들은 곧 먹어치울 동물과 굳이 의사소통을 하지 않는다. 늑대는 상대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늑대가 사냥한 동물이나 새끼에게 너무 가까이 접근했기 때문에 경쟁자나 위험한 상대로 여기고 있다는 신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이라는 자체가 이미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다. 늑대들은 대게 인간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무기도 없이 혼자 늑대의 공격을 막아낼 방법이 거의 없다. 늑대보다 빨리 달릴 수도 없고, 커다란 사슴의 대퇴골로 으깨는 턱을 가진 생물과 육체적인 싸움에서 이길 수도 없다. 최선의 방법은 눈을 마주치지 말고 천천히 뒷걸음질 하면서 기도하는 것뿐이다.
하지만 당신이 늑대라면 훨씬 나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폭력 억제 메커니즘을 이용해 다가오는 늑대가 더 이상 공격하고 싶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먼저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몸을 낮게 웅크린다. 실제 몸의 크기보다 훨씬 작아 보일만큼 더 낮춰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바닥에 누운 상태로 네 다리를 구부려 몸에 바싹 붙이고, 귀를 접고, 낑낑거리는 소리를 몇 번 내는 것이다. 이때 목소리가 높고 무기력하게 들릴수록 좋다. 최상의 방법은 늑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털이 곤두선 턱 아래쪽을 핥거나 자신의 몸에 오줌을 싸면 된다. 몹시 순종적인 개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위협적인 상대에게 자신이 나약하고 가련한 존재라는 신호를 보내는 이유는 뭘까?
사회적 동물인 늑대는 자기와 같은 종에 속하는 동물이 백기를 드는 행동을 하면 민감하게 반응한다. 공격을 당하는 쪽의 늑대는 작고 약해 보이는 자세와 목소리로 공격을 하려는 늑대의 지배권과 권력에 대항하지 않을 것이니 사실상 육체적인 싸움이 불필요하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힘이 약하고 지위가 낮은 늑대들은 자기보다 힘세고 지배적인 늑대들과 충돌할 때면 늘 이런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대부분 상대가 공격을 자제한다.
인간은 두려움과 복종의 신호로 자기 몸에 오줌을 싸거나 바닥에 드러눕지는 않지만, 이와 비슷한 신호를 낼 수 있다. 늑대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도 지배와 복종을 전달하는 자세, 목소리, 얼굴 표정이 있다. 그리고 늑대와 마찬가지로 두려움과 순종의 신호는 몸을 더 작고 나약해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낄 때는 잔뜩 움츠리거나 쭈그리는 자세를 많이 취한다.
제임스는 폭력억제 메커니즘을 통해 어떻게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친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에 혐오감을 품게 되는지 설명했다. 어린아이들은 대개 조금은 공격적이다. 통계적으로 두 살 때가 인간의 삶에서 가장 폭력적인 시기라고 한다. 이것은 모든 공격성이 학습된 것이라는 주장을 뒤집는 훌륭한 논거인 셈이다. 대부분의 유아들은 때때로 남을 때리거나 할퀴거나 무는 등 반응적 폭력성을 드러낸다. 이런 행동을 목격한 적이 없더라도 그리고 이런 행동을 하고 보상을 받은 적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폭력은 매우 원시적인 행동이기 때문에 따로 학습할 필요가 없다.
어린 아이들은 결국 자신의 폭력적인 성향 때문에 누군가를 해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게 된다. 사람들은 상처를 입으면 울거나 몸을 움츠리며 괴로움을 표현하는데, 늑대 무리처럼 이런 행동을 정상적인 아이들의 폭력성을 없애는 데 꽤 효과적이다. 1970년대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귀여운 저빌 쥐-초등학생들에게 마약과 같은 존재이다-가 가득 든 상자를 다른 아이와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연구진은 두 아이 사이에 상자를 두고 “시작!”이라고 말한 뒤 얼른 그 방에서 나왔다. 그들이 재빨리 방을 나온 것은 잘한 일이었다. 72쌍의 아이들이 참여한 이 연구에서 저빌 쥐를 두고 자그마치 441건의 충돌이 빚어졌던 것이다.
연구진들은 모든 분쟁의 결과를 기록했다. 다른 아이에게 저빌 쥐를 빼앗기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기울어진 눈썹’을 만드는 것이었다. 즉, 두려운 표정과 슬픈 표정의 핵심 요소인 아래로 축 처진 눈썹을 말하는 것이다. 기울어진 눈썹은 자빌 쥐를 지키는데 있어서 어떤 논리나 완력보다 효과적이었다. 늑대들과 마찬가지로, 저빌 쥐에 미친 여섯 살짜리 아이의 공격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공격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도록 달래는 것이다.
폭력 억제 메커니즘은 스스로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아이들은 사회적 갈등을 겪으면서 어떤 행동이 상대에게 고통을 주는지 미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친구들에게 그런 행동을 삼간다. 이것은 예의 없는 아이가 사회집단의 충실한 구성원이 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일부분이다. 이 매커니즘은 평생 동안 작동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들 간의 협상에서도 분노를 표출하거나 아무 감정도 내비치지 않은 사람보다 슬픔을 드러낸 사람이 최대 12%나 더 많은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어쨌든 최소한 이런 행동이 나타나야 하는데 , 안타깝게도 일부 아이들은 폭력 억제 메커니즘을 발휘하지 못한다. 전체 아동의 7%, 혹은 15분의 1 정도가 유년기에 행동 장애 진단을 받는다.
-사람과 동물에 대한 공격성
1. 타인을 괴롭히거나 협박하거나 겁주는 일이 자주 있다.
2. 몸싸움을 먼저 시작하는 일이 자주 있다.
3. 타인의 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무기를 사용했다.
4. 사람들에게 신체적으로 잔인한 행동을 했다.
5. 동물들에게 신체적으로 잔인한 행동을 했다.
6. 피해자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도둑질을 했다.
7. 누군가에게 성행위를 강요했다.
-타인의 소유물 파괴
8. 심각한 손해를 입히려고 일부러 불을 질렀다.
9. 타인의 재산을 의도적으로 파괴했다.
-사기 또는 절도
10. 타인의 집이나 건물, 차에 침입했다.
11. 물건 또는 호의를 얻거나 의무를 피하기 위해 자주 거짓말을 했다.
12. 피해자가 눈앞에 없는 상황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는 물건을 훔쳤다.
-심각한 규칙 위반
13. 부모가 금지하는데도 밤늦게까지 집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13세 이전부터 시작)
14. 부모나 부모를 대리하는 이의 집에 사는 동안 적어도 두 번 이상 밤에 가출했거나, 상당 기간 집에 들어가지 않은 경우가 한 번 이상 있었다.
15. 무단결석을 자주 했다(13세 이전부터 시작)
※이 가운데 3가지 이상의 행동을 보이는 아이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이 가장 떨어지는 아이들은 두려운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도 가장 떨어진다.
이 아이들은 사이코패스가 될 위험이 가장 높다.
당시 딜런은 열두 살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 나이가 되면 울화 행동을 그친다. 울화 행동을 가장 많이 하는 시기는 어린이집 다닐 무렵이다. 그리고 두 살짜리의 울화 행동은 짜증스럽거나 부모에게 좌절감을 안겨줄 수는 있어도 위협적이지는 않다. 키가 160cm에 몸무게가 54kg이고 집에 있는 잠재적인 무기 - 칼, 성냥, 야구 배트 등- 에 손을 댈 수 있는 남자아이가 미친 듯이 울화를 터뜨리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게다가 그런 행동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 정말 무섭지 않은가? 그게 바로 딜런이다.
사람이 울화 행동을 할 때는 완전히 자제력을 잃고 무슨 짓이든 저지를 것 같다. 감정의 거센 소용돌이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고양이나 원숭이 같은 실험용 동물의 뇌에서 내측 시상부를 자극하면 얼마든지 울화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이는 주변에 다른 생물이 있는 경우에만 이런 행동을 한다. 아무리 전기자극으로 촉발한 분노라고 해도 그것을 표출할 대상이 필요한 법이다. ~~~아무것도 없으면 공격행위를 하지 않는다. ~~~빈방에서 발이 걸려 넘어진 아이는 울화행동을 일으키지 않는다. 왜 그럴까? 분노는 대개 다른 누군가를 복종시키려고 위협하는 감정이다.
원숭이에게 전기로 분노를 유발하면 대부분 자기보다 계급이 낮은 대상에게 분노를 표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리 내에서 지위가 높은 원숭이들은 대부분 해를 입지 않는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 생물은 기본적인 생물학적 규칙에 따라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행동을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
딜런은 무엇이 문제일까?
딜런은 매우 착한 아이처럼 보였다.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는 처음 만났을 때 특히 상냥한 태도를 취하면서 매우 등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사이코패스는 발달 장애다. 성인이 되고 나서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성인은 모두 사춘기나 유년기에 처음 사이코패스 징후를 보인다. 이것은 예외 없는 사실이다. 즉, 세상의 모든 성인 사이코패스는 한때 어린이 사이코패스였다는 사실이다.
아동 사이코패스와 양육 방식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최근 연구에서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강한 아이일수록 평균보다 냉담하고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다양한 양육 방식이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발현되는 것을 막거나 혹은 악화시킬 수 있다. 최근의 한 연구는 부모의 애정이 지나치게 강할 경우 유전된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감소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따라서 냉담한 부모가 사이코패스적 성향의 아이로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 부모 자녀 간에 상호작용의 온기를 높이면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크다.
우리의 목표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새로운 기술이었던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이용해 아이들의 살아 있는 뇌를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1990년 fMRI 가 등장하면서 관심, 기억, 감정 같은 정신적 과정을 뒷밭침하는 생물학적 매커니즘을 규명하는 인지신경과학 분야에 대변혁이 일어났다.
편도체는 지름이 1.3cm 쯤 되는 지방과 섬유 덩어리로 양쪽 관자놀이 아래의 피질층 밑에 파묻혀 있다. 이 조직은 크기가 너무 작고 두피 아래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PET나 EEC로는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편도체는 작은 크기 때문에 덜 중요한 것처럼 여기는데, 두려운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S.M(가명)은 유쾌하고 정직해 보이는 얼굴, 숨소리가 섞인 음성, 경솔하고 자제력이 부족한 태도가 눈에 띄는 스무살의 여성이었다. 그녀는 상대와 30cm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에 대해 연구진이 공개한 첫 번째 설명문에는 테스트가 진행되는 동안 ‘약간 교태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 고 무미건조하게 적혀 있었다. 그녀의 뇌를 CAT 스캔한 결과 양쪽 편도체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흥미를 느낀 연구진들은 이 조직과 함께 사라진 기능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수 십 가지 인지테스트를 실시했다.
지능과 기억력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신적 능력은 손상되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들은 타인의 공포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결함을 발견했다. ~~~ 분노와 혐오감, 행복, 슬픔 등을 알아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것은 뇌의 다른 부분이 손상된 이들을 비롯해 보통의 성인들이 보여준 결과와 거의 일치했다. 하지만 두려운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을 보여주자 점수가 바닥을 쳤다. 슬픔이나 혐오, 분노 등 모든 감정을 늘어놓았지만 ‘공포’라는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연구진은 S.M 이 생각하는 두려운 표정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그녀에게 다른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들과 함께 겁먹은 얼굴을 그려보라고 했다. 분노, 슬픔, 혐오감을 표현한 얼굴은 명확하게 그렸다. 화난 얼굴은 수염 난 피델 카스트로의 전성기와 조금 비슷하게 생긴 남자가 사납게 노려보는 얼굴을 그렸다. ~~~하지만 겁먹은 얼굴을 그려보라고 하자 그녀는 손도 대지 못했다.
편도체의 일부가 손상된 사람들을 테스트해 본 결과 일관되게 유사한 패턴이 드러났다. 겁에 질린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이 손상된 게 틀림없었다. ~~~편도체가 두려운 표정을 인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이러한 사실은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타인의 두려움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도 편도체 기능 장애 때문이라는 결론을 보여 준다.
정상적인 성인의 편도체가 겁먹은 표정을 봤을 때 가장 활발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평균적으로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오른쪽 편도체가 전혀 활성화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두려움을 드물게, 그리고 약하게 느낀다. 1에서 7까지 기준으로 얼마나 자주 두려움을 느끼는지 물어 봤을 때 정상적인 아이들은 평균 4를 조금 상회했다, 하지만 마이클과 앰버는 둘 다 1이었다.
편도체가 두려움을 느꼈을 때 생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편도체의 유일한 역할은 아니지만 핵심적인 기능 중 하나이다. 외부에서 위험이 감지되면 감각 피질이 상세한 정보를 편도체에 전달한다. 뱀인가? 아니면 총? 낭떠러지? 대뇌 조직이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편도체는 신경세포 군대를 결집해서 대응에 나선다. 위험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행동 및 호르몬 반응을 제어하는 피질 하부의 뇌 조직인 시상하부나 뇌간 등으로 명령이 전달된다. 이들 조직은 명령을 충실하게 받들어 심장 박동 수와 혈압을 증가시키고, 공기 흡입량을 극대화하며, 아드레날린 생산을 활성화하고, 혈액이 몸 중심부가 아닌 근육으로 공급되도록 하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혈당치를 높인다. 편도체는 위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피질의 여러 부분으로 전달해서 문제가 감지되었음을 알리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하던 동작을 바꾸게 한다. 편도체가 온전하지 않으면 이런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뇌의 각 부위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하기는 하지만 조직적으로 힘을 결집해서 위험에 대응할 수가 없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이러한 조직적인 두뇌 활동이 합쳐지는 지점에서 생겨난다. 따라서 편도체가 손상된 환자와 사이코패스 성향이 매우 높은 사람들은 두려움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4장 곡선의 반대편]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성인과 청소년은 편도체가 제대로 활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크기도 평균보다 작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 연구 결과,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성인의 편도체는 정상인 대조군보다 20%가량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편도체 크기가 작은 젊은이들은 어릴 때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도 계속 폭력을 쓸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이 연령대에 나타나는 사이코패스적 특성의 심각도는 편도체에 회백질이 얼마나 밀집되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알아냈다.
2014년 나의 제자 레아 로지어가 진행한 연구에서 타인의 공포를 보고도 편도체가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다면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아이들의 반사회적 행동이 악화된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이 연구를 위해 자주 싸우거나 물건을 훔치고, 거짓말을 하고, 규칙을 어기는 등 심각한 문제 행동을 보이는 30명 이상의 아이들의 뇌를 스캔했다. 그중 일부는 연민, 배려, 후회 등의 성향이 낮은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보였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아동과 그렇지 않은 아동의 반사회적인 행동은 명확한 두뇌 처리 과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은 없지만 행동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겁먹은 표정을 봤을 때 보통 아이들보다 편도체가 더 강하게 반응했다. 이런 아이들이 ㅂ나사회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감정이 지나치게 민감하기 때문에 애매모호하거나 가벼운 위협에도 감정이 폭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불안감, 우울증, 정신적 외상과 관련되기도 한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이런 아이들을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아이들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스캐닝 준비를 하는 동안 대니얼은 계속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준비를 마치고 스캐너 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스캐너 문만 뚫어지게 응시했다. 결국 대니얼은 고개를 내저었다. 나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못하겠어요, 난 못해요, 집에 갈래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하지만 정말 어안이 벙벙해진 것은 그 다음이었다. 대니얼이 사과를 한 것이다. 정말 죄송해요, 저는 못하겠어요. 그래도 하려고 했는데,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더니 일어서서 내 팔을 잡고 끌어당기더니 힘차게 포옹했다.
그는 폭력 억제 매커니즘이 망가진 아이가 아니었다. 그저 삶 자체가 엉망진창이어서 냉담하고 무자비한 행동을 하게 된 것뿐이었다. ~~~지금쯤 그는 스물다섯 살이 되었을 것이다.
레아 로지어의 연구에서 대니얼처럼 폭력적이지만 감정이 예민한 아이들의 뇌는 폭력적이면서 냉담한 아이들의 뇌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니얼 같은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포에 떠는 사람을 보면 편도체 반응이 증가한다. 원래 냉담하고 부자비한 아이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힌 모습을 보고도 편도체가 별로 반응하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걱정하는 능력에 내재되어 있음을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이다.
그들의 정신 건강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1부터 10까지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해 보라고 했다. 1은 스스로에게 불만이 굉장히 많은 상태이고, 10은 자기가 아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 아이들은 대개 7이나 8이라고 응답한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10,11 심지어 20이라고 힘차게 대답한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1% 정도 다. 하지만 이런 소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전체 인구의 30%가량이 어느 정도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수치는 예일 대학교의 행동과학 데이빗 랜드가 연구한 온라인 연구에서 타인에게 한결 같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과 거의 같다. ~~~전체 인구의 약 70%는 표준적인 사이코패시 판단 기준에서 0점을 받는데, 이것은 안심할 만한 수치이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권모술수에 능하고, 냉담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는 것은 주로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서 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 말에 따르면 전혀 사심 없이 보이는 행동도 결국은 명예와 칭찬을 얻기 위한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도 알고 보면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199년 <뉴욕타임스>와 CBS가 1200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60%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만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63%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43%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그램과 뱃슨, 블레어, 그리고 나를 비롯한 많은 학자들의 연구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런 견해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람들의 성향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단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은 없다.
반-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는 내가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일할 즈음 하버드 대학교의 동료 몇 명이 발표한 얼굴 인식에 관한 논문을 보고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은 사실은 중요하고도 복잡한 재주이다. 복잡한 기능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능숙하게 해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최고의 컴퓨터보다 나은 수준이다.
40명 가운데 1명 정도 발달성 안면 인식 장애를 보일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평생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한다. 영장류 학자 제인 구달과 작고한 신경심리학자 올리버 색스도 안면인식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60%가 유전적 원인 때문이다.
슈퍼 안면 인식자들은 거리를 걷다가 5년 전 다른 도시의 식당에서 만난 웨이트리스를 알아보고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넬 수 있다. 또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30년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중년의 동창을 단번에 알아보기도 한다.
이타주의의 정의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한 자발적인 행동이다.
미국인이 1년 동안 기부하는 액수도 엄청나다. 2015년에는 375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중 2650억 달러는 재단이나 기업이 아닌 개인이 기부한 것이다.
진정으로 비범한 이타주의는 3가지 면에서 일반적인 이타주의를 넘어서야 한다. 첫째, 행동을 결심한 시점에 수혜자와 아무런 관계도 아니어야 한다. 둘째, 자신에게 상당한 위험이나 손해가 따르는 행동이어야 한다. 셋째, 비규범적인 행동. 즉,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기대하거나 가르치지 않는 행동이어야 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직접 관찰한 것은 정확하게 알지만, 자신의 감정 같은 내면의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 자기가 왜 그런 감정을 느끼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종종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대니얼 뱃슨은 이타주의 연구를 할 때 실험 지원자들에게 ‘밀렌티나’라는 약을 투여했다. 그는 일부 지원자들에게 매우 다정하고 감성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다른 일부에게는 약을 먹으면 불안하고 불편한 느낌이 들 것이라고 했다. 이 두가지 모두 거짓말이다. 밀렌티나는 사실 심리적 효과를 보기 위해 옥수수 녹말로 만든 비활성 위약이다.
밀렌티나를 삼킨 지원자들은 모르는 사람이 전기 충격을 받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몇 차례 충격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준 뒤, 일부 지원자들에게 저 사람을 대신해서 남은 충격을 받든가 아니면 지금 떠나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물론 그들이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이 계속 전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기가 대신 전기 충격을 받겠다고 한 이들 중 83%는 밀렌티나가 다정하고 감성적인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 믿은 지원자들이었다. 불안하고 불편한 기분이 들 것이라고 믿은 지원자들은33%만 자기가 대신 전기충격을 받겠다고 말했다.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뱃슨의 실험은 우리의 감정이나 동기, 행동이 자신의 인식을 벗어난 힘에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생물학자들은 일상적인 이타적 행동의 요인으로 2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유전적 친족에게 도움을 주는 포괄적 적합성이고, 다른 하나는 자주 접하는 이들을 돕는 상호적 이타주의다. 이 두 가지는 결국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
다시 만날 일 없는 타인에 대해서는 이타주의, 특히 희생이 따르는 이타주의가 급락하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낯선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주고 잔돈을 바꿔주고 문이 닫히지 않게 잡아주고 돈과 혈액을 기부하는 것은 참 놀라운 일이다. 포괄적 적합성이나 상호적 이타주의로는 이런 행동을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이익을 주고자 하는 자발적인 행동이자 비규범적이며 본인에게 심각한 위험이나 비용이 따르는 비범한 이타주의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5장. 무엇이 이타주의자를 만드는가?]
비범한 이타주의의 세계로 깊이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여행에 초대하고 싶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정보가 다른 사람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지금도 심리학의 놀라운 신비 중 하나이다. 언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타인의 신념이나 욕구, 의도처럼 복잡한 인지 현상을 언어의 도움 없이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언어가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창이긴 하지만 그 창에는 안개가 자욱이 껴 있다. 대부분의 내면 상태는 절대 말로 표현되지 않는다. 너무 내밀하거나 시시해서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생각도 있다. 또 너무 복잡하거나 자신도 잘 모르거나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생각들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언어는 우리를 호도할 수도 있다. 아이러니나 속임수처럼 의도적으로 혼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우연히 그렇게 되기도 한다. “너를 위해서 해줄께”라고 말하는 사람은 도움을 주려는 것일까, 조바심이 나서 그런 걸 까, 아니면 극단적인 성차별주의자인가? 단어 자체만으로는 어떤 의도인지 알 수 없다.
입 밖으로 나온 말은 정신을 단편적으로 반영할 뿐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생각에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들의 신념이나 의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론하는 것이다. ~~~ 성인의 뇌는 이런 작업을 상당히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엄청나게 복잡한 이 과정을 제대로 해낸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물론 제대로 못할 때도 종종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타인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거짓말 탐지에 대한 심리학적 연구를 통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타인의 말과 그 말의 실제 의미가 다를 때 그것을 분간하는 능력은 대부분 거의 운에 맡기는 수준이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문제는 다르다(뜨거운 인지). 때로는 타인의 감정을 추론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감정에 관한 정보가 우리의 눈과 귀, 손, 코를 통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릴 수 있는 화학적 단서가 그들의 숨을 통해 흘러나오기 때문에 후각으로 그들의 두려움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인간의 감정은 음조와 음색에 영향을 미치고, 몸동작과 자세, 심지어 체온까지 변하며 얼굴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마지막 정보원이 특히 중요하다. 인간은 다른 어떤 정보 채널보다 얼굴의 움직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더 큰 비중을 두며, 여기에서 많은 정보를 얻기 때문이다.
얼굴의 움직임으로 타인의 내면 상태를 이해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데 많은 공헌을 한 사람들이 바로 심리학자 폴 에크만과 윌리스 프리슨이다. 1978년 에크만과 프리슨은 인간의 얼굴에 나타나는 모든 표정을 포괄적인 목록으로 만들었다. 그들은 분노, 혐오감, 행복, 슬픔, 놀람, 그리고 이타주의와 특히 관련이 깊은 두려움 등 쉽게 알아볼 수 있는 6가지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움직임의 조합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이 세트는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에서 수천 건의 심리학 및 신경과학 연구에 사용되었다.
에크만과 프리슨은 평온하던 얼굴이 두려움에 떠는 표정으로 변하려면 3가지 동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위쪽 눈꺼풀 올림근이 수축되어 눈꺼풀을 들어 올리면서 눈이 커져야 한다. 인간의 눈은 이렇게 미묘한 근육 운동까지 또렸이 볼 수 있을 만큼 이상적으로 설계되었다. 홍체를 둘러싼 선명한 백색 공막은 눈이 있는 모든 종 가운데 유일하게 인간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백색 공막과 색소가 함유된 피부, 홍채, 검은 동공이 나란히 배치되었을 때의 강렬한 시각적 대조가 눈길을 끈다. 두려움 때문에 눈 꺼플이 젖혀져 그 아래 있는 반짝이는 공막이 더 많이 드러날수록 효과가 더 커진다. 공막은 나를 봐요! 나하고 눈을 맞춰요 라고 외친다.
하지만 눈이 커다래지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나약하게 보일지라도 그것만으로는 공포감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 겁먹었을 때는 눈썹도 일그러져야 한다. 이마의 전두근은 눈썹을 머리선 쪽으로 끌어당기는 반면, 눈썹 안쪽 구석 위에 있는 눈썹 주름근은 눈썹의 안쪽 가장자리를 약간 처지게 한다. 이런 움직임들이 합쳐져 눈썹이 비스듬하게 처지면 두려움의 특징인 나약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효과적으로 과장된다. 마지막으로 겁을 먹으면 입술이 팽팽하게 긴장되고 꾹 다문 상태에서 약간 아래로 처진다. 그렇게 완성된 찡그린 얼굴은 영장류들이 복종과 양보의 신호를 보낼 때 짓는 표정과 비슷하다.
에크만은 우리 몸에서 유일하게 얼굴에 뼈가 아닌 피부를 잡아당기는 근육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근육은 공간 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을 위해 얼굴 표면을 위아래 혹은 바깥쪽으로 뒤튼다. 그렇게 해서 메시지가 놀라우리만큼 효율적으로 전달된다.
두려운 표정을 만드는 근육의 뒤틀림은 타인의 공격성을 매우 신속하게 억제한다. 수백 밀리 초 안에 안면 근육 수축이 이루어져 두려운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데, 비명을 지르는 데 필요한 공기를 들이마실 때보다 짧은 시간이다. 안면 근육이 이렇게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는, 안면 근육을 제어하는 신경이 뇌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가장 원시적인 부분인 뇌간과 중뇌에서 뻗어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에 공포의 표정이 떠오르고 10억 분의 몇 초 뒷면 그 얼굴에 대한 정보가 전달된다.
신경자극으로 변화된 우리의 광선은 시신경을 타고 눈에서 출발해 뇌를 향해 빠르게 질주한다. 초속 60미터로 이동한다.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인식했을 때 인간의 뇌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일시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뇌의 거의 모든 틈새에서 활동의 변화가 일어난다. 망막이 보낸 메시지를 처음 수신하는 영역은 중뇌의 상구라고 하는 한 쌍의 조직이다. 뇌의 핵심부 깊숙이 위치한 이 부위는 진화론적으로 오래된 조직이다. 상구는 뇌간 위쪽에 앙증맞은 바비 인형의 가슴처럼 뒤쪽으로 튀어나온 2개의 핵심 조직이다. 이 조직의 역할은 자기가 뭘 봤는지 인식하기도 전에, 뇌로 들어온 중요한 시각 정보에 대해 번개처럼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다. 상구에서 처리된 이미지는 또렷하지는 않지만 부족한 정밀도를 속도로 만회한다. 미시계상에서 이루어지는 초고속 릴레이 경주처럼, 상구는 광선이 운반해온 핵심 정보를 뇌 중심부의 두툼한 뉴런 구체인 시상을 향해 위쪽으로 뻗어 있는 새로운 신경섬유에 전달한다. 우리는 분산되어 있는 뇌의 여러 조직에서 보낸 신호를 받아들여 다시 다른 영역으로 전달하는 배전반 역할을 하는 시상까지 몇 천 분의 1초 만에 날아갈 수 있다. 그리고 겁먹은 표정을 본 순간 넓은 백색 공막이 감지되었다는 신호를 상구에게서 받은 시상은 그 정보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고 있다. 바로 편도체다.
2016년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는 인간의 겁먹은 얼굴 표정에 대한 시각 정보가 오랫동안 가설만 무성했던 이 고대의 경로를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증명되었다. 연구진은 성인 8명에게 사진을 보여주는 동안 편도체의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그들의 편도체에 직접 전극을 삽입했다. 컴퓨터 화면에 겁먹은 얼굴이 스쳐 지나간 지 74밀리초 뒤에 뇌 활동이 시작되면서 전극이 윙윙거렸다. 이것은 편도체가 벌써 얼굴의 대략적인 윤곽에 대한 정보를 접수하고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상구와 시상을 통과하는 고대의 경로가 아니라 다른 경로를 이용했다면 정보가 이렇게 빨리 편도체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다른 얼굴 표정은 이와 같은 특권적이고 신속한 경로를 통과하지 않는다. 평온하고 행복하고, 화난 얼굴도 아닌, 오직 두려운 얼굴만 이 경로를 통과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다.
시상을 빠져 나오면 편도체 내의 뉴런들이 모인 반 분리된 클리스터 중 하나인 외측핵에 도착한다. 각각의 핵은 별개의 역할을 한다. 외측핵은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가 도착하는 편도체에서 일종의 현관인 셈이다. 자기가 본 것에 반응한 다수의 신경 기갑부대가 여기에 모인다. 그러면 빛이 운반해 온 메시지가 조각나면서 편도체의 다른 부분을 통해 동시에 수 십 개의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그런 다음에 다시 뇌의 다른 부분을 통해 밖으로 향한다. 겁먹은 얼굴을 인식했을 때는 다른 표정을 봤을 때보다 편도체에서 벌어지는 활동이 훨씬 더 왁자지껄하다. 두려운 표정이 모호하게 가려져 공막만 보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또한 공막이 극히 짧은 순간에만 보여서 자기가 뭘 봤는지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트머스 대학교의 폴 윌런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이 사실을 증명했다. 뇌 영상 연구에 참여한 이들에게 검은색 배경 하에 겁먹은 표정을 지은 사람의 넓은 백색 공막을 단 17밀리초만 보여 주었다. 이 경우에도 보통의 표정을 지은 사람의 공막을 보여줬을 때보다 편도체에서 훨씬 격렬한 활동이 일어났다. 이런 놀라운 감도는 두려움이 편도체에 유난히 중요한 정보라는 것을 알려준다. 왜 그럴까?
두려움에 떠는 표정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을 보는 사람에게 너도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알려주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공포감을 드러내는 사람은 뱀이나 총, 낭떠러지 등 두려운 뭔가에 맞닥뜨린 것이다. 그래서 가시거리 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너도 달아나거나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고 얼굴 표정으로 경고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설명이기는 하다. 대부분의 사회적 동물들은 외침 같은 경고 신호를 다른 사람에게 보낸다. 사실 이런 외침도 일종의 이타주의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이들에게 위험을 알리다 자기가 포식자의 주의를 끌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혈연선택과 호혜주의 이론에 따르면 이런 외침은 가족이나 사회집단의 다른 구성원에게 경고를 보내는 데 가장 많이 사용된다.
인간의 겁먹은 표정도 이런 외침과 비슷한 목적을 수행할 까?
겁먹은 표정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은 위험을 알리는 학습된 반응이다. 하지만 그렇게 설명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첫째, 시각적 경고 신호의 비실효성을 감안했을 때 겁먹은 표정의 주된 기능이라고 보기 어렵다. 눈은 자기 눈에 보이는 것만 볼 수 있다. 경고 신호가 나타났을 때 엉뚱한 방향을 보고 있거나 눈을 깜박이거나 자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귀와 코는 항상 열려있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 정보가 오든 모두 다 포착한다. 대부분의 종들이 시각적 신호가 아니라 짖는 소리나 비명, 또는 페로몬 분출 같은 rdu고 신호를 보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영장류도 두려워하는 표정으로 경고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 상대의 공격을 막기 위한 복종과 양보의 신호로 두려운 표정을 사용한다.
겁먹은 표정을 봤을 때의 편도체 반응은 위험을 알리는 다른 표정을 봤을 때와 사뭇 다르다. 화난 표정은 흥미로운 대조를 보여준다. 눈을 가늘게 뜨고 눈썹을 늘어뜨리고 치아를 드러내고 쳐다본다면 이것은 분명한 위협이다. 이런 얼굴은 곧 공격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편도체는 화난 얼굴 표정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사실 화난 얼굴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은 평온한 얼굴보다 약하다. ~~~ 따라서 이런 장면에 대한 정보는 다른 경로를 통해 편도체에 도달하는 것이 분명하다.
편도체가 손상되면 겁먹은 표정에 적절히 반응하는 것뿐 아니라 그런 표정을 알아보는 능력까지 떨어져 어떤 감정인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겁먹은 표정에 대한 편도체의 반응은 위협이 아니라 인간 본래의 깊은 공감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런 표정을 통해 그 표정을 지은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 감정에 공포나 두려움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그러나 편도체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면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고통과 관련된 공감적 반응이 뇌의 여러 부분에서 이미 확인 되었다. 수십 차례의 뇌 영상 연구에서 고통을 겪는 사람을 보면 고통 매트릭스라는 수많은 뇌 부위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는 전두엽 중간에 있는 대상회와 전측 섬엽 같은 피질 부위뿐만 아니라 고통을 겪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와 타인의 고통을 목격했을 때 - 혹은 상상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가 묘하게 중첩되는 것은 공감적 반응의 존재를 강력하게 시사한다.
사이코패스들은 분노나 혐오감을 이해하는 능력은 손상되지 않았다. 고통을 공감하지 못하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고통에 대한 공감 부족과 냉담한 태도를 관련지을 증거가 없다. 사이코패스가 고통을 느낀 적이 별로 없다거나 다른 사람의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없다. ~~~사이코패스가 고통에 대한 공감보다 공포에 대한 공감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연민과 배려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두려움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그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단지 우연의 일치일까? 아니면 이것이 문제의 핵심일까?
타인의 겁먹은 표정을 보면 이타주의자의 편도체 어딘가에 있는 세포들 -외측핵인가? 아니면 다른핵?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 보통의 표정을 볼 때보다 더 활성화된다. 이것이 우리가 예상하는 공감적 반응일까? 아니면 위협에 대한 반응일까?
화난 표정에 대해 비교 분석을 통해 한 가지 단서를 얻었다. 이번에는 패턴이 바뀌었다. 화난 얼굴을 본 이타주의자들의 편도체는 대조군의 편도체보다 활동이 적었다. 이타주의자들의 편도체가 얼굴 표정과 관련해서는 단순한 ‘위협 탐지기’ 구실만 한다는 생각과 일치하지 않는다. 범 불안 장애나 범사회 공포증 같은 임상적인 불안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대조해 보면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스캐너 안에 누워서 얼굴 표정을 볼 때, 겁먹은 표정이나 화난 표정, 경멸하는 표정 등 모두 부정적 자극에 대해 편도체 반응이 높게 나타났다. 불안증이 있는 사람들은 위협이나 위험을 지나치게 경계하기 때문에 그들의 편도체는 항상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즉, 이들은 모든 신호를 위협으로 감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타주의자들이 두려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은 뭔가 ‘다른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타주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겁먹은 표정을 비교적 잘 인식했다. 그에 반해 화난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은 대조군에 비해 별로 좋지 않았다. 타인의 두려움에 대한 공감의 정확도만 평균치보다 높다는 뜻이다.
실험 지원자들 전체에 걸쳐 편도체가 겁먹은 표정에 활발하게 반응하는 정도와 그런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 사이에 확실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타주의자들은 확실히 반-사이코패스처럼 보인다. 이들은 대조군에 비해 타인의 두려움을 비교적 정확하게 인식했다. 이것은 겁먹은 표정에 대해 오른쪽 편도체가 보이는 반응과 확실히 관련이 있다. 사이코패시의 마지막 특징인 편도체 크기는 어떨까? ~~~이타주의자들은 편도체의 크기도 사이코패스와 정반대였다. 그들의 오른쪽 편도체는 대조군에 비해 8%정도 더 컸다. 전체적인 뇌 크기와 상관없이 이런 결과가 나왔다. ~~~그들의 뇌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그들은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데 꼭 필요한 3가지 특징을 남들보다 조금씩 더 많이 갖고 있다. 이것은 타인에게 닥친 극심한 고통의 징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경 하드웨어인데,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부족하다.
편도체는 뇌의 상당히 깊숙한 곳에 숨듯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않는 자극에도 반응해 생각과 행동을 매우 신속하게 바꾼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목격하거나 생각할 때 이 고대의 조직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매우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면, 본인도 왜 그런 생각과 행동을 했는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뇌 속에서 이런 중요한 일이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 없다면 ‘생각도 할 필요 없이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타주의자가 타인의 두려움에 높은 공감도를 보이는 것은 또 하나의 중요한 진실을 말해 준다. 바로 두려움이 없는 것과 용감한 것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사이코패스는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에 타인의 두려움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타주의자들이 타인의 공포에 크게 공감하는 것은 두려움을 모른다기보다 공포에 유달리 민감하다는 뜻이다.
진정으로 이타적인 사람은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영웅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타인의 두려움과 불안에 민감한 사람들은 어째서 다른 사람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고통과 위험 속으로 뛰어들기 직전에 차분하거나 들뜬 기분에 휩싸이는 것일까? 위험하고 피해가 막심한 행동이 어떤 신경생물학적 과정을 거쳐 차분하고 긍정적인 흥분으로 바뀌는 것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이 비범한 이타주의자라는 수수께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마지막 퍼즐 조각일 수도 있다. 그리고 타인을 배려하는 능력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일지도 모른다.
[6장. 양육 본능]
키노돈트 어미들은 어떻게 하루 종일 갓 부화한 새끼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면서 먹이까지 줄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2가지뿐인데, 키노돈트는 그중 하나를 이용했다. 키노돈트 어미가 자기 몸을 먹이로 바꿔 자그마한 만숙성 새끼에게 온기와 먹이를 동시에 제공하는 능력을 발달시킨 것이 곧 그들이 번성할 수 있었던 중요한 진화적 발전이다. 즉, 그들은 젖을 만들어낸 것이다.
젖이 있었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매우 활발한 포유류 새끼가 몸집이 작고 발육이 저조한 상태로 태어날 수 있었다.
젖은 포유류 새끼가 태어난 후 몇 주,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자기 어미에게 의존하고 애착을 느끼는 이유이자 어미가 자식에게 애착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젖은 포유류를 먼저 존재한 생물이나 그 뒤에 등장한 많은 생물들과 차별화하는 수많은 심리적, 행동적, 사회적 특징의 원동력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애정이다.
R-선택종은 조숙성 새끼를 낳는 경향이 있어서 새끼들에게 자원을 거의 투자하지 않고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 그 결과 이들의 새끼는 대부분 어릴 때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새끼를 아주 많이 낳기 때문에 그 가운데 일부만 살아남아도 종이 계속 보존될 수 있다.
키노돈트와 그 후손들은 대부분 K-선택종인데, 이것은 장인다운 번식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K-선택종은 만숙성 새끼를 낳기 때문에 그들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따라서 새끼를 많이 낳을 수 없다. 대신 그들은 자기가 낳은 소수의 새끼들이 성년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과 보살핌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우리 인간도 여느 동물 못지않게 K-선택종이다.
우리 인간은 선조인 체구가 작은 온혈동물들이 자식을 지켜온 전략 덕분에 부화된 새끼 거북들을 염려하고 어떻게든 보호하고 싶은 것이다. 어미 붉은바다거북은 모래에 알을 낳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런 감정을 느끼는 데 필요한 장치가 아예 없다.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주장에 대해 이렇게 반박할지 모른다. ‘자기 아이를 돌보는 일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K-선택 종 포유류의 뇌가 왜 새끼거북들까지 돌보려고 하는거죠?’
사실 대다수의 포유동물들은 새끼 거북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각 종의 양육 반응이 다르기 때문이다.
양 같은 반추동물들은 대부분 자기 자식 외에 다른 새끼들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온몸이 양막으로 감싸인 새끼 양이 땅에 떨어지면, 그 어미는 몇 분 동안 부지런히 자식을 핥아준 다음 새끼를 쿡 찔러 젖을 먹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핥고 몸을 건드리고 젖을 먹이면서 어미 양과 새끼 양은 서로의 독특한 체취를 기억하고 각인한다. 새끼가 태어나고 몇 시간이 지나 각인 창이 닫히면, 그것을 다시 열기란 매우 어렵다. 그때부터 어미 양은 오로지 자기 새끼만 젖을 먹여 키운다. ~~~새끼 양이 고아가 되면 결국 굶어 죽을 것이다.
쥐들은 새끼들 가까이 머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헌신적인 어미다. 이들은 건너편에 고립되어 있는 자기 새끼들에게 가려고 전기가 흐르는 고통스러운 금속 격자를 건넌다. 인간으로 치면 불타는 석탄 위를 걷는 것과 맞먹는 고통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끼 쥐들을 위해서도 사력을 다해 고통을 감내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가 낳지 않은 새끼까지 모두 받아들이는 것은 쥐들뿐만이 아니다. 집단생활을 하는 포유류들은 대리 양육에 탁월한 능력을 보인다.
대리양육은 만숙성 새끼를 낳는 동물의 경우 최소 3배 이상 높다. 태어날 때부터 온몸에 털이 북술북술하고 태어난 지 몇 분 만에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양은 대리 양육을 하지 않는다.
대리양육에 탁월한 포유류는 미어캣, 바다표범, 바다사자, 자칼, 늑대, 개, 사자 등이다.
진정한 대리양육의 슈퍼스타는 인간이다.
인간의 경우 젖먹이를 혼자 돌보기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대리양육은 기본적인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원래 남을 양육하는 본성을 타고 났고, 대리 양육 에너지를 쏟을 대상의 기준이 상당히 낮은 것이다. 선진국에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출산율 저하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대리양육, 특히 구조해서 대리양육을 하는 것은 비범한 이타주의다.
취리히 대학교의 카렐 반 샤이크가 인간과 다른 영장류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대리양육이 이타주의의 기초가 된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왔다.
이타주의의 가장 뛰어난 예측 인자 가운데 하나가 겁에 질린 얼굴 표정에 대한 반응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보살핌 연속체에서 매우 낮은 끝부분에 위치한 개인들 -사이코패스-은 이런 표정에 매우 둔감한데, 아마도 편도체의 기능장애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두려운 표정을 인식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적절한 감정이나 행동 반응을 나타내지 못한다. 두려운 표정은 공격을 억제하고 공감적 감정을 이끌어 낸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그런 표정을 보고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이타주의자들은 이런 표정에 남달리 민감하다. 겁먹은 표정을 잘 알아보고 강한 감정적 반응을 보인다.
겁먹은 눈은 아기의 눈처럼 커다란데, 원래 겉으로 보이는 눈 크기는 생후 3개월에 이미 성인의 크기에 도달한다. 두려움에 질린 사람의 눈썹은 위로 올라가 각지고, 입은 동그랗고 낮게 벌어지며, 턱은 평소보다 작고 약해 보인다. 이런 특징들을 다 합치면 연약하고 순종적이며 호소력 있는 아기 얼굴처럼 보인다. 성인의 얼굴에서 아기와 닮은 부분을 극대화하면 두려워하는 얼굴처럼 보인다.
겁먹은 표정은 특정한 방식으로 보이도록 진화한 것이 분명하다.
대학원 멘토였던 낼리니 암베디 교수와 동료인 힐러리 앵어 엘펜베인이 실시한 메타 분석을 통해 이 사실이 명확해졌다. 그들은 전 세계 수십 개의 문화 집단에서 실시된 수백건의 연구를 분석했다. 그 결과 상대가 아무리 생소한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라도 두려움이나 분노, 행복, 기타 여러 가지 표정의 의미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인간과 가장 가까운 영장류 일부도 비슷한 얼굴 표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면 문화적으로 습득되거나 사회화된 행동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편도체가 두려움을 호소하는 신호에 강하게 반응하는 이유로 2가지를 들 수 있다. 그것은 괴로움의 신호일 뿐만 아니라 편도체가 원래 중요하게 여기는 유아적 특징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의문은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일이다. 겁먹은 표정이나 비명 소리처럼 아이의 특징과 괴로움을 함께 전달하는 자극이 편도체에 도착하면 어떻게 될까?
뱀이나 총을 목격하는 것과 같은 가벼운 공포는 그 자리를 피하거나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일으킨다. 하지만 고통을 겪는 사람의 모습을 봤을 때는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고통을 목격한 사람은 내면적 시뮬레이션을 통해 타인의 공포에 공감하는데, 이런 모의 공포가 상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충동을 유발한다.
무엇이 이런 전환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아마 사회적인 연결을 금으로 바꾸는 전철수는 편도체를 비롯한 여러 개의 뇌 조직 활동을 동시에 움직이는 뇌 화학물질일 것이다. 이 화학물질은 지구상의 단 한 곳에서만 생성되는 서로 연결된 9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신경전달물질이다. 그곳이란 바로 살아 있는 모든 포유류의 시상하부다. 이 분자 연금술사를 옥시토신이라고 한다.
옥시토신 분자가 언제 어떻게 생성되었는지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렵지만, 키노돈트의 자손들 모두 - 그리고 오직 그 자손들만 - 옥시토신을 생성하는 것을 보면 키노돈트의 뇌에 존재했던 것이 틀림없다. 옥시토신과 그 자매 호르몬 바소프레신은 원래 바소토신이라는 더 오래된 호르몬에서 분기된 듯하다. 바소토신은 오늘날에도 어류, 파충류, 양서류, 조류의 몸에서 계속 생산되고 있으며 옥시토신과는 아미노산 하나만 다르다. 하지만 그 아미노산 하나가 크나큰 차이를 만든다.
옥시토신은 포유동물이 번식할 때 필요한 2가지 핵심적인 생리 기능을 담당한다. 첫 번째는 자궁의 평활근 수축을 촉진해서 아기가 자궁 밖으로 나오게 한다.
피토신은 분만을 유도하는 약품으로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옥시토신이다.
옥시토신이 수행하는 두 번째로 중요한 기능은 수유를 해 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아기가 젖꼭지를 물고 빨기 시작하면 그 느낌이 시상하부로 전달되고, 작은 세포 덩어리 몇 개가 옥시토신을 대량으로 생산해 근처의 뇌하수체로 전달한다. 뇌하수체는 옥시토신을 혈류로 방출하고, 혈류에서 다시 유방의 근상피세포로 여과된 옥시토신은 유방에 들어 있는 젖을 젖꼭지로 내보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드디어 젖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깔끔하게 진행되는 이 짧은 과정을 젖 분비 반사라고 하며, 이것이 수백만 년 동안 새끼 포유동물들의 생존을 도왔다.
물론 젖을 분비하는 생리적 기능이 그렇게 깔끔한 과정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새끼가 젖을 먹을 수 있고 또 젖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모든 행동적, 인지적, 감정적 변화가 동반되는 경우에만 젖이 생산된다.
옥시토신의 중요성은 쥐를 연구하면서 발견되었다. 윌슨크로프트의 실험에 동원된 쥐들은 모두 새끼를 처음 낳은 어미들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새끼를 낳아본 적이 없는 쥐들은 암양보다 더 지독한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다. 처녀 쥐들은 새끼 쥐의 냄새와 울음소리에 몹시 화를 내며 그들을 피하려고 한다. 억지로 새끼들과 가까이 두면 새끼들을 공격하거나 심지어 잡아먹기도 한다. 자기 동족을 잡아먹는 이 냉혹한 괴물들을 세심한 어머니로 바꾸는 것이 바로 옥시토신이다.
쥐가 새끼를 처음 낳기 며칠 혹은 몇 시간 전부터 옥시토신을 생성하는 뉴런이 시상하부에서 대폭 증가하기 시작한다. 옥시토신 분자 수용체도 뇌 전체에 급증하면서, 냄새에 대한 반응을 완화하는 후각신경핵, 시상하부, 시상하부와 편도체를 연결하는 섬유질 띠인 분계선조, 편도체 등 수용체가 존재하지 않았던 부위에도 생겨난다. 이러한 변화는 보살피는 행동이 번성할 무대를 마련하는 것인 듯하다.
처녀 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주사하자 단 몇 분 만에 새끼에 대한 반응이 달라졌다.
옥시토신을 주입한 쥐들 가운데 약 20%는 여전히 모성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다른 7%는 새끼 쥐를 최소한 1마리 이상 죽였다.
뇌에서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는 쥐일수록 더 좋은 어미가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별로 헌신적이지 않은 어미라도 옥시토신을 주입하면 더 나아진다. 반대로 뇌에서 옥시토신 수용체를 화학적으로 차단하면 상태가 훨씬 악화되어 새끼를 보살피는 행동이 거의 사라진다. 양의 뇌에 옥시토신을 주사하면 단 30초 만에 낮선 어린 양을 부드럽게 돌보기 시작한다. 이것은 양이 절대 하지 않는 행동이다.
옥시토신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암양이 고아가 된 새끼 양을 받아들이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바로 암양의 자궁경관을 마사지하는 것이다. 재미 있지 않은가? 그렇게 자극하면 새끼가 젖을 빨 때처럼 다량의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양의 뇌에서 상당히 침침한 모성 전구가 깜빡거리면서 켜진다.
옥시토신은 뇌 전체에서 작용하며 구체적인 부위는 종마다 약간씩 다르다. 그러나 종에 상관없이 편도체는 옥시토신 효과가 발휘되는 중심지다.
인간의 뇌에 직접 호르몬을 주사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옥시토신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는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1990년대에 발견된 간단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었다. 코를 통해 옥시토신을 비강 분무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비동을 뒤덮고 있는 얇은 다공성 피부를 통해 뇌로 흡수된다.
초기에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옥시토신은 경제 게임을 할 때 낯선 사람에게 제공하는 돈의 액수와 상대방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시토신에는 곧 ‘포옹 호르몬‘ 혹은 ’애정 호르몬‘ 같은 별명이 붙었다. 자동차 대리점에서 냉난방 및 환기 장치를 통해 옥시토신을 매장에 분무하면 판매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사까지 나왔다.
옥시토신은 모든 사회적 상호작용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옥시토신의 본질적인 목적은 연약한 새끼들의 양육을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옥시토신은 때로는 다정하게 보듬어주는 능력을 촉진하고 때로는 침입자에 대한 경계심과 공격성을 높인다. 이 모두가 옥시토신이 지원하는 모성 보호의 형태들이다.
OXTR은 뇌에서 옥시토신 수용체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다. OXTR 유전자의 특정 부분이 ‘A' 버전인 사람은 옥시토신을 분무하든 식염수 위약을 분무하든 상관없이 아기 얼굴을 선호 했다. 'G'버전만 있는 사람은 옥시토신을 분무한 뒤에만 젖먹이의 얼굴을 좋아했다.
옥시토신이 행복한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서, 매우 미묘한 표정에서도 행복한 감정을 알아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옥시토신이 두려움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옥시토신은 두려움을 인식하는 능력을 7% 정도 향상시킨다고 한다. 어떤 연구에서는 공포 인식 능력이 13~20% 향상되었다.
2016년의 한 연구는 옥시토신이 이 섬세한 균형(고통의 신호에 공감적 반응과 겁먹은 사람에게 다가가 보살피려면 피하거나 도망치려는 충동을 막는일)을 정확하게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연구진이 위협을 느끼는 쥐들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하자, 쥐들은 공감적 공포 반응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징후를 모두 드러냈다. 하지만 공포를 느끼되 회피하거나 몸이 굳어져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즉, 이런 놀라운 조합이 가능한 이유는 편도체 중앙핵 속에 있는 2개의 개별 세포군에 옥시토신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쥐와 관련된 수수께끼 같은 현상을 설명해 준다. 새끼 쥐들을 지킬 때 쥐들은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더 용감하게 행동한다.
비록 현재의 기술로는 인간을 상대로 이 가설을 직접 테스트 할 수 없지만 아마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듯 하다. 누군가 겁에 질려 있다는 신호가 인간의 편도체(구체적으로 기저 외측핵)에 도달하면 2가지 일이 벌어진다. 첫째, 기저 외측핵이 활발하게 반응해 자기가 받은 신호를 중앙핵으로 전송하면 거기에서 공감 반응이 일어난다. 예컨대 심장이 뛰고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고 혈압이 상승하는 등의 생리적인 반응을 일으키라고 시상하부에 알리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겁먹은 표정의 연약하고 유아적인 특성에 관한 정보가 처리되면서 시상하부에서 옥시토신 분비가 급격ㅇ히 증가한다. 옥시토신이 편도체 중앙핵에 도달하면, 이 핵의 측면부에 있는 엄청난 수의 뉴런들이 반응한다. 뉴런은 옥시토신에 민감하게 반응해 편도체의 다른 부위에서 일어나는 공포 관련 활동을 억제한다. 이 뉴런이 편도체 중앙에 있는 다른 세포들에게 신호를 보내서 공포에 대한 회피 반응을 억제하고 두려워하는 상대에게 다가가 보살피게 한다. 이런 행동은 다른 수많은 조직들과 편도체의 결합으로 조절되는데, 이들 부위에는 모두 옥시토신 수용체가 밀집되어 있다.
새끼 양육 시스템은 이 모든 활동이 합쳐진 신호를 뇌의 다른 부분으로 보낸다. 즉, 저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곤경에 처해 있으니 겁쟁이처럼 굴지 말고 가서 구해 주라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들은 이 시스템의 기능이 망가진 사람들이다(물론 그 외에 다른 시스템들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사이코패시는 수많은 기능 장애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편도체 전체의 기능 장애로 인해 애초에 타인의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이 시스템의 특이성과 민감성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7장. 우리는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까?]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기적이거나 냉혹하지 않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데이터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토록 고통을 주는 것일까? 어째서 폭력과 증오와 잔인함이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해마다 전 세계에서 40만 명이 살해 되는 이유가 뭘까?
모든 잔인하고 냉혹한 범죄는 상당 부분 전체 인구의 1~2%를 차지하는 사이코패스들이 저지른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본상과 아무 관련이 없다. 사이코패스로 인해 타인에게 진정한 동정심과 관심을 가지는 평범한 사람들이 더욱 두드러질 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잔인성과 폭력을 사이코패스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폭력 범죄로 수감된 이들 가운데 진짜 사이코패스는 절반 정도이다.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거나 끔찍한 잔학 행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나라 국민 전체가 사이코패스인 것은 아니다. 우리 일상에도 사소하지만 잔인하고 무자비한 행동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데, 그 모든 것을 사이코패스의 소행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간이 아름다운 연민의 감정을 타고났다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우선 공격성과 폭력성도 타고난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본질적인 모순은 없다. 개코 원숭이를 잡아먹고 곧바로 그 개코원숭이 새끼의 털을 부드럽게 골라주고, 또 잠시 후에는 자기 새끼를 노리는 다른 사자를 사납게 뒤쫓는 암사자를 생각해 보자. ~~~~ 이 동물들은 정말 정이 많을 걸까, 아니면 정말 잔인한 걸까?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인간은 동정심이 많은 존재인가 아니면 잔인한 존재인가 하는 의문에도 절대 답할 수 없다. 우리는 2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동정심과 잔인함이 언제, 무슨 이유로, 누구에게 표출되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답하려면 우리의 문화가 생물학적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해야 한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사회적 환경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대우하게 만드는지, 우리 문화가 궁극적으로 연민과 이타주의를 어떻게 확장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1. 우리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존재다.
실제 수치는 선한 행동이 압도적으로 많고, 친절은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태도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전 세계 수 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갤럽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세계 기부 지수를 보자. 2016년 지수에서 14개 국 거주자들은 이타적 행동과 관련된 3가지 질문에 응답했다. 1)지난달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냈는가? 2)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는가? 3) ㄱ노경에 처한 타인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는가? 3가지 이타주의 모두 다양한 동기부여가 있겠지만, 세 번째 질문은 타인의 고통이나 필요에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는 관대함을 보여준다.
기부지수에 따르면 곤경에 처한 타인을 도와주는 것이 전 세계에서 가장 일반적인 관대함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상이 매달 어려운 사람을 돕고 있다. 금전적 기부나 지원봉사도 매우 흔하다. 매달 10억 명 이상이 자선단체에 돈을 기부한다. 그리고 매달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도 10억 명이 넘는다.
3가지 지표에서 미국은 지구상의 어느 국가보다 관대한 나라다. 최근 5년 동안 미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관대한 나라의 자리를 지켰다. 미국인들은 매년 자선단체에 수 천 억 달러를 기부하고 지역사회 구성원들을 돕기 위해 70억 시간 이상 자원 봉사를 한다.
미국인의 이타주의는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매년 수십만 마리의 동물들을 구조한다.
미국인들이 2015년 자선단체에 기부한 1인당 액수는 1975년 액수의 3배이다. 헌혈 인구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8년에 비해 2013년에는 자발적인 무상 헌혈기증이 1070만 회 이상 늘었다.
전체적으로 상승 추세이지만 한 가지 예외가 있다. 바로 미국의 자원봉사 활동이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에 자원봉사가 전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이거나 약간 하락했다. 이것을 어떻게 인식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타인을 돕고자 하는 욕구가 감소한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이타주의 지표 중에서 유일하게 감소한 것을 보면 자원봉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어떤 힘이 있는지도 모른다. 노동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원봉사를 할 시간이 줄었을 수도 있다.
사람을 돕는 비율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상처를 입히는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스티븐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모든 종류의 학대와 폭력 발생률이 몇 세기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오늘날 유럽의 살인률은 중세 시대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 2015년에는 50년 만에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사형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의 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쁜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모든 곳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영역에도 이런 비대칭성이 만연하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의견은 긍정적인 의견보다 더 강한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이 세상에 매우 선한 사람들이 가득해졌다 해도 우리는 냉담하고 이기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르는 소수의 사람들을 주목하면서 이것이야말로 현실이라고 인식한다.
언론매체는 긍국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므로 신문 잡지나 방송이 광고를 판매하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나쁜 일이 더 주목을 끌기 때문에 언론 매체는 나쁜 일들을 알리는데 더 치중하게 된다. 대중매체가 다루는 부정적인 사건과 긍정적인 사건의 비율이 17:1이라고 하는데, 실제 두 사건이 일어나는 비율과 너무나도 다르다.
폭력과 잔인한 사건이 뉴스에 많이 보도되면서 세상에는 나쁜 일이 좋은 일보다 훨씬 많이 일어난다는 인식이 강해진다. 세상은 갈수록 위험해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잔인하고 냉혹해진다는 그릇된 생각을 부채질 한다. 그러므로 뉴스를 많이 접하는 사람일수록 더 불행하고 불안하고 냉소적인 경향을 보인다.
타인의 가치관을 냉소적으로 보는지를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는 변수는 응답자 본인의 가치관이다. 연민을 중요시하지 않는 응답자는 다른 사람들도 연민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대로 연민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연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믿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패턴을 합의성 착각 효과라고 부른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이 보통 사람의 가치관과 신념을 실제 이상으로 치밀하게 반영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 력과 매우 이기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기적이라고 믿는 반면, 동정심이 강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고 믿는다.
나쁜 일만 생각하지 말자. 우리 주위에서 날마다 나타나는 수많은 친절과 관용도 제대로 인식하지 않으면 그냥 묻혀버린다. 정말 친절하고 관대한 행동을 보거나 듣거나 읽으면 잠시 멈춰서 세상에 선량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고 기억하자.
타인을 신뢰하면 자기 충족 예언이 될 수 있다. 이것은 사회적 상호작용 시뮬레이션으로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이타주의자들은 결코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다. 우리가 실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그들은 그릇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기꺼이 벌을 줬다. 하지만 그들의 기본 가정 -전혀 모르는 사람에 대한 생각의 출발점-은 신뢰인 듯 하다. 이런 접근 방식은 의심 많은 태도보다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이끌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이타주의자들은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선량하다는 인식이 더욱 강해진다. 그런 세상에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최수의 딜레마: 게임 참가자는 자신과 파트너 모두 2가지 선택권을 가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두 사람이 서로 협력하면 둘 다 중간 정도의 보상인 3달러씩 받는다. 두 사람이 서로를 배신하고 변절하면 각각 1달러밖에 받지 못한다. 흥미로운 경우는 한 사람은 협력하고 다른 사람은 변절하는 것이다. 이 경우 협력한 사람은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반면 변절자는 5달러를 받는다. 문제는 두 사람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모른 채 신뢰할지 불신할지 결정해야 한다. 수익을 생각하면 협조하는 ㄱ서보다 배신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자신의 파트너 모두 변절하면 1달러를 받지만, 자기 혼자만 협조하면 아무것도 못 받는다. 파트너가 협조하고 자기는 변절하면 5달러를 받지만, 자기도 협조하면 3달러만 받는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 둘 다 협조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왜 그럴까? 이 게임은 여러 라운드에 걸쳐 진행되기 때문에 게임 참가자는 좋은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자기가 받은 만큼 되갚을 기회가 있다. 그래서 ‘죄수의 딜레마’가 상호주의를 기반으로 한 이타주의의 좋은 모델이 되는 것이다. 초기 연구 결과 이 게임에서 가장 적합한 전략은 팃포탯인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협력하고 그다음부터는 앞의 라운드에서 파트너의 ㄱ려정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다. 파트너가 협력하면 자신도 그렇게 하고, 파트너가 변절하면 똑같이 변절로 되갚아준다. 이것이 장기적으로 게임에서 이기는 전략이다. 팃보탯 전략의 핵심은 첫 번째 라운드에서 상대방에게 협력한다는 것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신뢰하는 것이 더 유리한 접근법이라는 뜻이다. 상대방이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가정에서 시작하면 대부분 협력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신뢰도도 높아진다.」
2. 남을 보살피려면 단순한 동정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남을 보살피려면 동정심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타주의를 이해하는 데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심리학자 래클린과 존스는 사람들의 관계가 멀어짐에 따라 자기희생 의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그들의 실험에서 응답자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원을 희생하는 일련의 선택을 한다. 선택할 때마다 응답자에게는 2가지 선택권이 생긴다. 자기 혼자 일정액의 자원(예를 들어 125달러)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그와 동일하거나 더 많은 액수(예를 들어 150달러)를 다른 사람과 나눌 것인지(이 경우 각각 75달러를 받는다) 선택할 수 있다. 타인과 나누는 쪽을 선택하면 자기는 50달러 손해를 보게 된다.
이때 상대방은 계속 바뀐다. 일부 실험에서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과 자원을 공유한다고 상상해 보라고 했다. 여러분이라면 가장 가까운 사람이 75달러를 받을 수 있도록, 125달러를 포기하고 75달러를 택하겠는가? 아마 그럴 것이다. 다른 실험에서는 그보다 조금 먼, 두 번째, 세 번째 사람을 차례로 떠올려보라고 했다. 지인 목록에서 백 번째 위치한 사람은 동네 ㅅ아점 직원이나 회사 또는 교회에서 눈인사 정도 나누는 관계일 수 있다.
연구진들은 사람들이 내린 결정이 사회적 거리라는 함수에서 쌍곡선 감소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자기와 가까운 이들을 위해서는 선뜻 상당한 자원을 희생하지만, 그 이후부터는 희생 의지가 대폭 감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타주의자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3. 자제심은 답이 아니다.
핑커는 2가지 이유로 폭력이 감소되었다고 한다. 첫째, 잔인하고 협력적인 행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둘째, 폭력과 관련된 사회적 규범이 바뀌었다.
하지만 2가지가 타인에 대한 보살핌과 이타주의가 증가한 요인은 아니다. 타인의 고통이나 요구에 반응하는 이타주의는 근본적으로 이성이 아니라 감정에서 우러나기 때문이다. 일번적인 공격이 그렇듯, 이타적인 충동은 뇌 깊숙이 자리 잡은 원시적인 정서 조직에서 발산된다.
아주 오래된 뇌피질 하부 조직은 이타심과 관련된 사회적 신호에 신속하고 직관적으로 반응한다.
이렇게 원시적이고 감정적인 과정을 통해 이타주의가 생겨날 때의 자제력이란 이타심을 억제하는 것이다.
예일 대학교의 행동과학자 데이빗 랜드는 신속하고 직관적으로 낯선 사람에 대한 관대함이 생기면 합리적인 숙고를 통해 그것을 억제하려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뇌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논리와 숙고만으로 미래에 어떤 일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 실제로 망설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IQ추론 능력은 그대로이지만 뇌의 깊은 곳에서 처리되는 감정 정보를 의사결정과 통합하지 못하는 뇌 손상도 있다. 지적능력과 추론만으로는 복잡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어떤 결과가 다른 것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무슨 요일에 병원에 ㄱ라지 등 일상적인 일을 결정하는 데도 몇 시간씩 고심하곤 한다. 여기에는 100% 합리적인 답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이성이 아니라 욕망이다.
4. 문화적 변화로 인해 배려심이 더 늘어난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배려와 연민이 늘어났을까?
성공한 사람들은 남을 돕는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고소득과 고등교육이 자선단체 기부, 자원봉사, 시민활동 참여를 예측하는 가장 뛰어난 변수이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타인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신뢰할 수 없고 이기적이라고 여길 확률이 훨씬 높다.
인간의 이타적 능력은 생물학적이고 유전적인 성향도 매우 강하지만, 이런 변화들이 모두 합쳐진 문화의 힘도 이타주의를 증가한다.
[8장. 이타적 정신을 행동으로 옮기자.]
다른 사람을 돕는 일에 자원을 투자하면 똑같은 자원을 자기에게 투자했을 때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다.
[감사의 말]
이 책은 10년 넘게 이어진 연구의 산물이자, 인간은 왜, 그리고 어떻게 서로를 돌보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오랜 숙고의 결과물이다.
[Review]
손주가 아주 어릴 때 개미를 나뭇가지로 건드리며 함께 놀아본 적이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곱 살이 된 지금도 개미만 보면 가만두지 않고 장난을 치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자기와 상관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건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각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그래서 하루는 개미를 종이에 크게 그려놓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리얼하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인간의 심성이 본성적인가, 양육에 의한 것인가는 아직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볼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사람의 성장과정이다. 그렇다면 본성이라는 것도 결국은 양육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뇌 과학이 발달하고 인간 정신을 뇌세포에서 찾으려는 오늘날의 인지심리학은 양육보다는 본성을 파헤치는 일에 더 열중한다. 유전에 의해 전해지는 뇌세포의 염색체구조로 인간의 본성을 규정한다. 일반적으로 죄는 인간의 자유의지에서 규정하기 에, 바꿀 수 없는 염색체 구조 때문이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는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시 연구를 통해 그들의 뇌기능이 일반적인 사람들 특히,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이타주의자들과 어떻게 다른지 밝혀낸 최근의 연구결과가 담겨있다. 인간은 유전자 자체가 생존을 위해 이기적인 것으로 이타적 행위조차 근본적으로는 이기적인 것에서 생겨난다는 종래의 지배적인 학설에 한발 더 나아가서 그런 감정이 뇌의 어떤 부위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전체 미국인들 중 심각한 사이코패시는 1~2%이지만 폭력범들 중에는 그 비율이 50%정도가지 올라간다고 한다. 사이코패시는 우리의 뇌에서 시각정보를 최초로 받아들이는 편도체의 기능장애 때문이며 유전적이라고 한다. 뇌의 가장 깊은 곳 원시적 조직인 편도체는 좌우에 각 1.3cm에 미치지 않는 작은 부분이지만 인간 감정을 일으키는 초기 센서라고 한다. 인간의 이타심은 이 센서가 상대방의 겁먹은 모습에 아주 민감하게 작용하여 자신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사랑과 연민, 자기희생적인 이타주의를 유발하는데, 사이코패시는 이 기능이 약하거나 망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키노돈트 (포유류의 조상)후손 중에는 양과 같이 새끼를 돌보지 않는 동물과 사자나 쥐, 인간들처럼 오랫동안 돌보는 부류로 나뉘는데 이것은 일반적으로 갓 태어난 새끼의 독립능력과 관련 있다고 한다. 조숙성 후손을 낳는 동물은 새끼들을 거의 돌보지 않기 때문에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아주 많이 낳아서 일부만 살아남아도 종이 계속 보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양이나 말 낙타처럼 숙성된 후손을 낳는 동물도 돌보지 않아도 혼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숙성 새끼를 낳는 쥐, 사자, 사람과 같은 경우에는 성숙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필요한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기희생의 본능을 타고난다는 것이다.
겁먹은 성인의 표정은 어린아이와 닮았다는 것도 재미있다. 그래서 겁먹은 얼굴을 보면 어린아이에 대한 모성이 생겨나고 그것이 이타주의로 발전된다는 논리다. 새끼를 낳아보지 않은 쥐와 새끼를 양육해본 경험의 쥐 그리고 이타주의자들과 사이코 패스의 편도체의 크기와 반응 등 다양한 임상실험결과들이 담겨있다.
세상은 갈수록 흉악해 진다는 일반적인 생각에 비해 지난 200년 동안 인류는 통계적으로 그런 범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대목도 흥미롭다. 그에 대한 이유로 인식의 전환과 부를 누림으로 나타나는 가치관의 변화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늘의 상황을 더 비관적으로 보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서로를 불신하게 되고 불행해진다고 한다.
지식을 얻는다는 것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과 연관되어있다. 전문가들이나 볼 법한 이러한 책들이 일반인들에게도 읽혀지고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 과정이 결국에는 좀 더 나은 세상으로 발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뇌에 들어온 정보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데는 여러 복잡한 경로를 거치며 사람마다 다르다고 한다. 그러기 때문에 아는 것과 결단, 그리고 행동으로 옮겨지기까지에는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편도체의 기능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러나 이런 지식을 통하여 우리가 이기적인 사람, 이타적인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조지타운대학교 인지 심리학교수인 저자와 그의 학부생들과 비교적 최근에 연구한 새로운 사실들이 많이 담겨있다. 단편적인 내용들로 이루어진 종래의 인지심리학 서적들과는 달리 저자가 10년 동안 이룩한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이 책은 전체적이 구성에서 여성스러움의 섬세함과 논리의 전개가 조화로워서 흥미롭다.■
MRI 으로 사이코패스 가능성이 있는 청소년의 뇌를 스캔한 결과 편도체의 기능 장애가 발견되었다.
사이코패스란 동정심을 느끼는 뇌 기능이 상실된 정신질환을 말한다.
미국인 중에서 진짜 사이코패스는 1~2%이지만, 폭력범 중에서는 그 비율이 최대 50%까지 올라간다. 사이코패스는 선행적 공격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즉, 욱하는 성격에 충동적으로 남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유전적 영향이 큰데, 유전 가능 인자가 최대 70%나 된다.
타인의 고통에 적절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타인의 고통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사이코패스적 특성을 가진 아이들은 극심한 공포를 느끼는 사람의 얼굴을 봤을 때 오른쪽 편도체가 전혀 활성화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 기질이 있는 성인의 편도체는 정상인 대조군보다 20%가량 작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편도체 크기가 작은 젊은이들은 어릴 때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보였을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도 계속 폭력을 쓸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아냈다.
사람의 얼굴에 공포의 표정이 떠오르고 10억 분의 몇 초 뒷면 그 얼굴에 대한 정보가 전달된다.
이타주의자들은 편도체의 크기도 사이코패스와 정반대였다. 그들의 오른쪽 편도체는 대조군에 비해 8%정도 더 컸다.
성인의 얼굴에서 아기와 닮은 부분을 극대화하면 두려워하는 얼굴처럼 보인다.
처녀 쥐들은 새끼 쥐의 냄새와 울음소리에 몹시 화를 내며 그들을 피하려고 한다.
처녀 쥐의 뇌에 옥시토신을 주사하자 단 몇 분 만에 새끼에 대한 반응이 달라졌다.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1% 정도 다. 하지만 이런 소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특성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적어도 전체 인구의 30%가량이 어느 정도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 수치는 예일 대학교의 행동과학 데이빗 랜드가 연구한 온라인 연구에서 타인에게 한결같이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과 거의 같다.
199년 <뉴욕타임스>와 CBS가 1200명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60%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만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고, 63%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또 응답자의 43%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키노돈트와 그 후손들은 대부분 K-선택종인데, 이것은 장인다운 번식 방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K-선택종은 만숙성 새끼를 낳기 때문에 그들의 생명을 유지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따라서 새끼를 많이 낳을 수 없다. 대신 그들은 자기가 낳은 소수의 새끼들이 성년기까지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필요한 영양과 보살핌을 아낌없이 제공한다. 우리 인간도 여느 동물 못지않게 K-선택종이다.
겁먹은 얼굴 사진을 정확하게 알아보는 사람은 통제된 실험 조건하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하거나 그들을 돕기 위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