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 시작된 이후 국내 출시된 국내외 차량은 30여대. 2개월을 갓 넘긴 시점에서 30여대의 차량이 출시된 것이다. 자동차메이커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의례 듣는 첫 인사는 ‘바쁘시죠?’로 통하고 있다. 일주일에 3대 꼴로 새로운 차들이 소개되고 있으니 소비자들의 입에서는 행복한 비명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제품의 품질은 좋아지고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사진 / 한국닛산
인피니티의 G25는 지난 1월 출시되었다. 출시 직후 글로벌오토뉴스를 통해 시승기가 소개되었고 인피니티의 중핵 세단으로서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인피니티 G25가 주인공이 된 시승행사가 얼마 전 제주도에서 개최되었다. 진작부터 준비된 시승행사이지만 최근의 신차출시 러시로 인해 3월이 되어서야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이다. 인피니티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인 만큼 다양한 시승코스로 진행되어 다양한 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한 이번 시승행사는 인피니티의 변화된 전략 또한 엿볼 수 있던 자리였다.
인피니티는 닛산의 이미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브랜드이다. 그중에서도 G세단은 인피니티라는 브랜드의 이미지와 철학을 만들어가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모델이다. 유럽의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BMW에 경쟁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G세단은 토요타의 렉서스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태생으로 ‘강력한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생성해왔지만 이제 인피니티는 좀 더 넓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향의 변화가 필요했다. 이번 제주 시승행사에 참석했던 인피니티의 마케팅&세일즈 메니저 이시카와 요시토는 “G세단이 견인차 역할의 핵심모델로 부각 될 것이며, 젊은 고객, 여성 고객 등 미 개척 시장을 확대해 나가 세계 시장의 지속적인 판매확대로 이어갈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간 성능에만 주력해왔던 포인트가 연비와 편의성, 그리고 성능을 함께 생각하는 젊은 수요층으로 옮겨온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을 통해 G25가 탄생하게 되었다.
이미 일본에서 팔리고 있는 스카이라인에 2.5리터 모델이 있기 때문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좋은 전략이다. G25가 좀 더 일찍 나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도 싶다. G25는 인피티의 볼륨을 견인할 모델이다.
스타일링은 G37과 다르지 않다. G25 역시 세단임에도 쿠페와 같은 느낌이 강하고 부드러운 곡선이 스포티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전장×전폭×전고는 각각 4,780×1,775×1,450mm로 국내에서는 중형급 사이즈다. 전장에 비해 전폭은 좁은 편이다. 반면 2,850mm의 휠베이스는 준대형급이다.
곡선을 강조한 보닛 스타일,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더블 라디에이터 그릴은 세련된 맛이다. 원형의 안개등은 크롬으로 장식했는데, 고급스러움과 사이즈를 더욱 커보이게 한다. 여기에 루프라인과 측면 캐릭터 라인은 볼륨감과 다이내믹함이 묻어난다. 스포츠 세단으로서 파워풀한 이미지를 더한다는 얘기다. 뒷면의 L자형 LED 리어램프도 G시리즈의 전통적인 맛을 살리고 있다는 평가다. 실내 공간도 경쟁 동급 모델인 BMW 320i, 벤츠 C200, 아우디 A4 등과 비교해 넉넉하다.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G25가 크다.
타이어는 굿이어 이글 RS-A가 달린다. 익숙한 포텐자 RE050A에 비한다면 트레드 패턴 자체는 매우 무난하다. G37의 경우 운동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앞뒤 타이어의 사이즈도 달리했는데 G25는 225/55R/17로 똑같다.
여기에 일상 생활에서 생기는 미세한 스크래치를 1주일 사이에 자동으로 복원하는 '스크래치 쉴드 페인트'를 입힌 점, 운전석에 앉아 전동 시트를 조절하면 스티어링 휠(핸들)의 위치가 따라 움직이는 '인텔리전트 포지셔닝 시스템' 등을 G25가 가진 최대 매력으로 꼽을 만하다. 다만 G37에 적용됐던 페들 쉬프트가 빠졌고 내비게이션이 없는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오디오는 10개의 스피커로 생생한 음질을 내는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이 쓰였다. 뒷좌석 창문 아래의 10인치 우퍼와 프런트 도어에 배열된 3웨이 스피커는 콘서트홀 중앙에 앉은 듯한 생생한 음향을 전달한다.
연비와 세이프티 시스템을 시험하며 제주도 일대를 주행한 시승 코스는 제주의 풍광과 함께 G25가 추구하는 성격과 고객층에게 어필하기 위한 요소를 체험해보기에 충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G25의 동력 성능은 충분하다. 인피니티의 G 시리즈는 워낙 3.5 & 3.7리터의 성능이 강력하고 시승도 많이 해 상대적으로 G25가 처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G25부터 탄다면 출력에 대한 갈증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G25에 탑재된 V6 VQ25HR 엔진은 워즈 오토(Ward's Auto)가 10대 엔진에 14년 연속 선정할 정도로 품질력을 인정받은 엔진이기도 하다. 리콜 경력이 전혀 없는 엔진이다.
물론 G37과 비교한다면 스포츠성은 많이 감소됐다. 하지만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는 법. G25는 인피니티의 스포츠 세단 G37의 효율을 향상시킨(다운사이징) 모델이다. 엔진 배기량을 3.7리터급에서 2.5리터급으로 낮춰 전체적인 엔진 성능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연비는 인피니티 브랜드 차량 최초로 공인 연비 10.0km/l를 넘었다. 자트코(Jatco) 사의 7단 자동변속기는 운전자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에코 드라이빙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제주도의 와인딩 코스를 주행하면서 떠오른 것은 상위 모델인 G37 자체가 고속 주행보다는 중저속에서의 날랜 핸들링에 더 강점이 있지만 G25는 더 그렇다는 것이다. 중저속에서는 날렵하게 움직이고 조향의 재미가 있다. 하지만 고속에서의 안정감은 떨어진다. 특히 직진 성능이 기대에 못 미친다.
인피니티 G25는 G37이 갖고 있는 장점을 취하면서 경제성을 더한 모델이다. 성능은 G37에 비할바 아니지만 답답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고 동급에서는 가장 좋은 수준이다. 인피니티 G25는 연비도 우수한데다 일상적인 구간에서 달리는 성능도 G37에 못지 않아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