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제 진주에서 차를 몰고 올라와 전주에 들어서며 무심코 에어컨에 표시된 밖의 온도를 보고 깜놀!
세상에 39℃를 가리키고 있다.
해가 넘어갈 무렵인데...
이런 상황이니 열대야는 기본.
수면의 질이 좋을리 없어 새벽 컨디션 또한 엉망.
징검다리 건너 경기장으로 달려 들어가니 안선생님 혼자서 트랙을 돌고 있다.
햇볕은 벌써부터 트랙 라인까지 비치고 있고 오늘도 만만치 않은 하루가 될 것 같은데...
휴가가 절정인 시기라 그런지 끝내 다른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아 둘이서만 6시55분까지 달리고 마무리.
화장실에서 얼굴만 대충 씻고 서신동 현대옥으로~
아들 두녀석을 불러내 함께 아침을 먹으며 지리산으로 가는 대책없는 계획을 이야기한다.
오늘도 연중 최고기온이 갱신될 조짐인데 시원한 계곡으로 피서를 가게 되서 천만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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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샤워를 마치고 부지런히 짐을 챙겨 곧바로 뱀사골로~
수십, 수백번을 차를 몰고 가봤던 뱀사골까지의 경로를 내비에게 맞겼더니 육모정으로 해서 정령치를 넘는 쪽으로 알려준다.
남원 춘향골 터널 이후 방향이 그렇게 잡혀 버렸으니 구경하는셈 치고 그냥 들어섰는데...
달궁에서 내려가는 길이 어찌나 막히던지...몹시 실망!
당초 계획은 뱀사골 제2야영장에 텐트를 쳐놓고, 차를 몰아 성삼재에 오른 다음, 단독군장(?)으로 노고단과 반야봉을 돌아오는 것.
하지만 이 계획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
차가 이렇게 막히는데 어느 세월에...
큰아들이 A플랜 말고 B플랜은 뭐냐고 묻길래...몰라 그냥 주차부터 해놓고 보자구!
하긴 이제까지 아들들과 지리산을 오면서 산장이든 야영장이든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은적이 없었다.
그러니 아들의 눈에는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사실 당초의 계획대로라면 8월 3째주에 넉넉하게 일정을 잡아 2박3일 종주를 하고 덤으로 계곡에서 야영이나 민박을 하면서 일주일을 늘어지게 보내려 했는데, 휴가기간엔 산행을 포기할만큼 중요한 일정이 생겼기에...
뱀사골에 도착해서도 버스터미널 건너편의 지정주차장 이외엔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하루 주차에 5천원이라니 일단 조건은 좋아요!
어차피 이렇게 된 것 여기를 베이스캠프로 삼아 1박2일을 보내는 것으로 B플랜이 만들어진다.
사전에 만들어놓은것만 계획이 아녀.
주차장에서 야영을 금하고 있다는데 꼼수를 써서...ㅎㅎ
내가 왜 차를 SUV로 바꾼줄 아남?
차만 세우면 다~된다!
일단 오늘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보자!
짐을 다 챙겨가지고 주차장을 떠나 뱀사골 계곡으로~
올라가는 쪽 기준 왼쪽방향에 제2야영장이 있는데 거기를 구경하며 통과.
고급 대형텐트들이 어지럽게 들어선 야영장은 악취와 함께 아사리판을 이루고 있다.
고개가 절래절래 흔들어지며~
야영장 맨 윗쪽, 조금 차분해진 곳에서 우리도 보따리를 끌러 점심을 해 먹는 것으로 지리산에서의 첫식사를 장식.
식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느라 아들들과 잠시 시간차가 생겼는데 불과 1분 정도의 차이가 아무리 쫒아가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
20분 남짓 속보로 걸어도 아들들은 그림자조차 보이질 않는다.
우리 아들들 걸음이 이렇게 빨라?
기존에 다녔던 계곡 우측 등산로가 아니라 그 반대편 처음으로 가보는 길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낯선데다 아들들까지 행방이 묘연하니...
그러던 중 갑자기 길이 희미해지더니 급기야 가시덤불 수준으로...
이런델 아이들이 지나갔을까?
중간에 갈림길이 없었으니 어디 달리 빠질데도 없는데...
한참동안 덤불숲을 헤치고 가다보니 드디어 길이 나오는데 와운마을 바로 아래 시멘트 포장길.
아까 덤불숲길에 방금전 지나간 흔적이 남아있었길래 행여나 하고 마을쪽으로 가본다.
그러던 중 아들녀석 전화를 연결했더니 전원이...
천년송 앞에서야 전화가 연결돼 걸려온다.
하지만 내용은 당체 알수없는 소리만
지금 점심을 먹었던 곳에서부터 40분 가까이 걸어왔는데 애들이 있는 곳은 거기 바로 근처라니???
꼼짝말고 거기에만 붙어있으라고 신신당부를 해놓고 길을 되돌려 가보니 정말 그자리에...
나중에 알고보니 출발직후 부터 계곡의 아랫쪽으로 도는 생태순환로를 따라 한바퀴 돌았던 것.
어떻게 내려가는 방향인지 올라가는 방향인지도 구분을 못할수가 있는지 그게 더 신기할 뿐.
1시간10분을 꼬박 소모하며 제자리로 돌아왔기 때문에 화개재를 거쳐 삼도봉이나 반야봉까지 다녀오려던 계획은 변경될 수밖에
오늘은 와운마을 천년송을 구경하고 나머지 시간은 계곡에서 물놀이나 하자!
그렇게 지리산에서의 계획없는 첫날은 흘러간다.
나머지 이야기는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