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초급간부 사기 중요” 처우 개선 예산 대폭 증액
[초급 간부들이 흔들린다] [下]
“일반 공무원보다 대우 안 좋아”
내년 국방비에 적극 반영 추진
노석조 기자 입력 2023.06.10. 03:33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청사를 초도 방문, 공군 항공점퍼를 착용한 채 이종섭 국방부 장관, 원인철 합참의장 등 군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윤대통령은 초급장교와 실무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이들의 애로 사항을 들었다.2022.5.30/뉴스1
정부는 초급 간부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대폭 증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군 간부가 일반 공무원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대폭 증액으로 예산 방침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중위 등 7년 차 이하 위관급 장교, 부사관 등 초급 간부를 직접 만난 뒤 개선 방안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국회 국방위 이채익 의원실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야간·휴일·당직 근무, 주택지원, 단기복무장려금, 성과상여금 등 각종 수단을 인상하기 위해 기존 예산 1483억원에서 3384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안을 기재부에 냈다. 기존 당직근무비 평일 1만원, 휴일 2만원을 각각 3만원, 6만원으로 일반 공무원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서는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세수 부족, 재정난 악화 등을 이유로 국방부와 사전 조율 과정에서부터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종섭 장관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설득에 나섰다. 특히 관련 보고를 받은 윤 대통령이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더라도 초급 간부 문제는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예산 지원 주문을 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고 한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9일 본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추 부총리에게 군 간부 처우 개선을 잘 챙길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옆 건물인 국방부·합동참모본부를 걸어서 방문해 초급 장교·실무자들과 오찬하면서 직접 애로 사항을 들었다.
구체적인 예산 규모는 7~8월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야간·휴일근무수당, 당직근무비, 주택수당 등 가장 시급한 것부터 인상 가능한지 따져보며 다른 부문 예산을 조정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군의 예산은 그간 북핵 대응을 위해 첨단 무기에 집중됐다”면서도 “군의 척추 역할을 하는 초급 간부 사기가 무너지면 1000억짜리 스텔스기도, 1조짜리 이지스함도 제대로 작동될 수 없다”고 했다.
군은 예산을 확보하면 초급 간부의 단기복무장려금도 인상하는 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장교 900만원, 부사관 750만원에서 각각 2000만원, 1500만원으로 2배 수준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재부 검토로 최종 예산안이 정해지면 인상 폭이 줄어들 수는 있다. 단기복무장려금은 단기복무 장교·부사관의 지원율 하락 방지 등을 위해 일시금으로 주는 일종의 ‘격려금’이다. 최전방에 근무하는데도 경찰·소방 공무원은 물론 일반 공무원보다 연봉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보전해주기 위한 목적이다. 최근 해군에서는 지난 5년간 초급 간부 약 730명이 해양경찰로 대거 이직해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직한 730명은 5대1에 가까운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인원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3500여 명의 해군 간부들이, 비슷한 일을 하고도 급여가 높은 해양경찰로 이직을 시도했다는 뜻이다.
현재 4년 차 이상 간부에게만 지급하는 주택수당을 3년 차 이하에게도 지급하며 대상 범위를 넓히는 안도 추진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급 수준도 월 16만원에서 24만원으로 올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각 군은 초급 간부 확보 문제가 심각해지자 다양한 대책을 고심 중이다. 이 장관은 지난 3월 야전에서 근무하는 각 군 초급 간부 60여 명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으로 초청해 숙소와 야근비 문제 등 복무 여건과 관련한 고충을 들었다. 육군부사관학교, 잠수함사령부를 찾아 부사관·승조원 등의 근무 실태를 직접 챙긴 데 이어 초급 간부들의 민원 수리에 나선 것이다. 국방장관이 열흘 사이 세 차례에 걸쳐 복무 여건 개선 논의를 위해 초급 간부들과 만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군은 GP(최전방 감시소초)·GOP(일반전초), 해·강안 및 서북도서 경계작전 근무자, 함정 근무자 등과 같이 24시간 현행 작전 임무 수행을 위해 상시 근무 체계를 유지하는 근무자를 대상으로 야간·휴일 근무수당의 신설도 추진 중이다. 소방·경찰 등 유사 직종 공무원 중 24시간 상시 근무 체계를 유지하는 공무원은 야간·휴일 근무수당을 지급받고 있지만, 군인은 해당되지 않아 급여 차이가 발생한다. 군 내 24시간 현행 작전을 위해 상시 근무 체계를 유지하는 근무자는 약 1만9000여 명인데 이 중 약 80%가 초급 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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