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경덕대왕(재위 742~765) 때에 화랑의 지도법사로 있던 승 월명사가 일찍이 죽은 누이동생을 위해서 제사를 지내면서 향가를 지어 불렀다고 하여
‘제망매가(祭亡妹歌)’라고 칭한다. 그 때 문득 회오리바람이 일어나 지전(紙錢)이 날려 서쪽 방향으로 사라져버렸다.
월명이 부른 향가인 ‘제망매가’는 다음과 같다.
태어남과 죽음의 길은
이에 있음에 버리지 못하고
‘나는 간다’는 말도
못다 이르고 가나닛고!
어느 가을 일찍 부는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 가지에 같이 나고서도
가는 곳 모르겠네!
아으, 아미타불세계에서 만나고저
나 도 닦으며 기다리겠노라!
(<<삼국유사>> 감통편, 월명사 도솔가 조에 실려 있다.)
이 향가는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그리고 많은 향가연구자들이 나름대로 해석하였으나
필자가 좀 더 알기 쉽고 정감나게 번역해 보았다.
'제망매가'의 해석에서 필자가 새롭게 해석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1) 첫 행에서 다른 해석자들은 '생사의 길'이라고 한 것을 태어남과 죽음의 길'로 해석했다. 생사라는 말에는 살고 죽음으로 보통 이해하기 쉬운데 이는 '태어남'이라고 해야 의미가 더 분명하다. 태어남은 죽음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형제남매는 같은 부모에서 태어났음을 말해주고 있다.
2) 2행에서 원문의 뜻은 주저한다. 머뭇거린다의 뜻이지만 '이에 있다고 함은 당시 태어남과 죽음의 길에 존재한 상태이므로 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보았기에 ' 버리지 못하고'로 해석했다.
3). 9행에서 모든 번역본에서는 '미타찰 ' 또는 '미타찰세계'라고 번역했는데 이는 '아미타불'이 더 알기 쉽기에 이렇게 번역했다.
4). 9행의 끝 부분에 다른 해석자들은 '만날 나'로 번역하여 누이는 극락에 가 있다고 해석하는데 이를 장례 때에 부른 '만가'라고 보면 누이가 그에 가기를 기원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비록 49제때에 제사를 지내면서 부른 노래라고 해도 '만나고저'라고 해야 기원을 뜻한다.
5) 10행의 주어 '나는' 거의 모든 해석자들이 9행의 마지막에 붙여 놓았는데, 필자는 이를 10행의 주어로 아래로 내려썼다.'나는 도 닦으며 기다리겠다!'는 것을 기존 연구자들이 극락에서 만나기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해석했는데 필자는 '도를 닦으며 자기의 죽음을 기다리겠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더 적절하다고 생각하였다.
우리는 형제나 친구들이 갑자기 죽음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이럴 경우 이 노래는 부르기에 적절한 내용이므로 현재의 우리에게 큰 관심을 끌만한 노래다.
향가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우리말을 그대로 표현한 노래이다. 이런 문자를 향찰이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당시인들의 말을 알 수 있다. 우리식의 노래이기 때문에 우리의 가슴에 와 닿아 깊은 감동을 주는 노래이다.
월명사가 누이의 제사를 지낼 때 지전이 서쪽 방향으로 날아가 사라졌고 그는 항상 사천왕사에 머물면서 피리를 잘 불었으며, 일찍이 달밤에 피리를 불면서 대문 앞 큰 길을 지나가니 달이 그로 인해 멈췄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그 길을 월명리라고 불리웠다고 하니 지금의 인물로 도로명을 지정한 오랜 첫 선례라고 할 수 있다.
‘제망매가’는 일연이 제사를 지낼 때 부른 노래라고 쓰고 있으나 이를 장사지낼 때 부른 만가라는 해석도 있는 바 그 학설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월명사의 이 향가에 대해 일연선사는 찬시(讚詩)를 지었다.
바람에 날려 보낸 지전, 가는 누이 노자요, 風送飛錢資逝妹
피리소리 밝은 달 흔들어, 누이 그에 머물게 하였네, 笛搖明月住姮娥
도솔천이 하늘에 잇달았다 멀다, 말아라! 莫言兜率連天遠
부처님 꽃노래 한 곡 불러 맞이하네. 萬德花迎一曲歌
(이 시의 번역문도 여러 연구자의 번역을 참고로 필자가 수정한 것이다. '만덕화곡'에서 만덕은 석가모니부처를 말하고 꽃은 이를 바치면서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
이런 번역과 해석에 대해 여러분의 많은 질정을 부탁드린다.
첫댓글 제망매가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각종 공무원 시험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시인데
정 박사님께서 새롭게 해석하여 소개해 주시니 그 배경과 의미를 다시금 공부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장천선생과 일여선생 두 분 감사합니다. 두분이 댓글을 다신 후에 원고를 보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