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지 몰라. 밤이 되면 어김없이 천장에서 쥐들이
달리기 시합을 했던 것을. 우리 집은 초가집이었다. 천장은 얇은 나무합판으로 만들어졌는데 쥐들이 늘 들락거렸다. 밤이 되면 이놈들이 천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늘 달리기 시합을 하곤
했다.
그러면 형제 중에서 누군가는 “냐~오옹!”하며 고양이
울음소리를 냈다. 지금 생각하면 꿈결 같은 시간이다. 너무 좋은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렸을 때는 시간이 너무
느리게 간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서 뭐를 할 것인지 정해놓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어른이 되고 보니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하루가 1분 같고, 한
달이 하루 같고, 일 년이 한 달처럼 느껴진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있는데 지인이 카톡 하나를 보내왔다.
혁신과 성공의 아이콘이라 불렸던 스티브 잡스가 죽음을
앞두고 한 말이라며 보내왔다. 읽어보니 유언과도 같은 글이다. 그 글을 읽고 가슴이 뭉클 했다. 혼자 뭉클하면 뭐하나. 같이 뭉클해야지. 그래서
여기에 옮겨보고자 한다.
시티브의 재산은 10조가 넘는다. 참 많기도 하다.
어쩌면 참으로 독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자신의 성공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누구도 용서치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나보다. 그렇게 독하게 산 자신의 삶이 후회된다고 하니.
우리라고 다룰까. 똑같다. 지금 남의 가슴에 못질을
해대면서 독하게 사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나. 나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기고만장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러한 사람이 있으면 이 글을 읽고 자신의 삶을 잠시라도
돌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잃었던 자신의 본성을 다시 찾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든지 간에 우리의 인생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다. 그 끝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 끝에 서면 누구라도 후회를 한다. 지금껏 독하게
살았던 스티브도 마지막이 되니 자신 같이 뒤틀린 삶을 살지 말라며 잃었던 인간의 본성을 되찾았다. 그리고 말했다. 사랑하며 살라고. 오늘 하루도
우리가 마시는 공기 속에 사랑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이제 스티브의 마지막 말을
옮겨놓는다.
나는 비즈니스 세상에서 성공의 끝을 보았다. 타인의 눈에
내 인생은 성공의 상징이다. 하지만 일터를 떠나면 내 삶에 즐거움은 많지 않았다. 결국 부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하나의 익숙한 ‘사실’일
뿐이었다.
지금 병들어 누워서 과거 삶을 회상하는 이 순간, 나는
깨닫는다. 정말 자부심 가졌던 사회적 인정과 부는 결국 닥쳐올 죽음 앞에 희미해지고 의미가 없어져 간다는
사실을.
어둠 속의 나는 생명 연장 장치의 녹색 빛과 윙윙거리는
기계음을 보고 들으며 죽음의 신의 숨결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제야 나는 깨달았다. 생을 유지할 적당한 부를 쌓았다면 그 이후 우리는
부와 무관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무엇이 부보다 더 중요하냐면 예를 들어 관계, 아니면
예술, 또는 젊었을 때의 꿈을... 끝없이 부를 추구하는 것은 결국 나 같이 뒤틀린 개인만 남긴다. 신은 우리에게 부가 가져오는 환상이 아닌,
만인이 가진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우리에게 감각(senses)을 선사하셨다.
내 인생을 통해 얻은 부를 나는 가져갈 수 없다. 내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오직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들뿐이다. 그 기억들이야 말로 자신을 따라다니고, 자신과 함께하고, 자신에게 지속할 힘과 빛을
주는 진정한 부이다.
사랑은 수천마일을 넘어설 수 있다. 인생에 한계는 없다.
가고 싶은 곳을 가라. 성취하고 싶은 높이를 성취하라. 이 모든 것이 너의 심장과 손에 달려있다. 이 세상에서 제일 비싼 침대는 무슨 침대일까?
그것은 병들어 누워있는 침대이다.
너는 네 차를 운전해줄 사람을 고용할 수 있고, 돈을
벌어줄 사람을 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너 대신 아파줄 사람을 구할 수 없을 것이다. 또 우리가 잃어버린 물질적인 것들은 다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한 번 잃어버리면 절대 되찾을 수 없는
유일한 것이다. 한 사람이 수술대에 들어가며 본인이 끝까지 읽지 않은 유일한 책을 깨닫게 되는데 그 책은 바로 ‘건강한 삶’에 대한
책이다.
우리가 현재 삶의 어느 순간에 있던지 간에, 결국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삶이란 극의 커튼이 내려오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가족 간의 사랑을 소중히 하라. 배우자를 사랑하다. 친구들을 사랑하라. 너
자신에게 잘 대해줘라. 타인에게 잘
대해줘라.
스티브 잡스의 글을 옮기느라 오늘은 조금 길었다. 그래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히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가 사랑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오늘이 만약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챙기고
싶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오늘은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절절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고 실천했으면 좋겠다. 내일 죽는다 할지라도 후회라도 조금 덜하게.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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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멋지고 참으로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