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해파랑길 1~2구간 부산~울산길을 떠나기 직전에 서울둘레길을 완주했으나, 시간 부족으로 글과 사진들을 정리하지 못하다가, 3주 지나 이제야 회상하며 올려본다.
서울둘레 봄꽃길 나의 자강길(전편)
서울둘레길 마지막인 8코스의 둘째 날이다. 성북구 정릉초교에서 시작하여 화계사, 4.19탑으로 넘어가는 솔바람길과 흰구름길에 꽃보라가 인다. 그윽한 천연 향수가 천지에 쏟아진다. 아스라한 연분홍, 순백의 하양, 노랑 빨강 원색의 춘화들이 한창 봄의 왈츠를 춘다. 호랑나비는 봄바람 은파를 타고 종횡무진 날개 짓 신나는 펑키 춤이다. 나도 함께 경쾌한 폴카 춤으로 합류한다. 새들의 음악소리 지상 최대의 볼륨이다. 빈 나무마다 작은 가지들이 눈을 떴다. 솜털 새순들이 햇살에 뽀얗다. 숲은 지금 온통 태동이다. 한참이나 움츠려있던 나도 기지개를 편다. 싱그러운 숲을 양껏 마신다. 폐부 깊숙이 향긋한 봄이 차오른다. 서울둘레 봄꽃길은 안일과 무기력으로 축 쳐져있던 나를 깨워 탄탄하고 강하게 만드는 자강의 길이다.
일찍 핀 화사한 꽃들이 차례차례 다음 꽃들에게 이어 주는 4월. 하릴없이 동네 하천길만 걷던 나는 문득 TV에서 소개하는 구불구불 서울둘레길에 눈이 번쩍 띄었다. 지금은 높은 산 정상에 오를 수 없을 만큼 다친 손목이 완전치 않으니, 이산 저산의 횡단 둘레 산길을 걸으면 안성맞춤이겠다. 마을길, 하천길을 따라 물오리, 물고기도 보면서 체력도 보강하고, 짜증스럽던 날들의 가슴을 노래랑 자연이랑 기도로 채워보면 어떨까? 고요한 침묵과 사색 향연의 시간도 가져보면 얼마나 여유로울까? 나의 충직한 카메라가 내 나름의 느낌과 표현들을 맡아줄 것이다.
총 157km 8코스의 서울둘레길은 코스마다 서울에 있는 산과 지역의 아름다운 역사, 문화, 자연생태를 걸으며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엮은 그야말로 서울을 쭉 둘러 살펴보는 도보길이다. 서울의 북부 쪽에 사는 나는 서부와 남부 지역이 한참이나 낯설었다. 한 코스의 거리 대략 15~20km를 하루 6~8시간 정도 걸으며 인증 스탬프를 3~5개씩 찍어 총 28개를 완성하면 서울특별시청으로부터 완주 인증서를 받도록 안내해 놓았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는 주말마다 한 코스씩 걷는 ‘서울둘레길 10주 원정대’ 가 지금도 계속 기수를 늘려가며 건행대원을 모집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처음 1코스 때에 산수유와 홍매화, 진달래 꽃봉오리를 시작으로 점차 개나리, 목련, 벚꽃들이 만개하더니, 8코스 끝날 무렵엔 조팝나무, 황매화, 철쭉, 라일락 꽃들이 속속 생기를 북돋아 주었다. 햇살이 따사로이 내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이다. 초콜릿, 과일, 과자 등을 먹으며 여유자작 걸으니 아픈 것도 잊고, 세상 아무 근심걱정이 없다. 해가 있는 동안에 걸으면 혼자라도 두려움 없이 걸을 수 있도록 서울둘레길은 비교적 잘 조성돼 있었다. 둥근 연녹색의 붙박이형 안내표지와 오렌지빛 신호 꼬리리본이 모르는 길에선 북극성이 돼 주었다. 빨간 우체통을 찾아 인증스탬프 찍어나가는 기쁨도 어린아이마냥 신바람이다. 몇 번이나 헤매고 갔던 길 다시 또 오가며 시행착오를 겪지만, 세월 굴곡의 이치도 이와 같아서 씁쓸하지 않다. 무난히 아흐레 만에 혼자서 완주했다. 코스가 끝날 때마다 조금씩 자연을 알게 되는 내가 자랑스럽다. 나에게 근사한 저녁을 대접하고 자화자찬으로 격려한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가족과 주변 지인들이 나를 지탱해주고 있는 원동력임을 새삼 느낀다. 끊임없이 나를 지켜주시는 그분의 미소에 언제나 새 힘을 얻는다.
4월 초하룻날 아침 첫 번째 코스인 수락산 불암산을 간다. 도봉산역 2번 출구로 나와 창포원 실내 건물 2층 북카페에서 서울둘레길 안내지도와 인증 스탬프 책을 구입함으로써 출발이다. 창포원 꽃밭 빨간 우체통에서 설레며 첫 스탬프를 찍었다. 도봉산을 뒤로 중랑천이 흐르는 상도교를 지나 수락리버시티 아파트, 수락산 벽운계곡 입구, 노원골에서 천상병 시인의 시비 ‘나 돌아가리라......’ 귀향 등의 시편도 읽으며 쉰다. 본격적인 수락산 진달래 능선길을 오르니, 갓 피어난 분홍빛 진달래 꽃봉오리가 막 태어난 손자인양 반갑다. 주민쉼터 전망대에서 샌드위치로 점심 후 양말까지 벗고 벤치에 누우면 하늘도 내려와 내 옆에 눕는다. 맑은 기운이 되어 귀임봉, 채석장 전망대를 지나 수락산을 마감하는 당고개역으로 내려오면, 4시간 정도로 약간 뻐근하다.
이어지는 불암산 들머리로 들어서서 철쭉동산, 불암산 봉우리가 보이는 넓은 마당, 경수사 사잇길, 불암산 청암 등산로 입구, 재현고교, 생태 체험관, 최불암 시비, 불암산 전망대를 지난다. 이 길은 내가 우리 집 중계동에서 불암산을 자주 오가는 길로 나의 고향 같은 길이다. 배드민턴장과 넓적바위를 지나 불암산 고찰 학도암에 올라선다. 부처님이 내려다보시는 이 절에는 명성왕후가 빌며 기도했다는 마애불 보물이 있다. 산사에 핀 산수유, 목련꽃 황홀경에 한참이나 머문다. 아직도 달동네인 104마을 갈림길, 공릉동 아파트 단지를 보며 백세길 도로로 나오면 불암산 둘레길의 끝이다. 1코스는 수락산과 불암산의 작은 봉우리들을 여러 번 넘는 다소 강도 높은 둘레길이나, 구불구불 수려한 산세와 독특한 바위들이 여전히 신비스럽다. 산하의 노원구 마을, 신시가지 별내와 의정부의 풍광 또한 시원하다. 15Km에 7시간이 걸린 셈으로 지치긴 해도 완주로 흘린 땀과 온몸이 신선한 공기로 채워졌음에 그 상쾌함과 통쾌함을 이루 말로 다할 수가 없다.
*서울둘레길 시작점 도봉산 2번 출구로 나오면 서울창포원이다.
*맨 처음 서울둘레길을 알려준 둥근 표지와 주홍빛 꼬리 리본이 반갑다
*서울둘레길 안내판과 첫번째 빨간 우체통에 인증스탬프를 찍는다.
*인증 스탬프 병풍식 작은 책자에 첫 코스로 찍은 스탬프 하나가 출발이다.
*서울둘레길 1코스를 안내해주는 다양한 이정표들이 더없이 고맙다.
*서울둘레길 1코스 수락산 전망대에서 쉬며 산하 마을의 풍경 바라본다.
* 서울둘레길 1코스 첫번째 수락산 구간을 끝내고 두번째 불암산 구간의 첫 빨간 우체통 앞에 섰다.
*나와 함께 걸어주는 내 친구 그림자와 벗하니 지치지 않는다.
*불암산 구간의 이정표들 또한 나를 반겨준다.
*불암산 고찰 학도암 바위 계단 꼭대기에 부처님이 내려다보고 계신다.
*불암산 사람들과 불암산 모든 생물들을 지켜주시는 부처님의 뒷모습이 든든하다.
*명성왕후가 기도했다는 보물의 마애블님의 미소가 평화롭다
*학도암의 풍경은 파란 하늘에 언제나 그윽하다.
*수락산 불암산의 풍경들 속에 학도암 근처에서 119구조대에 실려가는 낙상자의 모습도 보인다.
*수락산 불암산의 총천연색 봄꽃들이 갓 피어나 곱디 곱다.
*수락산 불암산 둘레길을 마치는 나도 화사한 진달래꽃으로 태어나본다.
*불암산 전망대 근처 영화배우 최불암님의 시비가 서 있다.
첫댓글 나도 내가 대견하다.
나도 나에게 상을 주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