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61) 제3권 일본 민족이 아닌 타민족은 모두가 마루타였다.
제14장. 비밀 작전후 요시다 대위의 새로운 변신
5절. 요시다, 731부대로 복귀후 새로운 보직
이 여자는 누구일까.
요시다를 생각하는 마음이 자신보다 앞지르는 듯해서 그녀는 당황하였다.
그녀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휩싸였다.
살아 돌아오길 기원하며 아침저녁으로 빌고 있는 여자....,
전장에 아들을 보낸 어머니 다음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여자는 아내일 것이다.
아내가 없다면 누구일까.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고는 그런 정성을 쏟기는 어려운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에게 기원하는 그녀의 정성으로 보아 미요코가 요시다를 사랑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그 남자를 사랑해야 하는 미요코의 심정을 생각하던 후미코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에 대한 미움은 전혀 없이 어떤 숭고한 아름다움조차 느낄 수 있었다.
"오해 마세요." 하고 미요코는 홍차 두 잔을 만들어 쟁반에 들고 옆에 와서 앉았다.
"요시다 대위님과 나는 친구 사이에요. 친구가 살아오길 빌었을 뿐이에요."
"고마워요, 미요코 양. 그렇다고 자주 설명 안 해도 돼요. 친구면 어떻고 애인이면 어때요.
전선에 나간 군인을 위해 비는 것인데요"
"요시다 대위님의 연인은 후미코 양이에요. 그건 분명한 것이잖아요? 나는 친구일 뿐이에요."
미요코의 입에서 친구라는 말이 계속 되풀이해서 나오자 후미코는 웬지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분명히 요시다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마치 위장하려고 안간힘을 쓰듯이 친구라는 말을 강조했다.
오히려 떳떳하게 나 역시 그 남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흔든다든지 양보를 하고 돌아서서 운다든지 하는 일은 없겠지만 좀 더 솔직해 주었으면 하였다.
어쨌든 미요코의 그 정성은 후미코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약간의 패배감도 느꼈다.
"오늘 온 것은 그의 소식을 전해 주기 위해서예요."
후미코의 말을 듣는 미요코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녀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말을 듣고 그토록 긴장하는 것이었다.
"요시다 대위는 살아 계세요."
"정말이에요?"
"나도 방금 알았어요. 나의 오빠한테 들었어요. 여기 부대 총무부장님의 말이니까 틀림없을 거예요.
지금 수마트라 팔렘방 육군병원에 계시대요."
잠자코 듣고 있던 미요코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기뻐서 우는 울음이었지만, 후미코는 당혹스런 표정으로 앉아 그녀를 멍하니 보았다.
유카다(浴衣)의 옷자락 끝으로 그녀의 뽀얗고 동그란 무릎이 드러나 전등 불빛에 반사된 불빛에 눈이 시었다.
그녀의 무릎은 가볍게 흔들렸다.
몸조차 격정으로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요코의 격앙된 감정의 변화를 보면서 후미코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요시다를 생각하는 그녀의 심상은 예측하기도 힘들 만큼 강하고 깊었던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녀의 존재가 하나의 재앙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후미코는 조그만 분노를 느꼈다.
그렇게 기뻐하는 태도는 보편성을 넘어서고 있었으며, 그 남자의 애인 앞에서 예의를 지키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랑의 감정이란 항상 예의를 뛰어넘어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도 말릴 수 없었다.
이윽고 감정을 진정시킨 미요코는 일어나 눈물을 닦아내었다.
그리고 빙긋이 웃으며 후미코를 향해 말했다.
"너무 기뻐서 울음이 나왔어요."
"자꾸 자신을 설명하려고 하지 마세요. 모두 이해하고 있어요."
"어머, 내가 호들갑을 떨어서 차도 못 드셨네. 차 드세요."
"예."
후미코는 홍차를 마시며 넋을 빼버리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기분이 무척 좋은지 안절부절 못 하면서 방과 거실을 왔다갔다 하였다.
"아마테라스 오미가미(天詔大神)여, 정말 감사합니다."
미요코는 방 안에다 대고 그렇게 말하며 생글생글 웃었다.
그녀가 위패를 세울 때 요시다 대위는 16사단의 군의관 나가마즈(永松) 대위와 파랑새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미요코는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의 은혜로 보고 감사하고 있었다.
홍차를 마신 후미코는 웬지 미요코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어색한 분위기가 자신을 엄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요코는 스스로 도취되어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나, 후미코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미움이나 질투가 결코 아닌 배타적인 감정이 일어났다.
그렇다고 그녀 앞에서 초조한 기색을 보이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그 마음을 포용하고 사랑하며 북돋워 주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결코 유쾌한 기분이 아닌 것은 웬일일까.
"왜 금방 가려고 해요?" 하고 미요코는 따라 일어서며 말했다.
"더 놀다 가요. 다른 얘기도 좀 하고......"
"다음에 하지요. 오늘은 그 소식을 전하려고 왔을 뿐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이렇게 찾아와 알려 주어서요."
"고맙긴요. 그이를 위해 기도해 주어서 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네요. 그럼 안녕히--."
"안녕, 내일 만나요."
문을 닫고 돌아선 후미코는 관사를 나와 숲길을 걸었다.
요시다 대위의 생존 소식을 알게 된 기쁨 못지않게 오빠의 태도라든지 미요코의 태도가 불안을 주었다.
그 불안이 무엇이라고 뚜렷하게 주체성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소나기라도 내릴듯이 하늘에 먹구름이 뒤덮이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요시다 대위, 건강은 어떤가?"
"양호합니다."
"훈장받은 것을 축하하네. 그런데 왜 가슴에 안 달았나?"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 받은 듯해서 쑥스럽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영광스럽게도 덴오헤이카(天皇陛下)께옵서 하사하신 것이잖나."
"자넨 이젠 방첩반에는 근무할 수 없네."
"네, 알고 있습니다."
"자네는 어디서 일하고 싶은가?"
나카루(中留) 중좌는 담배를 피우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의 앞에 서서 요시다 대위는 잠깐 생각했다.
731부대에서 그가 일할 수 있는 만족스런 부서는 생각나지 않았다.
군의관들처럼 연구분야 일을 할 수도 없었고, 이시이 대위처럼 마루타를 수송하는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 후미코의 동생 미나루(永山三成) 소년 대원의 얼굴이 떠올랐다.
언젠가 그 소년을 보고 소년대에 있고 싶다는 말을 한 일이 있었다.
그것이 그로서는 가장 무난할 것 같았다.
"생각나는 부서가 없나? 내 밑에서 일하던지"
"저......제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려도 좋을까요?"
"말해보게"
"소년대에서 교육 일을 맡고 싶습니다."
"교육부로 가고 싶단 말이지?"
"그것이 저어게는 맞을 것만 같습니다."
"자네같이 훌륭한 전과를 올린 장교가 겨우 애들 교육이나 시키고 있을 작정인가?"
"아이들 교육은 내일의 황국 군대를 이끌어갈 동량입니다."
"그러고 보니 그것도 일리가 있네." 하고 나카부 중좌는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콧수염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좋아. 자네 소원이라면 교육부로 보내 주겠네. 교육부장이었던 니시다 알고 있지?"
"예."
"지금은 소노다 요시오(園田由夫) 대좌가 맡고 있네. 소노다 대좌와 자네 문제를 상의해서 결정하지."
"감사합니다."
"교육부는 크게 둘로 나누어져 있네. 대원 교육과 소년대 교육이야. 자네는 소년대 교육 책임자로 일하게 될 것이네."
"감사합니다."
"여행으로 피곤할 테니 가서 쉬게."
"안녕히 계십시오."
요시다 대위는 총무부장의 집무실을 나가기 위해 경례를 붙이고 돌어섰다.
첫댓글 후미코, 잘 참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