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싸우는 동지들이 마음에 걸려서 양재동 spc본사 앞 농성장을 갔는데 문이 닫혔다. 인스타 계정을 확인하니 ‘추석연휴에 푹 쉬고 돌아오겠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다. 왜 못봤을까나! 지난달에도 합정역 7번 출구 파리바게트 앞에서 파리바게트 투쟁을 지지하는 인디밴드 공연 있다고 해서 갔는데 폭우라서 그런지 아무도 없어서 발걸음을 돌렸었다. 엇갈리는 사랑이여.
양재동에서 오후 3시에 남겨진 자는 뭘 해야하나 어리둥절 하다가 3호선 라인에 있는 극장 압구정 cgv가서 영화 <다 잘 된 거야>를 봤다. 잘 죽을 권리, 존엄사를 다루는 프랑스 영화인데 주인공이 소피 마르소다. 중딩시절 내 연습장 표지를 담당했던 66년생 언니. 소피 마르소는 나이가 들어도 소피 마르소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달리기, 수영, 복싱 하는 장면에서는 근육이 살아있는 몸매가 몸시도 감탄스럽다.
하여간 “진정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가 단 하나 있는데 그것은 자살이다.”이라고 카뮈도 그랬고, 존엄사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로 소설로 더 많이 예습하고 싶은 영역이다. 영화에서 통곡과 오열이 없는 자식들의 배웅과 당사자의 담담한 태도가 돋보였다. 슬픔이 드러나는 방식과 시기는 다르니까, 그리고 죽음이 꼭 불행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거니까. 존엄사도 돈과 시간, 이동권이 있는 사람만 선택 가능한 계급의 문제라는 점도 생각해보게 된다.
파리바게트 농성장에서도 “다 잘 된 거야” 라는 소식 듣고 싶다.
다음은 파바노조 계정에서 퍼온 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불법파견 사건 이후 여섯번째 추석을 맞이합니다.
2017년 추석 직전, 고용노동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 5378명을 불법파견 형태로 고용했다며, 직고용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습니다. 직고용이 되지 않자 162억 원의 과태료 부과 사전통보를 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수백억의 불법파견 과태료를 피하기 위해, 임금 및 복지를 본사수준으로 맞추고,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으며, 불법파견 사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기로 약속했습니다. 노동조합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정당들과 함께 맺은 사회적 합의 입니다.
사회적 합의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여전히 SPC그룹 본사 앞 천막농성장에서 여섯번째 추석을 맞이합니다.
사회적 합의는 지켜지지 않았고, SPC그룹은 사회적 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하는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관리자들에게 현금을 살포했습니다. 여전히 제빵기사들의 휴식권, 모성권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잘된거야 #프랑수아오종 #소피마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