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개념의 신체화라고 부르는 것에는 적어도 세 가지 층위가 존재한다. 즉, 그것은 신경 층위, 현상학적인 의식적 경험, 그리고 인지적 무의식이다.
신경적 신체화(neural embodiment)는 신경 층위에 있는 개념들과 인지 작용들을 특징짓는 구조들에 관한 것이다. 색채 개념들을 특징짓는 신경회로, 레지어 스타일의 공간관계 개념 모형들, 그리고 나라야난의 상(相) 개념 신경 모형들이 그 보기들이다.
물론 정교한 실험 기술과 강력한 이론의 추상화를 포함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신경 층위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에게 사진을 제공하는 PET 촬영의 경우에도 그 사진이 무엇에 대한 사진인지 어느 정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이론화가 필요하다. 우리가 ‘신경회로’에 관해 이야기할 때, 물론, 우리는 전자학 용어로 신경 구조를 개념화하기 위해 중요한 은유를 사용한다. 회로 은유는 신경과학의 전체 분야에서 사용되며, 두뇌의 움직임에 대해 아주 중대한 통찰력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 <몸의 철학>에서
[단숨에 쓰는 나의 한마디]
위의 글을 옮기면서 든 생각은 먼저 층위가 무엇인지 다시 확인해보는 것이었다. ‘층위(level, 層位):언어 계층의 각 층, 어떤 유(類)의 언어 요소가 전체의 언어 구조상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말한다.’ 다음은 신경. ‘신경(nerve, 神經): ①중추(中樞)의 흥분(興奮)을 몸의 각 부분(部分)에 전(傳)하고 또 몸의 각 부분(部分)으로부터의 자극(刺戟)을 중추(中樞)에 전(傳)하는 실 모양(模樣)의 기관(器官) ②사물(事物)을 감각(感覺)하거나 생각하는 힘.’ 그 다음은 인지. ‘인지cognition, 認知): ①인정(認定)하여 앎 … ③구체적(具體的)인 사물(事物)의 지각(知覺).’ 또 그 다음은 회로. ‘회로(circuit, 回路): 생체 내에서 진행되는, 물질과 에너지의 교대 과정 중에서 화학 반응의 경로가 순환하는 부분.’ 또 그 다음은 PET. 'PET(양전자 단층촬영, positron emission tomography)'
여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레지어 스타일과 나라야난의 상 개념에서 검색 시간을 좀 잡아먹었다. 네이버와 다음을 거쳐 구글까지 간 다음 그 실체가 확인되었다. 레지어, 나라야난 둘 다 인지과학자들이었다.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우리의 뇌가 가지고 있는 신경구조가 공간개념, 이미지 등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즉, 몸이 우리의 개념체계를 형성했다는 것이고, 우리가 어렵게 여기는 추상적 이성 또한 우리 몸에서 출발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 몸을 열심히 작동시키면 나만의 글쓰기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짧은 시간 단어를 다시 찾기 위해 국어사전, 한자사전, 영어사전을 보는 동안 문득 고은 시인이 생각났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고은 시인이 감옥 생활을 하는 동안 국어사전을 통째로 외웠단다. 출소 후 그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회오리쳐 하루에 한 편씩 시를 썼단다. 글쓰기의 기본, 그것은 국어사전을 끼고 노는 것이다. 문득 중요하면서도 가끔 망각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