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중고 9회 동기들의 2018년 2월 정기 월례회를 가졌다. 1963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동기들과 중학교 동기생들도 아우른 동기들의 모임이다. 동기회는 1970년대 후반에 결성이 되었으니 40여년이 흐른 세월이다. 80년대 후반에는 고교시절 은사들을 모시고 남이섬으로 야유회를 가기도 했다. 동북고의 전통이자 명문인 축구시합도 하면서 말이다. 식사를 곁들인 한 잔 술은 격의없는 대화로 스승이면서도 형님 같은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시간이 흐르고 지금은 그 스승님의 생존 여부도 알 수가 없는 게 아닌가. 제자로서의 도리도 못한 선생님에 대한 그리움이 켜켜이 쌓이고 있지 아니한가. 까까머리 청소년기의 그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물어도 대답은 허공에 뜨고 사라질 뿐이다. 180여명의 동기들 중에 벌써 40여명은 알 수도 없는 그 멀고도 까마득한 험한 길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한 마디 인사도 없이 저 산 위에 맴돌고 있는 구름처럼 옷깃을 스치는 바람처럼 말이다. 어느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정해진 너와 나의 우리들 인간들의 삶의 종착지가 아닌가. 우리 나이도 70대 후반으로 80을 향하고 있는 노객들에게 황혼의 노을만이 환하게 비추고 있는 초라한 모습이다. 더 늦기 전에 한 발짝이라도 호흡을 맞추며 함께 걸어 봄이 어떠하리오. 한 달에 한 번 일년이면 열 두번 10년이면 120번이거늘 이것도 힘에 부치고 시간이 없다고 손사레를 친단 말인가. 한 잔 술에 삶의 버거움을 담아 완샷으로 날려 보냄은 또한 어떠하겠소이까. 학생시절에는 말 한 마디 건네지도 않았던 친구, 이름도 제대로 기억나지 아니하는 벗들도 있겠지. 해서 너는 나의 동기가 아니라고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언성을 높아고 핏대를 세워야만 하는가. 한 발짝만 다가서면 모두가 친구이며 중학교 고등학교 동기 동창인 것을 말이다. 오는 친구 막지 말 것이며 돌아서는 친구는 손을 잡아봐도 더 거세게 뿌리칠 뿐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 말이 있으나 외양간을 멋지게 고쳐 짓는다 하여도 나간 소는 돌아올 리 만무하다. 가을철 전어(錢魚) 굽는 냄새에는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고 한다. 맛잇는 전어구이를 챙겨 먹고는 역시나 짐을 싸 들고 다시 뛰쳐 나가는 세상이다. 30여년 동안 동기회 모임은 고작 년말에 송년회 겸 정기총회 단 한번의 모임만이 전부이다. 참석 인원도 최근에는 열 몇명으로 20명에도 한참 모자라는 인원이다. 건강에 이상(異常)이 오고 심각한 불치(不治)의 고통으로 나날을 힘들게 보내는 벗들도 있다. 심지어는 생(生)을 마감하는 동기들도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럴 때 일수록 가끔 만나서 나즈막한 산행과 둘레길을 걸으며 심장 박동소리를 함께 들어보면 어떠하겠소이까. 여태껏 거칠고 험한 세상을 오로지 처자식만을 위하여 혼신의 힘으로 버텨온 우리들 동기생들이 아닌가. 삶에 부대끼고 지친 몸과 마음을 한 잔 술에 추억을 담아 털어버림이 어쩌면 백약(百藥)이 무효(無效)인 노객(老客)들에게는 만병통치약(萬病通治藥)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겠다. 어느 동창회나 동기회의 성원(成員) 조건은 있을 수가 없으며 참석 회원을 우선으로 하는 모임인 것이다. 동창회비가 아깝다고 자주 만나기를 망설이는 어리석음은 버려야 한다. 모자라면 꼬깃꼬깃한 뒷 주머니에서 각자 보태면 되는 것이다. 아니면 주머니가 좀 두둑한 친구가 기분 좋게 완샷(ONE SHOT)하면 더 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모두가 참여하여 즐겁게 떠들고 먹고 마시며 우리 동기들만의 낭만(浪漫)의 하루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늘 모임의 주인공들은 위짜추 부라오 오뚜초 서류바 또파파 또또기 태조하 패노우 조단서 여추이 까토나 등의 열한명의 동기들이며 나중에 합류한 싸보바 까지 모두 열 두명이었다. 종묘를 돌아보고 창덕궁을 거쳐 창경궁에 들어서 각자 준비한 간식과 음료로 떨어진 혈당을 올린다. 성균관대학교의 명륜당을 들러보고 성대 캠퍼스 뒷쪽으로 내려와 3호선 안국역 근처의 맛집으로 들어선다. 출출한 속을 짜릿한 한잔 술의 권주가로 더 없는 동기임을 확인한 것이다. 다음에도 다시 만나자는 무언의 약속을 각자 다짐하면서 말이다. 우리 모두가 언제부터인가 전철을 공짜로 타는 노객이 되는 신세가 아니더냐.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영원한 짝의 품속을 찾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돌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