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쯤부터 시작한 이 작은 도시의 날씨가 지금은 좀 이상 기후인 것 같다.
그때부터 시작한 간헐적인 우기가 그칠 줄을 모르네.
작년도, 재작년도 그런 기억은 떠오르지 않는데.
창문 밖의 흐린 날씨에 가랑비가 내리고 콘크리트 보도가 물에 젖어 번쩍거리며 바람세기도 만만치가 않아 풀잎들이 세차게 흩날린다.
어제도 오늘도 어두운 새벽길에 나서 연분홍 黎明과 半圓으로 솟아오르는 태양의 광채를 맞이할 수 없으니 아쉽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습관이 굳어지면 중독의 지경에 까지 이르는 것이 아닐까.
며칠 전에는 그 산책길에서 마주 오던 할머니가 의례적 인사말 " Good Morning! ", " Have a good day! " 대신, 혼자 걷는 내게 " Where is your wife?! " 눈을 부릅뜨다시피 때아닌 질문을 던지는데 유머 감각이 있는 할머니의 弄인 줄 대번 알아챈 내가 " Sleeping! "이라 대답했더니 할아버지 할머니 내외가 하하 거리며 웃고 지나간다.
활발하고 재미있는 할머니라.
기억에 남는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하나도 다르지 않은 超노년기 나날이 지루하지 않은 것이 기이하고, 오히려 중고등, 대학 동문회나 퇴직자 모임에도 가장 노장座 자리에 이끌리는 것이 마음 편하지 않고 몇 시간 앉아 있다 돌아올 뿐인데도 피로가 적지 않게 쌓인다.
산 것과 죽은 것이 무어가 다른지 自問하게 되는 것은 흐린 날씨 탓이 아닐까.
마지막 눈감게 된 후에는 하늘 높은 곳으로 가게 된다는 상식 때문인지 창밖의 회색 하늘을 자주 내다보게 된다.
죽음의 경험을 가져 보았다는 이들의 말에 의하면 대개 몸에서 빠져나온 혼령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기도 하며 희비의 想念이 없이 곧이어 원통형 터널을 지나다 돌아왔다는 奇談이 많은데 나는 그것이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한다.
원통 모양의 터널은 아마도 사후 혼령들이 群集하는 먼 별나라로 가기 전, 잠시 후 지구의 경계를 벗어날 때까지 통과하게 되는 경로가 아닐까.
고차원, 고질량, 고에너지의 별세계와 지구는 소통의 길이 영원히 차단되어 아주 질긴 인연을 잊지 못한 영혼들은 가끔 몽중에 나타나기도 하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작은 별조각(stardust 또는 운석) 하나는 이룰 수 없는 재회를 위한 탈출의 실패 사례가 아닐까 짐작해 보기도 한다.
공상으로 가득 찬 나날이 지루하지는 않다.
無念無想을 원하기도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
세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