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빵에 빠지다①] 빵의 역습 [한국인 빵에 빠지다②] 달콤 살벌한 제빵업 1인자 전쟁 [한국인 빵에 빠지다③]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④] 음~ ‘명품빵’의 고소한 냄새 [한국인 빵에 빠지다⑤] 성공 노하우 챙기고 무점포 베이커부터 시작을 [한국인 빵에 빠지다⑥] 애그플레이션 악몽 또 닥치나
[한국인 빵에 빠지다①] 빵의 역습 원조 밀로 만든 배급빵에서 참살이 건강식으로 당당히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2010.08.30 752호 주간동아
프랑스 식민지였던 캄보디아는 빵으로 유명한 나라다. 한 여행가는 “갓 구운 바게트 냄새가 캄보디아의 아침을 깨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휴가로 앙코르와트 유적지가 있는 캄보디아 시엠립 시에 다녀온 기자 역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빵집을 찾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크루아상을 한입 베어 물었다.
맛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그 이상의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우리나라 빵집에서 사먹던 빵맛도 이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제과명장이기도 한 김영모과자점 김영모(57) 대표가 “우리나라 빵의 역사가 100년에 이른다. 구한말에 도입된 이래 빵은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 됐고, 고급스러운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면서 “한국의 제과제빵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던 게 떠올랐다.
8월 25일 시청률 44.1%를 기록한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는 ‘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빵이란 음식 소재에 주인공과 라이벌의 ‘대결구도’가 들어가면서 극의 전개가 더욱 흥미로워졌다”며 “특히 옛날 빵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에 녹아든 빵의 역사를 다루면서 젊은 여성층은 물론, 빵과의 다양한 추억을 떠올리는 중장년층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빵은 포르투갈어인 ‘팡’이 일본에서 변형돼 우리나라에 소개된 말로, 일반적으로 밀과 호밀 같은 곡분에 물과 이스트, 다양한 재료를 넣어 발효시켜 구운 음식을 뜻한다. 그렇다면 빵은 언제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일까. (사)대한제과협회에서 만든 ‘한국 빵 과자 문화사’에 따르면, 1885년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입국해 빵을 구웠는데 이를 한국 최초의 빵으로 본다. 이후 1902년 개관한 서양식 호텔 ‘정동구락부’에서도 빵을 만들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빵을 ‘면포’라 했고, 특히 카스텔라는 ‘눈처럼 희다’고 해서 ‘설고’라 불렀는데 외국인은 물론 당시 세도가 조선인에게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빵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 치하 일본의 양과자점들이 국내에 진입하면서부터다. 단팥빵, 크림빵, 소보로빵, 술빵 등 지금도 큰 인기를 끄는 ‘옛날 빵’이 이때 들어왔다(이는 빵의 본산지인 유럽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일본식 빵이다). 당시 일본인들이 운영하던 빵집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한국인들이 광복 이후 우리나라 제과제빵업계의 토대를 다졌다. 6·25전쟁 후 미국에서 다량의 밀가루 원조가 들어오면서 제과제빵이 인기업종으로 떠오르며 빵집이 많이 생겨났는데 ‘뉴욕제과’(서울 명동), ‘고려당’(서울 종로), ‘풍년제과’(부산 부평동), ‘덕수제과’(서울 광화문), ‘태극당’(서울 명동), ‘독일빵집’(서울 동작구 흑석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빵’은 부유한 사람이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다.
옥수수 배급빵의 추억
1960년대 아이들은 학교 급식을 통해 빵과 우유를 접하게 됐다.
“1969년 국민학교 입학 후 3학년 때까지 매일 아버지 목침보다 큰 옥수수빵과 ‘우유 덩어리’를 배급받았어요. 청소 당번을 하면 빵을 하나 더 받기 때문에, 당번을 거래하는 일도 빈번했죠(웃음). 당번을 해서 빵을 하나 더 챙길 때면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에게 줄 생각에 하굣길이 무척 즐거웠어요. 그때 먹은 옥수수빵의 맛과 향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이후로는 그런 빵을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디자이너 이모 씨·40대 후반)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풍부해지자 우리나라 정부는 1960년대를 전후해 ‘빵과 라면 등을 밥 대신 먹자’는 의미의 ‘분식장려운동’을 펼쳤다. 당시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옥수수빵과 가루로 된 우유를 공짜로 나눠줬는데, 이때부터 빵이란 음식이 일반 대중의 머릿속에도 각인되기 시작됐다. 실제 ‘주간동아’가 온라인 리서치기업 ‘마크로밀코리아’에 의뢰해 8월 23~24일 이틀간 전국 5대 도시 20~50대 남녀에게 ‘빵에 대한 추억’을 물어보니 40, 50대 상당수(40대 18.4%, 50대 26.9%)는 ‘학교에서 우유와 함께 나눠주던 배식빵’이라고 답했다(신뢰구간 95%, 표본오차 ±4.4%).
“외삼촌이 제빵 회사에 다녔어요. 그 회사에서 나온 ‘보름달’이라는 빵이 최고의 간식거리였죠. 하루는 외삼촌이 대형 트럭에 잔뜩 빵을 싣고 저희 집에 오셔서 ‘원하는 만큼 가지고 가라’고 했어요. 100봉지 정도를 다락방에 숨겨놓고 아침, 점심, 저녁 계속 꺼내 먹었죠. 3일 동안 그렇게 했더니 물려서 더 못 먹겠더라고요(웃음).”(회사원 엄모 씨·40대 초반)
1960년대 말부터 삼립식품, 샤니, 서울식품, 기린 등 양산제빵업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공장에서 빵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열렸다. 1970~80년대 동네 구멍가게나 학교 매점 등에서 사먹던 빵이 바로 이들 업체가 만든 ‘양산빵’이다. 기억은 시대를 반영하듯, 앞선 조사에서 5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20대 23%, 30대 22.8%, 40대 27.9%)에서는 ‘학교 매점 등에서 사먹던 양산빵’을 가장 머릿속에 오래 남은 ‘추억의 빵’으로 꼽았다.
“마치 군대처럼 엄격했다”
1970~80년대는 ‘빵공장’에서 만든 양산빵과 ‘빵집’에서 직접 만든 제과점빵이 공존했다. 또 김영모, 서정웅 등 현재 대한민국 제과명장으로 활약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빵을 배우고 만들고 팔던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빵을 배우려면 제과점에 들어가 ‘선배’ 제빵사들에게서 도제식으로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사)대한제과협회 서정웅(61·코른베르그과자점 대표) 회장은 “태극당, 풍년제과, 청자당, 나폴레옹 제과점 등에서 배우고 일했는데, 당시 제과점은 마치 군대처럼 엄격했다. 일을 잘못하면 작업대에 엎드려 맞는 일도 잦았다. 그때 엄하게 배우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지금 다 성공한 제빵사가 됐다”고 회상했다.
1970년대 말부터 뉴욕제과와 고려당, 독일빵집 등 중견 제과점의 규모가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형태의 분점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1984년 신라호텔에서 분리한 ‘신라명과’와 1986년 샤니를 모기업으로 하는 ‘파리크라상’, 1988년 크라운제과가 만든 ‘크라운베이커리’ 등이 이 시장에 합세했다. 이처럼 1980년대 중반 이후 양산제빵업체에서도 프랜차이즈를 통한 제과점(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유해진 소비자들이 빵집에서 직접 구운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빵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5년부터 제과점의 시장점유율이 양산제빵업계를 앞섰고, 이런 경향은 1990년대 이후 한층 가속화돼 1990년대 말에는 제과점의 점유율이 양산제빵업계의 2배 이상이 됐다.
2000년대 이후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급성장’과 ‘빵의 다양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국내 제과점 시장은 크게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특정 브랜드 이름 아래 관리·운영되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이하 프랜차이즈)와 제과제빵 기술을 습득한 일반인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윈도 베이커리’(이른바 동네 빵집·이하 윈도)로 나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윈도의 매장 수가 프랜차이즈의 4배에 이르렀지만, 2009년 현재 매장 수는 거의 같아졌다(윈도 약 4400개, 프랜차이즈 약 4300개). 하지만 매출 규모는 프랜차이즈가 약 1조8600억 원으로 7300억 원인 윈도의 2배 이상이다. 즉 프랜차이즈의 규모와 마진,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호텔이나 백화점, 마트 등에서 운영하는 이른바 ‘인스토어 베이커리’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샤니, 삼립 등 양산제빵업체 역시 편의점, 마트, 학교 매점 등에 저렴한 빵을 공급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장을 형성했다. 특히 ‘국진이빵’ ‘포켓몬스터빵’ ‘핑클빵’ 등 트렌디한 메뉴를 개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그래프 참조). 한편 유기농 재료와 선진 제빵제과 기술을 앞세운 ‘고급 베이커리’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서정웅 회장은 “베이커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세한 개인 베이커리가 고전하다 망하거나 프랜차이즈로 흡수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당연한 일이고, 프랜차이즈는 이미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누가 뭐래도 빵맛이 좋아야…
“그동안 개인이 운영하는 윈도 베이커리가 현실에 안주하며 안이하게 대응했던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앞으로는 천연 효모를 활용한 건강빵을 전문으로 한다거나, 품목은 적지만 독특한 맛을 내는 빵을 선보이는 등 프랜차이즈를 앞설 수 있는 영역을 특화해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랜차이즈의 독주는 문제가 있겠지만, 베이커리의 다양화는 소비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죠. 더 맛있고 다양한 빵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빵집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누가 뭐래도 빵맛이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를 통해 20~50대 남녀에게 ‘빵집을 선택하는 기준’을 물은 결과 ‘빵맛’이 41.2%로 압도적인 1위였고 ‘특정 브랜드 선호’(6.6%), ‘저렴한 가격’(6.2%), ‘쾌적하고 세련된 매장 분위기’(1.2%) 등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미 빵은 간식에서 식사를 대신하는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참살이(웰빙) 열풍에 따라 각종 건강빵이 등장하면서 ‘빵은 소화가 잘 안 되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마저 불식하고 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다양한 빵. 빵의 역습은 시작됐다.
현실 속 ‘제빵왕 김탁구’는 엄격한 제빵실 군기…손으로 습도 재는 것 말도 안 돼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는 양산빵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서자 김탁구(윤시윤 분·사진)가 고난을 겪으면서 제빵업계 1인자로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빵을 소재로 한 드라마답게 다양한 빵과 제빵기술, 제빵업계 문화 등이 등장한다.
김영모과자점 김영모 대표는 “드라마가 우리나라의 빵과 제빵업계 역사를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팔봉제빵점’에서 제빵사들이 도제식으로 배우는 부분이 실감 난다”면서도 “실제는 드라마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도 “드라마처럼 ‘막내’가 바로 밀가루 반죽을 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유명 제과점에 들어가면 제빵실 청소와 그릇 닦기, 밀가루 포대 옮기기 등을 1년 넘게 한 뒤에야 겨우 밀가루를 만져볼 수 있었다는 것. 반죽을 치고, 빵의 모양을 만드는 건 한참(사람에 따라서는 2~3년 이상)을 수련한 후에나 가능했다.
드라마에서는 제빵사들이 현대적 감각의 깨끗한 위생복을 입고 작업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당시 제빵실의 온도가 40℃ 정도였고 에어컨 시설도 없었기 때문에, 1970년대 초까지는 ‘속옷’만 입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 빵이 귀한 음식이어서 아무리 제빵사라 해도 함부로 맛을 볼 수 없었다. 제빵실에서 몰래몰래 빵을 먹다가 걸리면 쫓겨나기도 했다.
극중 김탁구의 아버지인 구일중(전광렬 분)은 제빵에 들어가기 앞서 양팔을 벌려 손의 느낌으로 습도를 잰다. 이 장면에 대해 김 대표는 “물론 제빵 과정에서 습도가 중요하지만, 그렇게 팔을 벌린 후 손으로 습도를 재진 않는다”며 “드라마적 설정”이라고 껄껄 웃었다.
또 김탁구와 라이벌인 구마준이 벌인 1차 경합에서 김탁구는 보리밥을 빵에 넣은 뒤 발효시켜 구운 ‘보리밥빵’을 선보였다. “실제로 과거에 이런 종류의 빵이 있었는지” 묻자 서 회장은 “보리밥빵은 추억의 빵이라기보다 최근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건강빵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②] 달콤 살벌한 제빵업 1인자 전쟁 선두 SPC 물량 공세에 후발업체들 차별화 전략으로 도전장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로 제빵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그룹(이하 SPC) 허영인(61) 회장은 방영 초부터 ‘드라마의 배경이자 실제 모델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드라마 제작사와 SPC 모두 “드라마는 순수 창작물일 뿐, 실제 인물과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SPC는 불륜과 외도, 혼외 자식, 복수 등의 극중 설정이 자칫 현실과 동일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이런 폭발적인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
파리바게뜨 vs 뚜레쥬르 냉동반죽 싸움
드라마와 실제는 다르다고 하지만, 국내 제빵업계 1위 기업인 SPC가 최근 주목받는 건 사실이다. SPC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주)파리크라상과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로 이뤄진 (주)비알코리아, 그리고 그룹 모체이자 양산빵을 생산하는 (주)샤니와 (주)삼립식품(이하 삼립) 등의 계열사로 구성된 식품전문기업. 회사명의 S는 삼립과 샤니를, P는 파리크라상을, C는 비알코리아를 비롯해 향후 생겨날 새로운 계열사들(Companies)을 의미한다. 현재 SPC는 매년 20% 이상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중심엔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파리크라상이 있다(그래프 참조).
현재 제빵업계의 라이벌 구도는 SPC의 1위 브랜드에 CJ푸드빌, GS리테일, ㈜롯데리아 등 후발업체 브랜드가 도전하는 형태다. 먼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을 살펴보면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양자 대결로 좁힐 수 있다. 1986년 설립된 파리크라상은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베이커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빵공장에서 배송돼온 완제품과 공장에서 냉동반죽을 가져와 빵집에서 직접 구운 빵을 함께 판 게 경쟁력이 됐다. SPC 홍보실 홍보팀 현주엽 차장은 “냉동반죽을 활용함으로써 반죽부터 직접 했던 윈도 베이커리보다 인건비를 줄이고, 완제품만 팔던 빵집보다 마진율과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기존 버터케이크가 아닌 생크림케이크를 출시하면서 TV 광고 등 마케팅도 많이 한 결과, 파리바게뜨 매장을 차리려는 사람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진출 10년 만인 1997년 파리바게뜨는 점포 수, 인지도, 매출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지금까지 모든 수치 면에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선 점포 수가 2006년 1500개에서 2010년 2400개로 늘어났고, 매출액은 2009년 1조 원을 돌파했다. 이 중 82m2(25평) 이상 규모의 매장에서 기존 빵 외에 커피, 스무디 등 음료를 함께 파는 ‘카페형 베이커리’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면서(2010년 현재 30% 정도), 파리바게뜨는 빵집의 대형화, 카페화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카페형 베이커리의 경우 기존 매장보다 매출이 20% 정도 올라가는 편.
또 2009년 푸른색을 배경으로 투명한 화이트와 에펠탑을 강조한 신규 BI를 론칭, 서울 강남이나 명동 등 주요 지역 위주로 확대하면서 세련되고 신선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패션5’와 ‘파리크라상’(23개 점포)은 파리바게뜨보다 상위 레벨로, 냉동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서 구워 파는 정통 베이커리 개념이다.
경쟁업체 옆에 매장 내는 건 비일비재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매장 수나 매출 면에선 파리바게뜨보다 한참 뒤처진다. 매장 수는 2010년 7월 말 현재 1360여 개점이고, 매출액은 2009년 기준 3000억 원으로 파리바게뜨의 3분의 1 수준. 하지만 프랑스어로 ‘매일매일’이라는 뜻의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와 달리, 모든 빵을 매일매일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실제로 파리바게뜨는 점주가 빵의 구성을 결정할 수 있어, 매장마다 완제품 빵과 직접 구운 빵의 비중이 다르다. SPC 측은 “직접 구운 빵의 비중이 10%에서 90%까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평균을 내기 힘들다”고 했다). CJ푸드빌 홍보팀 김무종 부장은 “뚜레쥬르는 매장 수를 늘리거나 규모를 대형화하는 것보다, 빵의 본질을 앞세운 프리미엄 홈메이드 베이커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시장 점유율은 작아도 빵맛은 최고라는 소리를 듣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뚜레쥬르는 1997년 9월 1호점인 구리교문점을 오픈하면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에 진출했다. 뚜레쥬르의 론칭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그중 핵심은 대기업(당시 제일제당)이 제빵 시장에 본격 진출한 첫 사례라는 점과, IMF 이후 퇴직한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제2의 인생을 위한 생계수단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1호점부터 29호점까지는 삼성 퇴직자가 운영했고, 1998년 9월부터 일반인 대상 가맹사업을 벌였다. 뚜레쥬르 역시 밀가루, 설탕 등을 보유한 제일제당과의 시너지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업계 2위였던 크라운베이커리는 2000년대 중반 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했고, 2009년에는 2008년보다 매출이 16.54%나 감소했다.
한편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1~2위 업체의 공격적인 확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윈도 베이커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통신사와 함께 한 할인 정책이 직격탄이었다. (사)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개인 점포를 포기하고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로 흡수되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아쉬워했다. 윈도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씨도 “단골 위주로 장사를 잘하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점포의 입지가 좋다’며 자기네 브랜드로 간판을 바꾸라고 강요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옆에 규모가 큰 매장을 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상자기사 참조).
이런 상황에 대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측 모두 “경쟁사 간 또는 프랜차이즈와 개인 점포 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인정했다. SPC 현주엽 차장은 “매장 점주가 모두 개인사업자인 데다, 프랜차이즈 업체 입장에서는 점주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줘야 ‘선택’될 수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쟁업체 바로 옆에 매장을 내는 건 영업 현장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던킨 아성을 무너뜨려라!
도넛업계도 SPC 계열사인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 아성에 (주)롯데리아의 ‘크리스피크림도넛’과 GS리테일의 ‘미스터도넛’이 도전장을 낸 형태다. 2009년 말 기준 시장점유율이 던킨도너츠 79%, 크리스피크림도넛이 15%, 미스터도넛이 6%로 추정된다.
던킨도너츠는 1994년 1호점을 내고 1998년 안테나숍 개념의 명동점을 오픈한 이후 점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0년 현재 총 83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SPC 현주엽 차장은 “던킨도너츠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커피”라고 강조했다. 즉 커피전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건 물론, 매장 역시 커피전문점 이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면서 커피 매출을 강화하겠다는 것.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크리스피크림도넛은 2010년 8월 현재 40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매출액은 2009년 기준 600억 원에 이른다.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형 매장에서 더즌(12개) 판매를 주로 하면서 매출 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내 좋은 위치에 큰 매장을 낼 수 있고, 매우 단맛의 오리지널 도넛 제품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는 점이 크리스피크림도넛의 강점으로 꼽힌다.
미스터도넛은 대표 메뉴인 ‘폰데링’을 사자 캐릭터로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매장 내부 모습.
2007년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미스터도넛은 2010년 현재 7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GS리테일 홍보팀 김영 대리는 “미스터도넛을 일본 브랜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미국 브랜드인데, 일본에서 현지의 제빵 기술이 더해지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도넛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매년 30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양산빵은 2009년 롯데가 기린식품(이하 기린)을 인수한 후 경쟁구도에 들어섰지만, 오랜 전통과 전문 공장시설을 자랑하는 SPC의 샤니와 삼립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2009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샤니가 50.3%, 삼립이 33.2%, 기린이 9.5%, 서울식품이 6.9%(출처·각사 공시자료). 최근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기린에 햄버거 빵을 제조해 계열사인 롯데리아에 공급할 것을 지시했으나, 기린이 햄버거 빵을 만들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추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롯데리아는 기존 거래처인 샤니, 삼립과 거래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제빵업계는 1위인 SPC의 물량 공세에, 후발업체들이 각종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형태다. 어쨌든 소비자로서 업체 간 경쟁은 맛있고 다양한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업체 간 서로 상대방이 ‘미투(me too) 제품’(인기 브랜드나 히트 상품을 베껴 만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고사 직전의 동네 제과점 생존 전략 품질 올리고 각종 이벤트로 고객 잡아야
코른베르그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은 “윈도 베이커리로 특정 영역을 특화하는 등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저기 치고 들어오는 프랜차이즈점 때문에 죽을 맛입니다.” “재료값은 오르고 반죽에서부터 굽기, 포장까지 일일이 손이 가 인건비도 꽤 들지만 프랜차이즈의 빵 때문에 빵값을 올리지도 못해요.”
서울 곳곳에서 만난 동네 제과점 주인 대부분은 ‘요즘 장사 잘되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몇 년 전부터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동네 곳곳을 점령하면서 자영 제과점이 사라지고 있다. 시장형 빵집으로 돌아서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는데 시장형 빵집이란 ‘빵 3개에 1000원’ 식으로 빵을 저가로 판매하는 박리다매형 제과점으로, 가게 앞에 가판을 내놓고 파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저가의 재료를 쓰거나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이 특징. 아현동에서 시장형 빵집을 운영하는 B씨는 재료에 대해 묻자 대답을 꺼리면서도 “싼 맛에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워낙 장사가 안 돼 막막하다”고 털어놓았다.
양천구 신월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C씨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운영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동네 제과점의 시름에도 소비자들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 김모(26) 씨는 “동네 제과점은 외관상 깔끔하지 않아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호기심에 한번 들어가서 먹어봤지만 종류도 적고 가격도 싸지 않아 매력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주부 황모(37) 씨는 “평소 동네 제과점을 찾을 때도 있지만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케이크와 빵의 종류가 많은 프랜차이즈를 찾게 된다. 더구나 각종 사은품도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동네 제과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월간 ‘베이커리’ 김기설 편집장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프랜차이즈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좋은 재료를 쓰고 신선한 빵을 매일 굽는 등 건강빵 위주로 가야 한다는 설명. 동대문구 회기동에 자리한 크로네 베이커리는 동네 제과점이지만 자연 발효한 반죽으로 만든 호밀빵과 당도가 낮은 저칼로리 다이어트 케이크 등으로 찾는 손님이 많다.
예전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필요도 있다. 수원대 근처에 위치한 ‘좋은 아침’은 평일 아침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무료 빵 100개를 나눠준다. 이후 맛을 기억하거나 성의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제과점을 찾는 사람도 많다. 좋은 아침의 함성옥 대표는 “8000원 이상 빵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룰렛을 돌려서 나오는 빵을 무료로 주는 등 다양한 행사를 시시때때로 마련한다.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방식보다는 빵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누구? 창업주 2세, 공격 경영으로 손대는 브랜드마다 1위 만들어
‘제빵업계 1인자’로 불리는 SPC 허영인(사진) 회장의 성공스토리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못지않게 드라마틱하다. SPC의 모태는 삼립식품(이하 삼립)이다. 허 회장의 부친이자 삼립의 창업주인 아버지 고(故) 허창성 회장은 1964년 최고의 히트상품인 크림빵을 출시했는데, 이는 공장에서 만든 양산빵의 시초이기도 하다.
둘째 아들인 허영인 회장은 1969년 삼립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유학 중인 형 허영선 전 회장이 귀국하자 삼립의 경영권은 장남에게 돌아갔고, 허 회장은 삼립에서 독립 분가한 샤니를 맡았다. 미국의 유명한 제빵학교인 AIB(American Institute of Baking)에서 연수를 한 허 회장은 선진 외국기술을 과감히 도입, 양산빵의 품질 향상에 힘썼다. 또 1980년대에 들어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를 설립해 베이커리와 도넛, 아이스크림 시장에 참여하면서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그 결과 1996년 샤니는 모기업인 삼립을 제치고 제빵업계 정상에 올랐다.
반면 허영선 전 회장이 운영하던 삼립은 리조트, 콘도 등 비주력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한 결과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2002년 허영인 회장의 샤니가 삼립을 인수하며 가업을 이었다.
허영인 회장은 지금도 빵에 대해선 사내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SPC 현주엽 차장은 “회장님은 유럽이나 일본 등 해외 출장을 가면 수많은 빵을 샘플링해 와 연구자들에게 보여주고 제품화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고 말했다. 또 공장에 가선 직접 빵을 쪼개 반죽과 발효 상태를 살펴보는 일이 매우 잦다고 한다. 주말엔 전국 각지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5~6곳에 불쑥 다녀오기도 한다. 처음엔 점주들이 어색해했는데, 이제는 매우 반갑게 맞는다고.
현재 허 회장이 SPC의 신성장동력으로 찾은 건 바로 해외시장 진출이다. 2004년 중국 상하이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 2010년 8월 현재 중국에 총 38개 파리바게뜨 지점(직영 37개, 가맹 1개)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05~2006년 중국베이커리협회가 선정하는 중국 최고급 유명 제과점에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까지 200개 점포를 낼 계획이다. 미국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2002년 9월 파리크라상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래 2005년 10월 LA코리아타운에 1호점을 열었다. 지금은 총 13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세계 제과제빵 1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SPC의 비전이다.
이처럼 SPC의 규모가 매우 커졌지만, 계열사 공시 자료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현재로선 ‘가족 기업’의 측면이 강하다. (주)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 본인이 전체 주식의 74.5%를 보유하고, 허진수 SPC 상무(장남)가 16.7%를 가지고 있다. (주)샤니 역시 허영인 회장 본인이 61.79%를, (주)파리크라상이 7.8%를 보유하고 있다. (주)삼립은 (주)파리크라상이 40.66%를, 나머지 주식은 허영인 회장과 허진수, 허희수(차남) SPC 상무가 보유하고 있다. (주)비알코리아 역시 허영인 회장이 66.67%를 가지고 있다. 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한국인 빵에 빠지다③]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참살이 열풍 탄 건강빵 귀하신 몸…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도 늘어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몸에도 안 좋은 빵을 왜 이렇게 많이 먹어?”
어릴 적 빵은 밥보다 못한 음식이었다. “우리 아이 밥 잘 먹어요”라고 자랑하는 어머니는 봤어도 “우리 아이 빵 잘 먹어요” 하는 어머니는 보지 못했다. 밀가루로 만든 빵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기자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자취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어머니는 전화통화 끝마디에 꼭 이 말을 덧붙였다.
“빵으로 대충 때우지 말고, 든든하게 밥 챙겨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그런데 밥보다 든든한 건강빵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라미듀빵’ 제과점을 찾았다. 제과점 주변에는 아기를 안거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까다롭기 그지없는 한국 어머니들을 만족시킨 빵집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벽에 그려진 그림만 화려할 뿐 정작 제과점 안은 비좁다. 곡물 색깔을 간직한 식빵, 바게트, 캉파뉴 등 기본 빵들만 비좁은 가게를 채웠다. 두 살배기의 빵을 고르던 최유경(40) 씨는 “우리 아이 먹을 음식이니 몸에 좋은지가 첫 번째 기준”이라고 이 빵집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첨가물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 살리고
좁은 매장에 비해 1층 아래에 있는 공장은 넓은 편. 라미듀빵코리아 이용숙 대표는 “개량제, 첨가제 등을 넣지 않고 자연 발효시켜 빵을 만드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곡물 자체의 구수함을 살려 밥처럼 물리지 않는 맛을 낸다”고 말했다. 빵을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는 달랐다. 건강빵은 예전 빵처럼 간식거리가 아니다. 특히 10, 20대를 중심으로 빵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건강빵의 필요성이 커졌다. 밥을 짓는 데 특별한 첨가물이 필요치 않아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고 건강도 해치지 않는 것처럼, 건강빵의 조건도 최대한 첨가물을 줄이고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청소년은 성장발육기에 있어 무얼 먹느냐가 중요하다. 빵을 좋아한다면, 건강한 빵인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브포카치아
건강빵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곡물, 밀가루 등 재료가 국내산이라는 것이다. ‘김영모과자점’ 김영모 대표는 “한국에서 난 재료로 만든 빵이 ‘웰빙빵’이다. 건강빵이라면 한국인의 체질과 입맛을 고려해 우리 땅에서 난 재료를 써야 한다. 순 쌀가루로 빵을 만들기도 하고 수수, 녹두 등도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써 온도, 습도 등을 하나하나 따져 교감하듯 발효시킨 건강빵으로 기자가 직접 끼니를 때워보니 정말 든든했다. 일반 빵을 연이어 먹었을 때 나타나던 속쓰림도 없었다.
식사 대용으로 좋은 건강빵은 잡곡바게트, 캉파뉴, 포카치아 등이다. 잡곡바게트는 호밀, 귀리, 기장, 해바라기씨 등 잡곡이 많이 들어가 영양분이 풍부하므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다. ‘종합영양제’ 잡곡으로 만든 만큼 영양분이 필요한 성장기 어린이, 노인에게 좋다.
건포도캉파뉴
프랑스 전통빵 캉파뉴는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은 신맛이 나지만 빵 속이 부드러워 먹기 좋다. ‘시골빵’ ‘농부의 빵’이란 애칭을 가질 정도로 프랑스에서 흔히 먹는다. 캉파뉴의 장점은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입맛도 맞추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 건포도, 호두, 아몬드, 치즈 등 부재료의 한계가 없다. ‘불에 구운 것’이란 뜻을 가진 포카치아는 이탈리아에서 왔다. 밀가루 반죽에 올리브유, 허브 등을 넣어 굽는 게 일반적이다. 역사가 오래된 빵인 만큼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지역 특색에 따라 다양한 모양, 재료로 만들어 먹는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로 즐겨 제공되는 담백한 맛의 빵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빵? 그런 것은 없어요
건강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빵을 만들어 먹는 ‘홈베이킹’족도 늘고 있다. 홈베이킹을 다룬 ‘파란달의 빵타지아’ 저자 정영선 씨는 “빵을 사먹으면 눈에 보이는 재료밖에 짐작할 수 없지만, 직접 만들어 먹으면 하나하나 재료를 고를 수 있다.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라 만들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직접 빵을 만들어 파는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규격화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들어서는 추세에서 나온 대안일 수 있다. 못 먹는 음식, 피하는 음식을 고려해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주문하면 좋지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는 모두 소화할 수 없으니 자신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
일반 밀가루에서 벗어나 유기농 밀가루, 쌀가루, 현미가루, 호밀가루, 통밀가루, 밀기울을 쓰거나 설탕 대신 메이플슈거나 파넬라슈거를 이용한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두유를 사용할 수 있고, 아토피가 있다면 달걀이나 우유 대신 두부를 넣어도 된다.
집에서 만든 크렌베리 호두빵
부재료를 적절히 활용하면 맞춤형 건강빵도 만들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한방 재료 구기자, 홍삼으로 식빵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활력을 주고 노화를 막기에 노인이 있는 가정에 추천한다.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씨앗을 이용해 빵을 만들면 씨앗에 함유된 알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여성형 맞춤 건강빵으로 인기가 높은 아마씨빵에는 오메가3 지방과 여성호르몬 리그나, 임산부에 좋은 엽산 등이 풍부하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단호박으로 만든 빵이 좋다. 맛이 달콤하고 색깔이 예뻐 아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블랙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빵도 주목을 끈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 암 예방 음식으로도 꼽힌다. 이 밖에 말린 크랜베리, 블루베리, 살구 등 과일과 팥, 완두, 잣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들 궁금해하는 다이어트빵이 있을까? 홈베이킹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다이어트용 빵은 없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 이 세상 어디에도 다이어트빵은 없다. 버터나 기름기를 줄여 만든다고 해도 칼로리가 아예 없는 빵은 없기 때문. 그냥 욕심내지 말고 적당량만 먹거나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거친 질감의 빵을 찾는 게 좋다. 건강빵에만 의존하는 것도 금물. 임경숙 교수는 “건강빵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음식은 대충 먹는 사람이 많다. 음식은 조화가 중요한 만큼, 다른 식단에도 관심을 갖고 균형을 맞춰야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맛’만큼 ‘손맛’이 즐거운 홈베이킹 체험기 “오븐에서 나는 구수한 향에 반했다!”
홈베이킹은 즐거움이다. 직접 빵을 만들며 건강을 챙길 수 있지만 그보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쫙 펴면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의 너비가 27cm가 넘고, 스테이크처럼 두꺼운 손을 가진 기자도 반죽을 하며 홈베이킹 매력에 눈떴다. “해본 적이 없는데” 하며 물방울무늬 앞치마 입기도 주저했지만, 반죽을 시작하는 순간 손맛이 새로웠다. 반죽 특유의 질감은 어릴 적 갖고 놀던 찰흙보다 부드럽고 탄력 있었다. 반죽을 치면 칠수록 묵직해오는 팔의 느낌도 좋았다. “손힘이 좋아 반죽을 잘한다”는 정영선 씨(사진·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파란달 작업실’ 운영)의 칭찬에 바로 ‘홈베이킹 과정에 등록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빵 만드는 사람은 저마다 재미를 찾는다.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주인공 김삼순(김선아 분)은 빵 만들기의 매력을 “나는 이스트를 넣지 않은 밀가루 반죽이 혼자의 힘으로 꼬물꼬물 발효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혼자서 살아나는 반죽이 너무 귀엽다”고 표현했다. 혼자서 제빵 과정을 익힌 정다운(28) 씨는 “오븐에서 구워질 때 나는 구수한 향과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좋다”며 웃었다.
홈베이킹에 필요한 도구는 의외로 간단하다. 재료를 섞고 반죽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볼, 큰 반죽도마, 밀가루를 치는 체, 재료의 용량을 재는 전자저울, 재료를 긁어내거나 고르게 하는 데 쓰는 주걱, 반죽을 자를 때 쓰는 스크래퍼,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빵틀 그리고 당연히 오븐이 필요하다. 손반죽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반죽기 또는 굽기 기능까지 있는 제빵기도 나와 있다. 오븐, 반죽기 등을 제외하면 3만 원 선에서 모두 구비할 수 있다. 공간도 크게 필요 없어 식탁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기본 재료는 밀가루, 설탕, 우유, 버터, 소금,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부재료 등이다. 직접 품을 팔아 장을 보는 재미는 보너스.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반죽, 반죽이 부푸는 1차 발효, 반죽을 쉬게 하는 중간 발효, 빵 모양을 만드는 2차 발효, 굽기로 구분된다. 과정은 간단하지만 실내 온도, 습도, 날씨 등을 고려해야 하기에 ‘학습’이 필요하다. 빵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견디는 인내력도 요구된다. 하지만 홈베이킹족은 “실패 과정도 즐거움이다”며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④] 음~ ‘명품빵’의 고소한 냄새 재료·기술·맛으로 소비자 사로잡아 … 웬만한 빵값의 3배 가격은 너무해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 평일 오후 3시 서울 청담동의 한 가게에 들른 프랑스 유학파 출신 주부 A씨. 우아한 재즈가 흐르고 갓 구운 빵 냄새가 풍기는 이곳은 해외 유학파, 대기업 사모님, 인기 연예인 등이 즐겨 찾기로 유명한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기욤’이다. 시중 베이커리보다 빵, 케이크 등의 양은 적고 가격은 3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프랑스 유명호텔의 수석 제과장 출신 셰프가 직접 개발한 메뉴라니 아깝지 않다. 특히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위해 만든 디저트 ‘밀페이 로열’은 기욤의 베스트셀러.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인데 가격은 9900원. 비싸다며 놀라는 이도 있지만 1만 원에 여왕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자고 나면 생겨나는 세련된 빵집, 빵집들
명품 부티크 숍을 연상케 하는 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 최고급 진열장에 케이크 등을 전시하고 고가의 와인, 거위 간 등도 함께 판매한다.
#“망고쇼트케이크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자란 젖소의 원유로 만든 생크림만을 씁니다. 하루에 2~3개만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명품 주얼리 매장 분위기가 나는 신라호텔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 하얀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점원 B씨는 손님이 매장에 들어서면 옆에서 걸음걸이를 맞추며 손님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빵, 케이크 등을 추천한다. 가격이 일반 베이커리보다 3배 정도 비싸고 10%의 부가세도 있지만 유기농 밀, 일본산 생수, 강원도에서 키운 팥 등 고급 재료만 쓴다니 구입을 망설이는 고객은 별로 없다. 100만 원 정도 하는 5단 케이크는 이 호텔 파티에 자주 등장한다.
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급 베이커리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고급 베이커리의 정의는 모호하지만 일반적으로 유기농 재료를 쓰고, 프랑스·일본 등 빵 선진국의 제과제빵 기술로 만든 빵을 판매하며, 매장의 외관이나 서비스 등이 세련된 빵집을 의미한다. 가격은 일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2~3배로 비싼 편. 과거에는 유명 호텔의 베이커리가 곧 고급 베이커리였지만, 최근에는 명장, 해외 유학파가 운영하는 자영 베이커리, 국내에 입점한 외국 베이커리 등 형태가 다양하다.
사람들이 고급 베이커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빵에 대한 개념이 간식에서 주식으로 변하고 웰빙(참살이)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가 몸에 좋은 빵을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자영 베이커리 ‘뺑드빱바’는 제빵사가 새벽 3시부터 유기농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고 직접 빵을 굽는다. 방부제를 쓰지 않아 하루 동안 팔리지 않고 남은 빵은 전량 폐기처분한다.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주부 변모(31) 씨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유기농 재료를 쓰고 소금을 거의 넣지 않은 빵을 찾다가 이곳을 알게 됐다. 아토피 환자들도 자주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 빵을 사러 여기까지 온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냉동반죽을 각 매장에서 굽기 때문에 재료, 신선도 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올해 여의도 63빌딩에 입점한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에릭 케제르’는 이스트가 아닌 자연 액체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드는데, 이 때문에 지방에서 빵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또 해외 경험이 풍부해지면서 프랑스, 일본의 정통 빵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특히 프랑스 빵이 인기가 높은데 ‘기욤’ ‘폴’ 등이 국내에 있는 대표적인 프랑스 베이커리다. 이들은 매장 전경만 봐도 프랑스 현지의 빵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008년 프랑스인이 청담동에 처음 문을 연 기욤은 개점 1년여 만에 매장이 3개로 늘어날 정도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전지현, 송혜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매장을 찾으면서 더 유명세를 탔다.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프랑스에서나 맛볼 수 있는 빵과 케이크를 구입할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유학파들 해외 정통빵 속속 들여와
120년이 넘는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로 세계 전역에 450여 개의 매장을 가진 폴은 2009년 국내에 들어와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폴의 송지혜 매니저는 “파리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물론 매장 분위기도 본점과 동일하게 연출하고자 접시, 테이블, 커튼 등 모든 물품을 프랑스에서 가져왔다. 특히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이 찾는데, 젊은 시절 파리에서 거주한 어느 노신사는 강원도에 살면서도 한 달에 한 번씩 찾을 정도”라고 전했다.
일본 도쿄의 최신 빵을 선보이는 ‘도쿄팡야’는 일본인 제빵사가 직접 운영한다. 주인 야스마 후지와라 씨는 정기적으로 도쿄를 방문해 최신 일본 빵 기술을 배워 온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빵의 종류는 15가지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후지와라 씨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볼 수 없는 카레빵, 멜론빵, 미소빵 등을 판매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자랑했다.
외국 유학파도 해외 정통빵을 선보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IMF 이후 일본으로 제과제빵 유학을 떠난 학생이 늘었고, 4~5년 전부터는 프랑스로 유학을 간경우가 많았다. 월간 ‘파티시에’의 김상애 편집장은 “최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이 일본식, 프랑스식 자영 베이커리를 열고 있다. 특히 카페와 베이커리를 합친 디저트 카페를 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몇 년 사이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홍대, 서래마을, 가로수길, 삼청동 등에 우후죽순 생겨난 디저트 카페가 이에 해당한다. 이곳들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보다 빵 가격이 10~20% 비싸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20, 30대가 주로 찾는다.
명품 매장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화, 차별화된 서비스 때문에 고급 베이커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 기욤에서 만난 주부 김모(35) 씨는 조용하고 고급스럽고 앤티크한 분위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 가격이 일반 매장에 비해 2~3배 비싼 편이지만 색다른 빵과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또한 비교적 붐비지 않는 것도 장점.
기욤의 이승규 실장은 “실제로 대기업 총수 일가나 연예인이 와서 빵을 먹고 간다. 명품 자동차나 가방처럼 큰 부담이 느껴지는 고가가 아니면서 상류층과 같은 서비스와 제품을 접할 수 있어 매장을 찾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라호텔의 패스트리 부티크는 의도적으로 매장을 명품 주얼리 매장처럼 리뉴얼했다. 빵, 케이크, 마카롱 등이 보석처럼 유리진열장에 전시돼 있고 포장을 할 때도 보석이나 명품 포장처럼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사용한다. 신라호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나도연 주임은 의도적으로 명품 매장을 벤치마킹했다고 전했다.
“명품 매장처럼 퍼스널 쇼퍼 개념을 도입해 점원이 고객의 상황, 취향에 맞게 제품을 추천합니다. 또 베이커리, 패스트리류 외에도 고급 와인, 수입산 치즈, 유기농 차, 빈티지 식초 등 고가의 상품을 함께 진열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살렸습니다.”
여기에 인터넷의 블로그, 마니아 문화 등도 명품빵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패스트리 부티크, 에리크 케제르, 기욤 베이커리 관계자들은 마카롱, 케이크 마니아들이 보석을 수집하듯 마카롱을 종류별로 사간다고 입을 모은다. 책 ‘맛있는 빵집’의 저자 이병진 씨는 “유명 베이커리를 찾아다니며 빵, 케이크 등을 비교하면서 ‘이곳은 식감이 딱딱하고 저쪽은 부드럽다’ ‘재료 함량이 차이가 난다’처럼 거의 전문가급 평을 하는 마니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우아한 음악이 흐르는 ‘기욤’. 앤티크한 분위기 때문에 찾는 이도 많다(왼쪽). 새벽 3시부터 제빵사가 프랑스, 독일 정통 빵을 굽는 ‘뺑드빱바’.
백화점-할인마트 등도 덩달아 고급화
이처럼 고급 빵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백화점, 할인마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도 고급 인스토어 베이커리를 론칭하거나, 고급 베이커리의 입점을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프랑스 밀가루, 천연 버터 등을 사용하는 프랑스 스타일의 ‘베즐리’를 운영 중인데 매년 1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롯데브랑제리의 ‘보네스뻬’, 프랑스 베이커리 ‘포숑’ 등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백화점 측은 “이전엔 고객들이 백화점에 들렀다가 빵을 사갔다면 이제는 빵만 사러 백화점을 오는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그룹은 2007년부터 디저트 카페인 ‘패션5’를 열어 고가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케이크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부산의 대형마트인 메가마트 역시 프랑스 전통 수제빵을 만드는 ‘바스키아’ 베이커리를 운영한다. 이들은 고급 베이커리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시중의 고급 베이커리보다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실의 영향으로 제과제빵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 일본 유학을 희망하는 이도 크게 늘었다. 종로요리제과제빵학원의 최현정 강사는 “어린 학생 중 80~90%가 국내에서 제과기술을 배운 뒤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유학을 희망한다. 단순히 국내에서 기술을 배워서는 호텔 베이커리에 취직하거나 고급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고급 베이커리라 해도 가격이 3배 이상 높은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중 만난 한 제빵업자는 “고급 베이커리에서 쓰는 재료나 기술 등의 수준이 높은 경향이 있지만 임대료, 인테리어, 서비스 비용이 더 크게 반영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 역시 높은 가격이 곧 좋은 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급 자영 베이커리에서 만난 제빵사 중에는 서울의 살인적인 임대료, 권리금 등이 가격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 이도 상당수였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한 권모(34) 씨는 “유학시절 맛보던 빵이 좋아서 국내에 입점한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를 즐겨 찾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누구나 갈 수 있는 대중적인 빵집인데, 한국에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만 강조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⑤] 성공 노하우 챙기고 무점포 베이커부터 시작을 꿈에 그리던 내 ‘빵집 차리기’ A to Z 변인숙 자유기고가 baram4u@gmail.com
빵 먹기를 밥 먹듯 하던 30대 직장인 A양. 출근 전에는 간단히 식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바쁠 때면 도넛이나 머핀을 먹기 일쑤다. 간식은 브라우니. 친구에게 선물할 일이 생기면, 데커레이션이 멋진 케이크를 구입한다. 빵집 가는 횟수가 잦다 보니 ‘나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빵집에 앉아 빵과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도 왠지 부럽다. 빵 먹기는 좋아하지만, 만들어본 경험은 별로 없는 A양은 빵집을 차리기 위해 정보 수집에 나섰다. 일단 ‘스승 찾기’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빵맛 좋기로 소문난 점포 주인에게 조언을 얻기로 결심, 자문했다.
Step 1. ‘사람’을 찾아라
tip | 창업 전 조언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컨설팅 업체의 주선을 받을 수도 있지만, 알음알음 성공 사례를 찾아 점주에게 직접 조언을 얻은 뒤 세부 계획을 짜는 게 좋다.
우선 빵과 커피가 맛나기로 유명한 점포를 찾았다. 입맛이 까다로운 셰프의 소개로 알게 된 ‘헨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는 50㎡(15평) 남짓한 소규모 베이커리 카페. 조용한 골목의 야외석과 연두색 톤의 실내 인테리어가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주방이 좌석 바로 앞에 있어 빵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공개된다. 이곳 진열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먹음직스러운 빵은 ‘킹왕짱 크림치즈 머핀’과 ‘2분의 1 식빵’. 바나나주스와 함께 시식하니 부드러운 맛에 혀가 녹는 듯했다.
“빵집을 차리고 싶어요.”
다짜고짜 사장에게 정보를 구했다. A양처럼 초면에 창업 상담을 부탁하는 이가 많았던 까닭인지 이진희(43·가명) 사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자세히 말해줬다. 헨느는 빵과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다. 주인의 일상 철학이 그대로 묻어난다. 본업이 디자이너인 이 사장은 가게를 차리고 나서 타인의 부러움을 많이 샀다. 거래처 직장인, 특히 과장 직급의 여성들에게서 “나도 이런 공간을 갖는 게 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사장은 가게를 차리고 나서야 빵집 운영이 많은 직장인의 로망이라는 것을 알았다.
헨느는 2009년 가을, 한 달여 준비한 끝에 문을 열었다. 본래 업무차 일본에 자주 들렀던 그는 일본의 친환경적이고 아기자기한 카페, 제과점, 액세서리점 등을 유심히 살펴봤고, 이를 벤치마킹했다. 규모가 작은 만큼 독특한 빵맛을 통한 마니아 공략에 나섰다. 헨느의 빵인 ‘완소 데니시’ ‘육남매 쿠키’ ‘킹왕짱 크림치즈 머핀’ 등은 모두 마니아가 존재한다. 10여 종류의 빵에 제각각 마니아층이 형성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 걸렸다.
헨느의 최고 인기 메뉴는 식빵이다. ‘2분의 1 식빵’ ‘미니 식빵’ 등 700원, 1200원짜리 식빵도 눈에 띈다. 하루 두 번 구우면 12개에서 14개 나오는데 금세 동이 난다. 요새는 아예 식빵으로 특화한 가게로 변화시킬 생각도 있다. 빵의 종류가 많으면 손도 많이 가고 기술자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따라갈 수 없다. 따라서 헨느 같은 자가 브랜드는 맛있는 빵 몇 가지에 주력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냉동 반죽을 가지고 와 굽지만, 우리는 밀가루 반죽부터 직접 하니 빵맛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케이크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받은 뒤에 작업에 들어갑니다. ‘종류는 많지 않지만, 정말 맛있는 빵을 만들자’가 우리 가게의 목표지요.”
자본금이 어느 정도 있고, 빵집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사진은 뚜레쥬르 분당 서현점 매장.
원래 헨느는 베이커리 강좌가 운영되던 빵집이었다. 이씨가 넘겨받아 오븐을 새로 구입하고 전기 공사를 다시 했다. 서울 황학동 중고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냉장고 등의 장비를 알아봤다. 창업 투자비는 5000만 원 정도 들었다. 사실 초기 비용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원래 디자이너였던 그는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간단한 물건을 손수 만들어 비용을 줄였다. 빵을 전문으로 만드는 파티셰도 고용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홈 메이드 느낌’이다. 케이크나 빵은 물론 가게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가게 내부를 둘러보면 지인과 함께 파티를 연 거실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
“빵집 운영도 일종의 종합예술이에요. 빵을 만드는 건 기본, 빵을 더욱 빛나게 하는 포장도 해야 하고, 가게 내부뿐 아니라 외부 인테리어도 신경 써야 해요. 가게 밖에 화원을 만들었으니 꽃도 가꿔야죠.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아무래도 회사에 매인 몸은 빵집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죠. 프리랜서인 저는 업무 미팅도 여기서 하고 디자인 작업과 연관이 되니 괜찮지만요.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다면, 빵집 운영을 ‘투잡’으로 추천할 만해요.”
Step 2. 무점포 베이커 따라 해라
tip | 무턱대고 가게를 임대하기에 앞서 무점포 베이커로 일단 행동에 옮긴다.
빵집을 차릴 때 가장 중요한 건 공간 확보다. 보증금, 권리금 등이 투자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 다음이 인테리어 비용. 인테리어 업체에 맡길 수도 있고, 본인이 할 수도 있다. 인테리어 업체는 AS가 잘되는 곳으로 정해야 한다. 하지만 점포 없이 재료비와 노동비, 가스비만 가지고 시작할 수도 있다. 바로 집에다 자가 브랜드 베이커리를 차리면 된다.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A양은 홍대 골목 종합문화카페 ‘노란 코끼리’(club.cyworld.com/yelephant)에 애플파이를 납품하는 베이커리를 찾았다. 대학생 조윤진(21) 씨는 ‘Hugs·Kisses’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홍대와 양재동 카페 등지에 직접 빵을 대고 있다. 그는 애플파이, 초콜릿 타르트, 쇼콜라, 브라우니, 바나나 파르페, 레몬 머랭 등을 직접 만든다. 일주일에 2판 정도 납품하는데,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머핀, 쿠키, 파운드케이크 등을 만들었고, 이때의 경험을 살려 개인 베이커로 활동하게 됐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개인이 ‘베이커리 블로거’로 활동하다가 직접 납품하는 기회를 얻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채식, 자연식, 오븐 베이킹 등 친환경적이고 신선한 재료를 쓰는 홈 베이킹 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시중에 발간된 베이커리 서적들도 빵 만들기 노하우를 전한다. 본격적으로 점포를 임대하기에 앞서 일단 ‘빵맛’으로 승부를 걸어본다.
Step 3. 정보에 탐닉하라
tip | 정보의 핵심은 발품이다. 가게 입지를 분석하며 상권마다 둘러보고,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일단 발품을 팔 시간이 부족하다면, 손품을 팔아야 한다. 전화와 인터넷, 책 등 정보를 동원할 수 있는 곳이면 모두 섭렵한다. 최근엔 하루 체험 위주의 ‘창업 캠프’를 추천할 만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운영하는 창업 전문가 강의를 듣고 제빵 과정 실습에 참여한다. 각 제과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제과업체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제빵 창업 강좌를 수시로 여는데, 기술을 배우는 것은 물론 동종업계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으니 참가한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좋은 상권의 점포를 소개받은 뒤 직접 발품 팔아 고르는 게 좋다. 반면에 다용도 베이커리 공간을 개척할 양이면, 콘셉트를 알리는 기획과 홍보에 비중을 둔다. ‘스위트 로드’(김영모·기린출판사)와 ‘베이커리 창업 성공하기’(김서중·크라운출판사) 등 빵집 창업 관련 서적도 참고한다. ‘스위트 로드’는 일본 제과점 답사기로, 자신이 여는 빵집의 콘셉트를 결정할 때 아이디어를 다각도로 얻을 수 있다. ‘베이커리 창업 성공하기’는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비용을 짜는 데 유익하다.
Q&A 체크포인트 프랜차이즈는 3억 원 이상 자본금 있을 때 고려를
Q. 빵집 창업, 항목별 비용은? A. 빵집 창업의 종합 비용은 점포비, 공사비(인테리어), 집기비용, 재료비, 개업 홍보비, 기타 비용(컨설팅, 통신비) 등이다. 어느 위치에 열고, 인테리어에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비용의 변동 폭이 크다. 판매직원과 파티셰 등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Q.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자가 브랜드 베이커리 중 어느 게 좋을까? A.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인지도, 노하우, 교육 시스템, 인력 관리 등에서 편리한 점이 있다. 접수, 상담, 매장 결정, 오픈 등의 순서로 개업 절차가 진행되는데 중규모나 중상 규모의 빵집 예산이 든다. 즉, 3억 원 이상 자본이 있을 때 고려해볼 만하다. 프랜차이즈의 투자금액은 거래보증금, 가맹비, 교육비를 비롯해 기계설비, 인테리어, 간판 등의 비용으로 쓰인다. 예산을 짤 때 순수익률은 매출액의 약 15%로 잡아야 한다.
자가 브랜드는 소량 생산으로 빵맛을 개발하고, 가격부터 인테리어까지 스스로 결정하며, 수익구조를 개발할 수 있다. 주인이 기술자가 아닐 경우 제과제빵학원의 학원장이나 강사에게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창업컨설팅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베이커리 기술자를 고용해서 오픈하더라도 최소 3년 안에 본인이 기술을 습득해야 이후 경영에 도움이 된다. 빵집은 다른 장사보다 유행을 덜 타고, 한번 문을 열면 오래 운영할 수 있기에 평생 직업으로 삼기 알맞다. 그렇기에 더더욱 창업자의 취향과 특성에 맞게 꼼꼼히 예산을 짜야 한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⑥] 애그플레이션 악몽 또 닥치나 러시아발 밀 가격 폭등 사태 … 정부 느긋하지만 불안 요소 여전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빵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물가 관리에 나섰지만, 밀 등 국제 곡물가가 오르니 소용이 없다. 8월 1일 CJ제일제당은 설탕 출고가격을 평균 8.3% 인상했다. 양산빵 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양산빵 시장 1위 업체인 샤니는 스위트 페스트리, 단팥빵 등 10여 개 제품을 각각 100원, 삼립식품도 크림빵 등 10여 개 제품을 100~200원 올렸다. 이에 대해 제과업체들은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지만 이번에는 인건비, 임대료 등 다른 요인이 있어 올린 것이다. 곡물 시장에서 원가가 오른다고 바로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며 밀가루 가격 인상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문제는 2010년 여름 밀가루 가격 인상 속도가 2008년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당시와 비견할 만하다는 점. 당시 중국 등 신흥국의 식량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식용·사료용 곡물 수요도 크게 늘었다. 고유가 악재에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에너지 소비가 늘자 옥수수, 사탕수수 가격도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6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곡물 재고량도 감소했다. 주요 생산국은 자국 재고량 유지를 위해 곡물 수출을 금했고, 수입국은 경쟁적으로 곡물 매입에 나섰다. 결국 일부 국가는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배급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곡물 생산 불확실성” 안팎서 우려 목소리
2010년 밀가루 폭등의 진원지는 러시아다. 세계 3위 밀 수출국 러시아가 40년 만에 찾아온 가뭄과 잇따른 산불로 8월 15일부터 밀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의 가뭄 소식이 전해지자 7월부터 국제 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7월 1일 1t당 184달러에서 8월 5일 289달러로 급등했다가 8월 13일 266달러로 하락했다. 장중 밀 가격이 6일에는 1t당 290달러에서 309달러로 올랐다가 267달러로 요동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졌다.
러시아발 밀가루 가격 인상이 국내에 애그플레이션을 일으킬까? 일단 우리 정부는 느긋한 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8월 17일 “애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전문가도 “러시아의 수출금지 발표에 시장이 충격을 받아 밀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미국 등의 재고량이 충분해 이미 안정됐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러시아 악재가 충분히 반영돼 9월 물가인상 요인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느긋한 태도와 달리 애그플레이션 우려는 국내외에서 계속 나온다. 한화증권 박종록 애널리스트는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작황이 좋아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러시아 가뭄 등을 계기로 곡물 생산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따라서 애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오름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12일 미국 농무부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의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줄어 재고량이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분협회, 사료협회 등에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는 재고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위험 요소는 남아 있다. 남반구 주요 곡창지대인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브라질 등에 라니냐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곡물이 영그는 시기인 12월에 라니냐가 피해를 끼친다면, 식량 생산량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정준석 과장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더운 곳은 더 더워지고, 추운 곳은 더 추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 위기를 일으킬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있는 것.
식량위기를 노리는 투기세력
메이저 식량회사, 투기자본의 움직임도 애그플레이션 위험 요소다.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에도 곡물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 곡물 시장으로 모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미 메이저 식량회사와 투기 세력들은 올해 하반기 기후 전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국내 기상전문가는 “곡물은 기후에 따라 가격변동 차가 크다. 정확한 기상정보를 입수해 투기가 성공을 거두면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해외 민간 기상업체들이 메이저 식량회사, 투기자본에 기상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가격이 인상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과업체 등이 밀가루 가격이 올랐을 때는 “원재료 인상 반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만, 밀가루 가격이 내렸을 때는 “원가 반영 비중이 미미하다”며 인하를 미루거나 인하 폭을 줄이기 때문.
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물가 안정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식량 안보를 위한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한국은 밀 자급률이 0.9%에 불과(상자기사 참조)하고 전체 식량 자립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다. 곡물 수출국은 자국 재고량이 부족하면 언제든 곳간을 걸어 잠근다. 또 밀 한 품목 가격이 올라도 사료, 식품, 유제품 등이 도미노처럼 따라 오르기에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위험성은 이렇게 크지만 대책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미래정책연구실장은 “쌀 중심 정책에서 대체작물을 적극 활용하는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가야 한다. 일본 농협의 ‘젠노 그레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형식에 그치는 대책이 아니라 메이저 식량회사와 투기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밀 부활할 수 있을까? 자급률 고작 0.9%, 수입산보다 2~3배 높은 가격이 걸림돌
이제는 밀밭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과거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재배됐다. 밀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춘 연유를 찾자면 6·25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54년 미국은 농산물수출원조법에 따라 막대한 양의 밀을 무상으로 한국에 원조했다. 전쟁 직후 굶주린 피란민에게 미국산 밀은 생명을 주는 빛이었다. 하지만 미국산 밀이 우리밀에 독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960년대 미국은 밀 무상 원조를 중단한 뒤 정부에 미국산 밀을 수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값싼 미국산 밀이 밀려들어오니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우리밀은 자취를 감췄다. 먹고살기 어려워진 농민들이 밀농사를 포기한 것이다.
1970년 9만7000㏊이던 우리밀 재배면적은 2000년 1000여 ha로 급감했다. 현재 우리밀 자급률은 0.9%에 불과하다. 이도 우리밀 지키기 운동을 벌인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반면 밀 소비량은 1인당 소비량이 1980년 29.4kg에서 2007년 33.7kg으로 꾸준히 늘었다. 밀은 국내 시판 곡류 중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다. 우리밀 생산이 제자리걸음이니 외국산 밀 수입이 크게 늘 수밖에. 2008년에는 한 해 1조5000억 원어치가 수입됐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우리밀 부활의 씨앗이 싹텄다. 참살이 바람을 타고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우리밀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국제 밀가루 가격이 올라 우리밀 가격경쟁력도 좋아지고 있다. 우리밀 전문업체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도 인기를 반영해 우리밀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정부도 우리밀 소비자를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 농식품부의 목표는 2017년까지 자급률을 10%대(20만t)로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지역별로 밀의 품종, 재배방법을 통일시켜 일정한 양을 생산하도록 하고 밀 건조, 저장 시설을 늘려 유통이 원활하도록 했다. 가공하기 쉬운 품종을 육성해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우리밀 사업 현장에서는 농식품부의 자급률 향상 대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밀광역클러스터사업단 사업운영팀 김성찬 과장은 “소비자의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산 밀 제품과 2~3배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 걸림돌이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줬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우리밀 사업자들은 경관보전직불금(이하 직불금) 지급 범위 확대와 원산지 표시제 강화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즉 마을 단위로 협약을 맺고 밀농사 체험 프로그램을 포함해야 한다는 직불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고, 소비자들이 수입 밀과 우리밀 구분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밀 원산지 표시를 늘려달라는 것. 이에 농식품부는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밀이 현실적 어려움을 딛고 밀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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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빵에 빠지다①] 빵의 역습 원조 밀로 만든 배급빵에서 참살이 건강식으로 당당히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 2010.08.30 752호 주간동아
프랑스 식민지였던 캄보디아는 빵으로 유명한 나라다. 한 여행가는 “갓 구운 바게트 냄새가 캄보디아의 아침을 깨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여름휴가로 앙코르와트 유적지가 있는 캄보디아 시엠립 시에 다녀온 기자 역시 아침에 일찍 일어나, 시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빵집을 찾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크루아상을 한입 베어 물었다.
맛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그 이상의 특별한 감흥은 없었다. 우리나라 빵집에서 사먹던 빵맛도 이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제과명장이기도 한 김영모과자점 김영모(57) 대표가 “우리나라 빵의 역사가 100년에 이른다. 구한말에 도입된 이래 빵은 우리나라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 됐고, 고급스러운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면서 “한국의 제과제빵 기술도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던 게 떠올랐다.
8월 25일 시청률 44.1%를 기록한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는 ‘빵’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빵이란 음식 소재에 주인공과 라이벌의 ‘대결구도’가 들어가면서 극의 전개가 더욱 흥미로워졌다”며 “특히 옛날 빵을 통해 우리나라 문화에 녹아든 빵의 역사를 다루면서 젊은 여성층은 물론, 빵과의 다양한 추억을 떠올리는 중장년층까지 흡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빵은 포르투갈어인 ‘팡’이 일본에서 변형돼 우리나라에 소개된 말로, 일반적으로 밀과 호밀 같은 곡분에 물과 이스트, 다양한 재료를 넣어 발효시켜 구운 음식을 뜻한다. 그렇다면 빵은 언제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일까. (사)대한제과협회에서 만든 ‘한국 빵 과자 문화사’에 따르면, 1885년 선교사 언더우드와 아펜젤러가 입국해 빵을 구웠는데 이를 한국 최초의 빵으로 본다. 이후 1902년 개관한 서양식 호텔 ‘정동구락부’에서도 빵을 만들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빵을 ‘면포’라 했고, 특히 카스텔라는 ‘눈처럼 희다’고 해서 ‘설고’라 불렀는데 외국인은 물론 당시 세도가 조선인에게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빵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일제 치하 일본의 양과자점들이 국내에 진입하면서부터다. 단팥빵, 크림빵, 소보로빵, 술빵 등 지금도 큰 인기를 끄는 ‘옛날 빵’이 이때 들어왔다(이는 빵의 본산지인 유럽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일본식 빵이다). 당시 일본인들이 운영하던 빵집에서 기술을 전수받은 한국인들이 광복 이후 우리나라 제과제빵업계의 토대를 다졌다. 6·25전쟁 후 미국에서 다량의 밀가루 원조가 들어오면서 제과제빵이 인기업종으로 떠오르며 빵집이 많이 생겨났는데 ‘뉴욕제과’(서울 명동), ‘고려당’(서울 종로), ‘풍년제과’(부산 부평동), ‘덕수제과’(서울 광화문), ‘태극당’(서울 명동), ‘독일빵집’(서울 동작구 흑석동)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빵’은 부유한 사람이나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다.
옥수수 배급빵의 추억
1960년대 아이들은 학교 급식을 통해 빵과 우유를 접하게 됐다.
“1969년 국민학교 입학 후 3학년 때까지 매일 아버지 목침보다 큰 옥수수빵과 ‘우유 덩어리’를 배급받았어요. 청소 당번을 하면 빵을 하나 더 받기 때문에, 당번을 거래하는 일도 빈번했죠(웃음). 당번을 해서 빵을 하나 더 챙길 때면 집에서 기다리는 동생에게 줄 생각에 하굣길이 무척 즐거웠어요. 그때 먹은 옥수수빵의 맛과 향은 지금도 잊지 못해요. 이후로는 그런 빵을 먹어본 기억이 없습니다.”(디자이너 이모 씨·40대 후반)
미국의 원조로 밀가루가 풍부해지자 우리나라 정부는 1960년대를 전후해 ‘빵과 라면 등을 밥 대신 먹자’는 의미의 ‘분식장려운동’을 펼쳤다. 당시 학교에선 학생들에게 옥수수빵과 가루로 된 우유를 공짜로 나눠줬는데, 이때부터 빵이란 음식이 일반 대중의 머릿속에도 각인되기 시작됐다. 실제 ‘주간동아’가 온라인 리서치기업 ‘마크로밀코리아’에 의뢰해 8월 23~24일 이틀간 전국 5대 도시 20~50대 남녀에게 ‘빵에 대한 추억’을 물어보니 40, 50대 상당수(40대 18.4%, 50대 26.9%)는 ‘학교에서 우유와 함께 나눠주던 배식빵’이라고 답했다(신뢰구간 95%, 표본오차 ±4.4%).
“외삼촌이 제빵 회사에 다녔어요. 그 회사에서 나온 ‘보름달’이라는 빵이 최고의 간식거리였죠. 하루는 외삼촌이 대형 트럭에 잔뜩 빵을 싣고 저희 집에 오셔서 ‘원하는 만큼 가지고 가라’고 했어요. 100봉지 정도를 다락방에 숨겨놓고 아침, 점심, 저녁 계속 꺼내 먹었죠. 3일 동안 그렇게 했더니 물려서 더 못 먹겠더라고요(웃음).”(회사원 엄모 씨·40대 초반)
1960년대 말부터 삼립식품, 샤니, 서울식품, 기린 등 양산제빵업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공장에서 빵을 대량 생산하는 시대가 열렸다. 1970~80년대 동네 구멍가게나 학교 매점 등에서 사먹던 빵이 바로 이들 업체가 만든 ‘양산빵’이다. 기억은 시대를 반영하듯, 앞선 조사에서 5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20대 23%, 30대 22.8%, 40대 27.9%)에서는 ‘학교 매점 등에서 사먹던 양산빵’을 가장 머릿속에 오래 남은 ‘추억의 빵’으로 꼽았다.
“마치 군대처럼 엄격했다”
1970~80년대는 ‘빵공장’에서 만든 양산빵과 ‘빵집’에서 직접 만든 제과점빵이 공존했다. 또 김영모, 서정웅 등 현재 대한민국 제과명장으로 활약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빵을 배우고 만들고 팔던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빵을 배우려면 제과점에 들어가 ‘선배’ 제빵사들에게서 도제식으로 가르침을 받아야 했다. (사)대한제과협회 서정웅(61·코른베르그과자점 대표) 회장은 “태극당, 풍년제과, 청자당, 나폴레옹 제과점 등에서 배우고 일했는데, 당시 제과점은 마치 군대처럼 엄격했다. 일을 잘못하면 작업대에 엎드려 맞는 일도 잦았다. 그때 엄하게 배우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 지금 다 성공한 제빵사가 됐다”고 회상했다.
1970년대 말부터 뉴욕제과와 고려당, 독일빵집 등 중견 제과점의 규모가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형태의 분점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1984년 신라호텔에서 분리한 ‘신라명과’와 1986년 샤니를 모기업으로 하는 ‘파리크라상’, 1988년 크라운제과가 만든 ‘크라운베이커리’ 등이 이 시장에 합세했다. 이처럼 1980년대 중반 이후 양산제빵업체에서도 프랜차이즈를 통한 제과점(베이커리)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그 이유는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유해진 소비자들이 빵집에서 직접 구운 신선하고 고급스러운 빵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85년부터 제과점의 시장점유율이 양산제빵업계를 앞섰고, 이런 경향은 1990년대 이후 한층 가속화돼 1990년대 말에는 제과점의 점유율이 양산제빵업계의 2배 이상이 됐다.
2000년대 이후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급성장’과 ‘빵의 다양화’로 특징지을 수 있다. 국내 제과점 시장은 크게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특정 브랜드 이름 아래 관리·운영되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이하 프랜차이즈)와 제과제빵 기술을 습득한 일반인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윈도 베이커리’(이른바 동네 빵집·이하 윈도)로 나뉜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윈도의 매장 수가 프랜차이즈의 4배에 이르렀지만, 2009년 현재 매장 수는 거의 같아졌다(윈도 약 4400개, 프랜차이즈 약 4300개). 하지만 매출 규모는 프랜차이즈가 약 1조8600억 원으로 7300억 원인 윈도의 2배 이상이다. 즉 프랜차이즈의 규모와 마진,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호텔이나 백화점, 마트 등에서 운영하는 이른바 ‘인스토어 베이커리’의 비중도 점점 커지고 있다. 샤니, 삼립 등 양산제빵업체 역시 편의점, 마트, 학교 매점 등에 저렴한 빵을 공급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시장을 형성했다. 특히 ‘국진이빵’ ‘포켓몬스터빵’ ‘핑클빵’ 등 트렌디한 메뉴를 개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그래프 참조). 한편 유기농 재료와 선진 제빵제과 기술을 앞세운 ‘고급 베이커리’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서정웅 회장은 “베이커리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세한 개인 베이커리가 고전하다 망하거나 프랜차이즈로 흡수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당연한 일이고, 프랜차이즈는 이미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누가 뭐래도 빵맛이 좋아야…
“그동안 개인이 운영하는 윈도 베이커리가 현실에 안주하며 안이하게 대응했던 측면이 분명히 있어요. 앞으로는 천연 효모를 활용한 건강빵을 전문으로 한다거나, 품목은 적지만 독특한 맛을 내는 빵을 선보이는 등 프랜차이즈를 앞설 수 있는 영역을 특화해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프랜차이즈의 독주는 문제가 있겠지만, 베이커리의 다양화는 소비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죠. 더 맛있고 다양한 빵을 먹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빵집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누가 뭐래도 빵맛이다. 앞서 언급한 설문조사를 통해 20~50대 남녀에게 ‘빵집을 선택하는 기준’을 물은 결과 ‘빵맛’이 41.2%로 압도적인 1위였고 ‘특정 브랜드 선호’(6.6%), ‘저렴한 가격’(6.2%), ‘쾌적하고 세련된 매장 분위기’(1.2%) 등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미 빵은 간식에서 식사를 대신하는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참살이(웰빙) 열풍에 따라 각종 건강빵이 등장하면서 ‘빵은 소화가 잘 안 되고,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마저 불식하고 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다양한 빵. 빵의 역습은 시작됐다.
현실 속 ‘제빵왕 김탁구’는 엄격한 제빵실 군기…손으로 습도 재는 것 말도 안 돼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는 양산빵을 생산하는 대기업의 서자 김탁구(윤시윤 분·사진)가 고난을 겪으면서 제빵업계 1인자로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빵을 소재로 한 드라마답게 다양한 빵과 제빵기술, 제빵업계 문화 등이 등장한다.
김영모과자점 김영모 대표는 “드라마가 우리나라의 빵과 제빵업계 역사를 잘 그려내고 있다. 특히 ‘팔봉제빵점’에서 제빵사들이 도제식으로 배우는 부분이 실감 난다”면서도 “실제는 드라마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도 “드라마처럼 ‘막내’가 바로 밀가루 반죽을 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유명 제과점에 들어가면 제빵실 청소와 그릇 닦기, 밀가루 포대 옮기기 등을 1년 넘게 한 뒤에야 겨우 밀가루를 만져볼 수 있었다는 것. 반죽을 치고, 빵의 모양을 만드는 건 한참(사람에 따라서는 2~3년 이상)을 수련한 후에나 가능했다.
드라마에서는 제빵사들이 현대적 감각의 깨끗한 위생복을 입고 작업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당시 제빵실의 온도가 40℃ 정도였고 에어컨 시설도 없었기 때문에, 1970년대 초까지는 ‘속옷’만 입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또 빵이 귀한 음식이어서 아무리 제빵사라 해도 함부로 맛을 볼 수 없었다. 제빵실에서 몰래몰래 빵을 먹다가 걸리면 쫓겨나기도 했다.
극중 김탁구의 아버지인 구일중(전광렬 분)은 제빵에 들어가기 앞서 양팔을 벌려 손의 느낌으로 습도를 잰다. 이 장면에 대해 김 대표는 “물론 제빵 과정에서 습도가 중요하지만, 그렇게 팔을 벌린 후 손으로 습도를 재진 않는다”며 “드라마적 설정”이라고 껄껄 웃었다.
또 김탁구와 라이벌인 구마준이 벌인 1차 경합에서 김탁구는 보리밥을 빵에 넣은 뒤 발효시켜 구운 ‘보리밥빵’을 선보였다. “실제로 과거에 이런 종류의 빵이 있었는지” 묻자 서 회장은 “보리밥빵은 추억의 빵이라기보다 최근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건강빵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②] 달콤 살벌한 제빵업 1인자 전쟁 선두 SPC 물량 공세에 후발업체들 차별화 전략으로 도전장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KBS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로 제빵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파리바게뜨’로 유명한 SPC그룹(이하 SPC) 허영인(61) 회장은 방영 초부터 ‘드라마의 배경이자 실제 모델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에 대해 드라마 제작사와 SPC 모두 “드라마는 순수 창작물일 뿐, 실제 인물과는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SPC는 불륜과 외도, 혼외 자식, 복수 등의 극중 설정이 자칫 현실과 동일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이런 폭발적인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는 후문.
파리바게뜨 vs 뚜레쥬르 냉동반죽 싸움
드라마와 실제는 다르다고 하지만, 국내 제빵업계 1위 기업인 SPC가 최근 주목받는 건 사실이다. SPC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인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주)파리크라상과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로 이뤄진 (주)비알코리아, 그리고 그룹 모체이자 양산빵을 생산하는 (주)샤니와 (주)삼립식품(이하 삼립) 등의 계열사로 구성된 식품전문기업. 회사명의 S는 삼립과 샤니를, P는 파리크라상을, C는 비알코리아를 비롯해 향후 생겨날 새로운 계열사들(Companies)을 의미한다. 현재 SPC는 매년 20% 이상 급성장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중심엔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파리크라상이 있다(그래프 참조).
현재 제빵업계의 라이벌 구도는 SPC의 1위 브랜드에 CJ푸드빌, GS리테일, ㈜롯데리아 등 후발업체 브랜드가 도전하는 형태다. 먼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을 살펴보면 파리크라상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 양자 대결로 좁힐 수 있다. 1986년 설립된 파리크라상은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오픈하면서 국내 베이커리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빵공장에서 배송돼온 완제품과 공장에서 냉동반죽을 가져와 빵집에서 직접 구운 빵을 함께 판 게 경쟁력이 됐다. SPC 홍보실 홍보팀 현주엽 차장은 “냉동반죽을 활용함으로써 반죽부터 직접 했던 윈도 베이커리보다 인건비를 줄이고, 완제품만 팔던 빵집보다 마진율과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기존 버터케이크가 아닌 생크림케이크를 출시하면서 TV 광고 등 마케팅도 많이 한 결과, 파리바게뜨 매장을 차리려는 사람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진출 10년 만인 1997년 파리바게뜨는 점포 수, 인지도, 매출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지금까지 모든 수치 면에선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선 점포 수가 2006년 1500개에서 2010년 2400개로 늘어났고, 매출액은 2009년 1조 원을 돌파했다. 이 중 82m2(25평) 이상 규모의 매장에서 기존 빵 외에 커피, 스무디 등 음료를 함께 파는 ‘카페형 베이커리’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면서(2010년 현재 30% 정도), 파리바게뜨는 빵집의 대형화, 카페화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실제로 카페형 베이커리의 경우 기존 매장보다 매출이 20% 정도 올라가는 편.
또 2009년 푸른색을 배경으로 투명한 화이트와 에펠탑을 강조한 신규 BI를 론칭, 서울 강남이나 명동 등 주요 지역 위주로 확대하면서 세련되고 신선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 밖에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패션5’와 ‘파리크라상’(23개 점포)은 파리바게뜨보다 상위 레벨로, 냉동반죽을 사용하지 않고 매장에서 직접 반죽해서 구워 파는 정통 베이커리 개념이다.
경쟁업체 옆에 매장 내는 건 비일비재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매장 수나 매출 면에선 파리바게뜨보다 한참 뒤처진다. 매장 수는 2010년 7월 말 현재 1360여 개점이고, 매출액은 2009년 기준 3000억 원으로 파리바게뜨의 3분의 1 수준. 하지만 프랑스어로 ‘매일매일’이라는 뜻의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와 달리, 모든 빵을 매일매일 매장에서 직접 굽는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실제로 파리바게뜨는 점주가 빵의 구성을 결정할 수 있어, 매장마다 완제품 빵과 직접 구운 빵의 비중이 다르다. SPC 측은 “직접 구운 빵의 비중이 10%에서 90%까지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평균을 내기 힘들다”고 했다). CJ푸드빌 홍보팀 김무종 부장은 “뚜레쥬르는 매장 수를 늘리거나 규모를 대형화하는 것보다, 빵의 본질을 앞세운 프리미엄 홈메이드 베이커리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시장 점유율은 작아도 빵맛은 최고라는 소리를 듣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뚜레쥬르는 1997년 9월 1호점인 구리교문점을 오픈하면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시장에 진출했다. 뚜레쥬르의 론칭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그중 핵심은 대기업(당시 제일제당)이 제빵 시장에 본격 진출한 첫 사례라는 점과, IMF 이후 퇴직한 삼성 계열사 직원들이 제2의 인생을 위한 생계수단으로 시작했다는 점이다. 1호점부터 29호점까지는 삼성 퇴직자가 운영했고, 1998년 9월부터 일반인 대상 가맹사업을 벌였다. 뚜레쥬르 역시 밀가루, 설탕 등을 보유한 제일제당과의 시너지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반면 업계 2위였던 크라운베이커리는 2000년대 중반 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계속했고, 2009년에는 2008년보다 매출이 16.54%나 감소했다.
한편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1~2위 업체의 공격적인 확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윈도 베이커리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특히 통신사와 함께 한 할인 정책이 직격탄이었다. (사)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개인 점포를 포기하고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로 흡수되는 자영업자들이 부쩍 늘었다”며 아쉬워했다. 윈도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씨도 “단골 위주로 장사를 잘하고 있는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점포의 입지가 좋다’며 자기네 브랜드로 간판을 바꾸라고 강요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로 옆에 규모가 큰 매장을 내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상자기사 참조).
이런 상황에 대해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측 모두 “경쟁사 간 또는 프랜차이즈와 개인 점포 간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고 인정했다. SPC 현주엽 차장은 “매장 점주가 모두 개인사업자인 데다, 프랜차이즈 업체 입장에서는 점주에게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줘야 ‘선택’될 수 있는 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경쟁업체 바로 옆에 매장을 내는 건 영업 현장에선 비일비재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던킨 아성을 무너뜨려라!
도넛업계도 SPC 계열사인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던킨도너츠’ 아성에 (주)롯데리아의 ‘크리스피크림도넛’과 GS리테일의 ‘미스터도넛’이 도전장을 낸 형태다. 2009년 말 기준 시장점유율이 던킨도너츠 79%, 크리스피크림도넛이 15%, 미스터도넛이 6%로 추정된다.
던킨도너츠는 1994년 1호점을 내고 1998년 안테나숍 개념의 명동점을 오픈한 이후 점포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10년 현재 총 83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SPC 현주엽 차장은 “던킨도너츠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커피”라고 강조했다. 즉 커피전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커피를 제공하는 건 물론, 매장 역시 커피전문점 이상의 편안함을 제공하면서 커피 매출을 강화하겠다는 것.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크리스피크림도넛은 2010년 8월 현재 40개의 매장을 운영한다. 매출액은 2009년 기준 600억 원에 이른다. 본사 직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형 매장에서 더즌(12개) 판매를 주로 하면서 매출 단가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내 좋은 위치에 큰 매장을 낼 수 있고, 매우 단맛의 오리지널 도넛 제품에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는 점이 크리스피크림도넛의 강점으로 꼽힌다.
미스터도넛은 대표 메뉴인 ‘폰데링’을 사자 캐릭터로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사진은 매장 내부 모습.
2007년 가장 늦게 시장에 뛰어든 미스터도넛은 2010년 현재 7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GS리테일 홍보팀 김영 대리는 “미스터도넛을 일본 브랜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원래 미국 브랜드인데, 일본에서 현지의 제빵 기술이 더해지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면서 “한국인 입맛에 맞는 도넛으로 승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매년 300% 이상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양산빵은 2009년 롯데가 기린식품(이하 기린)을 인수한 후 경쟁구도에 들어섰지만, 오랜 전통과 전문 공장시설을 자랑하는 SPC의 샤니와 삼립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2009년 기준 시장점유율은 샤니가 50.3%, 삼립이 33.2%, 기린이 9.5%, 서울식품이 6.9%(출처·각사 공시자료). 최근 신동빈 롯데 부회장이 기린에 햄버거 빵을 제조해 계열사인 롯데리아에 공급할 것을 지시했으나, 기린이 햄버거 빵을 만들 수 있는 생산라인을 갖추지 못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롯데리아는 기존 거래처인 샤니, 삼립과 거래를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제빵업계는 1위인 SPC의 물량 공세에, 후발업체들이 각종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형태다. 어쨌든 소비자로서 업체 간 경쟁은 맛있고 다양한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일이다. 업체 간 서로 상대방이 ‘미투(me too) 제품’(인기 브랜드나 히트 상품을 베껴 만든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니 말이다.
고사 직전의 동네 제과점 생존 전략 품질 올리고 각종 이벤트로 고객 잡아야
코른베르그과자점을 운영하고 있는 (사)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은 “윈도 베이커리로 특정 영역을 특화하는 등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저기 치고 들어오는 프랜차이즈점 때문에 죽을 맛입니다.” “재료값은 오르고 반죽에서부터 굽기, 포장까지 일일이 손이 가 인건비도 꽤 들지만 프랜차이즈의 빵 때문에 빵값을 올리지도 못해요.”
서울 곳곳에서 만난 동네 제과점 주인 대부분은 ‘요즘 장사 잘되냐’는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몇 년 전부터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동네 곳곳을 점령하면서 자영 제과점이 사라지고 있다. 시장형 빵집으로 돌아서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는데 시장형 빵집이란 ‘빵 3개에 1000원’ 식으로 빵을 저가로 판매하는 박리다매형 제과점으로, 가게 앞에 가판을 내놓고 파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저가의 재료를 쓰거나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이 특징. 아현동에서 시장형 빵집을 운영하는 B씨는 재료에 대해 묻자 대답을 꺼리면서도 “싼 맛에 찾는 사람들이 있지만 워낙 장사가 안 돼 막막하다”고 털어놓았다.
양천구 신월동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C씨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운영할지 여부를 두고 고민 중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아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동네 제과점의 시름에도 소비자들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선호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학생 김모(26) 씨는 “동네 제과점은 외관상 깔끔하지 않아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호기심에 한번 들어가서 먹어봤지만 종류도 적고 가격도 싸지 않아 매력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주부 황모(37) 씨는 “평소 동네 제과점을 찾을 때도 있지만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에는 케이크와 빵의 종류가 많은 프랜차이즈를 찾게 된다. 더구나 각종 사은품도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동네 제과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월간 ‘베이커리’ 김기설 편집장은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면 오래가지 못한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프랜차이즈에서 실천하지 못하는 좋은 재료를 쓰고 신선한 빵을 매일 굽는 등 건강빵 위주로 가야 한다는 설명. 동대문구 회기동에 자리한 크로네 베이커리는 동네 제과점이지만 자연 발효한 반죽으로 만든 호밀빵과 당도가 낮은 저칼로리 다이어트 케이크 등으로 찾는 손님이 많다.
예전 판매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세울 필요도 있다. 수원대 근처에 위치한 ‘좋은 아침’은 평일 아침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무료 빵 100개를 나눠준다. 이후 맛을 기억하거나 성의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제과점을 찾는 사람도 많다. 좋은 아침의 함성옥 대표는 “8000원 이상 빵을 구매한 고객에게는 룰렛을 돌려서 나오는 빵을 무료로 주는 등 다양한 행사를 시시때때로 마련한다. 단순히 가격만 낮추는 방식보다는 빵의 품질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SPC그룹 허영인 회장은 누구? 창업주 2세, 공격 경영으로 손대는 브랜드마다 1위 만들어
‘제빵업계 1인자’로 불리는 SPC 허영인(사진) 회장의 성공스토리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못지않게 드라마틱하다. SPC의 모태는 삼립식품(이하 삼립)이다. 허 회장의 부친이자 삼립의 창업주인 아버지 고(故) 허창성 회장은 1964년 최고의 히트상품인 크림빵을 출시했는데, 이는 공장에서 만든 양산빵의 시초이기도 하다.
둘째 아들인 허영인 회장은 1969년 삼립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유학 중인 형 허영선 전 회장이 귀국하자 삼립의 경영권은 장남에게 돌아갔고, 허 회장은 삼립에서 독립 분가한 샤니를 맡았다. 미국의 유명한 제빵학교인 AIB(American Institute of Baking)에서 연수를 한 허 회장은 선진 외국기술을 과감히 도입, 양산빵의 품질 향상에 힘썼다. 또 1980년대에 들어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를 설립해 베이커리와 도넛, 아이스크림 시장에 참여하면서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다. 그 결과 1996년 샤니는 모기업인 삼립을 제치고 제빵업계 정상에 올랐다.
반면 허영선 전 회장이 운영하던 삼립은 리조트, 콘도 등 비주력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한 결과 1997년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2002년 허영인 회장의 샤니가 삼립을 인수하며 가업을 이었다.
허영인 회장은 지금도 빵에 대해선 사내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SPC 현주엽 차장은 “회장님은 유럽이나 일본 등 해외 출장을 가면 수많은 빵을 샘플링해 와 연구자들에게 보여주고 제품화할 수 있는지 논의한다”고 말했다. 또 공장에 가선 직접 빵을 쪼개 반죽과 발효 상태를 살펴보는 일이 매우 잦다고 한다. 주말엔 전국 각지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5~6곳에 불쑥 다녀오기도 한다. 처음엔 점주들이 어색해했는데, 이제는 매우 반갑게 맞는다고.
현재 허 회장이 SPC의 신성장동력으로 찾은 건 바로 해외시장 진출이다. 2004년 중국 상하이에 파리바게뜨 1호점을 열었다. 2010년 8월 현재 중국에 총 38개 파리바게뜨 지점(직영 37개, 가맹 1개)을 운영하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2005~2006년 중국베이커리협회가 선정하는 중국 최고급 유명 제과점에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2014년까지 200개 점포를 낼 계획이다. 미국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2002년 9월 파리크라상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래 2005년 10월 LA코리아타운에 1호점을 열었다. 지금은 총 13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2020년 세계 제과제빵 1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SPC의 비전이다.
이처럼 SPC의 규모가 매우 커졌지만, 계열사 공시 자료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현재로선 ‘가족 기업’의 측면이 강하다. (주)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 본인이 전체 주식의 74.5%를 보유하고, 허진수 SPC 상무(장남)가 16.7%를 가지고 있다. (주)샤니 역시 허영인 회장 본인이 61.79%를, (주)파리크라상이 7.8%를 보유하고 있다. (주)삼립은 (주)파리크라상이 40.66%를, 나머지 주식은 허영인 회장과 허진수, 허희수(차남) SPC 상무가 보유하고 있다. (주)비알코리아 역시 허영인 회장이 66.67%를 가지고 있다. 이지은 기자smiley@donga.com
[한국인 빵에 빠지다③] 한 끼로 충분, 건강빵 떴다 참살이 열풍 탄 건강빵 귀하신 몸…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도 늘어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몸에도 안 좋은 빵을 왜 이렇게 많이 먹어?”
어릴 적 빵은 밥보다 못한 음식이었다. “우리 아이 밥 잘 먹어요”라고 자랑하는 어머니는 봤어도 “우리 아이 빵 잘 먹어요” 하는 어머니는 보지 못했다. 밀가루로 만든 빵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다. 기자가 대학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자취생활을 시작한 뒤에도 어머니는 전화통화 끝마디에 꼭 이 말을 덧붙였다.
“빵으로 대충 때우지 말고, 든든하게 밥 챙겨 먹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그런데 밥보다 든든한 건강빵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라미듀빵’ 제과점을 찾았다. 제과점 주변에는 아기를 안거나 유모차를 끌고 나온 엄마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라면 까다롭기 그지없는 한국 어머니들을 만족시킨 빵집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벽에 그려진 그림만 화려할 뿐 정작 제과점 안은 비좁다. 곡물 색깔을 간직한 식빵, 바게트, 캉파뉴 등 기본 빵들만 비좁은 가게를 채웠다. 두 살배기의 빵을 고르던 최유경(40) 씨는 “우리 아이 먹을 음식이니 몸에 좋은지가 첫 번째 기준”이라고 이 빵집을 찾는 이유를 밝혔다.
첨가물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 살리고
좁은 매장에 비해 1층 아래에 있는 공장은 넓은 편. 라미듀빵코리아 이용숙 대표는 “개량제, 첨가제 등을 넣지 않고 자연 발효시켜 빵을 만드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공간도 많이 차지한다. 곡물 자체의 구수함을 살려 밥처럼 물리지 않는 맛을 낸다”고 말했다. 빵을 만드는 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는 달랐다. 건강빵은 예전 빵처럼 간식거리가 아니다. 특히 10, 20대를 중심으로 빵을 주식으로 삼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건강빵의 필요성이 커졌다. 밥을 짓는 데 특별한 첨가물이 필요치 않아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고 건강도 해치지 않는 것처럼, 건강빵의 조건도 최대한 첨가물을 줄이고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다. 수원대 식품영양학과 임경숙 교수는 “청소년은 성장발육기에 있어 무얼 먹느냐가 중요하다. 빵을 좋아한다면, 건강한 빵인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브포카치아
건강빵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곡물, 밀가루 등 재료가 국내산이라는 것이다. ‘김영모과자점’ 김영모 대표는 “한국에서 난 재료로 만든 빵이 ‘웰빙빵’이다. 건강빵이라면 한국인의 체질과 입맛을 고려해 우리 땅에서 난 재료를 써야 한다. 순 쌀가루로 빵을 만들기도 하고 수수, 녹두 등도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자연에서 나온 재료를 써 온도, 습도 등을 하나하나 따져 교감하듯 발효시킨 건강빵으로 기자가 직접 끼니를 때워보니 정말 든든했다. 일반 빵을 연이어 먹었을 때 나타나던 속쓰림도 없었다.
식사 대용으로 좋은 건강빵은 잡곡바게트, 캉파뉴, 포카치아 등이다. 잡곡바게트는 호밀, 귀리, 기장, 해바라기씨 등 잡곡이 많이 들어가 영양분이 풍부하므로 한 끼 식사로 충분하다. 식이섬유, 미네랄, 비타민이 풍부하고 칼로리는 낮다. ‘종합영양제’ 잡곡으로 만든 만큼 영양분이 필요한 성장기 어린이, 노인에게 좋다.
건포도캉파뉴
프랑스 전통빵 캉파뉴는 한국인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은 신맛이 나지만 빵 속이 부드러워 먹기 좋다. ‘시골빵’ ‘농부의 빵’이란 애칭을 가질 정도로 프랑스에서 흔히 먹는다. 캉파뉴의 장점은 다양한 부재료를 넣어 입맛도 맞추고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 건포도, 호두, 아몬드, 치즈 등 부재료의 한계가 없다. ‘불에 구운 것’이란 뜻을 가진 포카치아는 이탈리아에서 왔다. 밀가루 반죽에 올리브유, 허브 등을 넣어 굽는 게 일반적이다. 역사가 오래된 빵인 만큼 이탈리아 곳곳에서는 지역 특색에 따라 다양한 모양, 재료로 만들어 먹는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로 즐겨 제공되는 담백한 맛의 빵이기도 하다.
다이어트 빵? 그런 것은 없어요
건강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빵을 만들어 먹는 ‘홈베이킹’족도 늘고 있다. 홈베이킹을 다룬 ‘파란달의 빵타지아’ 저자 정영선 씨는 “빵을 사먹으면 눈에 보이는 재료밖에 짐작할 수 없지만, 직접 만들어 먹으면 하나하나 재료를 고를 수 있다. 내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라 만들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직접 빵을 만들어 파는 동네 빵집이 사라지고 규격화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가 들어서는 추세에서 나온 대안일 수 있다. 못 먹는 음식, 피하는 음식을 고려해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주문하면 좋지만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는 모두 소화할 수 없으니 자신들이 직접 만든다는 것.
일반 밀가루에서 벗어나 유기농 밀가루, 쌀가루, 현미가루, 호밀가루, 통밀가루, 밀기울을 쓰거나 설탕 대신 메이플슈거나 파넬라슈거를 이용한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두유를 사용할 수 있고, 아토피가 있다면 달걀이나 우유 대신 두부를 넣어도 된다.
집에서 만든 크렌베리 호두빵
부재료를 적절히 활용하면 맞춤형 건강빵도 만들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은 한방 재료 구기자, 홍삼으로 식빵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활력을 주고 노화를 막기에 노인이 있는 가정에 추천한다.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 씨앗을 이용해 빵을 만들면 씨앗에 함유된 알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여성형 맞춤 건강빵으로 인기가 높은 아마씨빵에는 오메가3 지방과 여성호르몬 리그나, 임산부에 좋은 엽산 등이 풍부하다.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한 단호박으로 만든 빵이 좋다. 맛이 달콤하고 색깔이 예뻐 아이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블랙푸드’의 인기에 힘입어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빵도 주목을 끈다. 항산화 효과가 있어 암 예방 음식으로도 꼽힌다. 이 밖에 말린 크랜베리, 블루베리, 살구 등 과일과 팥, 완두, 잣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두들 궁금해하는 다이어트빵이 있을까? 홈베이킹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도 다이어트용 빵은 없느냐는 것이다. 안타깝게 이 세상 어디에도 다이어트빵은 없다. 버터나 기름기를 줄여 만든다고 해도 칼로리가 아예 없는 빵은 없기 때문. 그냥 욕심내지 말고 적당량만 먹거나 자연 그대로에 가까운 거친 질감의 빵을 찾는 게 좋다. 건강빵에만 의존하는 것도 금물. 임경숙 교수는 “건강빵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음식은 대충 먹는 사람이 많다. 음식은 조화가 중요한 만큼, 다른 식단에도 관심을 갖고 균형을 맞춰야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입맛’만큼 ‘손맛’이 즐거운 홈베이킹 체험기 “오븐에서 나는 구수한 향에 반했다!”
홈베이킹은 즐거움이다. 직접 빵을 만들며 건강을 챙길 수 있지만 그보다는 즐거움이 더 크다. 쫙 펴면 엄지부터 새끼손가락까지의 너비가 27cm가 넘고, 스테이크처럼 두꺼운 손을 가진 기자도 반죽을 하며 홈베이킹 매력에 눈떴다. “해본 적이 없는데” 하며 물방울무늬 앞치마 입기도 주저했지만, 반죽을 시작하는 순간 손맛이 새로웠다. 반죽 특유의 질감은 어릴 적 갖고 놀던 찰흙보다 부드럽고 탄력 있었다. 반죽을 치면 칠수록 묵직해오는 팔의 느낌도 좋았다. “손힘이 좋아 반죽을 잘한다”는 정영선 씨(사진·서울 서초구 서초동 소재 ‘파란달 작업실’ 운영)의 칭찬에 바로 ‘홈베이킹 과정에 등록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빵 만드는 사람은 저마다 재미를 찾는다.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주인공 김삼순(김선아 분)은 빵 만들기의 매력을 “나는 이스트를 넣지 않은 밀가루 반죽이 혼자의 힘으로 꼬물꼬물 발효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좋다. 혼자서 살아나는 반죽이 너무 귀엽다”고 표현했다. 혼자서 제빵 과정을 익힌 정다운(28) 씨는 “오븐에서 구워질 때 나는 구수한 향과 결과물을 기다리는 시간이 정말 좋다”며 웃었다.
홈베이킹에 필요한 도구는 의외로 간단하다. 재료를 섞고 반죽할 수 있는 넉넉한 크기의 볼, 큰 반죽도마, 밀가루를 치는 체, 재료의 용량을 재는 전자저울, 재료를 긁어내거나 고르게 하는 데 쓰는 주걱, 반죽을 자를 때 쓰는 스크래퍼, 다양한 모양을 만드는 빵틀 그리고 당연히 오븐이 필요하다. 손반죽이 부담스러운 사람을 위해 반죽기 또는 굽기 기능까지 있는 제빵기도 나와 있다. 오븐, 반죽기 등을 제외하면 3만 원 선에서 모두 구비할 수 있다. 공간도 크게 필요 없어 식탁에서 모든 작업이 이뤄진다. 기본 재료는 밀가루, 설탕, 우유, 버터, 소금, 인스턴트 드라이이스트, 부재료 등이다. 직접 품을 팔아 장을 보는 재미는 보너스.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크게 반죽, 반죽이 부푸는 1차 발효, 반죽을 쉬게 하는 중간 발효, 빵 모양을 만드는 2차 발효, 굽기로 구분된다. 과정은 간단하지만 실내 온도, 습도, 날씨 등을 고려해야 하기에 ‘학습’이 필요하다. 빵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견디는 인내력도 요구된다. 하지만 홈베이킹족은 “실패 과정도 즐거움이다”며 추천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④] 음~ ‘명품빵’의 고소한 냄새 재료·기술·맛으로 소비자 사로잡아 … 웬만한 빵값의 3배 가격은 너무해 박혜림 기자 yiyi@donga.com
# 평일 오후 3시 서울 청담동의 한 가게에 들른 프랑스 유학파 출신 주부 A씨. 우아한 재즈가 흐르고 갓 구운 빵 냄새가 풍기는 이곳은 해외 유학파, 대기업 사모님, 인기 연예인 등이 즐겨 찾기로 유명한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 ‘기욤’이다. 시중 베이커리보다 빵, 케이크 등의 양은 적고 가격은 3배 정도 비싸다. 하지만 프랑스 유명호텔의 수석 제과장 출신 셰프가 직접 개발한 메뉴라니 아깝지 않다. 특히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위해 만든 디저트 ‘밀페이 로열’은 기욤의 베스트셀러.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인데 가격은 9900원. 비싸다며 놀라는 이도 있지만 1만 원에 여왕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자고 나면 생겨나는 세련된 빵집, 빵집들
명품 부티크 숍을 연상케 하는 신라호텔 ‘패스트리 부티크’. 최고급 진열장에 케이크 등을 전시하고 고가의 와인, 거위 간 등도 함께 판매한다.
#“망고쇼트케이크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자란 젖소의 원유로 만든 생크림만을 씁니다. 하루에 2~3개만 생산하는 제품입니다.”
명품 주얼리 매장 분위기가 나는 신라호텔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부티크’. 하얀 앞치마를 단정하게 두른 점원 B씨는 손님이 매장에 들어서면 옆에서 걸음걸이를 맞추며 손님의 취향과 상황에 맞는 빵, 케이크 등을 추천한다. 가격이 일반 베이커리보다 3배 정도 비싸고 10%의 부가세도 있지만 유기농 밀, 일본산 생수, 강원도에서 키운 팥 등 고급 재료만 쓴다니 구입을 망설이는 고객은 별로 없다. 100만 원 정도 하는 5단 케이크는 이 호텔 파티에 자주 등장한다.
빵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급 베이커리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고급 베이커리의 정의는 모호하지만 일반적으로 유기농 재료를 쓰고, 프랑스·일본 등 빵 선진국의 제과제빵 기술로 만든 빵을 판매하며, 매장의 외관이나 서비스 등이 세련된 빵집을 의미한다. 가격은 일반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의 2~3배로 비싼 편. 과거에는 유명 호텔의 베이커리가 곧 고급 베이커리였지만, 최근에는 명장, 해외 유학파가 운영하는 자영 베이커리, 국내에 입점한 외국 베이커리 등 형태가 다양하다.
사람들이 고급 베이커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빵에 대한 개념이 간식에서 주식으로 변하고 웰빙(참살이)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자가 몸에 좋은 빵을 선호하게 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자영 베이커리 ‘뺑드빱바’는 제빵사가 새벽 3시부터 유기농 밀가루로 반죽을 만들고 직접 빵을 굽는다. 방부제를 쓰지 않아 하루 동안 팔리지 않고 남은 빵은 전량 폐기처분한다.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주부 변모(31) 씨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유기농 재료를 쓰고 소금을 거의 넣지 않은 빵을 찾다가 이곳을 알게 됐다. 아토피 환자들도 자주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멀리서 빵을 사러 여기까지 온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냉동반죽을 각 매장에서 굽기 때문에 재료, 신선도 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올해 여의도 63빌딩에 입점한 프랑스 베이커리 브랜드 ‘에릭 케제르’는 이스트가 아닌 자연 액체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드는데, 이 때문에 지방에서 빵을 사러 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또 해외 경험이 풍부해지면서 프랑스, 일본의 정통 빵 맛을 추구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특히 프랑스 빵이 인기가 높은데 ‘기욤’ ‘폴’ 등이 국내에 있는 대표적인 프랑스 베이커리다. 이들은 매장 전경만 봐도 프랑스 현지의 빵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2008년 프랑스인이 청담동에 처음 문을 연 기욤은 개점 1년여 만에 매장이 3개로 늘어날 정도로 소비자의 반응이 뜨겁다. 전지현, 송혜교,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등이 매장을 찾으면서 더 유명세를 탔다.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은 프랑스에서나 맛볼 수 있는 빵과 케이크를 구입할 수 있어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유학파들 해외 정통빵 속속 들여와
120년이 넘는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로 세계 전역에 450여 개의 매장을 가진 폴은 2009년 국내에 들어와 여의도 메리어트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폴의 송지혜 매니저는 “파리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르는 것은 물론 매장 분위기도 본점과 동일하게 연출하고자 접시, 테이블, 커튼 등 모든 물품을 프랑스에서 가져왔다. 특히 해외 유학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많이 찾는데, 젊은 시절 파리에서 거주한 어느 노신사는 강원도에 살면서도 한 달에 한 번씩 찾을 정도”라고 전했다.
일본 도쿄의 최신 빵을 선보이는 ‘도쿄팡야’는 일본인 제빵사가 직접 운영한다. 주인 야스마 후지와라 씨는 정기적으로 도쿄를 방문해 최신 일본 빵 기술을 배워 온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빵의 종류는 15가지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후지와라 씨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볼 수 없는 카레빵, 멜론빵, 미소빵 등을 판매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자랑했다.
외국 유학파도 해외 정통빵을 선보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IMF 이후 일본으로 제과제빵 유학을 떠난 학생이 늘었고, 4~5년 전부터는 프랑스로 유학을 간경우가 많았다. 월간 ‘파티시에’의 김상애 편집장은 “최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들이 일본식, 프랑스식 자영 베이커리를 열고 있다. 특히 카페와 베이커리를 합친 디저트 카페를 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몇 년 사이 ‘핫 플레이스’로 불리는 홍대, 서래마을, 가로수길, 삼청동 등에 우후죽순 생겨난 디저트 카페가 이에 해당한다. 이곳들은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보다 빵 가격이 10~20% 비싸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20, 30대가 주로 찾는다.
명품 매장에서 느낄 수 있는 고급화, 차별화된 서비스 때문에 고급 베이커리를 찾는 경우도 있다. 기욤에서 만난 주부 김모(35) 씨는 조용하고 고급스럽고 앤티크한 분위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다. 가격이 일반 매장에 비해 2~3배 비싼 편이지만 색다른 빵과 케이크를 맛볼 수 있다. 또한 비교적 붐비지 않는 것도 장점.
기욤의 이승규 실장은 “실제로 대기업 총수 일가나 연예인이 와서 빵을 먹고 간다. 명품 자동차나 가방처럼 큰 부담이 느껴지는 고가가 아니면서 상류층과 같은 서비스와 제품을 접할 수 있어 매장을 찾는 고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라호텔의 패스트리 부티크는 의도적으로 매장을 명품 주얼리 매장처럼 리뉴얼했다. 빵, 케이크, 마카롱 등이 보석처럼 유리진열장에 전시돼 있고 포장을 할 때도 보석이나 명품 포장처럼 고급스러운 패키지를 사용한다. 신라호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 나도연 주임은 의도적으로 명품 매장을 벤치마킹했다고 전했다.
“명품 매장처럼 퍼스널 쇼퍼 개념을 도입해 점원이 고객의 상황, 취향에 맞게 제품을 추천합니다. 또 베이커리, 패스트리류 외에도 고급 와인, 수입산 치즈, 유기농 차, 빈티지 식초 등 고가의 상품을 함께 진열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살렸습니다.”
여기에 인터넷의 블로그, 마니아 문화 등도 명품빵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패스트리 부티크, 에리크 케제르, 기욤 베이커리 관계자들은 마카롱, 케이크 마니아들이 보석을 수집하듯 마카롱을 종류별로 사간다고 입을 모은다. 책 ‘맛있는 빵집’의 저자 이병진 씨는 “유명 베이커리를 찾아다니며 빵, 케이크 등을 비교하면서 ‘이곳은 식감이 딱딱하고 저쪽은 부드럽다’ ‘재료 함량이 차이가 난다’처럼 거의 전문가급 평을 하는 마니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우아한 음악이 흐르는 ‘기욤’. 앤티크한 분위기 때문에 찾는 이도 많다(왼쪽). 새벽 3시부터 제빵사가 프랑스, 독일 정통 빵을 굽는 ‘뺑드빱바’.
백화점-할인마트 등도 덩달아 고급화
이처럼 고급 빵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백화점, 할인마트,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도 고급 인스토어 베이커리를 론칭하거나, 고급 베이커리의 입점을 늘리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프랑스 밀가루, 천연 버터 등을 사용하는 프랑스 스타일의 ‘베즐리’를 운영 중인데 매년 1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롯데브랑제리의 ‘보네스뻬’, 프랑스 베이커리 ‘포숑’ 등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백화점 측은 “이전엔 고객들이 백화점에 들렀다가 빵을 사갔다면 이제는 빵만 사러 백화점을 오는 고객도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그룹은 2007년부터 디저트 카페인 ‘패션5’를 열어 고가의 베이커리, 패스트리, 케이크류 등을 판매하고 있다. 부산의 대형마트인 메가마트 역시 프랑스 전통 수제빵을 만드는 ‘바스키아’ 베이커리를 운영한다. 이들은 고급 베이커리의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시중의 고급 베이커리보다 가격이 저렴해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다는 분석이다.
이런 현실의 영향으로 제과제빵을 배우기 위해 프랑스, 일본 유학을 희망하는 이도 크게 늘었다. 종로요리제과제빵학원의 최현정 강사는 “어린 학생 중 80~90%가 국내에서 제과기술을 배운 뒤 미국, 유럽, 일본 등으로 유학을 희망한다. 단순히 국내에서 기술을 배워서는 호텔 베이커리에 취직하거나 고급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고급 베이커리라 해도 가격이 3배 이상 높은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재 중 만난 한 제빵업자는 “고급 베이커리에서 쓰는 재료나 기술 등의 수준이 높은 경향이 있지만 임대료, 인테리어, 서비스 비용이 더 크게 반영된다”고 주장했다. 대한제과협회 서정웅 회장 역시 높은 가격이 곧 좋은 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급 자영 베이커리에서 만난 제빵사 중에는 서울의 살인적인 임대료, 권리금 등이 가격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 이도 상당수였다. 프랑스에서 유학을 한 권모(34) 씨는 “유학시절 맛보던 빵이 좋아서 국내에 입점한 프랑스 정통 베이커리를 즐겨 찾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누구나 갈 수 있는 대중적인 빵집인데, 한국에서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만 강조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⑤] 성공 노하우 챙기고 무점포 베이커부터 시작을 꿈에 그리던 내 ‘빵집 차리기’ A to Z 변인숙 자유기고가 baram4u@gmail.com
빵 먹기를 밥 먹듯 하던 30대 직장인 A양. 출근 전에는 간단히 식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바쁠 때면 도넛이나 머핀을 먹기 일쑤다. 간식은 브라우니. 친구에게 선물할 일이 생기면, 데커레이션이 멋진 케이크를 구입한다. 빵집 가는 횟수가 잦다 보니 ‘나도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빵집에 앉아 빵과 커피 한 잔 하는 여유도 왠지 부럽다. 빵 먹기는 좋아하지만, 만들어본 경험은 별로 없는 A양은 빵집을 차리기 위해 정보 수집에 나섰다. 일단 ‘스승 찾기’가 우선이라는 생각에 빵맛 좋기로 소문난 점포 주인에게 조언을 얻기로 결심, 자문했다.
Step 1. ‘사람’을 찾아라
tip | 창업 전 조언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컨설팅 업체의 주선을 받을 수도 있지만, 알음알음 성공 사례를 찾아 점주에게 직접 조언을 얻은 뒤 세부 계획을 짜는 게 좋다.
우선 빵과 커피가 맛나기로 유명한 점포를 찾았다. 입맛이 까다로운 셰프의 소개로 알게 된 ‘헨느’(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는 50㎡(15평) 남짓한 소규모 베이커리 카페. 조용한 골목의 야외석과 연두색 톤의 실내 인테리어가 눈을 편안하게 해준다. 주방이 좌석 바로 앞에 있어 빵을 만들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 공개된다. 이곳 진열대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먹음직스러운 빵은 ‘킹왕짱 크림치즈 머핀’과 ‘2분의 1 식빵’. 바나나주스와 함께 시식하니 부드러운 맛에 혀가 녹는 듯했다.
“빵집을 차리고 싶어요.”
다짜고짜 사장에게 정보를 구했다. A양처럼 초면에 창업 상담을 부탁하는 이가 많았던 까닭인지 이진희(43·가명) 사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자세히 말해줬다. 헨느는 빵과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다. 주인의 일상 철학이 그대로 묻어난다. 본업이 디자이너인 이 사장은 가게를 차리고 나서 타인의 부러움을 많이 샀다. 거래처 직장인, 특히 과장 직급의 여성들에게서 “나도 이런 공간을 갖는 게 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 사장은 가게를 차리고 나서야 빵집 운영이 많은 직장인의 로망이라는 것을 알았다.
헨느는 2009년 가을, 한 달여 준비한 끝에 문을 열었다. 본래 업무차 일본에 자주 들렀던 그는 일본의 친환경적이고 아기자기한 카페, 제과점, 액세서리점 등을 유심히 살펴봤고, 이를 벤치마킹했다. 규모가 작은 만큼 독특한 빵맛을 통한 마니아 공략에 나섰다. 헨느의 빵인 ‘완소 데니시’ ‘육남매 쿠키’ ‘킹왕짱 크림치즈 머핀’ 등은 모두 마니아가 존재한다. 10여 종류의 빵에 제각각 마니아층이 형성되기까지는 6개월 정도 걸렸다.
헨느의 최고 인기 메뉴는 식빵이다. ‘2분의 1 식빵’ ‘미니 식빵’ 등 700원, 1200원짜리 식빵도 눈에 띈다. 하루 두 번 구우면 12개에서 14개 나오는데 금세 동이 난다. 요새는 아예 식빵으로 특화한 가게로 변화시킬 생각도 있다. 빵의 종류가 많으면 손도 많이 가고 기술자도 늘려야 하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따라갈 수 없다. 따라서 헨느 같은 자가 브랜드는 맛있는 빵 몇 가지에 주력해야 한다.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냉동 반죽을 가지고 와 굽지만, 우리는 밀가루 반죽부터 직접 하니 빵맛이 좋을 수밖에 없어요. 케이크도 미리 만들어놓지 않고 주문받은 뒤에 작업에 들어갑니다. ‘종류는 많지 않지만, 정말 맛있는 빵을 만들자’가 우리 가게의 목표지요.”
자본금이 어느 정도 있고, 빵집 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면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사진은 뚜레쥬르 분당 서현점 매장.
원래 헨느는 베이커리 강좌가 운영되던 빵집이었다. 이씨가 넘겨받아 오븐을 새로 구입하고 전기 공사를 다시 했다. 서울 황학동 중고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냉장고 등의 장비를 알아봤다. 창업 투자비는 5000만 원 정도 들었다. 사실 초기 비용은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원래 디자이너였던 그는 인테리어도 직접 하고, 간단한 물건을 손수 만들어 비용을 줄였다. 빵을 전문으로 만드는 파티셰도 고용했다.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홈 메이드 느낌’이다. 케이크나 빵은 물론 가게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가게 내부를 둘러보면 지인과 함께 파티를 연 거실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
“빵집 운영도 일종의 종합예술이에요. 빵을 만드는 건 기본, 빵을 더욱 빛나게 하는 포장도 해야 하고, 가게 내부뿐 아니라 외부 인테리어도 신경 써야 해요. 가게 밖에 화원을 만들었으니 꽃도 가꿔야죠. 쉽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할 일이 정말 많아요. 아무래도 회사에 매인 몸은 빵집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죠. 프리랜서인 저는 업무 미팅도 여기서 하고 디자인 작업과 연관이 되니 괜찮지만요. 자유롭게 업무를 볼 수 있다면, 빵집 운영을 ‘투잡’으로 추천할 만해요.”
Step 2. 무점포 베이커 따라 해라
tip | 무턱대고 가게를 임대하기에 앞서 무점포 베이커로 일단 행동에 옮긴다.
빵집을 차릴 때 가장 중요한 건 공간 확보다. 보증금, 권리금 등이 투자비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그 다음이 인테리어 비용. 인테리어 업체에 맡길 수도 있고, 본인이 할 수도 있다. 인테리어 업체는 AS가 잘되는 곳으로 정해야 한다. 하지만 점포 없이 재료비와 노동비, 가스비만 가지고 시작할 수도 있다. 바로 집에다 자가 브랜드 베이커리를 차리면 된다.
초기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감이 컸던 A양은 홍대 골목 종합문화카페 ‘노란 코끼리’(club.cyworld.com/yelephant)에 애플파이를 납품하는 베이커리를 찾았다. 대학생 조윤진(21) 씨는 ‘Hugs·Kisses’라는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홍대와 양재동 카페 등지에 직접 빵을 대고 있다. 그는 애플파이, 초콜릿 타르트, 쇼콜라, 브라우니, 바나나 파르페, 레몬 머랭 등을 직접 만든다. 일주일에 2판 정도 납품하는데, 맛이 좋아 인기가 높다.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머핀, 쿠키, 파운드케이크 등을 만들었고, 이때의 경험을 살려 개인 베이커로 활동하게 됐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개인이 ‘베이커리 블로거’로 활동하다가 직접 납품하는 기회를 얻는 경우도 있다. 최근엔 채식, 자연식, 오븐 베이킹 등 친환경적이고 신선한 재료를 쓰는 홈 베이킹 방식이 각광을 받고 있다. 시중에 발간된 베이커리 서적들도 빵 만들기 노하우를 전한다. 본격적으로 점포를 임대하기에 앞서 일단 ‘빵맛’으로 승부를 걸어본다.
Step 3. 정보에 탐닉하라
tip | 정보의 핵심은 발품이다. 가게 입지를 분석하며 상권마다 둘러보고,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일단 발품을 팔 시간이 부족하다면, 손품을 팔아야 한다. 전화와 인터넷, 책 등 정보를 동원할 수 있는 곳이면 모두 섭렵한다. 최근엔 하루 체험 위주의 ‘창업 캠프’를 추천할 만하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운영하는 창업 전문가 강의를 듣고 제빵 과정 실습에 참여한다. 각 제과업체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다. 제과업체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제빵 창업 강좌를 수시로 여는데, 기술을 배우는 것은 물론 동종업계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으니 참가한다.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면 부동산 중개업소를 통해 좋은 상권의 점포를 소개받은 뒤 직접 발품 팔아 고르는 게 좋다. 반면에 다용도 베이커리 공간을 개척할 양이면, 콘셉트를 알리는 기획과 홍보에 비중을 둔다. ‘스위트 로드’(김영모·기린출판사)와 ‘베이커리 창업 성공하기’(김서중·크라운출판사) 등 빵집 창업 관련 서적도 참고한다. ‘스위트 로드’는 일본 제과점 답사기로, 자신이 여는 빵집의 콘셉트를 결정할 때 아이디어를 다각도로 얻을 수 있다. ‘베이커리 창업 성공하기’는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비용을 짜는 데 유익하다.
Q&A 체크포인트 프랜차이즈는 3억 원 이상 자본금 있을 때 고려를
Q. 빵집 창업, 항목별 비용은? A. 빵집 창업의 종합 비용은 점포비, 공사비(인테리어), 집기비용, 재료비, 개업 홍보비, 기타 비용(컨설팅, 통신비) 등이다. 어느 위치에 열고, 인테리어에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비용의 변동 폭이 크다. 판매직원과 파티셰 등 인건비도 고려해야 한다.
Q.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와 자가 브랜드 베이커리 중 어느 게 좋을까? A.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는 인지도, 노하우, 교육 시스템, 인력 관리 등에서 편리한 점이 있다. 접수, 상담, 매장 결정, 오픈 등의 순서로 개업 절차가 진행되는데 중규모나 중상 규모의 빵집 예산이 든다. 즉, 3억 원 이상 자본이 있을 때 고려해볼 만하다. 프랜차이즈의 투자금액은 거래보증금, 가맹비, 교육비를 비롯해 기계설비, 인테리어, 간판 등의 비용으로 쓰인다. 예산을 짤 때 순수익률은 매출액의 약 15%로 잡아야 한다.
자가 브랜드는 소량 생산으로 빵맛을 개발하고, 가격부터 인테리어까지 스스로 결정하며, 수익구조를 개발할 수 있다. 주인이 기술자가 아닐 경우 제과제빵학원의 학원장이나 강사에게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창업컨설팅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데,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베이커리 기술자를 고용해서 오픈하더라도 최소 3년 안에 본인이 기술을 습득해야 이후 경영에 도움이 된다. 빵집은 다른 장사보다 유행을 덜 타고, 한번 문을 열면 오래 운영할 수 있기에 평생 직업으로 삼기 알맞다. 그렇기에 더더욱 창업자의 취향과 특성에 맞게 꼼꼼히 예산을 짜야 한다.
[한국인 빵에 빠지다⑥] 애그플레이션 악몽 또 닥치나 러시아발 밀 가격 폭등 사태 … 정부 느긋하지만 불안 요소 여전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빵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정부가 물가 관리에 나섰지만, 밀 등 국제 곡물가가 오르니 소용이 없다. 8월 1일 CJ제일제당은 설탕 출고가격을 평균 8.3% 인상했다. 양산빵 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양산빵 시장 1위 업체인 샤니는 스위트 페스트리, 단팥빵 등 10여 개 제품을 각각 100원, 삼립식품도 크림빵 등 10여 개 제품을 100~200원 올렸다. 이에 대해 제과업체들은 “밀가루, 설탕 등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지만 이번에는 인건비, 임대료 등 다른 요인이 있어 올린 것이다. 곡물 시장에서 원가가 오른다고 바로 가격을 올리지는 않는다”며 밀가루 가격 인상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문제는 2010년 여름 밀가루 가격 인상 속도가 2008년 애그플레이션(Agflation·곡물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상승) 당시와 비견할 만하다는 점. 당시 중국 등 신흥국의 식량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식용·사료용 곡물 수요도 크게 늘었다. 고유가 악재에 대체 에너지인 바이오 에너지 소비가 늘자 옥수수, 사탕수수 가격도 올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6년 이후 기상이변으로 곡물 재고량도 감소했다. 주요 생산국은 자국 재고량 유지를 위해 곡물 수출을 금했고, 수입국은 경쟁적으로 곡물 매입에 나섰다. 결국 일부 국가는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해 배급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곡물 생산 불확실성” 안팎서 우려 목소리
2010년 밀가루 폭등의 진원지는 러시아다. 세계 3위 밀 수출국 러시아가 40년 만에 찾아온 가뭄과 잇따른 산불로 8월 15일부터 밀 수출을 금지했다. 러시아의 가뭄 소식이 전해지자 7월부터 국제 밀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7월 1일 1t당 184달러에서 8월 5일 289달러로 급등했다가 8월 13일 266달러로 하락했다. 장중 밀 가격이 6일에는 1t당 290달러에서 309달러로 올랐다가 267달러로 요동치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졌다.
러시아발 밀가루 가격 인상이 국내에 애그플레이션을 일으킬까? 일단 우리 정부는 느긋한 편이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8월 17일 “애그플레이션의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전문가도 “러시아의 수출금지 발표에 시장이 충격을 받아 밀 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미국 등의 재고량이 충분해 이미 안정됐다”고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러시아 악재가 충분히 반영돼 9월 물가인상 요인에 포함조차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느긋한 태도와 달리 애그플레이션 우려는 국내외에서 계속 나온다. 한화증권 박종록 애널리스트는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작황이 좋아 곡물 가격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러시아 가뭄 등을 계기로 곡물 생산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따라서 애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오름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8월 12일 미국 농무부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지의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줄어 재고량이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제분협회, 사료협회 등에 확인한 결과 우리나라는 재고량이 충분하다”고 했지만, 위험 요소는 남아 있다. 남반구 주요 곡창지대인 아르헨티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브라질 등에 라니냐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곡물이 영그는 시기인 12월에 라니냐가 피해를 끼친다면, 식량 생산량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정준석 과장은 “온난화 추세가 계속되면서 더운 곳은 더 더워지고, 추운 곳은 더 추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식량 위기를 일으킬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일상적인 일이 될 수 있는 것.
식량위기를 노리는 투기세력
메이저 식량회사, 투기자본의 움직임도 애그플레이션 위험 요소다. 2008년 애그플레이션 당시에도 곡물 가격이 요동치는 가운데 단기 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이 곡물 시장으로 모여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미 메이저 식량회사와 투기 세력들은 올해 하반기 기후 전망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국내 기상전문가는 “곡물은 기후에 따라 가격변동 차가 크다. 정확한 기상정보를 입수해 투기가 성공을 거두면 막대한 이익을 얻는다. 해외 민간 기상업체들이 메이저 식량회사, 투기자본에 기상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곡물 가격이 인상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제과업체 등이 밀가루 가격이 올랐을 때는 “원재료 인상 반영”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만, 밀가루 가격이 내렸을 때는 “원가 반영 비중이 미미하다”며 인하를 미루거나 인하 폭을 줄이기 때문.
밀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물가 안정화 대책도 중요하지만 식량 안보를 위한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다. 한국은 밀 자급률이 0.9%에 불과(상자기사 참조)하고 전체 식량 자립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이다. 곡물 수출국은 자국 재고량이 부족하면 언제든 곳간을 걸어 잠근다. 또 밀 한 품목 가격이 올라도 사료, 식품, 유제품 등이 도미노처럼 따라 오르기에 식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위험성은 이렇게 크지만 대책은 안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병률 미래정책연구실장은 “쌀 중심 정책에서 대체작물을 적극 활용하는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가야 한다. 일본 농협의 ‘젠노 그레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형식에 그치는 대책이 아니라 메이저 식량회사와 투기자본을 견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우리밀 부활할 수 있을까? 자급률 고작 0.9%, 수입산보다 2~3배 높은 가격이 걸림돌
이제는 밀밭을 찾아보기 힘들어졌지만, 과거 밀은 쌀 다음으로 많이 재배됐다. 밀이 한순간에 자취를 감춘 연유를 찾자면 6·25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54년 미국은 농산물수출원조법에 따라 막대한 양의 밀을 무상으로 한국에 원조했다. 전쟁 직후 굶주린 피란민에게 미국산 밀은 생명을 주는 빛이었다. 하지만 미국산 밀이 우리밀에 독이 되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1960년대 미국은 밀 무상 원조를 중단한 뒤 정부에 미국산 밀을 수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값싼 미국산 밀이 밀려들어오니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우리밀은 자취를 감췄다. 먹고살기 어려워진 농민들이 밀농사를 포기한 것이다.
1970년 9만7000㏊이던 우리밀 재배면적은 2000년 1000여 ha로 급감했다. 현재 우리밀 자급률은 0.9%에 불과하다. 이도 우리밀 지키기 운동을 벌인 시민단체들의 노력으로 가능했다. 반면 밀 소비량은 1인당 소비량이 1980년 29.4kg에서 2007년 33.7kg으로 꾸준히 늘었다. 밀은 국내 시판 곡류 중 쌀 다음으로 소비량이 많다. 우리밀 생산이 제자리걸음이니 외국산 밀 수입이 크게 늘 수밖에. 2008년에는 한 해 1조5000억 원어치가 수입됐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우리밀 부활의 씨앗이 싹텄다. 참살이 바람을 타고 먹을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우리밀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국제 밀가루 가격이 올라 우리밀 가격경쟁력도 좋아지고 있다. 우리밀 전문업체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제과업체도 인기를 반영해 우리밀 제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정부도 우리밀 소비자를 늘리려고 애쓰고 있다. 농식품부의 목표는 2017년까지 자급률을 10%대(20만t)로 끌어올리는 것. 이를 위해 지역별로 밀의 품종, 재배방법을 통일시켜 일정한 양을 생산하도록 하고 밀 건조, 저장 시설을 늘려 유통이 원활하도록 했다. 가공하기 쉬운 품종을 육성해 공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우리밀 사업 현장에서는 농식품부의 자급률 향상 대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밀광역클러스터사업단 사업운영팀 김성찬 과장은 “소비자의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산 밀 제품과 2~3배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 걸림돌이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대책을 세워줬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좀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우리밀 사업자들은 경관보전직불금(이하 직불금) 지급 범위 확대와 원산지 표시제 강화가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즉 마을 단위로 협약을 맺고 밀농사 체험 프로그램을 포함해야 한다는 직불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고, 소비자들이 수입 밀과 우리밀 구분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밀 원산지 표시를 늘려달라는 것. 이에 농식품부는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리밀이 현실적 어려움을 딛고 밀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첫댓글 좋은 빵정보 감사합니다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