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99가지 이야기들140회.
과장의 염치(어우야담)
신응구(申應榘)가 말했다.
유자(儒者)가 과거를 볼 때에 비록 부득이하더라도 시권(試券)을 날이 저물어 제출하다가 군사(軍士)에게 능멸을 당하면 곧 선비의 기상을 손상시키는 일이다.
나는 늘 과장에 들어가 날이 저물어 군사가 재촉하면 즉시 시권을 접어 자루 속에 던지고 나왔다.
나의 스승 김운(金雲)은 힘써 공부했으며, 선행을 좋아했다. 일찌기 회시(會試)의 강경(講經)에 응해 경전을 암송하는데, 한참 동안 강석(講席)에 앉아 있자, 시관이 휘장 안에서 말했다.
오랫동안 앉아 있으며 일어나지 않으니 자못 구차하구려.
김운이 즉시 스스로 아닐 '불(不)'자를 쓰고 나가니, 대관(臺官)이 애석하게 여겨 말했다.
늙은 선비가 평생 구차한 일은 해 본 적이 없는데 구차하다는 말을 한 번 듣게 되어 곧 일어나 나가 버리니 그 뜻이 높구나.
아! 마음이 득실(得失)에 얽매여 황금을 움켜쥐고 수치심을 잊은 이가 많으니, 이 두 사람은 세속을 경계하려 할만 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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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설화(終)
신기한 99가지 이야기들--- 과장의 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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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03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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