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처럼 날아드는 격문과 전갈 의승을 불러모아 차례로 사열하다 나부끼는 깃발에 산마루도 흔들리고 퍼지는 나팔소리 강마을 요동한다 고된 전법훈련 석달째 계속되고 순찰하는 목탁소리 한밤을 지새운다 피를 머금어 맹세하며 뽑아든 칼 오랑캐 다 베어 임금은혜 보답하리
이 시는 허백당(虛白堂)대선사가 정묘호란(丁卯胡亂)에 승병대장으로 참전하여 지은 시이다. 조선조시대는 호란 왜란으로 불려지는 남북에서의 이민족 침입으로 큰 전란을 겪었다. 이러한 전란 때마다 의병을 일으켜 국가의 위난을 타개한 분들이 바로 당시의 큰스님들이다. 호국불교라 불려지게 되는 일면은 이런 점에서 타당성을 인정하게도 된다. 인조 4년(1626) 봄에도 후금(後金·청나라의 전신)의 내침이 있었다. 이때 강원감사의 천거로 대선사께서 의병대장의 임무를 맡게 되었다. 갑작스런 명에 의하여 4천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안주(安州)에서 훈련을 시작하여 전진에 임하게 되었다. 국경에서는 연일 오랑캐의 침입을 알려오지만, 모집된 승병들은 훈련된 군대가 아니라서 훈련을 새로이 시켜 전진에 투입해야 했다. 7월에 대장으로 임명되어 그 해 가을 내내 이렇듯 신병훈련의 고된 나날을 지내야 했던 3개월이었던 것 같다. 낮에는 훈련 밤에는 순찰로 여념이 없는 병영의 하루하루였던 것이다. 이 의로운 일에 참여한 사람은 모두가 피로 맹세한 동지들이다. 하나의 목적이 있다면 이 위급한 나라를 구하기 위하여 저 오랑캐를 물리친다는 것밖에 없다. 이것이 이 나라의 백성이 된 도리이다. 스님도 이 나라 백성의 한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는 내 한 사람으로서의 몫이 아니라 대장으로서의 몫이 되었으니 수천 수만의 병사의 몫을 다해내야 한다. 이것이 피로 맹세한 혈맹이다.
조선조시대의 어려웠던 국난은 거의 스님들의 의거에 의해서 극복되었던 것이니 이 또한 대비동체의 보살정신의 발로이었다. 위의 시는 이러한 역사의 흔적을 음미하기에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