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시청하는 삶
김수엽
닭들이 마당에다 톡톡톡 질문하면
쌀알이 사라지며 찍히는 마침표들
가을볕 한 방울씩 똑
풍경을 조립한다
손주가 아장아장 밑창을 깨고 간다
날개가 기억해온 푸드덕 소리가 쿵
빨랫줄 잠자리 떼도
흠칫함을 떨군다
저녁 슬몃슬몃 와 홰에다 켜 논 밤
노동도 먹는 것도
지쳐서 눈을 감고
호흡만 남겨둔 채로 온몸을 닫는다
- 《시조21》2025.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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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시청하는 삶 / 김수엽
김수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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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1
25.06.26 10:5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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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당이라는 작은 우주가,
닭의 톡톡, 손주의 푸드덕, 잠자리 떼의 흠칫까지
삶의 리듬으로 이어져 오네요.
마지막 행에서 숨만 남긴 채 고요히 닫히는 모습에
오래도록 멈춰 읽었습니다.
따뜻하고 깊은 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