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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해변의 모습이에요. 1492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는 대서양을 건너 긴 항해 끝에 서인도제도에 도착했어요. 콜럼버스는 쿠바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고 해요.
Corbis 토픽이미지
"쳤습니다! 아, 큽니다. 커요!"
중계 캐스터의 흥분된 목소리를 따라 아빠랑 나도 같이 외쳤어요.
"와아~! 홈런!"
신이 나서 만세를 부르고 있는데, 날아온 야구공에 맞은 것처럼 갑자기 뒤통수가 얼얼했어요. 아빠와 저를 기다리다 화가 난 엄마가 달려오셔서 저에게 꿀밤을 먹이신 거죠. 식탁으로 끌려가면서도 구장을 도는 푸이그 선수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바로 그때, 갑자기 궁금한 게 떠올랐어요.
"아빠, 쿠바가 아프리카 어디에 있는 나라예요?"
"쿠바는 #라틴아메리카 에 있어. 카리브 해에 떠 있는 섬나라지."
잘난 척한 사람은 당연히 누나였지요. 그 말을 듣자 궁금증이 더 커졌어요.
"아, 아프리카가 아니고 라틴아메리카야? 거기에도 흑인이 많이 살아?"
"그것도 몰랐어? 세계에서 제일 빠른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Bolt)도 카리브 해에 있는 자메이카 출신이잖아."
그런데 누나도 말하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나 봐요. 바로 엄마와 아빠에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답니다.
▲ 육상 선수 #우사인-볼트 (왼쪽)와 야구 선수 #야시엘-푸이그 (오른쪽)는 카리브 해에 있는 자메이카와 쿠바 출신이지요.
조선일보 DB·AP 뉴시스
"정말 그러고 보니 #카리브해 쪽에 있는 나라에는 흑인이 많은데, #멕시코 나 #아르헨티나 처럼 대륙에 있는 나라에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아르헨티나의 축구 스타 메시는 백인이고…. 같은 라틴아메리카인데 왜 이렇게 다르죠?"
"궁금하지? 그래서 역사를 알아야 하는 거야."
아빠는 냉면을 비비면서 말씀하셨어요.
쿠바, #자메이카 , #아이티 등 카리브 해에 줄지어 있는 섬나라들을 서인도제도라고 해요. '서인도'라면 서쪽 인도라는 뜻인데, 왜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섬나라들에 그런 이름이 붙었느냐고요? 그건 바로 500여 년 전인 1492년 이곳에 도착한 이탈리아 출신 탐험가 #크리스토퍼-콜럼버스 (Columbus)가 그곳을 인도라고 착각하면서 붙은 이름이라고 해요. 나중에 진짜 인도가 동쪽에 있다는 걸 알고는 그곳을 서인도라고 부르게 된 거지요.
"아하, 그래서 #아메리카 원주민을 인도 사람이라는 뜻인 '인디언'이라고 하는군요? 정말 잘못된 말이네요."
누나는 역시 이해가 빨라요. '아메리카 #인디언 '은 콜럼버스의 착각에서 생겨난 이름이니 잘못된 게 분명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메리카 원주민도 흑인은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푸이그 선수의 조상은 대체 언제부터 쿠바에 살았을까요?
▲ 콜럼버스가 #서인도제도 에 도착해 #원주민 과 만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에요.
Getty Images 멀티비츠
"콜럼버스가 그곳에 도착한 후의 일이야. 콜럼버스의 항해를 지원한 #에스파냐 는 서인도제도에서 금을 충분히 찾지 못하자 원주민을 마구 부려 먹고 죽였어. #유럽인 들이 옮긴 #전염병 도 치명적이었지. 얼마 안 가 원주민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단다."
아빠는 흥분한 듯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시곤, 입에 들어간 냉면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셨어요.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에스파냐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흑인노예 를 데려와 #사탕수수 를 재배하도록 했어요. 이런 #노예무역 은 1800년대까지 계속됐고, 1000만 명이 넘는 흑인이 짐짝처럼 #노예선 에 실려 대서양을 건넜다고 해요.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서인도제도에 흑인이 많아진 거랍니다.
"노예선을 탄 많은 이가 항해 도중 병에 걸리거나 굶어 죽었다는구나."
결국 아빠는 냉면 한 그릇을 다 비우지 못한 채 일어나셨어요. 평소 같으면 그런 아빠를 보고만 있으실 엄마가 아니지요. 그렇지 않아도 오늘 요리를 맡겠다는 약속을 어긴 아빠 때문에 뾰로통해 계셨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볼트랑 푸… 뭐라는 그 선수들은 모두 그때 살아남은 #노예 의 후손이구나. 너희도 응원 많이 하렴."
엄마의 말씀이 천사의 목소리처럼 들리네요. 역시 우리 엄마가 최고야!
강응천 | 역사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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