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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장 영광과 교만 (1)
황하 강변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있었다.
그 아이들은 오랜 세월 동안 '주(周)'라는 힘세고 부유하고 온화한 아이를 대장으로 삼아 자신들의 놀이마당에서 사이좋게 놀았다.
그 이웃에 '초(楚)'라는 아이가 살고 있었다.
'초'는 덩치가 컸을 뿐 무식하고 가난하고 예의가 없는 아이였다.
그래서 황하 강변의 아이들은 '초(楚)'를 깔보고 멸시하며 그를 결코 자신들의 놀이마당에 끼워주지 않았다. 그러나 '초'라는 아이는 황하 강변의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주'라는 대장 아이가 병들고 가난하고 무력한 아이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대장을 잃은 황하 강변의 아이들은 자주 의견 충돌을 일으켰고, 고만고만한 주먹을 휘두르며 서로 싸우는 일이 잦아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이웃 마당에서 외돌톨이로 지내던 '초(楚)'라는 황하 강변의 아이는 놀이판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지금까지처럼 무시하면 제풀에 물러갈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사이 '초(楚)'라는 아이가 무척 변했다. 무엇보다도 덩치가 부쩍 커졌고, 힘도 세졌으며, 나름대로 공부도 한 것 같았다. 게다가 욕심까지 많아졌다.
'초(楚)'는 황하 강변의 아이들을 자신의 수하로 삼으려 들었다. 물로 아무도 그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초(楚)'라는 아이의 태도가 돌변했다.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를 느낀 몇몇 아이가 '초'와 싸웠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 아이들은 도저히 '초'를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울며 겨자 먹기로 '초(楚)'의 수하가 되었다.
뜻밖으로 황하 강변의 아이들은 무력했다. 자긍심만 높았을 뿐 '초(楚)'라는 아이에 대항할 만한 힘을 전혀 지니고 있지 못했다. 그들은 그러한 사실을 몇몇 아이들이 얻어맞은 뒤에야 깨달았다.
이제 황하의 아이들은 겁을 먹고 '초(楚)'와 마주치는 것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주(周)'라는 대장 아이를 쳐다보았으나, 그는 여전히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또 한 아이가 얻어맞고 '초'의 졸개가 되었다. 황하 강변의 놀이터는 공포 분위기가 여실했다.
아이들은 '초(楚)'의 주먹에 맞설 만한 그 누군가를 찾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자신들의 놀이마당을 고스란히 '초'라는 깡패 같은 아이에게 내주어야 할 판이었다. 이때 홀연히 나타난 아이가 있었다. '제(齊)'라는, 놀이마당 동편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아이였다.
'제(齊)'는 덩치가 크기는 하였으나 힘이 없어 그 동안 한켠 구석에서 얌전히 지내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관중(管仲)'이라고 하는 한 작은 아이와 친하게 지내면서부터 부쩍 힘이 세졌다. 그러나 '제'는 대뜸 '초'와 정면대결을 벌이지 않았다. 그 아이는 조심스럽게 주변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제(齊)'라는 아이는 이웃 아이들에게 '덕(德)'이라고 하는 달콤한 과자를 나누어줄 줄 아는 아이였다. 대장을 잃고 서로 주먹질만 하던 황하 강변의 아이들에게 그 과자는 새로운 맛을 던져주었다.
'연(燕)'이라는 아이가 그 과자 맛을 보았고, '노(魯)'와 '위(衛)'라는 아이도 '제'가 던져준 과자를 받아 먹었다. 오래 전 '주(周)'라는 대장 아이로부터만 받아보았던 그 과자는 달콤하고 신선했다.
황하 강변의 아이들은 '초'의 주먹을 피하고 '제 - 그 아이의 이름은 환공(桓公)'가 내민 달콤한 과자를 받아 먹기 위해 '제환공(齊桓公)'에게로 몰려들었다.
어느덧 아이들은 '초'에 맞설 수 있는 아이는 '제환공' 밖에 없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제환공(齊桓公)'에게 특별한 별명을 지어주었다.
- 패공(覇公).
'대장의 대리인'이라는 뜻이었다.
'제환공'은 중원이라는 황하 강변의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자신들의 놀이터를 빼앗으려 든 '초(楚)'라는 덩치 큰 아이의 횡포를 멋지게 잠재워버린 것이었다.
'제환공(齊桓公)'은 어느덧 만리 창공에 찬란하게 빛나는 우뚝 선 별이 되었다.
- 영웅 출현.
아이들은 이렇게 '제환공(齊桓公)'을 칭송했다.
🎓 다음에 계속........
출처 - 평설열국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