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옛 정취 그리운, 신시모도 섬 트래킹
삼형제 섬의 맏이 신도선창에 차문을 밀고 내린다. 신도 시도 모도가 삼형제 섬으로 불린다.
한여름 매미떼들이 석등님! 석등님! 떼창을 하며 격한 환영 인사를 건넨다.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파도소리 낮게 깔리는 갯길에는 곱게 연지를 바른 해당화가 수줍은 미소로 행려의 객을 반긴다. 13년만에 다시 찾은 섬. 참 잘했다 싶은 순간이다.
신도 구봉산정에 오르니 땀으로 목욕을 한 듯 옷이 척!척! 감겼다. 산정엔 영종도와 인천국제공항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산을 내려와 연도교를 건너 시도 우측 해안 뚝방길을 따라 걷는다. 온갖 여름꽃이 군락을 이룬다. 달맞이꽃 개망초, 메꽃, 달개비꽃……. 함께, 때로는 각각 살아내는, 저마다 다른 색깔의 옷을 걸치고 사는 야생꽃들이다. 저 꽃들이 살아가는 생이나, 우리네 인생이나, 피고 이울어 마침내 흙으로 돌아가는 생의 본질은 다를 바 없으리라.
이곳 시도는 드라마 ‘슬픈연가’ ’풀하우스’ 드라마를 촬영을 했던 곳인데 현대식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 광발을 낸다. 고즈넉했던 어촌의 옛 정취는 이제 기억 속의 풍경이 되었다. 한적하고 아늑한 정취가 사라지는 일.....,어찌 아쉬움이 없으랴. 그곳 수기해변길을 돌아가자 바위와 백사장으로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나직이 수런거린다.
마지막 모도를 잇는 연도교를 바라본다. 8월의 염천 아래 가마솥 같은 열기가 길을 달구고, 갈 길은 아득히 늘어져 있다. 땀에 절은 몸이 지쳐왔다. 그때 연도교 입구 해당화가 수줍게 웃으며 지친 몸 쉬어가라고 살갑게 소매깃을 당긴다. 여리고 섬세한 꿈 많은 섬처녀와 눈을 맞추며 한 참을 보냈다.
마지막섬 모도에 이른다. 8월의 펄펄 끓는 염천 아래 삼형제 섬을 두 발로 뚜벅뚜벅 걷는 사람은 나 뿐이었다. 나도 참 미련한 사람이란 생각도 들었다. 모도에 도착하니 삐가뻔적한 초현대식 건물이 들어서 있었다. 커피와 베이커리, 그리고 호화로운 식당 등이었다. 그곳 이일호 작가의 초현실주의 조각공원의 예술품들은 빛을 잃어 버려진 장남감이 돼 있는 듯했다. 모도를 빠져 나온다. 세상은 많은 것을 바꾸었고, 빠르게 변해 버린 세상의 뒷 끝이 영 씁쓸했다.
저만치 식당 하나를 보았다. 해물칼국숫집이었다. 식당 안에 손님이 한 분도 보이질 않는다. 한 사람인데 해물칼국수 되나요? 뭉툭하게 생긴 아줌마가 헤헤 웃으며 네! 되요. 왜 손님이 한 분도 없나요? 물으니,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난 때라 그래요. 라고 한다. 칼국수 나왔습니다. 우와~ 면 위에 홍합 새우 오징어까지 가득이다. 호박과 당근으로 미색까지 갖추었다.. 국물 한 수저를 뜨니 정말 시원했다. 그래도 여행지의 해물칼국수 한 그릇이 행려의 발길에 위안을 준다.
나는 지금 바다커피숖 창가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여행이 저물고 하루 동안 이야기의 텃밭을 돌이켜보는 시간은 낯선 행려자의 가슴을 차분하게 한다. 세상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사는 일이 가슴 답답하고, 우울할 때, 근심과 걱정의 이랑이 쉽 없이 일 때, 인간의 어두운 마음을 치유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약은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나는 그 길을 걷는다.*석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