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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역사적 인물, 그리고 명사나 스타들이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널리 알린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런 만큼 지역 500만여 명에게 이들의 이름 석 자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으며, 때론 기분을 좋게 한다.
이들이 머물면서 추억을 남겨둔 곳, 자주 들른 곳, 흔적이라도 남겨두고 떠난 곳 등은 그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준다. 이들의 체취가 서려 있는 곳을 찾아봤다. 상업성을 표방한 마케팅이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지역민의 관심 속에 사랑받는 공간으로 변신해 있었다. 때론 다른 지역에서 온 이들도 대구경북 출신의 이 인물들 때문에 호
의적인 감정을 갖게 되기도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묵었던 수성관광호텔 베란다 쪽
의 방탄문.
의외로 많다. 특히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숨결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곳이 대구경북이다. 음식점의 경우 박정희`육영수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걸린 곳들이 많다. 박 전 대통령이 묵었던 숙소 등도 찾을 수 있다. 이승엽이 ‘제2의 엄마’라며 허기진 배를 채웠던 식당, 박주영의 이름을 딴 축구장, 삼성의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의 삼성상회 터, 이건희 회장이 찾은 대구오페라하우스 등도 눈길을 끌고 있다. ‘명사 마케팅’의 현장을 찾아봤다.
◆‘아직도 VIP 방탄문이 턱!’
대구수성관광호텔 로열스위트룸(약 90㎡`30평)에는 40여년 VIP 삼성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의 삼성상회 터
(대통령) 경호를 위해 호텔 창 베란다 밖에 설치된 역사적 유물
인 방탄문이 아직까지 그대로 있다. 녹이 많이 슨 상태지만 당시
설치된 그대로 보존돼 있다.
두꺼운 철문인데 대포를 쏘아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햇살이 들어올 수 있도록 열고 닫는 것이 가능하다. 이곳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머물렀던 곳이다. K2 공군비행장에 도착하면 동대구로를 타고 곧장 와서 숙박을 했던 곳이다. 이런 탓에 당시에는 아예 일반 손님들은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제한되기도 했다.
지금은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곳이다. 객실료도 그리 비싸지 않다. 하룻밤에 42만원. 당시 가구들이나 탁자, 소파 등은 다 교체가 됐지만 이승엽 선수가 자주가던 식당
방의 형태나 가구의 배치 등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이 호텔방은 박 대통령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방임은 분명하다. 52인치 평면TV를 제외하면 디지털 기기가 없다. 냉장고와 냉난방 역시 20~30년 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수성관광호텔 김경복 전무는 “호텔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VIP가 묵었던 곳인지 물어보는 이들이 간혹 있다”며 “방탄문은 지금 호텔 시설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 형태를 보수`유지하는 방향으로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식점의 박정희 마케팅은 하나의 트렌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을 걸어두기만 해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하는 효자 역할을 해준다. 경북 안동시 풍산읍 하리리 장터 내 양지식당은 대표적인 곳이라 할 만하다. 식당에 들어서면 태극기 양옆으로 박정희 대통 박주영 선수 이름을 딴 축구장
령 부부 사진과 근혜`근령`지만 세 남매(초`중`고교 시절)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걸려 있다. 보기만 해도 그 시절로 빠져들게 한다. 나이가 지긋한 몇몇 손님들은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식당의 사진 2장 중 1장은 복사본이 아닌 진품이다.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 출신의 주인 윤화향(54) 씨가 친정에서 이 사진을 어렵게 구해와 10여 년 전부터 식당에 걸어둔 것이다. 청와대 앞뜰에서 대통령 내외가 찍은 사진이다.
양지식당 ‘바깥주인’ 김태환(56`한국현대미술대전 초대작가) 씨는 “보기만 해도 눈물을 흘리는 분들이 많으며, 박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아 식당 영업에도 적잖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제2의 엄마, 우성식당 김태란 씨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밥은 제가 거의 책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삼성 선수들의 직영 식당을 수십 년간 했으니 당연지사죠. 이승엽 선수는 저를 ‘제2의 엄마’라고 불렀고, 이만수 감독(SK 와이번스)도 미국 메이저리그 코치로 가기 전날 제가 해 준 밥 먹고 갔죠. 양준혁`장효조`마해영 등 수많은 삼성의 야구스타들이 우성식당 밥도둑(평균 공기밥 2그릇 이상)이었습니다.”
대구시민야구장 인근 우성식당 김태란(73`여) 씨는 삼성 라이온즈의 직영 식당을 수십 년 해 온 만큼 삼성 선수들과 많은 인연을 쌓았다. 스타급 선수들과 찍은 사진과 직접 써 준 사인볼이 너무 많아서 다 내걸 수도 없을 정도다. 삼성의 스타급 선수들 사진을 보려면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된다. 벽에 쭉 걸려 있다. 사인볼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을 정도로 많다.
김 씨는 “요즘은 삼성 선수들이 주로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는 바람에 간혹 오는 편이지만 아직도 삼성 선수들과 관계자, 출입기자들의 전용식당”이라며 “삼성 선수들이 야구 잘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내 아들이 잘하는 것처럼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반야월이 낳은 축구스타 박주영 축구장도 생겼다. 지난해 7월 대구 동구청은 2010 남아공 월드컵 국가대표팀의 주공격수로 맹활약한 박주영의 이름을 딴 축구장을 율하체육공원에 지었다. 이 박주영 축구장은 박 선수가 태어난 반야월에 있는데다 남아공월드컵 때 16강전까지 구민 2만여 명이 모여 거리응원을 한 장소여서 의미가 더 크다. 이재만 동구청장은 “박주영 축구장도 일종의 스타 마케팅으로 구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 지역 이미지를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구 주민 최성한(40) 씨도 “다른 이름보다는 박주영 축구장이 훨씬 친근감 있고, 부르기도 좋다”며 “수원에 박지성이 있다면 대구엔 박주영이 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이병철`건희 회장의 흔적도 오롯이
삼성 야구단의 연고지가 대구이듯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을 일군 두 부자의 흔적이 대구에 오롯하게 남아있다. 삼성의 모태인 ‘대구 삼성상회 터’가 이미 부활했다. 북성로 공구골목인 중구 인교동에 삼성상회 옛터의 기념공간이 문을 열었다.
삼성상회 터는 당시 28세 청년이던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1938년 청과물과 건어물, 국수 등을 파는 것으로 사업을 시작한 곳이다. 이 기념 공간은 크레텍책임㈜이 대구시에 기부채납한 부지 등 215.9㎡ 규모로 조성됐다. ‘삼성상회 재현 벽’이 있으며, 옛 삼성상회 건물 실물을 250분의 1로 축소한 청동모형도 있다. 이병철 회장을 기리기 위한 대나무와 송악도 심겨져 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렸을 당시에는 이건희 회장이 대구오페라하우스를 특별방문했다. 당시 오페라하우스는 파격적인 대우를 했다. 공연을 감상하면서 IOC위원들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앞좌석을 개조하는 특별배려를 해 준 것. 이 오페라하우스 부지 역시 삼성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소유이기에 잘 보일 이유도 있었다. 게다가 국제대회가 열리는 대구의 위상을 올려야 할 명분도 있었던 것.
대구오페라하우스 이형근 관장은 “이건희 회장이 자크 로케 IOC 위원장을 모시는 자리였기 때문에 특별했다”며 “식전 시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박쥐’ 하이라이트 공연을 10분 정도 진행했고, 오찬 이후에 국립국악원의 부채춤과 디딤무용단의 오고무 등이 펼쳐졌다”고 밝혔다.
권성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