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업장이 있는 갯마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어촌계장이 내일 당일치기 관광을 가는데 함께 가자며 버스 출발지를 알려주는데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누가 날 죽이려 든다면 송대관, 태진아, 현철이 노래를 하루종일 듣게하거나 관광버스에 태워 막춤을 추게하면 사흘안에 사망지경에 들것이다.
그만치 뽕짝과 시골사람들 관광버스 분위기에 알러지 반응하는 나에게 관광을 가자고? 하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게 무연고인 객지, 자칫하면 서울놈은 모조리 사기꾼,건방진 생각가진 그들과 내키지 않더라도 어울려야 마을 사람들 일손빌리기가 수월키에 일단 그러마고 했다.
술과 과일이나 몇 박스 올려주고 바쁘단 핑계를 대어 빠져 나올 생각으로. 알려준 경남 18다1818호 버스에 올라타 얘길 들어봤더니 말로만 듣던 묻지마 관광이었고,인사만 하고 빠지려던 내 생각은 호기심 때문에 바뀌었으며 남자만 20명인 우리들은1회용 썬그래스와 메이드인 차이나 모자 하나씩을 배급받아 버스 뒷편에 몰려 앉았다.
봉긋 솟은 젖가슴, 진한 분내음, 색끼가 주르르 흐르는 마흔 가까이 되어 보이는 인솔담당 은 마이크를 붙잡고 "저는 오늘 여러분들의 침대까지 책임질 拾八관광 어우동입니다.
이 버스는 약 두시간 후에 XX군 XX읍에 들려 사장(?)님들의 애인을 태우게 됩니다.
그 곳에 도착하기 전에 제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만 나누어 드린 모자와 안경을 착용하고 애인들이 차에 오를 때 혹시 사돈이나 형수, 이모, 고모는 없는지 잘 살펴 보시기 바랍니다. 저번에 제가 인솔한 팀 중엔 마누라를 만난 사람이 있었는데 골치아프게 다툴 것없이 그날로 바로 법원에 가서 이혼을 했다는 거 아닙니까 하~ 하~"
"어이 어우동, 우리는 20명인데 만약에 그쪽 여자들과 짝이 안맞으면 우짜노?" "그야 뭐 아줌마들이 남으면 여기서 힘좋은 아저씨가 두명씩 잡아드시면 될것이고, 모자라면 제가 책임져야죠" 이야기가 아주 찐하게 돌아간다. 어우동은 젖가슴을 얼굴에 슬쩍 슬쩍 들이대며 콧소리 섞어 십전대보주를 돌리고 스피커에선 우려했던 뽕짝메들리가 뽕짝거리며 엽쩌은 여얼다앗냥 아싸야로 삐약 삐약 분위기는 막돌아 간다.
XX읍에 도착하여 창밖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여자들은 하나같이 등산조끼, 모자, 색안경 착용하고 간판뒤에서, 골목에서, 전봇대뒤에서, 구멍가게 안에서 튀어나와 차에오른다.
정확히 20명인 그녀들은 앞자리를 메웠고 그 때부터 어우동의 강의(?)가 시작되었는데, "헐먹고, 헐입으며 뼈빠지게 일하는 우리는 과연 무엇인가? 이렇게 한번 외도했다해서 그게 뭐 맞아죽을 일이라도 되는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 도시에선 애인 한마리
안 키우는 아줌마, 아저씨 없다. 한강에 배 지나갔다고, 꿀 떠먹은 자리 표나나?"
그녀의 강의는 묘하게도 묻지마 일원들을 설득시키고 뜻뜻하게 만들며 오히려 그런 짓
못하는 사람은 바보등신이나 되는 것처럼 생각을 바꾸어 놓는, 차라리 웅변이었다.
소지품을 하나씩 내어놓게 하더니 짝을 맞추어 소지품 짝끼리 자리를 재배치 하였고
나도 애인을 배당받았는데 너무 취한 상태라 상대가 여자라는 사실만 확인될 뿐이었다.
"자 여러분 각자 애인들 한테 불만없죠?"
"옙, 니에~, 예에~" 먼저 대답을 하는 사람은 상대에 흡족하는 것 같았다.
"(어우동이 손바닥을 펴보이며)자 여러분 묻지마 관광은 뭘 묻지말아야 하는 거죠? 첫째?"
"이름도 성도 묻지말아요" 앞자리에서 빨간 바지 입은 여자의 대답으로 보아
그 방면엔 우등생인듯 했다.
"둘째?"
"사는 곳도 전화번호도 묻지말아요" 역시 빨간바지의 그녀였다.
"녜에 정답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셋째?"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거냐고 묻지도 말하요"
"녜 맞습니다 맞꼬요"
"이 버스는 약 20분후에 오늘의 목적지인 꿈의 궁전에 도착됩니다. 들어가시면 방문은
열려 있으며 지금 나누어 주는 메모지엔 여러분들이 사용할 방번호이니 혹시 남의 방에
들어 가시는 일 없도록 하시고요, 단 서로 합의가 되어 짝을 바꾸든, 한 방에 두쌍이
들어가든 그건 제가 간여할 바가 아닙니다.
방에 머무는 시간은 샤워 포함 두시간 입니다. 혹시 이 중에 두시간 가지고 모자라는
분 계세요? 그런 분 계시면 제한테 살짝 귀뜸해주세요 호~ 호~"
"그리고 여러분이 낸 7만원은 전세버스비 2만원, 술, 음료, 안주 2만원, 방값 1인당 만원,
특별회비가 3만원인데 그 특별회비가 뭐인고 하니 지금 나눠드리는 끝내줘 쥐약값입니다"
여자들에겐 박카스를 한병씩 나눠주면서 샤워 끝나고 마시라 했고, 남자들에겐 지금 즉시
먹어야 효험이 있다며 건네주는 것을 받아보니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중국산으로 추정)
비아그라였고 여성들에게 나누어준 박카스병은 아마 최음제가 섞였지 않나 생각되었다.
내가 배정받은 405호실에 도착, 샤워를 먼저하고 나의 그녀(?)가 샤워를 하기위해
스타킹과 바지를 벗을 때 언뜻 쳐다본 그녀의 종아리엔 퍼런 핏줄이 울퉁 불퉁 불거져
있었고 쩍~ 쩍~ 갈라진데다 센드페이퍼 같은 발뒤꿈치를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가 샤워를 하고 있는 동안 백지에다 "제가 왜 갔는지, 어디로 갔는지 묻지마세요"
라고 큼지막하게 적어 침대위에 얹어놓고 헐레벌떡 빠져나와 기차를 타고 그곳을 탈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