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해금 협주곡 '얼'(실황)
Prologue: the Haegum Concerto (Ⅰ) - "Ol(얼)" [ from live performance] ( 13 : 21 )
칠현악기인 해금은 가슴깊이 저미는 애절함을, 때로는 해학적이고 아기 자기하며 온갖 감정을 폭넓게 표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조들의 지혜와 얼, 그리고 하늘의 뜻을 헤아린다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홍천에 자리잡은 마리소릿골에서 이 곡을 쓰게 되었다.
힘찬 서주에 이어 4/4의 늦은 국거리로 묵묵히 서있는 장승의 無言無答?을 표현, ♩=ca 60은 그곳의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를 서정적으로 표현했고, 이어지는 4/4(♩=ca 100)은 영글어가는 우리 얼의 결정체를 귀히 여기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2. 국물(드라마 삽입곡)
Kugmul (국물, lit soup)[background music for a drama] ( 1 : 47 )
곰탕의 담백하고 순수한 맛을 만들어내기까지의 인내와 공력 등 그 장인정신을 해금으로 표현하였다.
3. 손놀림
Son-nollim (손놀림, lit. hand movements)] ( 1 : 33 )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아낙네들의 바쁜 손놀림과 그 흥겨운 정경을 그려보았다.
4. 구름
Kurum (구름, the cloud) ( 1 : 37 )
우리나라의 하늘은 변화 무쌍하다. 그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하다. 한가롭고 따스한 날의 구름은 우리를 포근히 감싸주기도 한다.
5. 언문풍월
Onmun-p'ungwol ( 언문풍월, citing a beauty of nature) ( 1 : 21 )
전국을 배경으로, 발아래 굽이치는 산줄기, 가슴에 구름을 가득 품은 푸른 하늘, 흥겨움을 노래하는 새들의 움직임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코믹하게 표현하였다.
6. 불꽃 춤(무용음악, 실황)
Pul-kkot-ch'um ( 불꽃 춤, dance of Pul flowers)[dance music, from live performance] ( 6 : 38 )
오염되고 착해진 강을 되살리기 위해 생명의 불꽃을 심으려는 인간의 의지와 투지를 표현…무용극 '생명의 강' 中에서…
7. 땅 짚고 헤엄치기
Ttang-gipgo Heôm-ch'igi ( 땅 짚고 헤엄치기, children's games in water) ( 1 : 50 )
개구쟁이 아이들이 개 헤엄치며 물장난하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8. 지게치기
Chige-ch'igi ( 지게 치기, woodcutter ) ( 3 : 45 )
한 짐의 나무를 해놓고 풍족함과 여유로움을 만끽하는 소박한 지게꾼의 만족해하는 모습과 장난끼 어린 몸짓을 묘사하였다.…무용극 '머슴살이' 中에서…
9. 기원(방송녹음)
Kiwôn ( 기원, good wishes ) [ recording for brodcasting] ( 2 : 38 )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복을 빌고 재앙을 물리치려는 간절한 기원 뒤에는 은혜를 입기 위해 덕을 쌓으려는 경건함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10. 돌아라 돌아라
Torara-torara ( 돌아라 돌아라, merry-go-round) ( 2 : 21 )
도공들이 물레를 돌리면서 작품이 잘나오도록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기도하는 심정을 표현한 곡
11. 상처의 한
Sangch'oui-han ( 상처의 한, feeling of loss) ( 3 : 28 )
헤어짐 때문에 아파하고, 슬픔이 없을 줄 알았지만… 기약없는 이별을 하고 귀향을 하니 싸늘히 식어가는 부인의 모습에 자신을 원망하고 한탄하는 심정을 표현한 곡
12. 해금합주를 위한 중주곡 '얼'(실황)
Epilogue: the Haegum Concerto (Ⅱ) -"Ôl" [ from live performance] ( 17 : 54 )
선조들의 지혜와 얼, 하늘의 뜻을 헤아린다는 의미를 두고 쓴 곡이다. 힘찬 서주에 이어 묵묵히 서 있는 장승, 아름다운 자연의 신비를 통해 우리얼의 결정체를 묘사한 협주곡 형태의 해금합주곡이다.
A total duration of the performances: 58:46
--------------------------------------
·해금/주영위(周永偉) Haegum : Ju Yong-wi
·작곡·편곡/이병욱(李병旭) Composer and arranger : Yi byung-wuk
·녹음/1999.2.태광 STUDIO
·프로듀서/양정환
·제작/1999.4.
주 영 위(周永偉)
주영위(1956.12.∼ )는 서울 원효로에서 태어나 해금을 전공으로 국악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와 한양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립국악원을 거쳐 현재 KBS국악관현악단에서 연주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중견 연주가이다.
그의 해금에 대해 애착도 남달라서 그동안 해금에 관한 다수의 연구논문과 해금 악보집 발간, 해금 연주자의 모임인 '이현의 농'대표, 실내악단 '어울림'을 통한 음반작업 활동 등으로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활발히 펼치고 있는 해금 연주자로서 연구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요즈음 우리 국악계에 많은 연주자들이 자기만의 음악 색깔을 찾으려는 시도가 많이 나타나고 있는 시점에서 그의 활발한 음반작업은 한국음악 발전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여러 장르의 음악 색깔을 선보이고 있는 현실과 다가올 미래를 감안하여 볼 때 이러한 음악적 시도는 늘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금번 제작된 "해금과 주영위"의 음반도 해금 연주자로서 부지런히 살아온 그의 열정이 어우러진 앨범으로 해금 음악의 독창성과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작업과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이 앨범을 통하여 주영위의 음악생활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이 인정되어 많은 이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서울대 교수 강 사 준 -
주영위의 해금 음악
주영위 해금연주는 그의 주 활동 텃밭인 KBS국악관현악단에서는 물론 실내악단 활동에서 단연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실타래 뽑아내듯 이어지는 그의 소리, 그만의 해금 가락들은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희망과 열정을 빼어 닮았다.
정감이 가는 소리, 어디선가 한 번 쯤 들어 봤음 직한 친근감이 가는 소리, 그러면서도 생동감이 넘쳐 살아 꿈틀거리는 삶의 소리, 바로 이렇게 우리들 모두의 상상의 소리를 함축하고 있는 것만 같은 그의 해금 가락들은 우리 음악계에 잔잔한 파장을 그려내고 있다.
현재 우리 국악계에 많은 해금 주자들이 활발한 활동들을 하고 있지만 특히 주영위는 해금 연주에 있어서 어줍잖은 잔 기교를 일체 용납치 않는 몇 몇의 연주자들 중의 한 사람에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이 방면의 정석 코스를 밟아온 매우 지적이고 학구적인 음악가이기에 그렇다.
그래서 그의 연주에는 사(邪)가 끼어 들지 못한다. 진정 중용한 것이 무엇인지,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그의 음악에 대한 태도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을 국악인의 한 사람으로 다행으로 여기며 존경해마지 않는다.
비록 역사는 길지 않지만 창작곡 위주의 실험적인 작품을 소화해내는 뜻 깊은 사업을 펼치고 있다.
해금 창작곡 모음집을 3집, 다수의 해금논문 발표 등 시대에 걸 맞는 현대 국악의 해로운 방향을 위해 연주, 학술, 출판, 음반 작업 등 다방면에 걸쳐 야심 찬 의욕을 보여온 그가 이번에 무용음악, 드라마 배경음악, 방송음악, 실내악 등을 한 꼭지로 묶어 음반화 한 것이다.
해금음악 실용화의 길을 걸어온 주영위 음악활동의 결정판이요,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그의 음악세계인 셈이다.
그동안 우리 음악계에 소개된 해금 음반들과 함께 국악계를 풍요롭게 할 주목이 가는 음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 지금은 예술과 음악의 장르를 초월한 무경계음악 소위 'cross over'가 유행하는 시대니만큼 이 음반이 돋보이는 것이다.
우리 국악계의 발전을 위해 현재 시점에서 음반의 출시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기호에 부응하는 실용 음악들이 많이 나와주어 국악이 이 시대에 새로운 모습과 개념으로 정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측면에서 해금이라는 악기가 전통과 현대를 뛰어넘어 'cross over'를 이끌어 가고 있는 태풍의 눈이 아닐까 한다. 2현을 눌러 만들어내는 무궁무진한 소리들, 장터에서 장돌뱅이 노 악사가 빗어내는 우스꽝스런 효과음에서부터 실험적인 작곡가와 주자들이 서양의 팝송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해내는 일에 이르기까지 해금의 무한(無限) 잠재력을 오늘, 우리음악현장에서 살필 수 있다.
중국에 가면 얼후(二胡)의 소리가 쟁쟁하고 몽골에 가면 모린 후르(馬頭琴)소리가, 동남아에 가면 피들(fiddle)계통의 악기소리가 독특한 인상을 자아내지만 우리의 해금은 해금대로 매우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같은 인삼이라도 우리나라 조선에서 나온 인삼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것처럼 같은 해금류의 악기라 할지라도 우리 해금은 매운 맛을 지녔다. 혹자는 서양의 바이올린보다 더 옹골차고 독특하여 가히 세계적이라고 한다.
여기 이렇듯 강한 개성의 해금으로 이 시대의 뛰어난 감성을 지닌 주영위가 오늘날 우리의 생활음악을 실었다. 그의 인간성이니 품격만큼이나 우리 국악계에 돋보이는 명반이다.
- 우석대학교 국악과 교수 윤 명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