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여행기
3년 전 봉평에서 강원도 살이가 시작되었을 때 고속열차(Korean Train eXpress, KTX)가 강원도의 험한 산악지대를 누비고 다닌다는 사실에 놀랐다. 두메산골에 살면서 교통편 때문에 힘들었던 옛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고속전철은 1992년 6월 30일에 기공식을 거친 후 12년 만인 2004년 4월 1일에 서울-부산행 열차가 개통되어 전국을 하루에서 한나절 생활권으로 당겨놓았다. 2017년 12월 22일 서울 청량리 발 강릉행 열차가 개통되면서 그런 교통혜택을 8년째 강원도 산골마을 사람들도 누리고 있다. 요즘 장거리여행은 개인 차량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은 많지 않지만 서울권은 열차 이용이 훨씬 경제적이고 편리해서 좋다. 며칠 전 주말에 서울시내에 볼 일이 있어서 KTX를 이용했다. 속도는 물론이고 안전성의 보장, 쾌적한 실내 공간이 마련된 이 열차여행이 주말이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해있는 영동선 고속도로 여행에 비하니까 남다른 특혜를 누리는 것 같았다. 종착역 청량리에서 곧바로 연결되는 지하철은 동네 구석구석까지 들어가고 있어서 철도여행의 진미를 맛보는 듯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1974년 8월 15일에 개통되어 벌써 희년이 되었다. 인천에서 출발한 열차가 서울 시내에 진입하면서 땅 속 깊이 들어가는 지하철로 변하니 당시로서는 신기했다. 그러던 서울 지하철은 꾸준히 늘어나 현재 총 11개 노선이 운행 중이다. 1호선은 서울역-청량리역(1974년 8월 15일 개통), 2호선은 본선 시청역-시청역 순환선, 지선 성수역-신설동역, 신도림역-까치산역(1980년 10월 31일 개통), 3호선은 지축역-오금역(1985년 7월 12일 개통), 4호선은 당고개역-남태령역(1985년 4월 20일 개통), 5호선은 본선 방화역-상일동역, 지선 강동역-마천역(1995년 11월 15일 개통), 6호선은 응암역-신내역(2000년 8월 7일 개통), 7호선은 장암역-온수역(1996년 10월 11일 개통), 8호선은 암사역-모란역(1996년 11월 23일 개통), 9호선은 개화역-중앙보훈병원역(2009년 7월 24일 개통), 신림선은 샛강역-관악산역(2022년 5월 28일 개통), 우이신설선은 북한산우이역-상계역(2017년 9월 2일 개통)이다. 총연장 거리는 350.3㎞에 289개 역사(驛舍)가 있는 서울지하철은 세계에서 8위에 랭크되어 있다.
이외에도 2026년에 개통 예정인 동북선(왕십리역-상계역), 2028년 개통 예정인 9호선 연장선(중앙병원역-942정거장역), 서부선(세철역-관악산역)이 공사 중이다. 또 아직 미정인 노선이 4개가 더 있는데 강북횡단선(목동역-청량리역), 면목선(창량리역-신내역), 목동선(신월월역-당산역), 위례신사선(위례중앙역-신사역)이다. 이 노선을 모두 연결하면 세계 5위 정도의 긴 노선을 가지게 된다.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있는 지하철 전노선을 바라보면 눈동자가 빙빙 돌 정도로 어지럽다. 여기에 부산, 대구, 인천광역도시 지하를 관통하는 노선까지 합치면 지하철 하나만 봐도 대한민국은 초일류 국가의 명성을 만방에 알리기에 충분하다.
서울 지하철은 티켓을 구매하는 것부터 대부분이 자동화되어 있다. 이 많은 노선은 서로 교차를 피하기 위하여 더 깊이 파야 했으니 길게는 백수 십 미터의 지하까지 내려가야 하는 그야말로 지하 왕국이 따로 없다. 장애인과 노약자들의 편의를 위하여 항시 운행되고 있는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는 그 깊은 지하세계에서 많은 인파를 모두 지상세계로 끌어올리느라고 바쁘다. 서울 주변 도시까지 연결되어서 경인 수도권의 교통 편의를 제공한다. 마치 서울의 또 다른 도시와 같다. 1980년대부터 65세 이상의 노인에게는 무료로 운행 중인 지하철은 적자 운영에 서울시의 깊은 한숨이 있지만 노인 복지의 상징이 되었다. 이렇게 전국을 하나로 연결하는 한국철도(Korail)의 발전상은 곧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류 국가의 지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4년 차 봉평의 산골지기가 모처럼 철도여행을 통하여 그동안 발전한 우리의 국력을 몸으로 체감하면서 감사했다. 더욱이 한반도 작은 땅덩어리가 둘로 나누어진 채로 남북대결, 남남갈등의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점철된 80년 세월 속에서도 이렇게 위대한 유산을 창출해 냈으니 이는 분명 하나님의 은혜요 민족의 저력이 뿜어낸 결과다. 향방을 알 수 없는 지하세계를 질주하며 그 많은 사람을 소리 없이 저마다의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기술과 역량을 발휘한 내 나라 대한민국을 보면서 무한자랑, 무한긍정의 상념이 몸을 채웠다. 그런데 75년 전에 발발한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쟁 이후 제2의 한국전쟁이라고 규정할 만한 또 하나의 이념 전쟁의 광풍에 휘말려 있는 작금의 슬픈 현실을 목도하면서 이 나라를 전복하려는 세력들의 무지한 행동에 속상함은 분노게이지를 최고조에 올려놓는다. 제동장치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통제 불능 광란의 춤사위 한판은 반드시 척결해야 할 민족의 사명임이 점점 선명해졌다.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방향을 상실하며 국정을 마비시켜서라도 한 줌의 재만도 못한 권력을 찬탈하려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역사의 무대에서 영구 퇴출되도록 지금은 선량한 애국시민이 일어나야 할 때다. 잠자는 국민들이 깨어나고 무지한 세대가 대오각성(大悟覺醒) 해야 한다. 앞선 세대가 이렇게 일구어 놓은 국가의 번영을 빼앗길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애국의 철도 위를 달리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은 안정과 번영의 종착역을 향하여 질주한다. 이 나라를 보호하고 후손들에게 자유 민주국가를 유산으로 남겨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가 절로 나온다. “하나님이여 일어나사 세상을 심판하소서 모든 나라가 주의 소유이기 때문이니이다”(시편 82:8).
청량리역에서 지하철 4호선으로 연결되는 환승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