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노트 5
수행 노트는 1996년도부터 미얀마 마하시 명상원에서 수행을 지도하시는 스승과 한국인 수행자들의 수행면담을 해를 거듭하면서 기록한 내용입니다. < 참고 >는 수행자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별도로 보충한 내용입니다. 수행은 개인의 근기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총론에서 벗어나면 안 되므로 반드시 스승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또 스승에 따라 다른 수행방법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3. 질문 : 망상이 떠오를 때 즉각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참 망상을 하다가 알아차립니다. 그럴 때는 알아차려도 다시 망상이 떠오릅니다.
답변 : 망상을 할 때는 빨리 망상하는 것을 알아차려야 망상이 사라진다. 늦게 알아차리면 망상이 사라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알아차리는 효과가 약해진다.
참고 : 망상은 평소의 생각입니다. 누구나 생각을 하면서 살기 때문에 망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수행은 바로 이러한 생각을 끊는 새로운 과정입니다. 망상을 하는 것은 망상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합니다. 그러므로 망상을 할 때는 먼저 망상하는 마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런 뒤에 망상하는 마음으로 인해서 생긴 가슴의 느낌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망상의 내용에 따라 가슴에서 콩닥거리거나 무거운 느낌이 다릅니다. 이런 느낌을 알아차린 뒤에 가슴이 고요해지면 다시 호흡을 알아차려야 합니다.
망상은 마음이 하기 때문에 망상하는 마음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망상이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망상하는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 바로 가슴의 느낌을 알아차리지 않으면 다시 망상을 합니다. 마음은 워낙 빠르게 일어나고 사라지기 때문에 어떤 대상이나 분명하게 알아차리지 않으면 다시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망상하는 것을 빨리 알아차리지 않으면 이미 망상하는 마음이 자리를 잡아서 알아차리는 힘이 약해집니다.
망상은 수행의 과정에서 불가피 나타나는 현상이라서 하나의 법으로 보아야 합니다. 법은 와서 보라고 나타난 것이므로 망상을 하면 할 때마다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때 망상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서 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망상을 할 때마다 망상하는 것을 많이 알아차리면 알아차리는 힘이 커집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알아차리면 집중이 되어 어느 순간부터 망상이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그러므로 망상과 싸우지 말고 찾아온 손님으로 알고 계속해서 알아차리는 것으로 맞이해야 합니다.
망상할 때 망상하는 것을 알아차리면 다른 것에 비해 망상은 즉각 사라집니다. 이는 망상은 마음이 하기 때문에 망상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마음이 일어나면 있는 마음은 즉각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망상하는 마음을 알아차린 뒤에 가슴의 느낌을 알아차리고 마지막에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연계하면 얼마간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망상을 늦게 알아차렸다고 자책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제대로 알아차려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늦게라도 알아차린 것이 가장 빠르게 알아차린 것입니다. 알아차림에는 시작과 중간과 끝이 있습니다. 무엇이나 시작부터 알아차리면 좋지만 완전한 지혜가 나지 않는 한 시작부터 알아차리기가 어렵습니다. 다음에 이미 일이 시작된 중간에 알아차리는 것도 사실상 어렵습니다. 수행을 한다는 것은 바로 중간에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느낌이 일어났을 때 좋다거나 싫다는 갈애로 넘어간 즉시 알아차리면 중간에 알아차린 것입니다. 끝에서 알아차리는 것은 지나고 나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도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끝에서 알아차린 것이 가장 빠르다는 것입니다.
수행 중에 어떤 대상을 알아차리거나 대상과 아는 마음과 알아차림이 일치되어야 합니다. 대상과 아는 마음 사이에 알아차림이 함께 붙지 않으면 잠깐 사이에 망상이 들어오거나 졸음에 떨어집니다. 그러므로 대상과 아는 마음 사이에 알아차림이 늦게 일어나면 안 됩니다. 빨리어를 한문을 번역할 때 수관(隨觀)이라고 잘못 번역하면 따라가면서 보는 것이 됩니다. 그러면 세 가지가 일치되지 않아 바르게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이처럼 대상과 아는 마음과 알아차림이 한순간에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수행은 노력이 없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