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군?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군대얘기'입니다. tvn에서 방영됏던 '알쓸신잡'을 패러디해서 소소한 군대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
오늘은 그 첫 얘기로 군대에서 유래한 아이템으로 식재료 보관의 혁명을 이룬 통조림에 관한 얘기입니다.
통 입맛이 없을 때 참치나 햄 통조림 하나로 '꿀맛' 식사를 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이 통조림이 군대의 전투식량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효율적인 전투식량은 전시 장병의 취식 문제를 해결해 전투력과 기동성을 높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통조림 역시 이 전투식량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통조림의 유래와 군대와의 인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 통조림이 발명된 것은 1800년대 초 나폴레옹 전쟁 때입니다. 유럽 곳곳에서 전쟁을 치르느라 식량 보급에 어려움을 겪던 나폴레옹은 상금 1만 2,000프랑을 내걸고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이름하여 '프랑스 산업 장려협회'인데요. 이 공모전을 통해 프랑스의 식량 보급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과학적 처리법을 내도록 했습니다.
이때 응모작 중 하나가 바로 과자 제조기술자 니콜라 아페르(Nicolas Appert)의 '병 속의 식량'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샴페인 병에 잘게 썬 양배추, 당근 등을 넣은 '병조림'이었습니다. 병조림 만드는 법은 무척 간단했습니다. 유리병에 식품을 넣고, 코르크 마개를 느슨하게 막은 다음 끓는 물에 담가 가열한 후 코르크 마개를 단단히 막기만 하면 끝이었죠. 나폴레옹은 이 병조림을 보고 그 자리에서 1만 2,000프랑을 결제해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병조림은 나폴레옹 군대의 식량으로 채택, 나폴레옹의 승승장구에 일조하게 됩니다. 병조림을 통해 군 보급체계를 단순화시켜 행군 속도가 빨라진 것입니다. 취사에 필요한 조리 도구를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군장 무게도 훨씬 가벼워졌습니다. ▲ 러시아에서 철군하는 나폴레옹 군대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이와는 별도로 1810년 영국 런던의 기계공 피터 듀런드(Peter Durand)는 홍차 용기에서 착안해 병조림 대신 양철을 이용한 통조림을 만들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영국의 한 회사에 팔려 1812년 세계 최초의 통조림 공장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후 통조림은 영국 해군에 퍼지게 됩니다. 이후 통조림 기술은 미국 남북전쟁과 1,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생선, 육류 등으로 내용물이 확대되며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습니다. 1959년 미국 발명가 에르멀 클레온 프레이즈(Ermal Cleon Fraze)가 뚜껑에 고리를 부착한 통조림통을 고안했고 이 기술은 지금도 참치 통조림 등에 활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통조림은 연간 2,000억 개 이상이 소비되고, 약 1,200종의 원재료가 사용되는 등 우리 식 생활의 필수품으로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가 가잘 즐겨먹는 참치와 햄 통조림도 전쟁과 관련이 깊습니다. 참치 통조림은 1903년 미국 샌디에이고의 정어리 통조림 공장에서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정어리 어획량이 급격히 줄면서 당시 사람들이 잘 먹지 않던 참치를 조리해 통조림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참치 통조림은 초기에는 사람들의 인기를 얻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대박이 났습니다. 쇠고기 못지않게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그 어떤 통조림보다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입니다. 참치 통조림은 전시 유럽에서 식량 대체품으로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생산 첫해 겨우 700개가 팔렸던 참치 통조림은 1914년 미국에서 32만 개가 생산됐으며, 3년 후인 1917년에는 생산량이 70만 개까지 증가했다고 합니다.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배급 물자를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선 런던 시민들 (사진 출처: 국방일보) ▲ 미국 호멜 사의 햄 통조림 '스팸'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햄 통조림 역시 전쟁 덕분에 빛을 본 음식입니다. 1937년 미국의 햄 통조림 회사 호멜은 당시 잘 사용하지 않던 돼지 어깨살을 이용해 햄 통조림을 대체할 수 있는 식품을 만들고 '스팸(SPAM)'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스팸은 미군의 야전 식량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냉동저장 필요가 없어 군용 식량으로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군은 물론 영국군과 러시아군까지 포함한 연합군 전체가 공급됐습니다. 군대뿐 아니라 극심한 물자 부족을 겪던 영국 국민들에게 전해져 스팸은 '애국 음식'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전쟁이 끝나자 영국 사람들은 그동안 무더기로 공급된 이 햄 통조림이 너무 지겨워져 이를 외면했다고 합니다.
▲ 참치 통조림
요즘에는 소위 '쿡방'이 대세입니다.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야매요리'의 대가 김풍이 냉장고 구석에 박혀있던 햄 통조림을 멋진 일품요리로 재탄생시킵니다. 또 '집밥 백선생'에서 꽁치 통조림으로 만든 꽁치김치찌개를 선보이자 마트에서 꽁치 통조림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습니다. 온 국민이 요리에 빠진 지금도 통조림은 여전히 사랑받는 식재료인 것입니다.
군대도 예외는 아닙니다. PX에서 먹던 참치 통조림과 컵라면의 '고칼로리' 조합은 전역하고 나서도 잊지 못하는 추억의 맛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군 정규 식단에도 참치나 과일 통조림 등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제는 통조림이 전투식량보다 필수 식량에 가까워진 것입니다. 최근에는 연어나 닭 가슴살, 죽순에 이르기까지 기존 식재료와 차별화된 통조림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통조림의 유래와 역사를 살펴봤습니다. 간편하고도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통조림이 군대에서 유래된 것이라니 흥미롭지 않나요? 그 옛날 병사들이 전장에서 힘들게 먹었던 경험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의 식생활이 좀 더 풍요로워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조국 수호에 여념이 없는 국군 장병 여러분, 밥 굶지 말고 꼭 챙겨 드시길 바랍니다! 필승!
※출처 - 대한민국 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
야전취식중인 기습특공 해병이들... 이 또한 훈련의 일종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