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개척자 나운규를 발제했다. 이미 두 번 발제했지만 그만큼 중요한 인물이다. 이어서 <소살성(The Singing Killer)>을 발제했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 최초로 공식 소개되었다. 국내 미개봉이라 알려지지 않았고 비디오 출시도 안된 영화다. 우리에겐 그야말로 따끈따끈한 영화이다. 1970년 장철 감독작으로 전작인 <복수(보구)>가 작품성을 인정받아 그해 열린 제16회 아시아영화제에서 감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흥행 대박 기념으로 <복수> 멤버 그대로 캐스팅하여 또 한 편의 걸작을 만들었다. 따라서 <복수>의 분위기 그대로인데 밤무대가 배경이고 싱어가 주인공이라 부분 부분 경쾌한 분위기가 살아있다. 강대위의 파트너로 <복수>의 왕평이 그대로 출연하고 적룡은 두 장면에서 특별출연한다. 주인공 쟈니는 드럼치는 스타가수로 나이트클럽의 톱스타이다. 그의 주변에는 불량배들이 넘치는데 나이트클럽의 사장 다펑이 보스이다. 그는 쟈니에게 범죄에 가담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쟈니는 응하지 않고 자리를 피한다. 그에게는 잊지못할 추억이 있다. 연인인 릴리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스타가 된 후에는 만날 수 없다. 오늘도 공연은 계속되고 그는권총 한 자루를 입수한다. 그는 사장의 흉계에 빠져 졸지에 절도범으로 몰려 형사들의 추격을 받고 총상을 입는다. 그는 다펑을 찾아가 복수를 하고 경찰에 체포되나 정당방위를 인정받고 릴리와 재회하며 다시 공연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장철 감독의 영화로는 드물게 해피엔딩이다. <소살성>은 라스트의 10분의 액션을 위해 만들어진 느낌일 정도로 후반부가 볼만하다. 전개부분이 상대적으로 처지는데 당시의 수준으로 보면 이해될 정도이다. 장철 감독으로서는 전 해에 만든 <대도가왕>에서 힌트를 얻은듯 이 영화를 만들었는데 강대위의 드러머 가수 변신은 깜짝쇼처럼 놀랍다. 이후 강대위는 이 영화의 의상 스타일 그대로 <권격>에 출연하며 청춘의 히로로 각인된다. 적어도 이소룡 등장 이전까지는 그랬다. 젊은 회원 한 분은 강대위를 양조위로 착각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두 사람이 서로 닮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