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미래에서 론 타임캡슐
생수의 이미지가 근거하는 무의식은 역설적이다. 생수 회사들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을 강조한다. 수백 미터 깊이에서 퍼올린 암반수를 자랑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생수는 진시황이 찾아오라고
명령했던 불로장생의 '자연(自然)' 같다. 그러나 생수를 자연스럽게 흐르던 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생수는 까마득한 시간 동안 인간의 시선에 띄지 않았던 '광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광물처
럼 '캔' 물은 즉시 대기와의 접촉이 차단된 채 다시 인공 투명용기에 밀봉된다.
실제로 신선한 광물성의 함유는 생수 광고의 핵심 메시지다. 철분, 미네랄, 마그네슘 등은 생수의 구성물을 표기할 때 필수 요소중 하나다. 이 대목에서는 원소기호들 속에서 중세 연금술사들이
발견하려던 순수 액체'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판되고 있는 캡슐 용기의 생수는 이런 점에서 생수의 무의식에 근접해 있다. 적절하게
도 그 용기의 표면에는 주기율표의 원소기호를 연상케 하는 큰 영문 로고까지 심플하게 새겨 있다. 이런 '자기도 모르는 놀라운 직관이라니!
1,500미터 수심에서 수억 년 전의 물을 길어올린다는 해양심층수가 있다. 이건 정말 광물이다. 하지만 빙하수건 해양심층수건, 여
기에서 가장 놀라운 건 공룡시대 물질이 '살아서(生)'지금 우리 몸속에 투입된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광물이 아니라 '생물'이다. 신화적인 물질이며, (인공) 의학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순수 자연인가 수억 년의 시간, 엔트로피를 거슬러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는가. 인간의 삶은 물론이요, 지구의 현존 생명체 이전의
시간, 우주적 시간에서 온 이 사물은 그러므로 까마득한 미래에나 실현될까 말까 한 영생불사 생명공학의 실현은 아닌가.
미래의 인류도 생수를 마실까. 그렇다면 어떤 모양의 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