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 이신화의 유럽 인문 여행] 헤밍웨이가 사랑한 스페인 팜플로나
여성조선 2024.06.25
스페인 팜플로나는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다. 여전히 성벽이 도시를 둘러싸고 도심 안에는 볼거리가 한가득이다. 특히 해마다 7월에 열리는 산 페르민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미국 소설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1926년)’의 모티브가 된 도시로 더 유명하다. 헤밍웨이는 팜플로나의 카스티요 광장 주변의 호텔에 머무르며 거리를 탐색하고 느꼈던 모든 것을 토대로 소설을 썼다. 거기에 팜플로나는 순례자들의 거점지다. 왠지 따뜻하고 활기가 넘치는 팜플로나 도심엔 매력이 폴폴 넘친다.
팜프롤나 진입로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울다
스페인 팜플로나는 지난번에 소개했던 프랑스 ‘생장피트포르’ 이야기와 이어진다. 필자는 생장피트포르에서 피레네산맥을 죽기 살기로 넘어 스페인 론세스바예스 땅으로 넘어섰다. 론세스바예스에서 주비리를 거쳐 팜플로나까지 올 때가 걷기 3일째였는데 이미 몸은 끔찍한 상황이었다. 매일 25~30km씩 걸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주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 총 25.4km를 걷고 팜플로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만신창이였다. 그럼에도 팜플로나 도심에 들어섰을 때는 이상하리만큼 좋은 느낌을 준다. 당시 순례자로 찾은 팜플로나에서는 많은 관광명소를 찾지는 못했지만 분명한 것은 꼭 찾아봐야 할, 좋은 도시라는 것이다. 이번 원고에서는 미처 몰랐던 팜플로나 도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천년의 고도, 팜플로나에 입성
팜프롤나 성벽
팜플로나(pamˈplona)에 들어서려면 아르가 강변을 잇는 다리를 건너면 된다. 다리를 건너서 처음 보게 되는 것은 오래된 성벽이다. 팜플로나가 고도임을 알려주는 유적지의 한 흔적이다. 한눈에 봐도 연륜이 느껴지는 대성당 성벽이 눈앞에 나선다. 중세 이 도시의 중심부였던 라바라 14~15세기에 걸쳐 지은 대성당이다. 대부분 프랑스 고딕 양식으로 돼 있지만 이 성당은 르네상스 양식의 흔적이 엿보이고, 정면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돼 있다.
팜프롤나 성벽
성벽을 따라 안쪽으로 들어서면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젊은이에게 길을 묻는다. 알베르게를 찾아 무거운 등짐을 벗어던지는 것이 우선. 그는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까지 친절하게 알베르게 근처까지 안내를 해주면서 지름길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는다. 도심 속에 있는 대형 시립(Municipal) 알베르게에 짐을 풀고 시내 탐험에 나선다.
나바라 왕국의 수도로 번성
팜플로나 시내 골목
골목길마다 오랜 연륜의 흔적으로 그득하다. 사실은 긴 역사가 뒤섞여 복잡하다. 자료에 따르면 팜플로나는 10세기까지는 제대로 된 도시가 아니라 일종의 요새에 불과했다. 그러다 1083년 이후 피레네산맥 북부에서 온 여행자들을 통해 번영과 새로운 문화를 가져왔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는 피레네산맥을 넘어 기독교 유럽과의 상업 및 문화 교류가 부활하는 데 기여했다. 12세기부터 이곳은 나바라 왕국의 주도였다.
1512년, 나바라가 스페인에 정복되고 합병된 후에도 팜플로나는 반자치적인 나바라 왕국의 수도로 남았다. 18세기에 팜플로나는 상당히 아름다워졌고 도시는 시설들이 개선됐다. 부유한 귀족과 사업가들도 저택을 지었다. 현재 팜플로나는 스페인에서 생활 수준과 삶의 질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선정됐다.
팜플로나 건물들
팜프롤나 카페
팜플로나의 구시가지의 기념물들
팜프롤나 유적들
팜플로나 구시가지에는 카테드랄(cathédral), 나바라 미술관(Museo de Navarra), 팜플로나 시 청사(Ayuntamiento) 등을 비롯한 많은 역사 유적과 박물관들이 있다. 올드타운의 가장 오래된 구역은 로마 도시의 나바레리아(Navarrería)다. 12세기의 성 세르닌(San Saturnino 또는 San Cernin)과 성 니콜라스(San Nicolás) 교회가 있다. 무엇보다 대표적인 곳은 산타 마리아 데 팜플로나 대성당이다. 1389년 옛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이 붕괴되면서 14~15세기에 걸쳐 지어진 고딕 양식의 사원이다.
대성당
그 외 16세기의 고딕 양식의 성 도미니크 교회와 성 어거스틴 교회가 있다. 17세기와 18세기의 성 로렌스 교회와 20세기에는 교구 신학교(1931)와 고전 부흥 양식의 기념 교회(1942) 등 종교 건물이 많다. 그 외에도 오늘날까지 현존하는 14세기 주택들도 있다. 요새 구역도 가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나바라 박물관과 대성당에 위치한 종교 예술 박물관이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것은 여행자 각자의 선택이다.
카스티요 광장
카스티요 광장
아무리 주마간산 여행자일지라도 카스티요 광장(Plaza del Castillo)은 놓치지 않을 것이다. 팜플로라의 심장이자 신경의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카스티요 광장은 도시의 모든 삶이 연결된다. 올드 타운과 뉴 타운을 가른다. 이 광장은 군사적 기능 외에도 1324년에는 시장이 됐고, 14세기에는 약초와 밀을 재배하는 데 사용됐다. 그러다가 17세기에 도시 생활에 통합될 때까지 탁 트인 들판이 됐다.
1405년부터 이곳에서는 군주제 기념일이나 도시의 수호성인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와 박람회가 열렸다. 무엇보다 1385년부터 1844년(마구간 투우장 건설 연도)까지 거의 모든 투우가 이곳에서 일어났다. 이 광장은 1923년 7월 6일,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 1899~1961)가 첫 아내 해들리 리처드슨(1921~1927)과 함께 도착한 곳이다. 헤밍웨이는 이 광장을 도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장소로 만들었다.
헤밍웨이와 산 페르민 축제
페르민 축제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카스티요 광장 근처의 호텔에서 투숙했다. 그 무렵, 첫번째 소설인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The Sun Also Rises, 1926년)>를 파리에서 출간했다. 그 책에 소개된 산 페르민 축제(Festival of San Fermin)는 세계적으로 유명해지게 했다. 헤밍웨이의 산 페르민 축제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 헤밍웨이가 스페인을 방문한 횟수가 18번인데 그중 9번은 산 페르민 축제에 참여했다고 한다.
산 페르민 축제는 팜플롤나의 수호성인이자 3세기 말 주교였던 산 페르민을 기리기 위해 매년 7월 6일 정오에 시작해 7월 14일 자정에 끝난다. 17, 18세기에는 종교적 색채가 두드러졌으나 19세기에는 여자를 대포 속에 넣고 쏘는 오락성 경기와 가면을 쓰고 분장을 한 형태의 행렬이 추가되는 등 오락적 성격이 강한 축제로 변모했다.
현재 축제 기간에는 소몰이, 투우, 행진, 폭죽 터트리기 등의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가장 인기 있는 행사는 소몰이다. 소몰이는 축제 기간 중 매일 아침 8시마다 여섯 마리의 소들을 가둔 우리의 문이 열리고 거리로 내몰리며 시작된다. 하지만 빈번한 사고를 유발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어쨌든 헤밍웨이는 이 축제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일등 공신이다. 1968년 7월 6일, 헤밍웨이 동상을 건립하고 그의 이름을 딴 거리 및 공원을 만들었다. 또한 그가 자주 다녔던 카페와 레스토랑, 호텔도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됐다.
근처에는 1923년에 재건된 투우장이 있다. 멕시코시티와 마드리드의 투우장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투우장이다. 그 외에도 팜플로나에서는 1991년부터 격년으로 사라사테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를 개최한다. 2004년부터 매년 푼토 데 비스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도 개최된다.
도심에서 과자, 음식 먹기
줄 서는 과자점
팜프롤나 유명 과자점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먹는 일이라 해도 과장된 말은 아니다. 골목마다 무수한 식당, 카페, 바들이 있다. 스페인의 전통음식인 ‘빠에야’를 먹어 본 적이 없던 때라서 유명하다는 식당을 찾다가 포기한다. 대신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과자점인 울트라마리온 베아트리스(Ultramarions Beatriz)를 만나게 된다. 주로 초콜릿 입힌 과자들이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가짓수가 많다. 이 과자점은 1969년에 시작됐고 현재는 두 곳(2019년에 개장)이 돼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스페인 전통음식 ‘빠에야’
그리고 알베르게에서 추천해 준 식당을 찾아서 ‘빠에야’와 스페인의 대표 맥주인 산 미구엘(san miguel)과 포도주를 마시면서 엉엉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한국의 땅 끝 마을 한 번도 안 걸어본 사람이 왜 낯선 땅에 와서 이렇게 고생을 하는지’ 수없이 되새김질하던 그날. 갑자기 눈물이 와락 쏟아진 것이다.
갈비구이
또한 기대했던 빠에야가 맛이 없는 것도 작용했다. 결국 어떻게 됐느냐고? 함께 걸었던 순례자의 도움으로 믹스 살라테(Mix Salate)와 소갈비 스테이크를 먹고 만취했다는 것이다. 겨우 알베르게까지 돌아왔지만 어쩌면 그날 이후로 조금씩 유럽이라는 곳에 적응돼 간 듯하다. 그날 팜플로나에서는 서럽게 울었던 기억이 가장 크지만 여전히 긴 여운이 남는 도시다. 행여 스페인 갈 기회가 또 온다면 팜플로나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그 식당에 다시 들르고 싶다. 그때는 절대 울지 않을 것이다.
팜프롤나 시내의 아이
Travel data
카스티요 광장(Plaza del Castillo) 주소: Pl. del Castillo, 31001 팜플로나, 나바라 스페인 / 웹사이트: https://www.pamplona.es/turismo/plazadelcastillo
팜플로나 대성당(Catedral Metropolitana de Santa María la Real de Pamplona) 주소: C. Dormitalería, 1, 팜플로나 / 전화: +34948225679 / 웹사이트: https://www.catedraldepamplona.com/
나바라 궁전(Palacio de Navarra) 주소: Av. de Carlos III el Noble Etorbidea, 2, 팜플로나 / 전화: +34848427000 / 웹사이트: https://www.navarra.es/es/inicio
나바라 궁전
푸에로스 기념비(Monument to the Fueros) 주소: P.º de Pablo Sarasate Pasalekua, 1, 팜플로나 / 전화: +34948420100
푸에로스 기념비
베아트리스 케이크 가게(Ultramarinos Beatriz) 주소: Estafeta 22, 팜플로나 / 전화: +34948 22 06 18/C. Curia, 16, 팜플로나 / 전화: +34948783564 / 웹사이트: https://www.pastasbeatriz.es/
라스파 바(La Raspa) 주소: C. de la Merced, 10, 팜플로나 / 전화: +34948222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