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일
오늘은 힘든 날이었다.
큰아들 생일이 3일후인데 가족식사를 하려고 하니 시간이 맞지 않아서 아내와 큰아들, 이렇게 셋이서만 저녁 식사를 했다.
장소는 고기집이었다. 일단 목살 2인분과 소주, 맥주를 주문했다. 아들이 소맥을 말았다. 건배를 하는데 나는 물잔을 들었다. 한 모금 축였는데 아들이 시원하게 마시는 소리가 나의 귀를 자극했다. 평소에도 내가 고기를 굽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굽는데만 집중했다. 술 없이 고기쌈을 먹는데 맛이 그냥 그랬다. 술이 몇 잔씩 들어가고 대화도 진지한 얘기에서 농담도 주고 받고 분위기도 무르익어 갔다. 결정적으로 아들의 시원한 트름소리는 맥주 딱 한모금만 해야 겠다고 마음 먹게 했다. 아내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맥주를 한 잔 하려고 일부러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이쑤시개 하나 가져오라고 하고 살짝 보니 지금 딱 한 모금 하고 잔을 채워놓으면 될것 같았다. 기회가 왔다. 아내의 잔을 들어 올리는 순간 " 오늘만 마시려고?" 왼쪽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차" 좀 전에 오른쪽만 돌아보고 왼쪽은 돌아보지 않았었다.
" 아니~ 마시기 편하게 옆에다 놓으려고~~"라고 말하며 잔을 왼쪽으로 살짝 옮겼다. 아내는 "마시고 싶으면 오늘까지 마시고 낼부터 금주해요~"라고 했다. 나는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셔~~난 별로 먹고싶지 않아"하며 입에 물잔을 갖다댔다. 두번 째 주문으로 돼지 껍데기와 갈비를 추가 주문 했다. 물론 맥주와 소주도추가 됐다. 내가 좋아하는 껍데기가 노릇노릇 구워졌다. 물로 입안을 젹시고 껍데기 하나를 양녕장에 찍고 콩고물에 뭍혀서 입에 넣었는데,
신기하게도 소주 한 잔을 넘기고 씹던 그 고소한 껍데기가 아니었다. 그맛도 그냥 그랬다. 아내와 아들은 시간이 갈수록 재밌게 이야기가 오갔는데 나는 가끔 맛장구나 쳐주고 있을 뿐이었다. 듣는것도 재미없고 끼어들기도 쉽지 않았다.
술을 거의 다 마신것 같아서 그만 가자고 말 하려고 하니까 아들이 딩동벨을 누루더니 맥주 한 병을 또 추가 시켰다. "아~ 진짜~이자식이 가자고 할려고 했는데 지맘대로 또 시키네~ " 속으로는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어 그래 한 병은 더 해야지~~" 라고 말하고 있었다.
술 안하는 부인들이 꽐라가 되었는데도 술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남편에게 잔소리 하는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았다.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아들은 기분이 좋은지 느릿느릿 싱금벙글이다. 아내와 둘이 재미지게 얘기하며 걷는다. 나는 춥고 재미도 없어서 먼저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에 애청하는 뭉찬을 보고 났는데 다른 채널에서설강화를 하기에 늦게까지 보다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