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일을 마친 후 밥을 먹고 독서실로 향한다.
건물은 낡았지만 공원 안에 있는지라
느긋하게 산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곳이다.
찾아오는 연령층도 사람들도 다양한 공원과 독서실은 한 때 일상의 일부분이었다.
숲속과 분수대를 거닐고 지인들이랑 밥을 먹는 등 여러 일들이 많았지만
이 중 으뜸가는 기억이 하나 있다. 예상치 못했던 고양이 식구들과의 만남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도 공원을 거닐다 쌀쌀해진 바람을 느낄 때면
당시의 모든 추억들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오르곤 한다.
당시 겨울, 수풀이 우거진 곳에 박스가 버려져 있었다.
안에는 검정색의 어미고양이 한 마리랑 다수의 새끼들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버리고 간 것 같았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었기에 딱히 관심을 갖지 않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어느 날 부터 어미가 독서실 입구 앞에 나와 앉아있기 시작했다.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밖에서 서성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다녔다.
사람들은 가지고 있던 도시락을 나눠 주기도 하였고
고양이 통조림을 사서 주기도 하였다.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다가가는 그 모습이 무엇보다도 신기했었다.
봄이 되자 고양이 들이 쏟아져 나왔다.
입소문이 퍼져 여러 사람들과 민간단체에서 찾아와 도움을 주었다는 말들이 들려왔다.
건강하게 잔디에서 뒹구는 고양이들은 박스 안에 있었던 새끼들이었다.
그간 사람들에게 다가갔었던 이유는 먹을 것을 받아서 배를 채운 후
젖을 먹이려고 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훈훈한 온정 덕분에 어미를 포함한 6~7마리의 고양이들은 독서실 앞마당을 제 집처럼 여기기 시작했다.
“야옹~” 소리와 함께 달라붙어 사람들의 간식을 뺏어 먹는 이놈들은
공원의 마스코트가 되었고 앞마당은 점심시간 때 한번쯤 둘러보고 가는 인기 코스가 되어 있었다.
보살핌 속에 자란 탓인지 사람이 가까이 다가와서 쭈그려 앉으면
이내 배를 내보이며 지지리 궁상을 떨기 시작했다.
특유의 애교는 보는 사람이나 놀아주는 사람이나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들었으며
특히 봄 햇살이 비치는 잔디위로 다 같이 뒹굴며 일광욕을 하는 모습은 아빠미소를 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번은 어떤 사람이 멸치를 잘게 잘라 밥그릇에 담아 주고 갔었는데 참사가 일어났다.
공원의 터줏대감 비둘기들이 같이 몰려온 것이다.
발톱을 세워 쫓아내려 무던히도 애를 썼건만
30마리가 넘어가는 비둘기들이 뭉치는 바람에 결국 다 뺏겨버리는 해프닝을 연출해 내고 말았다.
나는 고양이를 매우 싫어했다.
날카로운 눈빛과 독특한 울음소리가 소름끼칠 정도로 음산하기 때문이었다.
한 번 호기심에 남들처럼 다가가 쭈그려 앉아 보니 “야옹~” 하는 소리와 함께 다가와서
다리에 머리를 비벼댔다.
머리에서만 나오는 특수한 호르몬을 발라서 친해지자는 의사를 내비치는 것이라는데
딱히 도움을 준 적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어이 인간! 같이 좀 먹지?’
피자를 먹고 있는데 3마리가 한꺼번에 다가왔다.
부동자세로 다닥다닥 붙어서 뚫어지게 노려보는 눈빛에 압도되어 뺏기고 말았다.
간이 된 음식은 좋지 않다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어 양념 된 부분은 빼고 주었는데
오물거리며 잘도 먹어치웠다.
그 후론 가끔 말린 멸치도 가져와서 나눠 주기도 하였다.
특유의 소리를 내며 다 받아먹은 후 무릎위에 올라와 잠시 자고 갈 때까지
쓰다듬어 주는 것이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고양이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끼며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를 달래곤 하였다.
평화로운 나날들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마리가 한 동안 보이지 않았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걷어차서 병원에 갔다는 말이 들려왔다.
덩치 큰 개를 고양이 쪽으로 산책시키는 사람도 있다고 하고
막 쫓아가면서 돌을 던지는 사람들을 보았다는 등
여러 가지 안 좋은 목격담들이 많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로인한 탓일까 얼마 후 고양이 가족들은 하나 둘 씩 없어지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사람들이 입양을 해 간 것이었다.
한 번 사람 손길을 탄 고양이는 경계심이 없어져
해코지를 하려는 사람에게도 접근하다가 봉변을 당하게 된다는 말을 들었다.
집도 급식소도 갖추어진 공원이었기에 언젠가 도시의 명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기대하였건만
아직 그러기에는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돌을 던지고 걷어차며 개를 풀었다고? 호랑이 앞에서도 어디 한 번 그렇게 해보지 그래?
며칠 후 어미고양이를 다시 마주쳤다.
나머지 새끼들은 보이지 않았는데 모두 데려간 것 같았다.
반가운 마음에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보았더니
쏜살같이 달려와 얼굴을 부비고 무릎위로 올라와 예전처럼 잠을 청하였다.
쌀쌀했던 날씨 속 겉옷으로 몸을 덮어주었고 그렇게 꽤 오랜 시간 같이 머무르게 되었다.
따듯한 온기와 더불어 마음 한 구석엔 고양이의 속삭임이 들려오는 듯하였다.
‘오늘이 마지막으로 보는 날 일거야. 그동안 고마웠어 안녕!’
그 날을 끝으로 길고양이 식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짧고도 길었던 그들과의 추억은 내게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해주었다.
놀이터였던 잔디 마당은 현재 개발로 인하여 없어진 상태이나
함께 한 기억만큼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순수하게 인간을 믿었던 고양이의 마음과 거기에 답했던 순수한 인간의 마음이 영글어 공존했던 곳
오늘도 나는 귀가 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곳을 응시해 본다.
첫댓글 길고양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분들이 계신가 하면
화풀이하고 못된 짓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글을 읽으니 따뜻한 봄날 나른하게 쉬는 고양이들이 그려지네요~
작가님의 일상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동물들 멋대로 다루고 착한 사람이 없다지요
일본처럼 고양이들도 편하게 길거리에서 돌아다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공존 재밌게 보고 가네요~
냥이가 애교가 많다고 하네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살아남을려는 어미고양이
생존의 느껴졌네요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고양이 애교는 개와는 또 다른 맛이 있더군요
감사합니다
조범진 작가님의 공존
공감되는 글 마음 깊이 감상하고 갈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아직 쌀쌀한 날씨 감기 조심하세요 ㅎㅎ
아름답게 보고 가요~
요즘 거리의 고양이들은 사람이 지나가도 피하지도 않고 쳐다보고 있지요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조범진 작가님 멋진 작품 잘 감상했어요
오후도 행복하시길~
그...쳐다보고 있다는 이유 만으로
노숙자에게 폭행을 당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그런일은 빨리좀 없어졌으면 하는데 말이죠...
조범진 작가님의 "공존" 감사히 보고 갑니다!!
이제는 고양이의 추억이 되어서 작가님의 마음에 늘 머물고 있겠군요!!
보름날 오곡밥 맛있게 드시고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저게 거의 8~9년전 일이니
몇 마리는 아마 죽었을 것입니다
나중에 하늘나라 가면 저도 반겨줄까요 ㅎㅎ
공존이라는 단어가 무색하네요
작가님의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이승에서의 완벽한 공존이란 아마 없겠죠...
조범진 작가님의 글을 보면서 공존을 생각해 보았네요~
작품 잘 보았어요
늘 향필하세요
다 같이 모여서 걱정없이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지요~
고양이 새끼들은 잘 입양이 되어서 다행이네요
작가님의 고운 작품 잘 일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 되세요~
특히 동물들 대상으로는 나쁜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전문적으로 키우는 사람들이 입양했다하니
아마 잘 살것입니다 ㅎㅎ
조범진 작가님의 공존
고운 수필 감상 잘 했어요
주말이면서 오늘 입춘 내일 대보름이네요
오곡밥 많이 드시고 가족분들과 즐거운 주말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직 쌀쌀한 날씨니 감기는 조심하셔야 할것 같습니다 ㅎㅎ
조범진 작가님의 "공존" 감사히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도 마무리 잘하시길 ㅎㅎ
공존
조범진 시인님의 고운 수필 감상 잘 했어요
관심이 사랑이 되고 사랑이 정이 되는것 같아요
오후도 향기가 가득한 시간 되세요
재밌게 보고 가네요
쫓아다니면서 폭행을 일삼는 자들 때문에
많이 아쉬웠던 일이었습니다
옆에서 관심만 가지고 바라만 봐도 반 이상은 가는건데...
조범진 작가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도 안녕하신지요?
공존,
같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사랑을 주면 준만큼 행복으로 돌아오지 않나 싶습니다.
저도 동물들을 좋아하는데 고양이와 함께했던 그 때를 생각하며 쓰신 글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입춘도 지났으니 서서히 봄은 다가 오리라 생각됩니다.
짧은 이월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지회장님
개를 2번 키웠고 죽는 것을 2번 본 입장이라
다시는 키우지 않으려는 생각은 변함이 없으나
길거리에서 보이는 동물들에게 관심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는 않더군요 ㅎㅎ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얄팍한 생각이지만
그래도 학대하고 위해를 가하는 인간들 보다야 아마 낫겠다는 생각이
1시간 전에 고양이랑 놀고 온 지금 더 확신이 드는군요
조범진 작가님^^
안녕하시지요?
"공존"
아름답고 감동을 주는 글에 눈물이 글썽입니다~~
추위에 떠는
길양이 새끼들이 안스러워 현관 한켠을 내 주었지요 새끼들 재롱에 행복하답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가득하세요~~^^:)
안녕하세요 지회장님
지회장님도 고양이를 키우시나 봅니다
눈매가 날카롭거나 우는 소리 섬찟하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고양이랑 정을 붙인 다음에는
오히려 더 좋아하게 되는 경우도 있더라구요 ㅎㅎ
개와는 다른 튕기는 맛이라고 해야하나...
고양이들만의 매력은 한 번 걸리게 되면
쉽게 빠져 나올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