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뇌사자 간이식 수가 2010년 242건에서 2011년 313건, 2012년 363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공정하게 배분하기 위해 뇌사자 간 배분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외과 간이식팀 서경석, 이광웅, 이남준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대한의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현재 CTP(Child-Turcotte-Pugh) 점수를 이용해 뇌사자의 간을 배분하고 있다. CTP 점수는 이식 대기자의 간성 뇌증, 복수, 각종 간 기능 혈액 검사 수치를 세 등급으로 나눈 뒤 합산한 값이다.
이 시스템은 간이식 대기자의 위급한 정도를 나누는데 한계가 있다. CTP 점수의 요소 중 복수(Ascites)와 간성뇌증(encephalopathy)에 대한 평가는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 한 등급에 포함되는 대기자의 범위가 넓어 환자의 위급한 정도를 세분화하기 어렵다. 동일 등급 내에서는 등록대기시간, 뇌사자 발굴기관 인센티브 등 비의학적인 요소들에 의해 배분 순서가 정해진다.
과거 유사한 시스템을 사용했던 미국장기이식센터 통계에 의하면 초 응급 상황인 응급도1 이라도 6개월 생존율은 66.2%로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문제로 10년 전부터 MELD(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 점수로 뇌사자의 간을 배분하고 있다.
MELD란 간의 기능을 나타내는 혈청크레아티닌과 혈액응고시간, 빌리루빈 수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만든 점수다. 점수가 높을수록 간 기능이 나쁘다. 객관적인 혈액 검사 수치만 반영하므로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 없이 중증도를 정확히 나눌 수 있다.
서울대병원 간이식 팀은 2008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서울대병원에 등록된 간이식 대기자 788명을 대상으로 CTP와 MELD 점수를 기준으로 중증도를 나누고 각 군의 이식 대기 등록 후 6 개월 생존율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MELD가 CTP보다 대기자의 생존율을 좀 더 명확히 구별했다. 응급도1 대기자라도 MELD가 24점 미만이면 3개월 생존율이 93%인 반면, 31점 이상이면 35%로 차이가 컸다.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일주일 이내 사망이 예상 되는 응급도1에서 MELD가 24점 미만 대기자의 3개월 생존율이 93%인 것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뇌사자의 간이 위중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우선 배분됐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응급도2 대기자라도 MELD가 31점 이상이면 3개월 생존율은 48.2%로, 응급도1의 3개월 생존율 70.2%보다 훨씬 낮았다. 현재 시스템에서는 간이식이 시급히 필요한 사람들을 뇌사자의 간 배분 과정에서 소외시켰을 가능성이 있었다.
이광웅 교수는 “한정된 뇌사자의 소중한 간을 합리적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위급한 대기자가 우선적으로 이식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CTP 점수에 따른 분류는 한계가 있으므로 MELD 점수에 의한 분류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ELD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간대기자 등록시스템을 새롭게 바꿔야 하므로,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이식센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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