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샘별곡 Ⅲ-28]‘우천시’가 어디에 있어요?
요즘엔 종이신문을 볼 일이 거의 없지만, 어디서든 일간지만 눈에 띄면 가장 먼저 챙기는 까닭은, 종이신문에 대한 미련과 애정을 버리지 않은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챙겨 화장실에 가는 것도 신문이 아니었던가. 그 잉크냄새라니? 그 세월이 무려 40여년. 이제는 완죤히 사라진 습관이 되었다. 그래도 아직도 어디서든 종이신문을 보면 반갑다. 소위 조-중-동을 비롯한 ‘레거시 언론’들이 역사를 비틀어 왜곡하고 국민의 눈을 가리게 하지 않았다면, 나같은 촌로가 미워할 까닭도 없었으련만. 그것이 문제이고, 그것이 안타까운 일.
아무튼, 어제(7월 22일) 한국일보 사회면(11면)을 보다 재밌는 기사를 발견했다. 큰 제목이 <사흘이 4일? 우천시가 어디?...세종에서 맞춤법대회 열린다>이고, 작은 제목이 <내달 17일 전국 어린이대상 ‘한글대왕 선발대회’ 개최>였다. 나의 호가 우천愚泉이어서 눈에 띄기도 했으나, 맞춤법대회라는데 흥미가 일어 기사를 읽어봤다. 내용인즉슨, 세종시에서 전국 초등학생 대상으로 ‘한글왕 선발대회’를 연다는 것.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우리말과 글에 대한 문해력文解力문제가 심각하고, 한글맞춤법에 대한 무지와 무식이 논란이 되는 시점에서, 뒤늦게나마 뜻깊은 행사라 생각해 박수를 보낸다. 지하에서 세종대왕이 춤추고 기뻐할 일이 아닌가.
기사에서 처음 알게 된 것이, 미국에서 영어 철자를 알아맞히는 <스펠링 비Spelling Bee>라는 전국경시대회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 1천만명 이상이 실력을 겨룬다는데, 우승자는 백악관에서 초청해 큰상을 준다는 대단한 대회. 세종시가 578돌 한글날을 앞두고 <어린이 한글대왕 선발대회>를 한국어판 ‘스펠링 비’대회로 키워 한국어의 세계적 확산분위기에 맞추겠다는 것. 본선에 오른 50명을 대상으로 어휘, 문법, 읽기의 50개 문항을 객관식 사지선다로 출제한다고 한다 정말 오랜만에 지자체가 기획한 좋은 행사라 하겠다. 기사 제목처럼 ‘우천시’를 어느 시市로 안다든지, 사흘을 4일로, 안중근 의사를 닥터로 아는 촌극은 더 이상 빚어져선 안되지 않겠는가. <비가 오면>이라고 하면 될 터인데,우리는 언제까지 습관적으로 <우천雨天 시時>라고 써야 하는가? 명백히 잘못된 우리말이나 한자어를 쉬운 우리말로 순화할 수 있는 것은 몽조리 순화하여 언어생활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선조들이 제정한 ‘한글맞춤법’도 명실상부한 ‘법法’이다. 법은 지키라고 정해놓은 것. 그것을 모르거나 어기고, 개무시해서는 우리말과 글이 어찌 발전 계승될 것인가? 이런 행사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을 터.
KBS의 <우리말 겨루기> 프로그램을 종종 볼 터, 우리말에 대해 무식이 넘치는 것을 알고 놀란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언제 봐도 헷갈리는 어휘들이 끝도갓도 없지만, 띄어쓰기는 또 왜 그렇게 어려운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고 공부하지 않으면 판판이 나가떨어질 것이 분명하다. 공영방송이 해야 할 사명 중에 우리말과 글에 대한 사랑이 으뜸이어야 하지 않을까. 앞으로 이런 대회나 이런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최근 한 졸문에도 썼지만, <피로 회복> 등 말도 안되는 형용 모순의 표현이 사라져야만 지구촌으로 뻗어가는 <K-컬처>의 큰 길이 열리지 않을까?
전라고6회 동창회 | [찬샘별곡 Ⅲ-20]우리말에도 ‘궁합’이 있다?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