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골든글러브 수상자들
2001년의 골든글러브 수상자 선정은 아마도 역사상 최악으로 기억될 것이
다. 총 10개 부문 가운데 네 군데의 수상자가 부적당하게 결정되었다. 특
히 그 중 세 군데의 희생자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이 결정들이 다분히
감정에 치우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외국인 선수 본인들은 이
런 상에 별 관심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들을 소외시킴으로써 손해를 보
는 것은 골든글러브 상 자체이다. 이 상은 스스로의 가치와 권위를 떨어
뜨리고 있다.
올해의 잘못된 결정 4가지를 가장 나쁜 곳부터 돌아보도록 한다.
1st : 포수 홍성흔
필자의 칼럼을 오래 읽어온 분이라면 두 가지를 알 것이다. 하나, 필자
가 좋아하는 야구팀은 LG 트윈스이다. 둘, 필자가 좋아하는 야구 선수는
정수근과 홍성흔이다. 홍성흔은 미남이다. 그 뿐이 아니다. 그는 정수근
과 더불어 가장 투지가 넘치고 활기찬 플레이어다. 그를 보고 있으면 사
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000년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LG가 극적으
로 두산을 이기던 순간, 필자는 환호작약하면서도 고개를 푹 수그리며 들
어가는 홍성흔 때문에 은근히 마음이 쓰렸다. 그만큼 필자는 그를 좋아한
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골든글러브는 골든글러브다. 홍성흔은 2001년 '골든
포토상'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옳았다.
경기 타율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박경완 130 .257 24 81 66 .395 .463
최기문 127 .304 7 47 54 .375 .410
진갑용 89 .306 7 57 54 .361 .465
홍성흔 122 .267 8 48 50 .318 .375
홍성흔의 성적은 박경완과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박경완은 타율을 제외
한 모든 부문에서 홍을 크게 앞서고 있다. 홍성흔은 비록 타율이 1푼 높
지만 출루율과 장타율 모두에서 크게 뒤진다. 모두가 아다시피 수비 능력
도 박경완이 우월하다. 그리고 잊었나? 박경완은 올해 포수 사상 처음으
로 20-20에도 가입했다. 어떻게 그에게 상을 안 줄 수가 있나?
그리고 위의 표를 보면 최기문이 홍성흔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냈음을 쉽
게 알 수 있다. 진갑용의 경우는 경기 수가 적으므로 직접 비교는 되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분명한 것은 홍성흔이 포수 부문에서 1위는 커녕 2
위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2001년의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는 98년에 MVP
를 우즈에게 주고 1루수 골든글러브는 이승엽에게 줬던 것 만큼이나 엽기
적이다.
2nd : 지명타자 양준혁
양준혁은 타격왕이었다. 따라서 분명히 골든글러브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나 양준혁 때문에 호세가 상을 못 받는다는 것은 지명타자에게 골
든'글러브'상을 주는 것만큼이나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타율은 양준혁이 높지만 출루율과 특히 장타율은 호세가 어마어마하게
더 높다. 홈런은 호세가 22개가 더 많다. KBO는 호세가 배영수를 폭행한
사건 때문에 그를 MVP후보에서 제외했다. 뭐, 그것은 좋다. 그러나 골든
글러브 후보에서는 빼지 않았다. 그렇다면 위의 불미스러운 사건은 수상
자 결정에서 변수로 고려되지 않아야 했다. 그렇다면 호세가 양준혁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호세가 상을 받아야 했
다.
3rd : 유격수 박진만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마음은 아프다. 브리또
는 2년 연속으로 당연히 받아야 할 상을 못 받게 되었다.
경기 타율 홈런 타점 득점 출루율 장타율
브리또 122 .320 22 80 59 .425 .540
박진만 122 .300 22 63 72 .380 .507
비교하기 좋도록 두 사람은 같은 수의 경기를 뛰어 같은 수의 홈런을 쳤
다. 그렇다면 타율, 출루율, 장타율에서 모두 충분히 앞서는 브리또가
더 나은 시즌을 보냈음이 분명하다. 박진만이 매우 훌륭한 수비수인 것
은 사실이다. 그러나 브리또도 괜찮은 유격수이다. 게다가 올해의 박진만
은 명성에 비해 매우 많은 실책(24)을 범했다. 브리또보다 2개가 더 많았
다.
사실 유격수가 3할에 22홈런을 친다면 골든글러브를 받아야 마땅하다. 박
진만은 수상자로서의 자격이 있다. 그러나 브리또가 더 자격이 있었다.
4th : 외야수
외야수 수상자로는 심재학, 정수근, 이병규가 선정되었다. 이 중 심재학
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는 당연히 수상자이다. 그러나...
경기 타율 홈런 타점 득점 도루 출루율 장타율
데이비스 130 .335 30 96 95 15 .404 .558
정수근 122 .306 2 53 95 52 .395 .403
이병규 133 .308 12 83 107 24 .373 .445
정수근과 이병규 중 누가 더 나은 시즌을 보냈는지는 판명하기 어렵다.
생산력에서는 이병규가 앞섰으나 정수근은 무시무시한 베이스러닝 능력으
로 그것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둘 다 데이비스보다는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
에 적지는 않았지만 조경환도 정수근, 이병규에 뒤지지 않는 좋은 시즌
을 보냈다. 공정하게 봤을 때 이병규와 정수근 중에서 한 명, 어쩌면 두
명 모두는 골든글러브 수상자로서 적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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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골든글러브 수상자들(펀글)
이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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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2.1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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