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
억새에 빌붙어 살아가는 기생식물인 야고를 자연상태에서 만나고 왔습니다. 주로 억새에 기생하지만 제가 본 곳에는 억새 외에 고랭이 종류에서 자라기도 하더군요. 어떤 종류인지는 차차 동정해보려 합니다.
기생식물이라 잎은 안 보이고 기주식물의 줄기 사이로 꽃대를 빼꼼히 내밀고 날렵하고 뾰족한 배 모양의 꽃받침이 벌어지면서 긴 원통 모양의 연보랏빛(연분홍이라 해도 될 듯) 꽃을 피웁니다. 꽃잎이 서로 붙어 있는 통꽃인데 꽃부리(화관)는 대개 다섯 갈래로 얕게 갈라지고 그 안쪽 깊이 노란 암술이 보입니다. 국생정의 기재문에는 ' 수술은 4개로서 판통에 붙어 있고 그 중 2개가 길다. '라고 되어 있는데 육안으로 수술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흔한 꽃 같으면 꽃을 해부해서 수술도 확인하고 싶었는데 처음 보는 귀한 녀석이라 선뜻 마음을 내지 못하겠더군요. 다음에는 하나만 살짝 떼서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첫만남부터 생식기를 속속들이 뒤집어 살펴보는 건 좀 그렇잖아욧. 내가 막 변태 같고 그러잖아요. ^^;; )
꽃잎이 시들어서 지저분하지만 오히려 관찰엔 좋네요, 연보랏빛 꽃잎이 황색에 갈색 줄무늬가 있는 꽃받침 사이에서 나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꽃받침은 날렵한 보트 모양이라는 기재문이 이해가 됩니다.
아래는꽃잎이 다 떨어지고 난 다음 노란 암술이 남아 있는 모습입니다.
아래로 숙인 꽃 중에서 특별히 고개를 많이 든 녀석을 골라 안쪽의 암술을 찍어 보았습니다. 화관(꽃부리)가 얕게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년 씨방이 남아 있어서 찍어보았습니다. 이것도 속을 쪼개서 씨앗을 확인해 봤으면 좋았을 텐데 워낙 더워서 딴 생각을 못했네요. 다음 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