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죽음과 여러 단체의 조문이 있었습니다. 그 죽음과 관련한 한총련, 범민련의 실천연대와 연대회의 성명서를 실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구 이야기해봅시다.
[조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명목을 빕니다.
지난 3월 21일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였습니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소떼 방북, 금강산 관광실현, 개성공단 건설 추진 등 생의 말년에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기여한 바가 큽니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조국통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하고 별세한 것은 조국통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애석한 일 입니다.
이후에도 현대그룹을 비롯한 남녘의 경제인들이 고인의 뜻을 받들어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더 크게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는 고인의 별세를 애도하며 남북의 화해, 통일을 위해 애쓴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민족끼리 통일의 문을 여는 해(2001년) 3월 23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상임대표 이금주 윤한탁 장두석 정연오 진관 이창기 이용헌
[논평] 민족대단결만이 우리의 살 길이다 : 정주영의 삶이 남긴 교훈
6·15공동선언의 채택이후 우리 민족은 빠르게 통일의 문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민족자주, 민족대단결선언인 6·15공동선언은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데 사상의 차이도, 제도의 차이도 걸릴 것이 없으며 모든 계급, 계층이 민족의 이익을 위해 단결할 수 있다는 것은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민족대단결사상은 민족의 이익이 계급의 이익에 앞서면 민족의 자주성이 실현될 때 계급의 자주성도 실현될 수 있다는 민족자주사상이며 애국, 애족의 정신으로 모든 민족구성원이 단결할 수 있다는 애국주의사상이다.
민족대단결에 기초하면 모든 세력이 단결하여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을 우리는 6·15공동선언의 채택을 통해 다시 한 번 절감하였다.
돈있는자 돈으로, 지식있는 지식으로, 힘있는 자 힘으로 조국통일에 복무하자는 민족대단결의 기치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조국통일의 유일한 방도이며 민족대단결의 기치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삶에 대한 평가는 다양할 수 있다.
계급적 차이가 존재하고 계급간의 대결이 첨예한 남녘의 현실에서 정주영의 삶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가 남북화해와 통일에 기여한 점에 대해서 우리는 공정히 평가하여야 한다.
그것은 통일이 단지 철책선을 걷어나는 것이 아니라 민족의 자주성을 회복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족의 자주성이 외세에 의해 유린되고 말살되는 한는 민족의 어떤 구성원도 온전히 자신의 자주권을 실현할 수 없다. 민족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문제가 무엇보다도 절박하고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보다도 민족자주와 대단결의 관점에서 정주영의 삶을 평가하여야 한다.
북측 당국은 분단이후 처음으로 남녘의 대자본가인 정주영 명예회장 애도하기 위해 조문단을 파견했다.
분단이후 초유의 일이라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민족의 통일에 대한 북측의 허심한 노력과 그에 대한 공정한 대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사회주의 체제인 북에서 자본가를 바라보는 관점은 남의 비판적 시각만큼이나 냉정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민족의 이익과 조국의 통일에 복종시키는 그들의 노력은 통일을 지향하는 모든 세력들의 자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적화와 승공의 위구심만 버리면 우리는 언제나 단결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는 자본가건 노동자건 통일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통일조국은 그들의 공로를 정당하게 평가할 것이다.
남녘의 자본가들 뿐 만 아니라 모든 계급, 계층은 정주영의 삶과 죽음이 남긴 교훈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정주영이 남긴 수 많은 재물은 시간이 흐르면 우리에 기억에서 사라져갈 것이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 순간 통일을 위해 그가 남긴 유산은 오래동안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정주영이 진정한 애국자였는지는 역사가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역사는 애국자만을 기억하며 이 시대 최고의 애국은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의 죽음을 통해 다시한번 각인해야 한다.
정주영의 생의 대부분은 분단과 착취에 기여한 삶이었다. 그러나, 생의 마지막 순간을 우리는 더 많이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최소한 민족을 사랑하는 자 모두의 평가기준이 되어야 한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상임공동대표 이금주 윤한탁 장두석 정연오 진관 이창기 이용헌
"정주영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제목의 실천연대의 조문에 대한 전국학생 연대회의 성명서입니다. 단위에서 반드시 선전하며 대중적인 논점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1. 우리는 얼마 전 '한총련과 범민련 남측 본부 등이 함께 하는 남북공동 선언 실천연대'의 명의로 신문에 보도된 '정주영 명예회장의 명복을 빕니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보며 당혹감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소떼 방북, 금강산 관광실현, 개성공단 건설 추진 등의 말년에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기여한 바가 크다'며 '정 명예회장이 조국통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지 못하고 별세한 것은 조국통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애석한 일'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성명서를 접하며, 우리는 언제나 노동자 민중의 편에서 싸워나가야 할 우리 민중운동, 학생운동 진영의 최근의 남북 정세의 변화 속에서 동요하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 생각한다.
2. 현재 언론에서 경제발전의 주역으로 화려하게 치장되고 있는 그의 생애는 바로 앞선 시대를 살아갔던 노동자, 민중의 피와 땀 그리고 죽음이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골리앗 투쟁으로 대표되는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의 투쟁과 99년 현대중기 노동자들의 투쟁까지 보여지는 그의 반노동자적인 작태들은 현재까지도 노동자 민중에게 있어 분노로 기억되고 있다.
이러한 재벌은 IMF 경제위기 상황을 맞아 겉으로는 재벌개혁이네, 경영합리화네 하면서 마치 새롭게 태어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보다 합리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독점적 지위와 노동자민중의 수탈에 기반한 이윤의 획득에 나서고 있는 것에 불과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는 한때 문어발식 확장과 정경유착의 대명사처럼 대표되던 인물인 '정주영' 회장의 생애가 경제발전의 기관차였던 양 재조명하고 있는 보수 언론의 호들갑에서도 여실하게 드러난다. 반복되는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노동자 민중에게 또다시 고통을 전가하려고 있는 지금 한국사회에는 '정주영'이라는 때늦은 망령이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3. 말년의 몇 가지 대북사업의 추진에 대해서만은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는 문제를 보다 총체적이고 과학적인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냉전의 조류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경제협력은 값싼 북한의 노동력과 남한의 기술과 자본을 연결시킨다는 명목으로 근본적으로는 독점재벌을 살찌우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군사적 우위 하에서의 최소한의 화해 국면의 유지와 동아시아 신흥시장 창출이라는 미국의 대북정책의 범위 내에서 나름의 이익을 도모하고 있는 햇볕정책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보아야 한다. '정주영'은 소떼를 몰고 가서 남북화해에 기여한 조국통일의 '옥동자'가 아니라, 이윤추구를 위해서는 민족의 눈물마저도 팔아 먹을 수 있는 화려한 기획자이자, 철저한 경영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4. 하기에 독점재벌의 수괴노릇을 하던 정주영 회장의 죽음에 대한 실천연대 명의의 조문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결과적으로 힘을 실어 주는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현재의 남북관계의 진전이 한국사회에 무엇을 가져오고 있는가에 대한 입장의 차이는 차치한다 하더라도, 더러운 자본가 한 명의 죽음에 온 나라가 들썩거리고 애써 그의 역사를 치장하고 정당화하며 '한국경제의 재도약' 운운하는 것은 또다시 노동자 민중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닌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5. 언제나 우리의 운동은 폭넓은 단결과 연대에 의해서 전진한다. 하지만, 이는 오직 내적으로 건강한 비판에 따른 상호침투, 상호전화의 과정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하기에 우리는 실천연대와 한총련이 민족화해의 분위기 속에서 독점자본에 의한 민중에 대한 수탈과 억압의 강화에 불과한 신자유주의에 맞서 온 힘을 결집시켜야 할 지금의 전선을 교란하고 있음에 대해서 강력한 비판의 입장을 표명하는 바이며, 이후에 책임있는 논쟁과 비판의 과정에서, 투쟁의 현장에서 더욱 진전된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란다.
민중진군 22년 3월 27일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와 학생운동 혁신을 위한 전국학생 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