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리는 계절이 왔어요
당신은 미지근한 내 속으로 입김처럼 들어와
물컹한 내장이 되어 버렸지요
나의 입은 벌어지는 순간
몇 개의 음표를 다 써 버린 성냥이 되어
당신을 꺼 버리기 일쑤였죠
당신이 빠져나갈 때
난 냄새 잃은 모과처럼
혼자서 원경을 읽곤 했지요
어쩌자고 당신은
佛經도 聖經도 아닌 원경을 읽고 계셨나요
나를 지나가는 길에는 난청을 앓고 있는 적도가 있어
누구든지 이 곳을 지날 때면
울음의 온도를 높여야 했지요
그 소리에 놀란 물고기들이
늑골의 위아래를 옮겨 다니며
지느러미를 파르르 떨고 있었지요
난 결린 자리를 메우려고
시들지 않는 바람을 따다가
당신과의 오차를 덮으며
점자처럼 올라오는 침묵을 읽었지요
당신을 다시 부를 수 없다는 것이
다, 시가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