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강하게 틀면 연료 더 들까?
올바른 에어컨 사용 및 관리요령
때이른 더위로 운행중 에어컨을 작동하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에어컨은 여름철 자동차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핵심장치인데도 올바른 사용법을 모르는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특히 초고유가시대를 맞은 이번 여름엔 기름값 걱정으로 에어컨을 마음껏 틀기가 더욱 조심스럽다. 그러나 연료소모를 줄인다는 마음에 에어컨을 약하게만 트는 운전자는 '어리석은 자린고비'다. 또 에어컨 바람이 시원치 않으면 무조건 냉매부터 보충하거나 교환하는 것도 대표적인 낭비사례다. 올바른 에어컨 사용법과 관리요령을 알아본다.
▲에어컨을 강하게 틀면 연료가 더 든다?
에어컨을 켜면 에어컨 컴프레서와 송풍팬이 작동된다. 일정한 주기로 작동되는 에어컨 컴프레서는 엔진동력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연료소모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컴프레서는 실내로 찬바람을 불어주는 송풍팬의 단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송풍팬의 모터는 전기의 힘으로 돌아간다. 송풍팬 단수를 높이면 배터리의 부하에 변화를 줄 뿐이다. 가정용 에어컨이라면 전기요금이 더 나오겠지만, 자체 발전 및 충전시스템을 갖춘 자동차에서 전기 사용량이 많아진다고 해서 연료가 더 들지는 않는다.
단, 송풍팬의 단수를 높이면 에어컨 시스템에서 생성된 '냉기'가 차 실내로 빨리 흡수된다. 따라서 보통 15~20초 정도마다 켜졌다가 꺼지기를 반복하는 컴프레서 작동주기가 몇 초 가량 단축되고, 그 만큼 연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정비 전문가들은 "차가 멈춰 있는 엔진 공회전 상태에서 에어컨을 켜고 송풍팬 단수를 높이면 rpm 보정기능 등에 따라 엔진 회전수가 다소 높아져 연료소모가 증가하게 되지만, 엔진 힘이 넉넉한 고속주행 상태라면 송풍팬 단수가 연비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해도 될 만큼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컨을 켜고서도 기름값이 무서워 송풍 단수를 높이지 않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여름철마다 냉매교환? 'NO', 냉매는 영구적
에어컨 냉매가스는 화학적으로 수명이 없는 물질이다. 가스가 새지 않는다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큰 충격이나 마모로 에어컨관련 부품 이음새 등이 파손되지 않는 한 냉매가스가 새는 경우도 없다. 차를 오래 타다 보면 조금씩 누출되지만 이는 매우 적은 양이다. 따라서 매년 에어컨 냉매를 보충해야 한다는 건 낭설이다. 여름 때마다 고객의 에어컨을 점검해주면서 멀쩡한 냉매를 보충하라고 권하는 정비업소가 있다면 그 곳은 더이상 찾지 않는 게 좋다.
냉매를 매년 보충해야 할 정도라면 에어컨관련 장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냉매가스가 빠지는 주 이유는 에어컨 파이프 사이를 연결하는 이음새(O-링)가 마모되거나 변형돼서다. 냉매는 양이 부족해도 에어컨이 시원치 않으나 너무 많아도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냉매의 양은 엔진룸의 에어컨 파이프에 연결된 투명창에 나타나는 기포로 판단할 수 있다. 그늘진 곳에서 엔진과 에어컨을 작동시킨 후 엔진이 1,200rpm 정도로 회전할 때 투명창에 1~3방울의 기포가 흐르면 정상이다. 이 보다 기포 수가 많으면 냉매가 부족한 것이다.
냉매가 모자라면 그 원인을 찾아 수리한 뒤 재충전해야 한다. 단번에 20% 이상 빠졌을 때는 반드시 관련부품 정비가 필요하다. 한 번 샌 상태에서 그냥 충전하면 또 샌다. 냉매가 미세하게 새는데도 그 원인을 못찾고 방치할 경우 큰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일부 차종은 원터치식 호스 등을 썼기 때문에 매년 냉매가스를 보충해야 했다.
▲냉매 점검은 30도 날씨에 해야 정확
냉매가스량이 너무 많아도 압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엔진과 압축기에 부담을 준다. 또 에어컨 작동 때 "끼-익"하는 기계음도 가끔 발생하며 도리어 덜 시원하다. 더도덜도 말고 제원표에 의한 '정확한 양'을 주입해야 한다. 냉매량 점검은 흐린 날보다 30도 정도 되는 더운 날씨에 해야 냉매의 순환이 원활해 정확한 점검이 가능하다.
▲간단하게 에어컨의 성능을 10% 높인다
엔진오일 교환이나 세차 때 정비사에게 에어컨 컨덴서(응축기) 외부에 붙어 있는 벌레, 이물질, 먼지 등을 압축공기나 고압세차기로 청소해달라고 부탁하면 10% 정도의 냉각효율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켄덴서는 라디에이터 앞에 설치돼 차 속도와 냉각팬에 의해 기체상태의 냉매를 고압의 액체상태로 만드는 장치로, 이물질이 붙어 있으면 공기가 잘 통하지 못해 냉각효율이 떨어진다.
▲에어컨 스위치를 항상 켜놓지 마라
에어컨 스위치를 켜둔 상태에서 차 시동을 걸 경우 에어컨 압축기를 함께 작동시키는 과정에서 부하가 발생되고 시동모터, 배터리에도 무리를 준다. 반대로 에어컨을 끌 때는 목적지 도착 2~3분 전이 좋다. 에어컨 증발기에는 기온 차이로 항시 수분이 누적돼 먼지와 엉겨 곰팡이 냄새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건조가 필요하다.
▲에어컨 필터를 점검하라
에어컨 필터(항균, 실내)는 지난 90년대말 고급차에 채택되기 시작해 현재 생산되는 대부분의 차에 장착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차에 필터가 있는 지조차 모르는 운전자들도 적지 않다. 국내 여건 상 봄에는 황사, 여름에는 에어컨, 겨울에는 히터를 사용하기 전 등 최소한 1년에 세 번 정도는 필터 점검이 필요하다. 필터가 오염된 상태로 에어컨을 사용하면 작동 때 곰팡이 냄새가 나며 냉각효율도 10% 정도 떨어진다.
▲주행중 갑자기 찬바람이 안나올 때
고속도로에서 에어컨을 켠 채 장시간 달리다보면 갑자기 찬바람이 안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에어컨 안에 있는 증발기가 얼어붙어서다. 이 때는 에어컨을 끄고 풍량조절 스위치를 3~4단으로 한 후 5~10분 가량 주행하고 나서 에어컨을 다시 켜면 된다. 에어컨 벨트도 살핀다. 에이컨을 켰을 때 "끼-익" 하고 벨트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리면 장력조정이 제대로 안돼 있거나 벨트 수명이 다했다는 신호다.
▲에어컨 수명연장 및 관리요령
주행중 에어컨을 켜는 건 좋지 않다. 차가 달리고 있는 상태에서 에어컨을 작동시키면 압축기(컴프레서)에 순간적인 과부하가 걸려 손상되거나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압축기가 고장나면 큰 수리비가 든다. 에어컨은 신호대기 등 차가 멈춰 있는 상태에서 켜거나 끈다.
더위가 지나면 에어컨에 무관심해지는 운전자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사용하지 않을 때의 관리가 에어컨 수명을 좌우한다. 에어컨을 쓰지 않는 계절에도 가끔씩 작동시켜 냉매가스를 순환시키면 냉매 누설과 관련부품의 녹을 방지할 수 있다. 겨울철에도 월 1~2회 정도 5~10분간 작동시키는 게 수명을 연장시키는 길이다. 오토 에어컨의 경우 대기온도 섭씨 2도 이하에선 작동하지 않으므로 히터를 틀어 실내온도를 높인 뒤 에어컨을 켠다. 겨울이 지나고 다시 에어컨을 쓸 때는 냉매량과 벨트의 이완상태 등을 점검한다. 차가 멈춘 상태에선 엔진이 오버히트할 우려가 있으므로 장시간 에어컨 작동을 삼가는 게 좋다.
▲에어컨 냄새 제거
약 1년만에 에어컨을 켜면 통풍구에서 악취가 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부 바람통로에 곰팡이가 생겨서다. 우선 공기흡입 스위치를 외기유입 상태로 맞추고 에어컨을 최대로 튼다. 다음 앞유리 와이퍼 밑의 망처럼 생긴 구멍에 곰팡이 제거제를 약 1분간 분사한다. 또 에어컨 내 증발기에서 물이 정상적으로 흘러나오는 지도 체크한다. 물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곰팡이가 생겨 에어컨에서 냄새가 날 수 있다. 에어컨을 사용한 후 주차하면 차 밑에 물이 떨어진 흔적이 있다. 이는 에어컨의 증발기에 맺혀 있던 물방울이 배출구를 통해 흘러나온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유리습기 제거
에어컨은 냉방뿐 아니라 유리에 끼는 습기나 서리를 제거해 시야를 확보해주는 기능도 한다. 여름철 비가 올 때 앞유리 내부에 습기가 끼면 로터리 방식의 경우 풍향선택 스위치를 앞유리쪽으로 맞추고 외기유입 버튼을 누른다. 그 다음 온도 및 풍량조절 스위치를 청색과 적색이 겹치는 곳에 놓고 에어컨을 강하게 작동시키면 금세 습기가 사라진다. 오토 에어컨은 온도를 섭씨 17도 정도로 맞추면 습기가 빨리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