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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지산 산행기
○ 간곳 : 민주지산{岷周之山, 1,242m, 석기봉(1,200m), 삼도봉(三道峰·1,177m)} ○ 위치 :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전북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 경북 김천시 부항면 ○ 산행일시 : 2010. 08.20. 10:30 ~ 17:00 ○ 산행코스 : 물한리 한천주차장 - 황룡사 - 잦나무숲 삼거리 갈림길 - 쪽새골 갈림길에서 오른쪽 계곡 - 지능선 - 능선 - 대피소 - 민주지산 정상- 석기봉- 삼도봉- 안부(헬기장) - 삼마골재 - 음주골 폭포 - 쪽새골 삼거리 - 갈림길 - 한천주차장 ▲ 산행코스 |
충청, 전라, 경상, 삼도를 가르는 삼도봉을 거느린 명산으로 옛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루었던 산이기도 한 민주지산(岷周之山)을 오르기 위하여 충북 영동 상촌면의 물한계곡으로 달려갔습니다. 민주지산은 이곳에서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전북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 경북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 등에서도 오를 수 있습니다. 이곳 물한리에서는 민주지산, 각호산을 모두 오를 수 있으나 오늘은 민주지산만 오르기로 마음먹고 정상에 먼저 오른 후 석기봉, 삼도봉을 거쳐 하산하려고 계획을 잡았습니다.
▲ 오전 10시 10분 널따란 한천주차장에 도착하니 평일인데도 벌써 대형 관광버스 두 대가 등산객
(나중에 알고 보니 물한계곡에 놀러온 행락객이었습니다)을 싣고 와 풀어놓고 있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황룡사 방향으로 올라가니 이곳이 물한계곡(勿閑溪谷)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민주지산의 북동쪽 물한리에 있는 이 계곡은 물이 차다하여 한천마을이라 불리는 한천마을 상류에서부터 시작하여 약 20㎞를 흐르는 깊은 계곡으로, 원시림 등이 잘 보존된 손꼽히는 생태관광지입니다. 여기도 하류만 개방되어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으며 황룡사 위쪽 상류는 상수도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철망이 쳐져 있어 들어갈 수도 없었습니다. 요즘 며칠 비가 많이 내려 계곡에는 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습니다.
▲ 황룡사 모습입니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니 민박집, 식당 및 가게 등이 거의 끝나는 지점 계곡 건너편에 황룡사가 있어 잠시 둘러보았는데 황룡사는 아담한 암자였습니다. 대웅전에서는 스님과 민간인이 예불중이어서 사진만 몇 컷 찍고 돌아섰습니다.
황룡사를 나와서 계곡을 따라 널따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니 잣나무 숲 입구 첫번째 삼거리에 이정표가 있는데 정상까지 지름길은 3km, 돌아가는 길(삼도봉, 석기봉을 거쳐 올라가는 길)은 7.3km라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 잣나무숲길을 계속 올라가니 곧 두 번째 삼거리에 도착합니다.
여기서 쪽쇄골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코스는 2.8km입니다. 우리는 이 길로 가기 위하여 오른쪽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쪽새골 방면은 등산로가 넓었지만 온통 돌밭이며 다소 가파릅니다. 그러나 울창한 숲이 하늘을 가리고 넓은 등산로 옆으로는 맑은 물이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는 계곡이 연이어져 있어서 한여름에도 시원하게 산을 오를 수 있었습니다.
넓은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들어서야 쪽새골로 바로 오르는 길인데 우리는 직진하는 바람에 조그만 계곡을 거슬러 올라 지능선 닿게 되었고 이 지능선을 오르니 정상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거의 각호산에 가까운 주능선 삼거리로 올라서게 되었습니다.(12:30)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에는 그저 가파른 숲속을 힘들게 올라왔습니다. 멋진 기암괴석이나 노송 등 볼거리는 전혀 없고 그저 원시림에 가까운 숲이 울창한 것뿐입니다. 여기가 해발 1,100m정도 됩니다.
이 삼거리에는 이정표는 없고 위험지역표지판만 있어 어디로 가야할지 막막하여 잠시 망설이게 하였는데 누가 위험지역 표지판 여백에 민주지산과 각호산 방향을 매직 팬으로 화살표를 그려놓았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인데 이정표에 왜 이리 인색한 것인지?!! 쪽쇄골 삼거리에서도 이정표가 없어 이 능선으로 올라왔는데......,
투덜대다가 가져온 “한국의 산하” 산행안내문을 펴 보니 자세하게 안내가 되어 있는데 숙지하지 않아서 이런 시행착오를 겪게 된 것을 알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하면 고생할 수 밖에...
주능선에 올라섰지만 울창한 숲 때문에 조망이 어렵습니다. 숲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20분 정도 가니 대피소가 나옵니다.(12:52) 대피소를 지나도 정상을 향하여 울창한 숲길은 계속되는데 완만한 오르막 흙길이어서 전혀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 능선기은 신갈나무 굴참나무 등 숲이 너무 울창하여 전혀 조망할 수가 없어 갑갑한 것이 한 가지 흠입니다
▲ 가운데 뾰족한 봉우리가 석기봉입니다.
▲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습니다.(13:05)
정상은 나무 한그루 없는 완전 개활지인데 고추잠자리 때가 완전히 점령하고 있습니다. 상공을 어지럽게 날다가 사진을 찍는데 잠자리가 옷깃 팔 등에 앉아서 날아갈 줄을 모릅니다. 이 산꼭대기에서 사람이 무척 반가웠나 봅니다.
여기에서는 사방이 아주 잘 보입니다. 지금까지 조망을 못하여 갑갑하였던 가슴이 한꺼번에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햇볕이 내려쬐는 정상표지석 옆에 앉아서, 서서 피곤한 줄도 모르고 그간의 조망 갈증을 원 없이 풀었습니다.
남동쪽에 우리가 오늘 가야할 석기봉의 뾰족한 바위봉우리가 멋지게 우뚝 서 있고 그 너머 너머에는 삼도봉이 보입니다. 사방으로 멀리 가까이 산들이 파노라마칩니다. 산명 ‘崏周之山‘의 崏은 산맥을 뜻하고, 周는 두루 혹은 둘레를 뜻하므로 첩첩산중에 둘러싸인 산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 이 산 정상에서는 가까운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볼 수 있으니 민주지산이란 산 이름이 왜 붙여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창원에서 왔다는 단체등산객들이 몰려왔다가 내려가자 이번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등산객들도 몰려듭니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등산객은 우리뿐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정상 바로 및 숲속에 자리를 잡고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물 좀 있으면 몇 모금만 달라고 합니다. 이 더위에 얼마나 목이 마르면 그럴까 하고 마침 물은 충분히 준비했기에(올라오면서 계속 계곡물을 먹은 만큼 보충했습니다) 그 젊은이에게 물 반통을 나누어 주었더니 너무나 고마워합니다.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는 것을 보니 이 산이 꽤나 인기 있는 산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중으로 산행을 끝내기만 하면 되었기에 느긋하게 식사를 마치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 조망을 한 뒤 석기봉을 향하여 출발했습니다(14:05)
▲ 석기봉이 점점 가까이 보입니다.
오늘 단체등산객들은 중간에서 모두 하산한 듯 석기봉으로 가는 등산객은 우리뿐입니다.
▲ 석기봉으로 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주변 산들 모습입니다
▲ 석기봉 바로 밑에 도착했습니다(15:22)
서기봉은 민주지산 정상과는 달리 커다란 바위 몇 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바위봉우리로 밧줄을 잡고 올라가야했습니다.
▲ 석기봉 정상에도 잠자리 때가 우리를 반기는 비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석기봉 정상은 나무도 풀도 없는 완전한 바위봉우리로 민주지산 정상에서는 조망에 대한 갈증이 확 풀리더니 이곳에서는 바위에 대한 갈증이 어느 정도 풀립니다.
정상 높이가 지도상에는 1,200m라고 표기돼 있는데 내 등산용시계의 고도계는 민주지산 정상과 똑 같은 고도인 1,240m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제일 높은 바위위에 올라서니 1,245m로 오히려 민주지산 정상보다 높은데 지도를 믿어야 하겠지만 아리송? 석기봉에도 주위를 가리는 어떤 것도 없어 시원한 조망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 석기봉 밑에서 정상을 올려다 본 모습입니다.
민주지산 정상 쪽에는 구름이 덮이기 시작했습니다.
▲ 석기봉을 내려와 삼도봉으로 가면서 석기봉을 뒤돌아보니
이산의 유일한 바위봉인 석기봉이 벌써 가을하늘처럼 파아란 하늘, 물개구름과 조화를 이루어 멋진 풍경을 연출합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8월 하순! 한낮의 태양은 뜨겁기만 하지만 바로 머리위에서 이글거리던 태양은 한층 높아졌고 하늘도 높아 보입니다.
▲ 삼도봉 가는 능선에서 석기봉을 뒤돌아보니 뾰족한 봉우리만 보이는데
고깔(?)같이 보입니다.
▲ 삼도봉에 도착했습니다.(16:20)
삼도봉은 펑퍼짐한 봉우리로 봉우리라기보다는 고갯마루 같습니다. 이곳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곳으로 충북, 전북, 경북 삼도(三道)의경계지점으로 매년 10월10일 이곳에서 삼도의 도지사가 참여하여 화합을 다지는 축제를 연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넓게 광장이 조성돼 있었고 광장 중앙에는 삼면(三面)이 똑같은 용머리로 된 기념탑이 서 있습니다.
삼도봉은 옛날 신라와 백제의 경계지점이었으며 조선 태종대인 1414년에 조선을 8도로 나누면서 이곳에서 삼도가 나눠진다고 해서 삼도봉이라고 이름 붙어졌다고 합니다.
▲ 삼도봉에서 많이 지체하여 발걸음을 재촉하여 황룡사로 귀환하는
삼마골재에 도착하니 벌써 4시44분입니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4km가 넘습니다.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삼마골재에서 미니미골을 따라 출발지점인 주차장으로 되돌아오는데 이 길은 아주 완만한 흙길입니다. 등산로에는 곳곳에 물이 흐르고 있어 많이 질척거렸는데 5시가 넘자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고 사방이 어둠컴컴지면서 곧 소낙비가 쏟아질 것 같아 달리듯이 하산하였습니다. 황룡사 앞에 도착하니 6시가 조금 안됐습니다. 황룡사 앞 길가 가게의 평상에 앉아서 감자전에 시원한 맥주를 한잔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민주지산은 기암괴석과는 거리가 먼 육산이어서 울창한 숲 이외에는 볼거리가 많은 산은 아니었지만 산 맛을 느끼게 하는 산이었습니다. 시간에 쫓기어 음주암폭포, 옥소폭포 등 미니미골의 폭포를 구경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 온 것과 석기봉 바로 밑에 있다는 마애불상과 그 불상과 붙어있다는 나환자가 마시고 병을 고쳤다는 유명한 샘물을 보지 못하고 온 것이 (정상에서 이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았으나 안내표지판이 없어 내려가는 길을 몰라 그냥 지나쳤습니다) 끝내 마음에 걸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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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나라 이정표는 정말 알아줘야한다니까요. 너무 인색합니다.
조금만 신경써도 등산객이나 모든 사람들이 편할텐데요.
경치 구경 잘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생소한 곳 눈으로 잘 다녔습니다. 사진과 글 올림에 수고 많으셨고, 잘보고 갑니다.
권승님의 삶의 흔적들이 차곡차곡 쌒이는 모습이 보이는 듯....덕분에 산행 지식 많이 쌓고 좋은 산 구경 잘 하고 갑니다...고마워요
권승 선배님의 민주지산과 석기봉 그리고 삼도봉의 산행 후기와 사진 잘 감상하고 갑니다.사진을 보니 신문사 직장생활때 산악회서 산행했던 추억이 떠오르는 군요.무더운 날씨에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