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773
신심명-002
동봉
제1측
들어가기entrance
지나다가 하이마트가 있기에
들러 전기면도기를 산다
브라운Braun에서 나온
길게 두 개 날로 된 제품이 있는데
튼튼해 보이긴 하나 다른 게 들어온다
필립스Phillips에서 만들었는데
꼭 부엉이 얼굴처럼 세모꼴에
세 개 눈동자 스타일의 면도날이다
앙증스럽고 잘롬한 허리가 좋다
나는 필립스 제품을 산다
브라운 면도기보다 좋아서도 아니고
값이 많이 저렴한 것도 아니다
제조국을 보니 역시 차이나China다
어떤 제품이든 가장 차이 나게
잘 만든다 하여 '차이나'라 한다
가격 대비로 볼 때 차이나 제품은
실제로 꽤 괜찮은 편이다
필립스 전기면도기를 쓴 지
7년 만에 바꾼 게 브라운이었고
이태만에 다시 필립스 제품을 택한다
면도기를 사러 가게에 들어갔는데
젊은 여종업원이 고객을 맞는다
진한 향수가 느껴지는 게
꼭 톰 티크베어가 메가폰을 잡고
몸매가 죽여 주는 액터 벤자민 존 위쇼가
장 바티스트 그로누이 역을 맡아
뭇 여인을 죽음으로 이끌어 간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2007년 한국에서 상영되었는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다
엉뚱한 영화 생각에 잠겨 있는데
종업원이 다가와 묻는다
마치 영화의 장 바티스트가
여인을 낚아채듯이 매우 순간적이다
"스님, 면도기 사시려고요?"
혼잣말처럼 무심한 어조로 되묻는다
"글쎄, 어떤 면도기가 좋을까?"
그녀가 궁금한 듯 다시 물어온다
"스님, 길게 기른 수염인데 깎으시게요?"
내 답을 기다리지 않은 채 말을 잇는다
"아이고, 아깝지 않으세요, 스님?"
내가 농담 삼아 되묻는다
"보기에 내 수염이 아까워 보여요?"
그녀의 호들갑이 통통 튄다
"당연히 아깝지요 스님."
내가 짓궂게 묻는다
면도기面刀器라면
"낯 면, 칼 도, 그릇 기니까
얼굴의 솜털 깎는 그릇이 맞겠군요?"
여종업원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런 말씀이 아니었는데
아이구! 제가 말을 잘못했습니다"
내가 웃으며 편안하게 답한다
"맞는 말이예요 점원님,
면도기 역할은 콧수염 턱수염과
구레나룻 따위를 깎는 기구 맞아요
이 면도기로 머리를 깎는 내가 문제지"
면도기 값을 치르고 절로 돌아온다
나름대로 기분 좋은 하루다
절에 돌아와 제품을 펼쳐보니
상품 정보가 함께 들어있다
필립스 9000시리즈 전기면도기
가격/186,280
할인/180,020
헤드/개수 3헤드
방수/가능 헤드 방수
트리머 여부/트리머
헤드 모양/원형
자동 세정/기타와 필수정보 보기다
특장점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배터리 지속 시간/50분
배터리 타입/리튬이온
면도 가능 기간/최대 17일
최대 전력/소모량9W
사용 전력/100~240V
V자형 구조 면도 헤드 장착
8방향 무빙헤드 시스템 탑재다
충전 어댑터는 China가 맞고
면도기 원산지는 네덜란드Holland다
그렇다면 신심명에도 제원이 있다
'신심명'이란 어떤 뜻일까
신심명 역사는 언제부터이며
분명 특장점特長點이 있을 터인데
어떠어떠한 것들이 담겨 있을까
두루 알다시피 제원諸元이란
기계나 또는 기계류의
치수, 무게, 따위 성능과 특성을
수적數的인 지표로서 나타낸 것이다
신심명의 제원에 대해 살펴보자
이름/신심명信心銘
분류/넉 자 대구對句 명시銘詩
길이/4×4×36+8=584자
챕터/제1至道~제6眞如까지 6章
저자/제3조 썽찬선사僧璨禪師
생몰연대/생?~몰606년
종교/불교, 선불교
나라/중국, 탕唐나라
수행 방식/간화선看話禪
수명/1,460여 년/앞으로 이어질 듯
방금 신심명 제원에서 언급하듯
신심명 작가는 누구일까
작가는 중요한 제원이기에
그의 삶과 철학은 매우 중요하다
하여 신심명을 살피는 중간중간에
저자 썽찬선사의 생애를 다룰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시놉시스Synopsys, 곧 줄거리다
줄거리를 미리 알고 있으면
극적인 재미가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줄거리를 미리 얘기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처음으로 찾아가는 길을
내비게이션으로 띄워 놓은 뒤
데모demonstration로
미리 시연해 볼 수는 있다
그런데 굳이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삶에는 데몬스트레이션이 없다
미리 살아본 뒤에 다시 살지는 않는다
이는 연극이나 연주,
또는 한편의 영화처럼
꾸밈 예술에 국한된 과제다
인간의 삶에 시연이란 있을 수 없다
영화影畵도
연극演劇도
연주演奏도
그리고 드라마drama도
과정이 중요함을 알았다면
이제는 과정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 <신심명信心銘>은
믿음信을 마음心에 새기銘는 일이다
목적어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하는
움직씨動詞며 그림씨形容詞다
요즘을 불신不信의 시대라고들 한다
사람亻말言은 믿음信이다
언어는 고결神하고 거룩聖하다
하나님이 인간을 처음 만들 때
자신들 모습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인간을 만들면서
모습만 닮게 만들었을까
나는 비록 기독교인이 아니지만
창조설을 얘기하면 생각이 달라지고
가능하다면 라이Lie가 아니라
팩트Fact로 보고 싶다
하나님이 자신들 모습을 본뜨면서
어떻게 마음을 다르게 만들고
말을 다르게 했겠느냐다
복제複製의 원리는 단순하다
겹치지複만 그대로 뽑다製의 뜻이다
생각해 보라
거룩한 하나님이
자신들 모습대로 복제하고
마음까지 복제하면서
말을 복제하지 않는다는 게
과연 가능하냐는 것이다
나는 성서의 신성神聖을 믿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위정자는 국민을 속이지 않는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국민들이야 행동을 함부로 하더라도
높은 관료들은 조신操身할 것이다
철없는 백성들이 왕을 속이면 속였지
어떻게 지체 높은 왕과 고관들이
백성을 속일 수 있겠느냐다
이 책 이름이 신심명信心銘이다
신뢰信하는 마음心을 새김銘이다
-----♡-----
승찬대사의 입탈 - 문화콘텐츠닷컴
http://www.culturecontent.com/content/contentView.do?content_id=cp043308480001
-----♡-----
11/22/2019
싸락눈小雪을 맞아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