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류가 정복해야 할
10대 질병
2천년대는 생명공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갖가지 난치병들이 정복돼
1백20세 무병장수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백년간은
어느 세기보다 의학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이 많았던 시기였다.
하지만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1세기를 맞은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한
어려움들은 남아 있다.
암, 에이즈 등
20세기의 난치병들은
여전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희의료원과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연세대의대 의사학과 여인석 교수가
공동으로 선정한
‘21세기에 인류가 정복해야 할
10가지 질병’을 소개한다.
이들은 결코 쉽진 않으리란 전제 하에
21세기 초반 10년이
질병 정복의 역사에
큰 획을 긋게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암=
암세포만을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p53 유전자를 이용하는 치료법이
임상에 응용되고 있고
암세포의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엔도스테틴과 안지오스테틴 요법도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2014년경
모든 암이 정복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도 했다.
원자력병원 백남선 원장은
“국내에서도 p53 유전자 치료법이
시도되고 있으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개인의 암발생 가능성을 파악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이내에
암발생 가능성을
완벽하게 파악함으로써
암 예방 및 치료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이즈(AIDS)=
새천년을 맞는
인류의 긴급한 숙제 중 하나는
단연 에이즈의 정복이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최근 1999년 한해만도
5백60여만명이
에이즈에 추가감염돼
2백60만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에이즈를 정복하려는 인류의 노력은
1996년 기존 치료제에다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효고)’를
복합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3중투약법)’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지난해 12월엔
우리나라의 포항공대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에이즈 DNA 백신의
동물실험에 성공한 것도
에이즈 정복에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내과 송재훈 교수는
“DNA백신 외에도
세계 유수의 연구인력들이
백신에 대한 실험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예방과 치료, 모두 10년내에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염=
간염은 간경변증, 간암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질환.
특히 C형 간염 바이러스는
예방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대병원 내과 김정룡 교수가
지난해 11월 세계 최초로
C형 간염 바이러스의 혈청을
분리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예방 및 치료백신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까지 간염 치료에는
항바이러스제인 인터페론 주사가
가장 많이 사용되는데
6개월을 꾸준히 치료하면
50% 정도가 효과를 볼 수 있을 뿐이다.
가톨릭의대 여의도 성모병원 한준열 교수는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진
바이러스가 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항바이러스제만으로
체내의 바이러스를 없애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예방이 가능한 백신 개발이
간염 정복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치매=
최근 각종 새로운 진단법과
약물이 개발되면서
치료 가능한 질환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연세대의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김진수 교수는
“치매는 기억력, 인지능력 등을
관장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생성하지 못하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아리셉트, 액셀론 등
최근 개발된 치매약들은
아세틸콜린 수치를 올려주는
역할을 하는 약”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뇌, 척수 등
중추신경을 살리는 수술요법의 개발 등에
힘입어 2010년 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정복될 것이란 게
미래의학자들의 전망.
◇정신분열증=
정신분열증은
피해적 망상, 환각,
혼란스럽고 파괴적인 행동, 생각이나
인지기능 장애,
정서 불합리성 등의
이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정신질환.
뇌의 생리적, 생화학적 이상 등을
비롯한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적, 심리학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정신분열증 치료에
가장 많이 쓰이는 약은
클로자핀으로
치료효과가 좋지만
혈액과 관련한 부작용이 잦아
최근엔 부작용이 적은
이스페린톤이나 올란자핀도
많이 쓰이는 추세.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용식 교수는
“부작용이 최소화된 좋은 약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어
치료 전망이 밝다”며
“21세기엔 특정 환자에
가장 적합한 약물을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보편화됨으로써
각종 정신질환도
불치의 영역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토피성피부염=
아토피성피부염은
피부에 수분이 부족해
염증반응이 만성적으로 동반되는
알레르기병.
생명을 위협하진 않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대책이 없는 난치병이다.
이는 아직 정확한 발병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
서울대병원 피부과의 김규한 교수는
“암이나 AIDS 등
치명적인 질병들보다
완치 정복의 시기가 불투명하지만
유전자의 비밀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만큼
멀지 않은 시기에 원
인규명에 이어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전병=
일반인에게 희귀병으로 인식되는
혈우병 등 유전 및 대사이상
질환의 정복은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과 맞물려 있다.
인체 게놈 프로젝트란 대
략 30억쌍에 달하는
인체 염기서열의 암호를
완전 해독하기 위한 연구작업으로
오는 2005년쯤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유한욱 교수는
“호르몬이나 단백질 등의
단순한 결핍으로 파생된 병은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필요한 물질을 생성, 투여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골격장애 등
복합적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한두 가지 물질을 투여함으로써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교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필요한 유전자를 아예 배양해서
인체에 넣어주는 치료법이 개발될 것”이라며
2천년대엔 착상전 수정란상태에서의
유전자검사를 통해
유전병의 발병을 아예 봉쇄하는
예방법도 보편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류머티즘성관절염=
류머티즘성관절염은
노화로 인한 퇴행성관절염과는
전혀 다른 병으로
인체의 면역체계가
자기 몸을 적으로 오인,
관절을 싸고 있는 활액막을
파괴하는 자가면역이상질환.
역시 원인을 몰라
근원적인 예방이 불가능한 상태.
한양대류머티스병원 김성윤 원장은
“뚜렷한 예방법은 없지만
바이옥스, 셀레브렉스 등
부작용이 없는 소염진통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어
치료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관절의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을
차단해주는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도
개발돼 과거의 치료와는
효과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이 김원장의 설명.
김원장은 “30년 전에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중
32%가 거동을 못할 정도였지만
최근엔 극소수 2% 정도를 제외하곤
치료 후 거동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우리 몸속의 혈당(포도당 농도)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시키는 인슐린.
이것을 분비해주는 췌장 기능이 고장나
혈액속에 포도당이 넘쳐나게 됨으로써
여러가지 합병증을 유발하는 병이
당뇨병이다.
전문의들조차 “완치란 있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재발의 가능성이 높은 병인데다
계속 혈당 농도를 점검해야 하는 질환이다.
현재로선 혈당측정기와
인슐린펌프를 이용한 치료가 가장 일반적.
약물로선 올해 새로 수입될 예정인
경구용 혈당강하제
‘로시그리타존’의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다른 사람의 췌장을
이식해주거나
인슐린 분비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직접 이식하는 방법 등도
연구되고 있다.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일반외과 한덕종 교수는
췌장의 랑게르한스섬 세포를
간에 이식,
당뇨병을 극복케 하는
수술에 성공하기도 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최동섭 교수는
“인공췌장에 대한 연구도
지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2천20년을 전후해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당뇨병을 정복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탈모증=
탈모증 중 가장 흔한 대머리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란
남성호르몬과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미래의학자 제프리 피셔박사는
2005년쯤 유전학 치료법을 이용,
대머리 효소와 관련된 유전자를 조작해
대머리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근본적인
해결책이 제시되지 못했다.
현재 발모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바르는 약인 미녹시딜과
먹는 약인 프로페시아.
특히 금년중 국내에 새로 선보일
‘프로페시아’는
미국의 MSD사가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프로스카’의 용량을 줄여 내놓은 것.
‘프로스카’를 복용하던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에게서
털이 나는 증상을 발견한 후
지난해 초 대머리 치료제로 내놓았는데
미국의 경우 60∼80%의 환자가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경희의료원 피부과의 심우영 교수는
“근본적인 대머리 치료는
유전자요법으로 해결하는 길이
열리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머리카락을 나오게 하는 세포를
직접 배양하거나
혹은 그 세포를 자극하는 물질을
투여하는 방법 등이
현재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