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1독 진수작업 5주 만에 재개, 금속노조 탈퇴 등 勞勞갈등은 불안요소
[대우조선 파업 타결 이후]
30만t급 원유운반선 뒤늦게 진수… 한달 넘게 ‘반강제’ 휴업했던 현장
전체인력 80% 휴가 미룬채 근무 “지연공기 만회 위해 전사적 노력”
정규-하청지회 갈등 임시봉합에 정규직 노조내 갈등 해소 안돼
작업 재개한 옥포조선소 1독 23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에서 30만 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이 작업 중단 5주일 만에 성공적으로 진수되고 있다. 운반선 맨 앞에 격벽으로 구분된 세 개의 공간 중 맨 왼쪽(흰 원)이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소속 조합원 7명이 농성을 벌였던 장소다. 대우조선해양 제공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 파업이 51일 만에 종료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빠른 정상화를 위한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여름휴가 기간이 시작됐지만 직원의 80%는 조선소에 남아 지연된 작업을 메우고 있다. 하지만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정규직 노조)와 하청지회 간 대립, 금속노조 탈퇴 여부에 대한 정규직 노조원 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점은 여전히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24일 대우조선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후 중단됐던 1독 진수 작업이 5주 만인 23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이번에 진수된 선박은 30만 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이다. 선주에게는 후반 작업 및 시운전 등을 거쳐 11월쯤 인도될 예정이다. 선주사와의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조선소 측에서 귀책 사유가 발생해 인도가 지연되면 많게는 하루 수억 원 지체보상금을 물어야 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원유운반선을 진수한 후 곧바로 1독에서 물을 빼고, 독 청소 및 다른 선박 건조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
옥포조선소에는 드라이독 2개(1, 2독)와 플로팅독 3개가 있다. 가장 큰 1독은 상선 4척을 한 번에 건조할 수 있는 규모로 조선소 전체 건조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1독 진수 작업이 중단되자 1독 내 다른 공정은 물론이고 다른 독까지 연쇄적으로 생산 지연이 일어났다. 옥포조선소에서 일하는 정규직원 9000여 명과 하청업체 직원 1만1000여 명 중 일부는 한 달 넘게 반강제 휴업을 했다는 얘기다.
당초 23일부터 2주일간은 정규직들의 여름휴가 기간이다. 하청업체 직원들은 원래대로라면 30일부터 휴가가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조선소 전체 인력 2만여 명 중 거의 80%가 휴가를 미룬 채 주말에도 나와 일을 하고 있다. 회사 측은 휴가 중 특근이 가능한 인원을 파악해 지연 공정에 집중 투입할 예정이다. 25일에도 전체 인원의 70% 이상이 조선소에 나올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이르면 26일부터는 1독을 중심으로 생산 정상화가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원유운반선 진수를 시작으로 지연된 공기를 만회하기 위해 여름휴가 기간 상당수 직원이 출근할 예정”이라며 “회사로서도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르게 정상적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여전히 ‘갈등의 씨앗’을 남겨놓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하청지회의 과격한 파업 때문에 회사 측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대우조선 정규직 노조는 ‘파업 중단’을 여러 차례 촉구하면서 날을 세웠다. 이러한 정규직 노조원들과 하청지회 간 갈등은 현재 정규직 노조원 내부 갈등으로 옮겨붙은 상황이다.
대우조선지회는 21일과 22일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탈퇴를 의미하는 ‘조직변경 안건’을 놓고 전 조합원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는 개표가 3분의 1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부정 투표 의혹이 불거졌다. 개표가 중단된 시점에서 찬반 비율은 5 대 5가량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하청 노사협상이 끝났지만 완전한 봉합이라기보다는 당장 급한 불을 끈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며 “생산 현장에서의 ‘노노 갈등’은 ‘노사 갈등’과는 또 다른 의미로 생산성에 타격을 줘 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