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년대 한약을 찾는 이들의 목적은 허약(虛弱)을 보강해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는 '울(鬱)'과 '화(火)'를 없애줘야 할 사람들이 많은데, 이때 사용하는 약초가 바로 시호다.
시호는 정신적인 질환과 육체적인 질환에 두루 사용하며, 스트레스가 심하고 간이 좋지 않은 경우에 더욱 좋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경쟁을 해야 하는 시대다. 직장과 사회의 치열한 생존싸움을 이겨야 한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일들이 많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울화(鬱火)가 치밀어 오르는데, 이것을 한방에서는 간기(肝氣)가 울체(鬱滯)됐다고 표현한다. 간기가 울체됐을 때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 가슴 속에서 열불이 난다
▲ 밑에서부터 열기둥이 올라오는 느낌이다
▲ 입이 마른다
▲ 눈이 뻑뻑하다
▲ 소화가 안 된다
▲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하고 분노를 참지 못한다
▲ 깊은 잠을 잘 수 없다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 시호는 막힌 간기(肝氣)를 소통시키고 울열(鬱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시호가 들어가는 처방 중에 소요산(逍遙散)이라는 것이 있다. 소요산은 생리가 불순해지고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가 하는 증상에 사용하는데, 이러한 증상은 갱년기를 겪고 있는 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그래서 소요산은 갱년기에 주로 사용한다.
경기도 동두천시에 소요산(逍遙山)이 있다. 조선시대 학자인 서경덕, 양사언, 김시습이 자주 만나서 소요(逍遙; 이리저리 슬슬 거닐며 돌아다님)했다고 해서 소요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런데 갱년기에 사용하는 소요산(逍遙散)의 한자도 동일하다. 즉, 갱년기에는 슬슬 거닐며 마음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소요산은 갱년기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울화가 쌓였을 때 슬슬 거닐며 마음을 안정시켜야 할 상황에 소요산(逍遙散)을 사용한다. 현대인들은 소요(逍遙)해야 할 사람들이 참으로 많은 것 같다.
시호의 두 번째 효능은 간기능을 개선하는 것이다. 그래서 만성간염, 간수치 상승, 지방간 등이 있을 때 시호를 사용하며, 담즙분비 촉진기능이 있어 소화불량이 발생할 때에도 효과적이다. 말하자면 시호는 막힌 간(肝)을 소통시키는 작용이 강하다. 시호의 이러한 효능을 대표하는 처방으로 소시호탕이 있다. 소시호탕은 열이 났다가 없어졌다가(寒熱往來) 하는 증상, 가슴이 답답한 증상에 사용한다. 질병이 지속되면 간의 기능이 떨어져 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소시호탕을 복용하면 간기능이 개선돼 이러한 증상이 없어진다.
시호는 본래 가슴이 답답한 증상과 열이 오락가락하는 증상을 기준으로 사용하는 약초다. 그런데 질병이 만성화되면 이러한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데, 다음 증상들이 보이면 시호를 사용할 수 있다.
▲ 예전보다 화를 쉽게 낸다
▲ 근육이 뭉치고 부분적으로 경련이 일어난다
▲ 신경성 고혈압이 생겼다
▲ 인후부의 염증이 반복된다
▲ 뒷목이 자주 뻣뻣하다
이러한 증상에는 시호를 써야 할 열(熱)이 보이지 않지만, 사실은 울화(鬱火)가 지속되고 간기능이 저하됐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시호를 사용하는 것이다.
조경남 약초 교수 within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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