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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토 저택에 도착한다.
호흡은 흐트러져 있지 않다.
아침부터 줄곧 달려서 피곤할 텐데, 몸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전혀 호소하지 않는다.
「……열려, 있어」
초인종을 누르려고 했던 손가락이 멈췄다.
……누군가가 들어갔는지, 그렇지 않으면 나왔는지.
현관문은 반쯤 열려 있고, 안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
사람의 기척이 없다.
마토 저택은 어제 이상으로 음울하다.
1층에는 아무도 없다.
자신의 발소리만이 복도에 울린다.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발을 올린다.
2층에는 아무도 없다.
층계참의 지붕에 뚫린 창에서 하늘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온 시점에서, 2층에는 살아있던 인간이 없다고 감지할 수 있었다.
1층으로 되돌아가려고 했던 발을 멈춘다.
살아있던 인간.
그 위화감이, 문이 반쯤 열려있는 방으로 가게 했다.
——사쿠라의 방이다.
이전, 딱 한 번 본 적이 있다.
안에 들어간 적은 없다.
신지에게 안내 받아서 왔을 때, 사쿠라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우리들을 밖으로 밀어냈기 때문이다.
분명히 그건 2년 전이었던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여자애다운 방. 사쿠라다운 꾸밈 없는 방.
거기에,
「——신지」
침대에 누운, 마토 신지의 시체가 있었다.
도착하기전.
「자, 이쪽으로 와 느림보……!」
「윽, 꺄……!」
쓰러진다.
등뒤에서 덮쳐져, 아직 손발이 저린 것이 풀리지 않은 채, 소녀는 침대에 쓰러졌다.
「이 배신자, 퍽이나 늦은 귀가잖아, 응!?」
큰 소리로 외치며 덮친다.
남자는 여기까지 끌고 온 소녀를 음습하게 쏘아보며, 오래 만지지 않고 있었던 살갗에 손가락을 댔다.
그렇다 에미야 시로를 만나기전까지 마토신지에게있어 여동생인 사쿠라는그저 장난감에불과했다.
사쿠라라는 여동생은 할아버지의 훈련이라는 명목하에 마토신지와 의식을취하던 장난감으로써 살아왔다.
「하——그렇지, 너는 그래야지!
그래, 아무리 얌전한 척을 해도 변함없어.
너는 마토의 여자다. 비천한 타락 마술사, 생명의생기없이는 못사는괴물인 거야!」
남자는 거칠게, 소녀의 몸을 억누른다.
「응……! 아, 시——」
이 여자는 자신의 소유물이다.
마토의 후계자든 뭐든, 껍질 한 꺼풀 벗기면 하찮은, 자신에게 주어진 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순간까지 깨닫지 못했다.
그의 아래에서 발버둥치는 소녀에게는, 이제까지 같은 고양 따위 없다.
얼굴을 돌리고, 몸을 비트는 소녀의 반응에는, 이미 혐오와 저항밖에 없는 것을, 남자만이 깨닫지 못한다.
「뭐야, 오늘은 꽤나 힘이 있잖아.
……그래, 에미야론 만족할 수 없었던 건가. 그래 그래, 그거 좋군! 에미야도 지금쯤 침울해져 있겠지!
여하튼, 반한 여자가 엄청난 괴물이었으니까 말이지!」
소녀를 덮치는 것보다, 그 사실 쪽이 즐거운지.
남자는 진심으로 웃으며, 소녀의 옷에 손을 댄다.
「기다렸지. 자아, 오랜만에 난폭하게 다뤄볼까!」
소녀의 몸에손이 간다.
그, 순간.
「안 돼요——그만둬요, 다가오지 말아요, 오라버니……!」
소녀는 온 힘을 다해, 덮쳐 든 남자를 거절했다.
「——하?」
남자의 움직임이 멎는다.
남자는 무언가, 기괴한 것과 대치한 것처럼, 소녀를 내려다봤다.
「뭐라고 했냐? 지금, 너 뭐라고 했어?」
어리둥절한 목소리.
소녀는 꿀꺽 목에서 소리를 내며, 가지고 있는 모든 용기를 있는 대로 담아서 남자를 되받아 본다.
「——다, 다가오지 말아요, 라고 했어요. 저는, 이 이상 오라버니가 하라는 대로 하지는 않겠어요.
……선배. 선배는, 이런 저라도 받아들여 줬어요. 저를 지키겠다고 해 줬어요……!
저는 오라버니의 것이 아니에요. 저는 이미, 선배의 것이니까……!」
소녀는 필사적으로, 덮쳐 든 남자를 물러나게 하려고 한다.
하지만 남자는 비틀거리지도 않는다.
당연하다. 소녀의 힘으로 남자를 밀어낼 수 있을 리도 없고, 마운트 포지션으로 눌려 있어서야 저항할 방법이 없다.
「————, 리」
공동 같은 목소리.
남자는, 침대에 쓰러진 소녀를 내려다보고,
「——웃기지 마. 웃기지 마, 웃기지 마, 웃기지 마, 이 괴물아——!」
미쳐버린 듯이, 동생인 소녀를 때리기 시작했다.
「에미야 꺼……!? 내가 하라는 대로는 안 해……!?
착각하지 마, 너에게 그런 권리 따위 없어!
정하는 건 나야, 너는 지금까지 했던 그대로, 그저 입 다물고 고개 숙이고 있으면 된다구……!」
힘 조절 따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유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것에게 저항 당한 남자에겐, 정상적인 이성 따위는 남아있지 않다.
「정정해, 사쿠라! 너는 내 거야, 다른 누구의 것도 아냐……! 주제를 알아, 너 같은 건 마토에 팔린 여자잖아……!
그렇다면, 너에겐 나에게 거역할 권리 따위 요만큼도 없다구……!」
미친 것처럼 때린다.
「 」
소녀는 저항하지 않는다.
얼굴을 감싸지도 않고 계속 맞고 있다.
그 눈동자는 강한 의지로, 덮쳐 든 남자를 비난하고 있다.
「윽……!」
그것이 마지막 스위치를 눌렀다.
소녀의 눈이 너무나도 화가 났다.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눈이 싫었다.
그래서,
「——그러냐. 그럼 이쪽에도 생각이 있지. 그렇게 에미야가 좋다면 마음대로 해.
……하지만 말야, 사쿠라. 그렇다면, 좋아하는 상대에게 뭘 숨기거나 하면 안 되지?」
소녀가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것을, 전부 까발려 주기로 했다.
「————오라, 버니」
소녀의 눈이 크게 뜨인다.
「하」
웃었다.
절망이 들이대진 소녀의 표정은, 아주 조금 그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 줬다.
「그래, 사쿠라. 지금까지 있었던 걸, 전부 에미야한테 폭로해주지. 그 녀석은 너를 받아들여줬잖아?
그럼, 그 정도 별 거 아니지?」
「————시」
그만둬요, 라는 말이, 목소리로 나오지 않는다.
소녀는 매우 놀라서.
이전의 관계로 되돌아간 듯이, 텅 빈 눈으로, 오빠인 남자를 올려다봤다.
「하. 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 결국 그 정도야! 알겠지 사쿠라, 그게 싫으면 얌전히 있어. 너는 내 인형이다, 절대로 거역하지 말라구……!」
방을 가득 메우는 웃음소리.
그것도, 소녀에겐 귀에 거슬리게 멀리서 짖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 서」
어째서, 라고.
텅 빈 마음으로, 소녀는 생각했다.
선배——시로에게 비밀을 폭로 당하는 건, 죽어도 싫다.
오빠와의 관계, 에미야 가를 감시하고 있었던 자신의 역할, 11년에 걸친 지하에서의 생활.
선배는 알고 있다.
그 정도, 이미 이해해주고 있다.
모르는 건 오빠와의 관계뿐이고, 혹시 그것을 알아도, 절대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다.
시로는 틀림없이, 그것마저도 용서해 준다.
「————아」
그래.
어젯밤처럼, 무언가를 부숴서 받아들여주겠지.
그래서, 그게 절대 견딜 수 없다.
이 이상 그 사람에게서 뺏는 건 싫다. 그렇게 될 거라면 이대로 있는 게 낫다.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이대로 또 오빠에게 마음을더럽혀지면 된다.
「————싫」
하지만, 그것도 이제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참을 수 있었던 것.
하지만 시로와함께있게된 지금에 와선, 오빠인 신지에게 마음을 허락하는 건, 무엇보다 더한 혐오였다.
「————어」
어느 쪽도 용인할 수 없다.
오빠에게 안기는 것도, 시로에게 비밀을 밝히는 것도 싫어서, 마음이 꼼짝달싹 못하게 된다.
그리고, 남은 것은 노골적인 감정뿐.
지금까지 계속 억누르고, 11년간 계속 뚜껑을 덮어온 마음은,
「싫어——싫어, 싫어, 싫어, 싫어……! 그만둬요, 이런 거 싫어요, 이제 그만둬요, 오라버니……!」
필사적으로, 덮쳐 든 남자에게 저항한다.
그 무력한 저항에, 그는 웃었다.
「흥,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너도 사실은 원하잖아? 너는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상관없는 거야.
그래, 그러니까 에미야에게도 확실히 가르쳐주지 않으면 안 되지.
지금까지 네가 얼마나 나에게 매달려 와서, 얼마나 더럽게 놀아났는지 말야……!」
웃는다.
웃는다.
즐겁게 오빠는 웃는다.
「————」
그로 인해, 마음 깊은 곳에서 이해하고 말았다.
이 사람은 말할 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이 뭘 해도, 선배에게 말해버릴 거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은, 자신의 재미만을 위해서, 나를 엉망으로 만들 생각이구나, 라고.
「————어째, 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째서, 항상 이렇게 되는 걸까.
그것만을 피해서, 그것만은 알려지지 않도록, 계속 이런저런 것들을 참아 왔다.
거짓말을 해서,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해서,
이런 자신이라도 행복하게 될 수 있다고 자신에게 말해 왔다.
선배의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그 하나만 가지고, 행복하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 사람은 그런 것도 지켜주지 않는 걸까.
「————」
……아니, 지켜주지 않는 건 이 사람만이 아니다.
훨씬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훨씬 전부터 원망하고 있었던 거다.
어째서.
어째서——어째서 내 주위에 있는 세계는, 이렇게나, 나를 싫어하고 있는 걸까, 라고——
「——」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저항할 기력이 없어지고, 그런 자신을, 오빠인 남자는 만족스럽게 내려다봤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자,평소처럼 가만히있으라구 네가할수있는건 고작 인간의생기를빠는것 뿐이잖아……!」
의기양양하게, 여느 때처럼 소녀를 범하려고 한다.
그걸, 텅 빈 채 멍하니 올려다보고.
「——이런 사람, 없었으면 좋았을걸」
11년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걸, 생각하고 말았다.
「————」
짝, 하고 공기가 울었다.
덮쳐 들어 있었던 남자가 쓰러진다.
쏟아져 내리는 선혈.
소녀는 몸을 일으켜, 말이 없는 오빠를 바라봤다.
「————아」
즉사였다.
굉장히 예리한 끈으로, 짝, 하고 머리를 맞은 거겠지.
후두부에는 연필로 그은 듯한 선만이 있다.
선은 뇌까지 도달했고, 하지만 너무 가는 상처자국은 뇌척수액을 흘리지는 않고, 붉디 붉은 혈액만을 흘리고 있다.
「————, 아」
그걸 무감동하게 내려다봤다.
오빠를 죽인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다.
회색 햇살을 받아서 흔들리고 있다.
자신의.
햇빛에 닿는 자신의 그림자가, 밋밋하게 일어나서 흔들리고 있다.
「————, 아아」
그러니 죽인 건 자신이다.
오빠를 죽인 건 자신이다.
그걸 이해할 수 있는데도, 소녀에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혐오도 공포도, 죄악도 후회도 없다.
텅 빈 마음에 떠오른 것은, 그저, 간단했다, 라는 것뿐.
「————아아, 아」
익숙해져 있다.
이런 거, 이게 처음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든지 꿈에서 봤다.
꿈에서 봤으니까——꿈에서 봤으니까, 본 걸 흉내 내서 저질러 버린, 걸까.
「————아, 하」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될 거라면 더 빨리 할 걸 그랬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더 빨리 할 걸 그랬다.
그렇게, 소녀는 생각하고.
「————후————후후」
아무것도 없을 터인 감정이, 재미있었어, 라고 중얼거렸다.
재미있었어.
재미있었어.
재미있었어……?
재미있어 가 아니라, 재미있었어……?
그건 언제.
어디서.
무엇을.
꿈.
꿈.
그래, 나는 꿈 따위 꾸지 않아.
그 꿈은, 그래——
꿈 같은 게 아니다.
밤이면 밤마다 거리를 배회하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던 건, 틀림없는 자기자신.
그래, 잔뜩 죽였다.
잔뜩 잔뜩 죽였다.
도망치는사람부터죽였다한방울남기지않고죽였다누구든죽였다즐기며죽였다웃으면 서죽였다
웃으면서죽였다웃으면서죽였다, 내가내가웃으면서죽였던거다…… ! !
「——아하. 아하하. 아하하하」
우스워서 웃는다.
그것도 당연한 게, 웃지 않으면 부서질 거 같다.
웃고 있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다.
하지만 웃으면 웃을수록 부슬부슬 무너져가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모든 것이 어찌되든 상관없게 되어 간다.
「하하! 아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스워서 배가 아프다.
웃으면 웃을수록 바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정말 편하고, 정말 정말 자연스럽게 비친다.
아아, 정말 바보 같디 바보 같은 어리석은 자신……!
「——후——후후, 아」
미친 듯한 웃음으로 경련하는 얼굴.
이미 움직이지 않는 오빠를 대신해서, 소녀는 가련하게, 쿡쿡 하고 유리 같은 목소리를 입 밖에 낸다.
……그리고 나서.
오빠의 몸을 소꿉장난처럼 많이, 이러저러하게 가지고 논 뒤, 소녀는 침대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피에 젖은 모습으로 거울 앞에 선다.
——그 뒤에는, 많은 인간을 죽여온 그림자가 서 있다.
자신의 그림자.
이미, 수십 명이나 되는 사람을 먹어온 자기자신(검은 그림자).
언젠가 그렇게 돼 버리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누르고,
그렇게 되지 않도록 옆에 있어줬던 누군가.
웃어버린다.
그런 거, 처음부터 전부 헛수고였다.
「——뭐야. 조금씩 이상해지고 있던 게 아니구나」
빙글, 거울 앞에서 돈다.
소녀는 자랑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보세요, 선배. 저, 처음부터 미쳐 있었어요」
그렇게, 댄스를 청하듯이 말을 걸었다.
소녀의 의식은 거기서 끝났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바뀌었다.
지금까지 계속 뚜껑을 덮어왔던 무의식이, 그저 표층으로 떠올랐을 뿐.
그 소녀에게 말을 거는 것이 있다.
소녀의 등뒤.
어둠은 어둠 그대로, 기척만을 나타내고 소녀를 바라본다.
「——많은 인간을 죽였지, 사쿠라」
소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런 건, 이미 끄덕일 필요도 없다.
「——너는, 이제 와선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없다」
소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런 건, 이미 안 들어도 알고 있다.
「——자아, 그 그림자를 받아들이도록 해라. 너를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아인츠베른의 딸을 빼앗아, 성배를 손에 넣어라. 이미, 너에게 그 이외의 살 길은 없다」
「——네. 분부를 받들겠어요, 할아버님」
조용히 끄덕인다.
그것이 재미있을 것 같아서 끄덕였는지,
그렇지 않으면 그저 도망치고 싶었을 뿐인지.
소녀는, 이미 자신의 마음도 알 수 없다.
그저, 받아들인 그 순간, 그 정도로 괴로웠던 몸이 거짓말처럼 편해졌다.
……기어올라온다.
몸 깊은 곳에서, 검은 진흙이 살갗을 뒤발라 간다.
그것은 저주처럼.
소녀의 흰 살갗을, 다른 것으로 바꿔간다.
「——그래, 이거라면」
틀림없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이제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다.
단언할 수 있다. 이 싸움에서, 가장 강한 건 자신이라고.
그 절대성은 광적인 고양에 가까웠다.
소녀는 자신을 계속 위협해온 것들을 상상 속에서 쓰러뜨려 간다.
도망치려고 허둥대는 발을 꿰뚫고, 저항하는 팔을 으직으직 잡아 찢고, 살려달라고 청하는 입을 꿰매고,
아프다고 눈물 흘리는 눈알을 씹어 으깨고, 마지막으로, 웃으면서 심장을 도려내는 것이다.
「응——」
부르르, 몸이 떨린다.
그 이미지, 상상 속의 행위만으로 당장에라도 절정에 달할 것 같다.
……그 속에서.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나타난 것은, 토오사카 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가 가장 경애하는 육친이었다.
「신지」
침대에는 신지의 시체가 있다.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여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런 거, 알아차릴 수 있을 리도 없는데,
「——사쿠라」
신지를 죽인 것이, 그녀라고 알고 말았다.
「……………………」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신지의 시체.
사쿠라의 행방.
어젯밤부터. 사쿠라를 껴안았던 밤으로부터 한나절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렇, 게.
『아니. 누군가 했더니 에미야 애송인가.
잘 왔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조금쯤 늦은 것 같구먼』
「——!」
갑작스런 목소리에 돌아본다.
「윽……!」
등뒤에는 아무도 없다.
이 저택에 사람이 없는 건 알고 있다.
지금 울린 것은,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 있는 조켄의 목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조켄……! 너, 사쿠라한테 무슨 짓을 했나……!」
『아무 짓도 하지 않았네. 보는 대로, 불초한 손자가 동생에게 손을 대고, 도리어 당했을 뿐이지.
별반 소동을 피울 만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음, 불초한 손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게 끝이로군.
쓸모 없는 남자이긴 했지만, 마지막엔 확실하게 역할을 다해줬지』
껄껄 웃는다.
노마술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그 얼굴이 추악하게 일그러져 있는 것만은 명백하다.
「신지의 역할, 이라고……?」
『그렇지. 나는 사쿠라가 저렇게 마음 먹게 할 수는 없다. 나는 조금, 저 애에게 너무 미움을 받아버려서 말이지.
너나 신지, 둘 중 하나가 그것을 부숴주지 않으면 안 됐다.
사쿠라가 자신의 그림자를 받아들이려면, 이 세상에 절망해주지 않으면 안 됐으니까 말이지』
「——뭐」
『거참, 이건 내 잘못이지. 저 애의 정신력을 얕보고 있었다.
간단히 부서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저 애는 결코 자기 쪽에서 부서지지는 않지.
오래 고통을 주는 것도 깊이 생각해 볼 일이구먼. 저 애가 저렇게까지 참을성이 많게 자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
「————, 너」
신경이 응축된다.
나는——이 녀석이 한 헛소리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 빨리, 세게 오른쪽 주먹을 쥐고, 순식간에 마술회로를 열어,
『아니, 욕심을 부리자면 네 손으로 사쿠라를 배신해 줬으면 했다고?
그랬다면 저렇게 어중간한 각성에 그치지 않고, 심신 전부 그림자 자체로 변모했을 것을!
하지만 뭐어, 그것도 시간 문제지.
신지의 죽음으로, 저 애는 드디어 자신의 입장을 받아들였다.
이제는 보고 있기만 해도 되지. 저 애는 본능이 향하는 대로 사람을 먹고, 그 폭식 때문에 자멸할 거다.
내 일은 그 뒤라는 거——』
때렸다.
목소리가 나오는 어둠, 그저 벽에 지나지 않는 것을, 온 힘을 다해 후려갈겼다.
무의식적이면서도, 있는 모든 마력을 담은 일격은 벽에 마력을 지나게 해, 방에 배어든 어둠을 깨끗이 없앤다.
『오오, 이거 무섭군. 감시로 남긴 벌레들이 모두 부서졌구먼. 하하, 이래서야 금방 목소리조차 닿지 않게 되겠는데』
「——시끄러, 나와라, 조켄……! 여기서 갈기갈기 찢어 주겠어……!」
『아니아니, 유감이지만 그럴 수도 없지. 마키리 500년의 숙원에, 드디어 손이 닿은 거다.
여기서 네게 죽임을 당할 수도 없고, 네 숨통을 끊을 정도로 배은망덕하지도 않아서 말이지』
「배은망덕하다고……? 웃기지 마, 누가 너한테 꼬리를 쳤냐……!」
『쳤고 말고. 너는 저렇게까지 사쿠라를 길러줬지 않나.
어떤 것이든 견디기만 하던 저 애에게, 타인을 원한다는 욕망을 가르친 건 너다.
그래, 나는 감사하고 있다, 에미야 시로. 이번 의식은 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성공이었지.
따라서 죽이지는 않겠다. 너는, 훌륭하게 성장한 저 애의 모습을 봐 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말이지……!』
「윽——조, 켄」
『커커, 이제 와선 누구도 막을 수 없지. 오빠를 죽인 그 애는 이미 절대 막을 수 없다.
아인츠베른의 성배. 그 계집애가 수중에 넣은 아쳐의 혼을 손에 넣고, 문에 이르는 열쇠를 빼앗지.
그렇게 하면 체크다. 우리 마키리의 비원, 제3법의 재현이 드디어, 드디어 달성될 뿐이지……!』
귀에 거슬리는 홍소가 울린다.
「————」
잠깐.
아인츠베른의 성배를, 뺏는다고……?
「—— ! 」
달리기 시작한다.
방에 울려 퍼지는 조켄의 웃음 따위 상관할 바 아니다.
어차피 이 자리에는 없고, 안전한 장소에서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녀석이다.
지금은 그런, 웃기지도 않는 노인네의 헛소리보다——
『그래, 서두르도록 해라, 에미야 시로!
이미 사쿠라는 흑화되어 있다, 이리야스필을 잡으면 용서 없이 삼킬 거라고……!』
「윽——!」
다리야 찢어져라, 라는 듯 지면을 찬다.
「이리야, 무사해라——!」
저택까지 온 힘을 다해 달려서 20분.
회색 하늘을 노려보면서, 이리야에게로 달려가는 것에만 전념했다.
소녀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회색 햇살은 소녀의 은발을 흐리게 해, 붉은 눈동자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래. 시로가 돌아오면, 말해야지」
누구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면서, 은발 소녀는 독백한다.
에미야 저택은 조용했다.
시로도 린도 사쿠라를 찾으러 갔다.
라이더는 당연한 듯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저택에는 이리야밖에 없다.
「——대공동. 이백 년 전에 만들어진, 첫 약속의 땅. 이 느낌으로 봐선, 이미 기동이 시작됐어」
후유키 시에서 행해지는 성배전쟁은 이걸로 다섯 번째.
성배를 강령하는 장소는 매번 달랐지만, 이번은 시작한 장소로 돌아왔다.
그것도 당연하다.
이 땅에 있는 사방의 문을 이용하고, 실패할 때마다 다음 문을 이용해 간다.
첫 번째는 류도사.
두 번째는 토오사카 저택.
세 번째는 언덕 위의 교회.
네 번째는 그 불탄 들.
그렇다고 하면, 이번 강령은 첫 번째 땅으로 돌아간다.
시작의 땅.
성배전쟁이라고 하는 의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그 거짓 이상향에.
「——영령의 혼으로 가득 찬 성배.
그것을 써서 문을 여는 것이 그들이 목표한 기적이지만……설마, 열리지도 않았는데 안에 둥지 틀어버린 것이 나오다니」
우스꽝스럽네, 라고 이리야는 중얼거린다.
이렇게 되어서야 아인츠베른의 비원이고 자시고 할 게 없다.
그들은 실패했다.
이제부터 일어날 일, 이제부터 태어날 것은 그들이 바란 것과는 동떨어진 “재액”이다.
「……내버려두면 돼. 내 역할은 여는 것인걸. 닫으라는 소리, 누구도 나한테 하지 않았어」
거기다, 지금부터 조정하러 가 봐야 닫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성배로서의 능력은, 이제는 마토 사쿠라가 위다.
마키리의 성배가 연 문은, 아인츠베른의 성배로는 손을 댈 수 없다.
마토 조켄은 같은 것을 열려고 했으면서 다른 것을 연 것이다.
그걸 이해하고 있는 건 성배인 소녀와, 마찬가지로 성배로 바뀐 마토 사쿠라뿐.
「——제 때 도착할 수 있을까, 시로. 시로가 늦지 않는다면, 함께, 어딘가 먼 곳으로 도망쳐도 상관없는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소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자신에게 부과된 책무와, 자신에게 생겨난 욕구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하는가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말야, 시로. 어느 쪽을 택하든, 죽어버리는 건 변함없어」
결과는 마찬가지.
성배로서 문으로 향해도, 이대로 도망쳐도 죽을 뿐이다.
그렇다면——진짜 자신은 어느 쪽인 걸까, 라고 소녀는 회색 하늘에 계속해서 묻는다.
“————“
그래서 깨닫지 못한다.
현관을 지나, 「다녀왔습니다」라고 말을 하며 돌아온 사람의 모습에.
에미야 저택에 쳐진 결계를 빠져 나온 건지, 그렇지 않으면 결계는 그녀를 “침입자”로 간주하지 않았는지.
“————“
천천히.
발소리도 내지 않고, 거실에서 안뜰로 이동한 그녀는, 안뜰에 서 있는 소녀의 어깨에, 천천히 손을,
「——꽤 늦게 돌아왔네, 사쿠라. 지금까지 어디에 가 있었어」
「——언, 니」
침입자——마토 사쿠라의 팔이 멎는다.
그녀는 눈앞의 이리야에게서 시선을 떼고, 안뜰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토오사카 린만을 봤다.
「이리야에게서 떨어져. 그 이상 다가가면 용서 없이 쏠 거야」
그게 협박이 아니라는 건, 이 자리에 있는 전원이 알고 있다.
「——헛수곤데. 뭐어, 그걸로 린의 기분이 풀린다면 됐지만」
놀란 기색도 없이 이리야스필은 걷기 시작한다.
소녀는 마토 사쿠라와 토오사카 린——둘의 대치를 방관하는 듯이, 안뜰 가장자리까지 걸어갔다.
「……그래. 처음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군요, 언니. 제가 이리야쨩을 부르러 올 거라고 간파하고 있었던 거네요」
「뭐 그렇지. 나에겐 시로랑 다르게, 너를 구할 이유가 없는걸. 때가 오면 이리야를 납치하러 오는 건 명백하잖아.
그렇지 않아도 한 번 전과가 있으니까, 이리야를 지키는 건 당연하지」
시로, 라는 소리에 사쿠라의 눈썹이 흔들린다.
불쾌하다, 라는.
이전의 그녀를 아는 자라면 눈을 의심할 정도로, 그건 노골적인 혐오였다.
「……너무해. 언니는 항상 그래요. 그렇게 단정하고, 절 깔보죠. 자기는 깨끗하다고, 더럽혀진 저를 내려다보고 있어요.
……정말 싫은 성격이에요. 있잖아요, 언니. 저, 그렇게 나쁜 앤가요?」
감정 없는 목소리.
그렇기에 한기가 이는 질문에,
「당연하지. 이 집을 나간 시점에서 구제불능인 엄청난 바보야.
너는 마토 사쿠라를 지키고 싶어하고 있었던 녀석을, 마지막까지 믿어주지 못했으니까」
딱 잘라서, 토오사카 린은 단언한다.
「아————」
마토 사쿠라의 시선이 내려간다.
그 사실만은, 정말로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듯이.
「하지만, 저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생각했다, 라고 하지 마. 우리들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어.
거기에 이의가 있으면 우선 말을 하란 말이야.
그런데도 너는 아무 말 없이 나갔어. 혼자서, 지금까지와 완전히 같은 실수를 되풀이했어.
정말 어이 없어. 그런 것도 지키지 못하니까, 다른 사람들 마음대로 이용당하는 거야, 너는」
「……그러네요. 확실히, 지금까지는 그랬어요.
하지만 언니. 저, 이제 절대 약하지 않아요. 이제부터는, 언니가 집에 틀어박혀 있어요. 선배는, 제가 지킬 테니까」
매우 차가운 시선과, 넘쳐흐르는 불길한 그림자.
「————윽」
그것이 예상한 바로 그것이라고 간파하고, 토오사카 린은 약간 후퇴하고 말았다.
——그 초조가.
마토 사쿠라를 부추기는, 마지막 한 수였다고 깨닫지 못하고.
「……왜 그러나요, 언니. 그렇게 등을 구부리고 있으니, 꼭, 저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
이런, 하며 혀를 찼을 때에는 늦었다.
……아니.
늦고 자시고 의미가 없다.
애초에 마토 사쿠라가 이리야스필에게 손을 뻗은 시점에서, 이미, 전부 때늦었다.
「……그래. 이제 방에서 얌전히 있을 생각은 없다는 거야?」
「네. 언니가 하는 말 따위, 이제 전혀 들을 필요 없어요」
「——그것도 당연한 것이. 제 쪽이 강한걸요」
그림자가 흔들린다.
마토 사쿠라의 발치에서, 엄청나기까지 한 흑색이 안뜰을 유린해 간다.
그, 중유 같은 그림자 속에서
「——사쿠라, 너」
검게 오염된 검의 기사가 기어올라온다.
「세이버, 성배를 잡아. 저항할 것 같으면 다소 난폭하게 해도 상관없어」
「————」
검은 세이버는 아무 말 없이 따른다.
……이미 의심할 여지는 없다.
저 그림자가 무엇인가.
저 그림자에 삼켜진 서번트가 어떠한 말로를 걷는가를 눈앞에서 보고, 토오사카 린은 입술을 깨문다.
그, 순간.
「!」
「윽, 하——!」
한 조각 용서도 없는 일격,
토오사카 린의 마력을 아득히 능가하는 그림자가 쏘아졌다……!
「윽………!」
구르듯이 착지한다.
쏘아진 그림자는, 저 “검은 그림자”와 동위의 것이다.
닿으면 그걸로 끝난다.
한 번이라도 스치면 살갗에 달라붙어, 눈깜짝할 사이에 토오사카 린을 뒤덮는다.
——그 끝에.
서번트마저 탈출할 수 없는 그림자에 삼켜지면, 토오사카 린이라는 마술회로는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흡수된다.
「크, 이……!」
연달아 내질러지는 그림자 촉수.
그것이 “검은 그림자”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토 사쿠라가 보유한 “마술”이라고 린은 깨닫는다.
마토의 마술은 타인을 규제하는 속박이다.
하지만, 본래 사쿠라는 토오사카의 인간——가공원소, 허수를 기원으로 삼는 그림자술사.
그 두 속성을 가진 마토 사쿠라이기에, 그 “검은 그림자”를 저 정도까지 구현화시킬 수 있다——!
「윽…… ! ! ! !」
손쉽게 궁지에 몰린다.
애초에 마력의 절대량이 너무 다르다.
지금 사쿠라의 마력은 무진장이다.
그 저장량은 억에 달한다.
저장량이 300정도인 린이 보기에, 지금 저 사쿠라는 끝이 없는 “괴물”이었다.
서번트 중 최대의 마력량을 자랑하는 세이버를 조종하고, “검은 그림자”를 자재로 다룬다.
……그런 규격에서 벗어난 마술사, 서번트를 가지고도 타도할 수 있을지 어떨지.
「…………안 좋아. 마술 자체는 단순하지만, 어쨌든 양이 너무 달라——」
어깨를 들썩이며 변모한 사쿠라를 응시한다.
……승산 따위 없고, 도망칠 길조차 없다.
만약, 지금 눈앞에 있는 사쿠라——즉 성배와 동위의 마력 공급원이 있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런 것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마력의 공급원으로서는, 이 세계에서 성배랑 같은 레벨인 것 따위 없지만」
후우, 하며 초조를 불평으로 억누른다.
「아, 안 돼요, 언니. 그런 데서 멈춰서면, 위험하잖아요」
주저도 없이, 사쿠라는 그 손바닥을 린에게 돌린다.
거기에 용서는 없다.
마토 사쿠라는 절대적인 우세에 입술을 비틀며,
「자아——더 놀아요, 언니.
마지막에는 잡히고 말겠지만, 그 때까지는 귀엽게 도망쳐 주세요?」
그렇게, 가장 사랑하는 언니에게 미소 지었다.
마토 사쿠라의 말대로, 결과는 뻔했다.
그녀의 “그림자”로부터는 도망칠 수 없다.
그럴 마음만 먹으면 한 호흡 안에 안뜰은커녕 저택 전체를 뒤덮을 수 있는 거다.
조금씩 “그림자”의 범위를 넓혀 가는 사쿠라에게, 린은 손쓸 방법도 없이 패배했다.
「윽——아, 아——………………」
검은 그림자가 토오사카 린을 감싼다.
겔 상태인 진흙은 린의 몸을 속박하고, 압박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수많은 혀가 되어 몸 안의 마술회로에 침입한다.
「뭐어야, 그게 끝인가요? 생각하고 있던 정도로 강하지 않군요, 언니는」
즐겁게 붙잡힌 언니를 내려다본다.
——거친 호흡과 상기된 얼굴.
중유가 뒤발라진 언니의 모습은, 같은 여성인 사쿠라가 봐도 흥분되는 감이 있다.
「윽——사쿠, 라——」
그 괴로움을 즐기기 위해서인지, 얼굴은 검은 진흙에 덮여있지는 않았다.
「윽——이———………………………」
모욕을 억누르며, 린은 사쿠라를 맞받아 노려본다.
하지만 그것도 몇 초.
온몸을 휘젓는 진흙은, 린의 내장을 질척질척 범해 간다.
「큭……! 윽, 아, 하——, ………」
「후후. 그럼 잘 먹을게요. 이거, 기대하고 있었어요. 마술사에게서 마력을 먹는 건 처음이니까」
겔 상태의 그림자가 토오사카 린을 조인다.
『식사』는, 정말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아………, 윽, 응———」
「……맛있어……배가 부르려면 멀었지만, 조금은 요기가 됐어요, 언니」
토오사카 린에게 남아 있었던 마력이 사라진다.
그걸로 상황종료다.
푹 머리를 숙이고, 답답하게 숨이 흘러나오는 린에게 저항할 힘은 없다.
저항할 방법은 없는데——
「——그것만 가지곤 안 돼. 여기서 죽여두지 않으면, 다음엔, 내가」
언니한테 지고 만다.
……근거는 없다.
이 실력차는 무슨 일이 있어도 뒤집히지 않는다.
그래도——다음에 싸우면, 틀림없이 자신이 죽는다고 사쿠라는 확신한다.
그러니 여기서 죽여둬야 한다.
마력을 빼앗아 무력화한 정도로는 무르다.
토오사카 린이 그렇게 하듯이, 자신도, 여기서 직접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떠는 자신을 타이르고, 손바닥을 펼친다.
「윽——언니, 여기서」
그림자는 뻗지 않는다.
그녀는 몹시 어깨를 흔들며, 완전히 쇠약해진 언니를 바라보고,
「사쿠라—— ! ! ! ! ! !」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에게 따라 잡혔다.
「——제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뜰에서 무슨 일인가 벌어지고 있는 건 명백했다.
구역질이 나는 음습한 마력이,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소용돌이를 그리며 밖으로 넘쳐 나오고 있는 거다.
그런 건, 마술사가 아니라도 이상을 감지할 수 있다.
「아——」
각오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한 순간, 그 광경에 현기증이 났다.
콜타르 같은 그림자에 덮인 토오사카.
뜰 가장자리에 서 있는 이리야와, 이리야 앞에 선 검은 세이버.
그리고, 안뜰 한가운데에서, 토오사카에게 손바닥을 내밀고 있는 사쿠라의 모습——
「사쿠라—— ! ! ! !」
안뜰에 뛰어든다.
——어느 쪽이든 내버려둘 수 없지만, 지금은 토오사카가 가장 위험하다.
콜타르에 싸인 토오사카는 얼굴이 창백해서, 1초라도 빨리 치료를 하지 않으면 위태롭게 보였다.
「토오사카……! 어이, 정신차려, 바보……!」
「————」
안아 들어도 대답은 없다.
「크, 기다리고 있어, 당장 벗겨줄게, 이런 거……!」
토오사카를 뒤덮은 진흙을 벗겨낸다.
하지만, 진흙은 액체면서, 바로 탄력 있는 고무이기도 했다.
잡아도 잡히지 않고, 벗겨도 금방 본래대로 돌아가버린다……!
「윽……! 뭐야 이거, 토오사카는 만질 수 있는데, 어째서……!」
무슨 짓을 해도 진흙은 벗겨지지 않는다.
혼란돼서, 착란상태에 들어갈 것 같은 머리로 토오사카에게서 진흙을 잡아 뗀다.
그런 나에게,
「——헛수고예요, 선배. 제 그림자는 저밖에 해주할 수 없어요. 선배 정도 기량으론 거꾸로 집어 먹혀 버릴 거예요」
「——사쿠라?」
내가 모르는, 완전히 식은 목소리로 사쿠라는 말했다.
「사쿠라——그, 얼굴」
갖가지 생각으로 흐트러져 있던 사고가 멎는다.
……사쿠라의 목줄기.
거기에서 무언가, 문신 같은 것이 침식하고 있다.
저건——도저히 그렇게는 보이지 않지만, 령주다.
사쿠라의 몸에, 정체 모를 령주가 꿈틀거리고 있다——
「……놀랐는데요. 어지간히 서둘러 왔군요, 선배.
하지만, 역시 당황하고 있네요. 오라버니가 어떻게 됐는지 보고 왔는데도, 저를 야단치지 않는걸요」
「윽——그건, 됐어. 신지에 대한 건, 지금은 얘기하지 않아도 돼. 사쿠라가 진정되면, 제대로 이야기를 듣겠어」
……그렇다.
지금은 사쿠라와 이야기를 해야지.
조켄은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였지만, 그런 건 거짓말이다.
사쿠라는 여전히 사쿠라 그대로다.
이렇게, 나와 똑바로 이야기를 하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뇨. 저는 그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선배와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 말하는 건 저 혼자면 돼요.
선배도 언니도, 오라버니도 도시 사람들도, 이제, 절대 저를 야단칠 수 없으니까」
「윽——」
오싹, 등에 소름이 돋았다.
아니, 지금 그건 한기 같은 게 아니다.
연수에서 엉치뼈까지, 푹, 나이프로 갈린 듯한 극한(極寒)의 가시——
「그것보다 선배. 어째서, 언니를 감싸는 건가요」
「————」
한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됐다.
사쿠라의 등뒤에 일어서는 그림자.
「아——」
오한은 등뿐만이 아니라, 온몸을 공포로 얼려 간다.
저것은, 사쿠라다.
그 “검은 그림자”는 사쿠라라고 들어도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보고, 알고 말았다.
……손쓸 방법도 없이, 닿기만 했는데 녹아간 왼팔.
감정 따위 없이, 기계가 행하는 작업처럼 거리의 인간을 죽이고 돌아다녔던 것이——사쿠라, 였다.
「사쿠, 라」
목이 바짝 마른다.
안구는 경련하고,
공간이 뒤틀린 것처럼 시야가 일그러진다.
온몸의 세포가 경고를 내며, 필사적으로, 두려움으로 얼어붙은 몸을 해동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녹지 않는다.
사쿠라의 분위기. 이미 인간이 아닌 것, 사쿠라가 아닌 무언가 다른 것.
그 너무나도 방대한 마력에 삼켜진 것이 아니다.
몸을 얼리는 것은 단 하나.
사쿠라는 진심으로——나에게, 살의를 보내고 있었다.
「그래요, 항상 그랬어요. 저를 지켜준다고 했는데. 선배는, 저만을 봐 주지 않았죠.
——하지만 괜찮아요. 그런 사람이니까, 저, 선배를 원했어요」
——시야가 일그러진다.
내가 모르는 사쿠라의 말에, 사고가 여기저기 무너져간다.
아냐, 라고.
——저것은 사쿠라가 아니라고.
해서는 안 되는 생각이, 뇌리를 가득 메웠다.
「선배, 저랑 있으면 괴롭죠?
선배에게, 제가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 잘 알고 있어요. 선배는 저와 있는 한, 계속해서 괴로워하고 말아요.
그래서 저, 선배 앞에서 사라지지 않으면 안 됐어요」
그림자가 흔들린다.
안뜰의 지면은, 그야말로 그림자극 무대 같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요. 저에게, 기쁜 건, 선배뿐이니까.
거기다 선배도, 저한테서는 떨어질 수 없죠. 선배는 이 이상, 자신을 배신할 수가 없으니까」
「……네. 그러니까, 죽여드릴게요. 그렇게 하면 주욱 옆에 있어줄 테고, 무엇보다——
선배는, 이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림자가 뻗는다.
토오사카와 함께, 나를 삼키려고 파도로 화해 이쪽으로 쏟아져 내린다.
너덜너덜한 사고를 움직여, 토오사카를 밀어냈다.
머리 위에서 검은 파도가 쏟아진다.
자신이 피하는 건 생각이 닿지 않았다.
「————」
나는 두려워했다.
한 순간이라도, 사쿠라를 사쿠라가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 사실이, 몸에 피하도록 명하지 않았다.
——알고 있다.
이건 이전에 뒤집어썼던 어둠이다.
틀림없이 발광한다. 그 때는 1초도 버티지 못했다.
그런 그걸 이런, 새하얀 상태로 뒤집어 썼다면 몸보다 먼저 마음이 사라진다.
「커——아」
몸이 오므라든다.
체온이 눈깜짝할 새에 제로가 되어 간다.
그게 생각 외로 괴롭고, 무서웠기에,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몸이 움직였다.
하지만 뛸 수 없다.
애초에 찰 지면이 없다.
나는, 이대로
「아——에?」
정신이 드니 안뜰에 있었다.
내 앞에는, 시야를 덮을 정도의 보라색 머리카락이 있다.
「……라이더, 너」
「이건 당신의 명령이에요, 사쿠라. 무슨 일이 있어도, 에미야 시로를 지키라는」
「——라이, 더」
검은 파도에서 나를 구해낸 건 라이더였다.
「움직이지 마세요. 그 몸으로 일어서면 의식이 끊깁니다」
「——」
……아니, 일어서고 자시고.
이렇게 무릎을 꿇고 있어도, 숨을 쉴 때마다 의식이 꺼지려 한다.
「………그래. 나에게 거역하는 거구나, 라이더.
그럼, 당신도 집어넣겠어. 예정에 없었던 걸 먹어서, 이 이상 서번트는 필요 없지만——
당신은, 특별히 세이버와 똑같은 걸로 만들어 주겠어」
……그림자가 일어선다.
……라이더의 배신으로 본격적으로 힘을 쓰는 건지, 사쿠라로부터 펼쳐진 그림자는 안뜰을 가득히 덮는다.
……주위는 이미 검게 물들어 있었다.
라이더는 도망칠 기색도 보이지 않고, 처형을 기다리는 죄인처럼, 기어오는 그림자를 똑바로 바라본다.
「거기까지 해. 쓸데없는 짓은 안 하는 편이 나아, 사쿠라.
——너, 이 이상 거둬들이면 돌아올 수 없게 되니까」
「——이리야」
그림자의 침식이 정지된다.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이리야스필」
「말 그대로야. 라이더를 거둬들여도 시로를 죽여도 린을 재기불능으로 만들어도,
지금 그 상태인 사쿠라에겐 의미가 없다는 거지. 시간 낭비니, 화풀이는 그 정도로 해 두는 게 어때?」
……무슨 생각인지.
이리야는 스스로 사쿠라에게로 걸어간다.
「————」
「사쿠라는 내가 목적이잖아. 그럼 빨리 끝내자. 얌전히 같이 가 줄 테니까, 저런 거 내버려둬」
「제정신인가요? 제가 원하는 건 당신의 심장뿐. 저와 함께 온다, 라는 건 죽어도 상관없다, 라는 거예요」
「그런 거 알아. 하지만 어느 쪽이든 죽을 테고, 저항해도 헛수고잖아. 일단, 지금은 사쿠라가 제일 강하고」
담담하게 이리야는 말한다.
「————」
……머리가 띵해진다.
이런 몸으론, 의식을 총동원해도, 이리야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알아차릴 수 없다.
「그럼, 자진해서 제물이 되겠다는 건가요, 이리야스필?」
「그래. 그게 내 역할인걸.
하지만 정장은 여기엔 없어. 사쿠라가 후계자로서 문을 열고 싶다면, 내 성까지 가지러 가야 해」
「————」
「거기다, 사쿠라는 결판을 내기로 했잖아?
그럼 시로를 죽일 필요는 없잖아.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으니까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이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싶어서 견딜 수 없다니, 모순돼, 사쿠라」
「————윽」
……그림자가 물러나 간다.
안뜰에 가득 찬 그림자뿐 아니라, 토오사카를 덮고 있었던 진흙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엷어져 간다.
「……좋아요. 제가 찾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말에 넘어가 주죠」
긴 머리가 흔들린다.
사쿠라는 나와 라이더에게서 흥미를 잃은 듯이, 무방비한 등을 보이며 떠나간다.
「——사쿠라…………!」
무릎을 꿇은 채, 멀어져 가는 사쿠라를 불러 세운다.
「……………………」
「……이제, 제 앞에 나오지 마세요.
선배가 앞에 있으면, 저——선배를, 죽일 수 밖에 없어요」
사쿠라가 멀어져 간다.
나는 뒤쫓지도, 불러 세우지도 못하고.
「사쿠라 말이 맞아. 시로의 출연은 이걸로 끝. 뒤처리는 내 역할인걸.
사쿠라는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시로는 이제 쉬어도 돼」
이리야마저, 구하지 못한 채,
「——안녕. 지금까지 즐거웠어, 오빠」
그런, 슬픈 이별을 들었다.
「————」
그걸 듣고 모든 것이 해동됐다.
“검은 그림자”를 앞에 두고 떨고 있었던 몸도,
사쿠라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렸던 죄책감도 사라졌다.
속이 울컥 치민다.
한심하게 쫄아서, 사쿠라의 손도 잡아당기지 못했다.
그것만이 아니다.
그 끝에——오빠라고 불러준 이리야를, 나는 그런 표정을 짓게 했다——!
「바아보자식——!」
달린다.
온몸이 납이고, 구역질과 오한으로 뇌가 빙글빙글 도는 상태로, 멀어져 가는 두 사람을 쫓는다.
「——쫓지 마라. 그 이상 전진하면 죽이겠다」
「윽……… ! ! ! !」
막아서는 검은 서번트.
시종 아무 말 없었던 그녀는 검을 들이대고, 조용히 우리들을 압도한다.
「……물러나줘, 세이버. 이대로 둘을 보낼 수는 없어」
「그건 이쪽이 할 말이다. 이대로 네가 쫓게 할 수는 없다.
……거기다. 만약 내가 물러났다 해도, 지금 그 꼴인 네가 뭘 할 수 있나」
「————」
「……이건 마지막 충고다. 어떠한 형태든지, 사쿠라는 성배를 손에 넣을 거다. 그것만이 사쿠라를 해방하는 수단이지.
그 결과가 그녀의 죽음이라고 해도, 그걸 통해 마토 사쿠라는 구제된다」
「사쿠라를 구하고 싶다면 손을 떼라.
하지만, 그래도 쫓아온다면——그 때야말로, 그 목을 베어 떨구겠다」
……검은 세이버의 모습이 사라진다.
사쿠라와 이리야의 모습도 없다.
둘은 사쿠라의 그림자에 가라앉듯이, 내 시야에서 사라져 있었다.
「————제」
몸을 움직이고 있었던 기력이 끊어진다.
손발은,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지면에 떨어진다.
「————길」
……의식이 이어지지 않는다.
어두워져 가는 시야 속.
그림자에 삼켜져 가는 사쿠라의 모습이, 나를 탄핵하는 것처럼, 눈꺼풀에 눌어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첫댓글 드디어 흑화사쿠라 나오셧네 ㅋㅋ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