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는 이야기!
지칠 줄 모르는 농담!
그리고 끝내 자리하는 묵직함!
한국 문학에 활력을 불어넣는 “파동 에너지”의 탄생
삶의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서려는 열정, 그리고 진정성과 패기
웃음과 눈물이 어우러진 유머니즘(humornism)으로
당신의 웃음보에 어퍼컷을 날리다!
한국 문학계에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놀라운 이야기꾼이 탄생했다. 2012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최민석 작가의 장편소설 『능력자』는 신선함, 새로움, 독창성과 매력으로 무장한 채 끊임없이 웃음 폭탄을 터트린다. 『능력자』는 한때는 세계 챔피언이었으나 지금은 정체불명의 스티커를 파는 전직 복서와, 전통과 권위 있는 문예지로 데뷔했으나 지금은 야설을 쓰며 연명하는 삼류 작가, 이 몰락한 두 인생이 빚어내는 추락과 회복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한 다큐멘터리 화면처럼 흔들거리고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에피소드들이 때로는 거친 원석 같은 매력을 발산하며 아주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매우 시적으로 형상화된다. 또한 삶에 대한 치열한 천착은 고통과 정면 대결하겠다는 작가의 땀과 굳은 결기를 느끼게 하며, 단숨에 읽히는 필력과 장편 서사에 대한 집중력이 돋보인다.
살냄새와 땀냄새가 진동하는 생생한 캐릭터들과 감칠맛 나는 에피소드를 통해 이야기를 능숙하게 이끌어 나가는 이 작품은 웃음과 감동을 넘나들며, 독자들로 하여금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최민석의 소설은 울다가 웃게 만드는 ‘항문발모형 문학’에서 한층 더 깊고 따스한 휴머니즘이 넘치는 ‘유머니즘(humornism) 문학’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그는 한껏 긴장된 삶의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유머의 힘, 새로운 웃음의 미학으로 우리를 사로잡는다. 당신은 오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그의 웃음 펀치에 KO 될 것이다.
능력 권하는 사회의 무능력자들을 위한 엘레지
“내가 지향하는 문학은 바로 ‘항문발모형(肛門發毛形, 울다가 웃다가 ***에 털이 나는)’ 문학이다.” 2010년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은 최민석은 이렇게 선언하며 문단에 혜성처럼 나타났다. 그는 등단작 「시티투어버스를 탈취하라」를 통해 “능청스럽고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끝까지 읽게 만드는 필력이 예사롭지 않”으며, “화자의 시선이나 화법 등에서 이미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부산말로는 할 수 없었던 이방인 부르스의 말로」, 「쿨한 여자」, 「누구신지……」 등의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평단과 독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아 온 그는 마침내, 2012년 제36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자로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는 데 성공했다.
『능력자』는 작가로서의 자의식이 없던 신인 무명작가 ‘남루한’이 전직 세계 챔피언 ‘공평수’의 자서전을 대필해 주면서 진정한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출판사”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한 작가 남루한은 ‘순수문학’을 넘어 ‘청순문학’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만큼 청순한 작품을 써 왔으나, “청순하게 살아서는 입에 풀칠도 못한다는 거대한 문학 세계의 현실적 장벽”에 부딪혀 야설 작가로 전락하고 만다. ‘한때는 온 땅을 뒤흔들었으나 지금은 멸종해 버린 티라노사우루스’처럼 이제는 누구 하나 관심 갖지 않는 권투를 소재로 삼은 이 소설에서 전직 권투 선수 공평수의 삶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소설은 공평수의 삶을 마냥 우울하게만 그리지 않으며, 그에게 남아 있는 진정성을 감동적으로 그려 낸다. 공평수는 말한다. “비운의 선수, 게으른 천재, 시대가 몰라본 선수. 이런 말 들으면서 자위할지도 모르지. 그건 정말 허망한 자위일 뿐이야. 평생 그렇게 변명할 텐가. 나는 지금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스스로 “너절한 자아”라 할 만큼 추락해 있는 남루한은, 공평수가 복귀전을 치르면서 보여 주는 진정성으로 인해 “너절해져도 찢어지진 않는” 삶의 경지를 깨달으며 자신의 삶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능력자』는 초능력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대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사회는 결과 위주, 성과 위주, 경력 위주의 가치관을 갖고 오로지 승부에만 집착하며 결과만 기억한다. 땀 흘리는 과정 따윈 어느 누구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평범한 능력으론 살아남지 못한다. 사회는 능력자를 넘어선 ‘초능력자’를 원한다. “학생들은 더 나은 대학을 위해, 청년들은 더 나은 직장을 위해, 직장인은 더 높은 자리를 위해, 주부들은 더 넓은 집을 위해, 청춘들은 더 나은 배우자를 위해, 더욱 혹사하라고, 더욱 희생하라고” 몰아친다. 이렇게 끊임없이 경쟁하는 사이,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 우리의 진정한 삶을 잃고, 그저 사회라는 거대한 기계를 구성하는 볼트와 너트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저의 오늘은 모두 어제의 희생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저는 멈추지 않을 겁니다.”라고 자기최면을 걸며 더더욱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한다.
그러나 공평수는 “평범함 능력만으로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고, 보잘것없는 시간들이 값지다는 것”을 보여 준다. “난 끝까지 버텼어. 난 포기하지 않았어. 알지? 꼭 그렇게 써야 해.” 공평수가 남기는 마지막 말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승리임을, 승부를 떠나, 달리고, 땀이 나고, 눈물이 나는 그 과정, 비록 비루하고 보잘것없는 삶이라도, 살아 있음 그 자체를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승리라는 진리를 가슴 깊이 전해 준다.
삶의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유머의 힘, 새로운 웃음의 미학으로 우리를 사로잡다
최민석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리듬’이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이렇게 평했다. “간혹 어떤 소설을 읽다 보면 무릎을 탁 치곤, 바로 이거야! 유후! 소리를 지를 때가 있다. 최민석의 소설이 그렇다. 그는 사고를 단순화하고 리드미컬하게 문장화하는 나름의 방식을 터득한 듯 보인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대화가 리드미컬해질 때 아름다움이 느껴지듯이 최민석은 문장의 강약을 유연하게 조절한다. 말하자면, 읽는 맛이 있다.” 최민석의 소설은 웃기다. 그리고 진지하다. 얼핏 병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 두 가지가 한 작품 안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다시 한번 강유정의 말을 빌리자면, “B급 정서로 무장한 최민석의 문체는 이종 결합성 이상의 혼종성과 파괴력을 보여 준다. 물론 이렇게 보고, 판단하고, 써 온 작가는 비단 최민석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문제를 이처럼 사소하게 다루면서도 진지하게 조형해 낸 작가는 처음이다.” 이처럼 그는 첨예한 사회 문제를, 지나친 엄숙주의에서 벗어나 유머를 곁들어 흥미롭게 다룬다. 그래서 웃기지만, 진지하다.
최민석의 유머는 용감하다. 그에게서 작가로서의 권위 의식이나 허세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가 스스로 ‘B급 소설’, ‘막장 소설’이라 일컫는 그의 작품들은,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간다.’ 흡사 풍차를 향해 달려드는 돈키호테와 같다. 유치하다고 조롱당할까 두려워 우리가 한번쯤 속으로만 생각하고 그만둘 법한 것을 그는 과감하게 지른다. 거기서 우리는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그는 이 소설을 ‘자전적 소설’이라 고백한다. “1그램도 빠짐없이 영혼 전체가 진창에 빠져 허덕이는 것”처럼 몹시 추락해서 파닥거리던 시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밖에 없던 바로 그때,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쓴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할 때 그 상황은 비극이었지만, 하나의 이야기로 쓰고 나니, 그것은 어느새 희극이 되었다고 한다. “삶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빌려 그는, 마찬가지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만약 당신이 지금 비극을 겪고 있다면, 그 비극이 진심으로 희극이 되길 바란다. 나는 생이란 그래야 한다고 애타게 믿고 있다.”라는 바람을 전한다. 비록, 그 시작은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그 끝은 결국 우리를 위로하는 『능력자』를 읽는 동안 우리의 삶은 어느새 비극에서 희극으로 그 색깔을 달리하게 된다.
밴드 ‘시와 바람’의 보컬이자 『청춘, 방황, 좌절 그리고 눈물의 대서사시』를 출간하는 등 에세이스트로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팔방미인 최민석. ‘오늘의 작가’라는 말로는 부족한 그의 ‘내일’이 더욱 주목된다.